지난 6월 28일, 낙화 진행으로 북한산성에서 부왕동암문, 삼천사계곡 내려가는 길에 뜻하지 않게 발견한 사모바위, 비봉, 향로봉의 웅장한 자태에 넋이 나간 뒤로 낙화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북한산의 장엄한 풍경만 떠올랐습니다. 평소 언론이나 인터넷포털에서 우울한 소식(?)만 접하다가 모처럼 탁트인 전망을 바라보니 시야도 넓어지고 스트레스도 풀리고, 뜻하지 않은 경험이었습니다.
물론 가람님 따라 설악산 만경대에서 큰 감동을 얻었지만, 코로나 시국에 설악산까지 갔다 올 수는 없는 법이죠. 서울 근교에 이런 멋진 풍경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흥분되고 행복할 뿐입니다.
지난주 삼천사계곡을 다녀온 후 북한산 지도를 부지런히 펼쳐보고 코스를 점검합니다. 예전 낙화가 다녀온 길, 진관동 선림사에서 향로봉으로 해서 응봉능선을 거쳐 진관사계곡이 눈에 뜁니다. 초반만 힘들지 향로봉에서 응봉능선 가는길은 그야말로 설악산 공룡능선 만큼 멋진 곳, 땀 좀 내면 ‘알탕의 성지’ 진관사계곡이 있는 곳, 그냥 텀벙 뛰어들면 천국인 곳입니다.
공지를 올리고 나니 뒤늦은 장마가 토요일부터 시작된다고 합니다. 향로봉 가는 길은 암반이 많은 바위산, 큰 비가 오면 계곡은 순식간에 물이 불어 위험한 곳, 갈등이 솟구칩니다. 향로봉과 응봉노선에 푹 빠졌는데... 일단은 큰 비에 대비해서 우이령숲길에서 솔밭공원까지 가는 ‘플랜B’를 마련하고 상황에 대처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참가자에 북한산둘레길 완주하신 곰이네님, 전국 명산연구 30여 년에 북한산을 손바닥 보듯이 하는 가람님 참가, ‘플랜B’는 그냥 지웠습니다. 가람님과 곰이네님이 계시니 장마도 소낙비도 두렵지 않았습니다. 응급대처가 가능했기 때문이죠.
지난번 출발시간이 늦어서 이번에는 연신내역 12시에 모이기로 했습니다. 딱 한분이 12시를 1시로 보고 늦게 합류했습니다. 연산내역에 모여 버스를 타고 은평경찰서 앞 하차, 선림사를 통해 북한산 둘레길로 올라갑니다. 서울 북쪽을 병풍처럼 막은 곳, 조금만 올라가도 전망이 달라집니다. 역시 높은 곳에 올라가봐야 전망도 뛰어나고 시야도 넓어짐을 새삼 느낍니다. 북한산 무게감이 다르더군요. 처음에 까마득한 향로봉이 점점 가까워져 오더니 어느새 향로봉 비봉이 어깨를 마주하는데 까지 올라갑니다. 그 순간 은평구 일대를 넘어 저멀리 한강 넘어 고양 김포까지 한눈에 다 들어오더군요. 역시 높은데를 올라가야 전망이 좋습니다.
향로봉 정상 옆에서 당나라 두보 시인의 ‘망악’을 떠올립니다.
망악(望嶽) / 두보
岱宗夫如何(대종부여하)
齊魯青未了(제로청미료)
造化鐘神秀(조화종신수)
陰陽割昏曉(음양할혼효)
盪胸生層雲(탕흉생층운)
決眥入歸鳥(결자입귀조)
會當凌絕頂(회당능절정)
一覽眾山小(일람중산소)
태산(岱宗)이 어떤가 했더니
제나라 노나라에 걸쳐 가없이 푸르구나.
신령함과 빼어남이 모두 모이고
산(山) 남북이 밤과 새벽을 가른다.
층층 구름에 흉금을 씻어내고
눈 크게 떠 돌아가는 새 바라본다.
반드시 산꼭대기에 올라
뭇 산의 작음을 굽어보리라.
대종(岱宗)은 중국 오악(五嶽) 가운데 동악(東嶽)인 태산(泰山)을 가리킵니다. 태산은 고대 제(齊)나라와 노(魯)나라의 영토에 걸쳐 있었죠. 음양(陰陽)에서 음은 산의 북쪽, 양은 산의 남쪽을 가리키며, 태산이 하도 커서 산의 북쪽은 새벽인데도 남쪽은 아직 밤이라는 뜻, 중국식 과장법을 봅니다. 두보가 24세에 지은 시, 호연지기가 절로 느낄만큼 호방합니다.
향로봉에서 사진찍고 비봉을 보고 응봉능선으로 가는 찰나, 역시 기상청이 그냥 오보청은 아니었습니다.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사람이 날라갈(?) 정도의 바람이 불고, 빗방울이 조금씩 굵어집니다. 이때가 오후 2시 40분경, 아직 큰비가 오지는 않지만, 비를 맞으면서 응봉능선을 갈 것인가? 아니면 바로 진관사계곡으로 내려갈 것인가?
응봉능선은 내리막길이라 해도 바위가 많고 많이 미끄럽습니다. 가람님이 과감하게 진관사계곡으로 틀 것을 제안합니다. 비봉 가는 길, 너른바위에서 응봉능선을 조금 오래 바라보고 진관사계곡으로 내려갑니다. 수풀 무성한 곳, 바위가 많지만, 삼천사계곡보다 더 부드러운 곳, 내려오다 보니 중국 쓰촨성 구채구 같은 멋진 풍경들이 연이어 나옵니다. 중간에 계곡에서 족탕을 하니 피로가 다 풀립니다. 날이 더웠으면 알탕을 해도 좋을 곳, 비가 간간이 뿌려서 발만 담그고 왔습니다.
