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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와사람들/Bike &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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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딩 이야기 스크랩 63빌딩 앞 한강서 이 풍경 보셨나요? 자전거 타고 가다가 말이죠..
상사화 추천 0 조회 230 06.07.09 11:55 댓글 11
게시글 본문내용

오늘 아침(7월 8일) 뉴스를 보니 이르면 다음달부터 자전거를 갖고 지하철을 탈 수 있을 것이라는 보도를 접했습니다. 언딘가를 향해 자연과 호흡하며 신나게 달려가는 자전거길...그러나 막상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려면 여러가지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특히 장거리의 밤 길일 경