진관사계곡에서 나오면 바로 진관사이자 은평한옥마을입니다. 한옥마을 생태공원에 도착하니 빗방울이 굵어집니다. 이때가 4시 30분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2주 연속 북한산 계곡 탐방은 이렇게 끝났지만, 당분간 낙화의 ‘북한산앓이’, 북한산사랑은 계속 될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더 많은 분들과 함께 북한산을 걷고 싶네요. 많은 도움을 주신 가람님과 곰이네님,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함께 북한산을 찾아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낙화는 유수처럼
기자촌 앞 폭포동입니다. 기자촌은 박정희 시절 기자들에게 집 한채씩 나눠줘서 기자들이 모여산 곳이라...
또다른 기자촌은 삼송리에도 있죠.
선림사 뒷길... 이런 편한 길은 아주 짧습니다.
향로봉 1.8Km, 초반에 가파른 길이지만 씩씩하게 올라 갔습니다.
지도의 가운데 부분을 크게 한바퀴~~
초반 좀 가파릅니다~~
짧은 숲길도 있고...
간식타임, 곰이네님이 뜨거운 감자 10여 개를 가져오셨네요. 요근래 먹은 감자 중에서 최고입니다.
살림꾼 이프님이 유부초밥과 갖가지 과일로 간식타임이 풍성했습니다.
모 단원이 참가로 단원들이 족발을 기대했는데 족발은 안보였습니다. ㅎㅎ
향로봉 가는 길, 곰이네님이 선두에 서니 여학생들이 선두그룹으로...
남학생들은 수더분하게 뒤에서~~ ㅋㅋㅋ
여학생들이 달라졌어요. 전부 선수분들만....
사진 앞부분 가운데가 은평한옥마을입니다.
곰님에서 알피니스트로 변신한 곰이네님~~
향로봉 올라가는 길, 일명 깔딱고개~~
불광동으로 내쳐 흐른 족두리봉을 바라보면서...
가람님부터 다들 환한 웃음~~ 처음 보네요~~ 곰이네님 수화님 이프님 가람님
향로봉까지 진행을 맡으신 곰이네님~~
아 응봉능선.... 설악산 공룡능선 만큼의 멋지고 웅장한 풍경
응봉능선에서 사모바위쪽입니다.
향로봉 정상이라 뿌듯하시다는 바위님
정상에선 영광의 얼굴들
수화님이 달라졌어요. 허당 수화님이 향로봉을 가뿐하게... 물론 마지막에는 본연(?)의 모습으로~~
향로봉에서... 바람이 거셋습니다. 초록커피님 목캔디님 이프님 가람님 바위님
산을 잘 타시는 루비님
예전의 곰이네님과 수화님이 아닙니다. 북한산 날다람쥐로 변신하신 분들~~
비봉 가는 길, 응봉능선 포기하고 진관사계곡으로 내려간다고 하자 이프님이 너무 아쉬워 하셔서 깜놀~~
진관사계곡으로....
저 바위산을 로프도 없이 내려오는 일행이 있더군요.
태고적 신비의 숲길은 아니지만, 무성한 신록이 멋진 길...
계곡 곳곳에 구채구 같은 풍경이...
진관사 가는 길이 편하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 미끄러운 큰 바위들이 많습니다.
북한산녀의 여유~~ 곰이네님
진관사 직전 전망대에서~~
걷기 좋은 길....
계곡이 사진보다 훨씬 멋진데.... 카메라가 비에 젖어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오케스트라 산악회 멋집니다~^^
젤로 눈에 띄는 반가운 문장! ^^
"당분간 낙화의 ‘북한산앓이’, 북한산사랑은 계속 될 것 같습니다."
낙화님, 그리고 함께 하신 분들 덕에 무사히 다녀왔습니다.
'안 다치고 다녀오기' 가 제일 큰 목표였는데..
앞으론 '안 빠지고 다녀오기'도 더불어~ ㅋ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개낀 분위기가
산신령이 살고 있을것 같은 북한산!
신묘하다 신묘해~~~^^
씩씩하게 완주하신 여러분들이 자랑스럽네요ㅎ
멋찐 단체카톡에 보내주신 사진이 빠졌네요?
어머나? 가람님 모자쓴 모습 처음 봬요~ㅎ
노련한 가람님의 안전 의견으로 위험한 산행을 피하셨네요.^^
기자촌의 지명이 그렇게 만들어졌군요!
진행과 후기, 늘 감사드립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
모든길을 명품으로 만드시는 낙화님.
북한산 다양한 코스~
기대됩니다.사진도 감사드려요~^^
향로봉에서 바라본 북한산 공룡능선 그리고 시원한 바람은 잊지 할 추억임
멋진 산행 감사드립니다.
반드시 산꼭대기에 올라
뭇 산의 작음을 굽어보리라......
.....그럴 수 있어서 산이 좋아요~ ^^
산 아래의 풍경을 내려다 보니, 잠시나마 나의 근심이 참 가소롭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내내 소년처럼 좋아하시던 낙화님과 감동으로 상기 된 얼굴들,
낙화님의 북한산 사랑이 변치 않길 바랍니다.
정상에서 느긋이 명상하고 싶어요~ ㅎ
낙화님, 곰이네님의 수고에 늘 감사드려요~ ^^
북한산 덕분에 기분좋게 다녀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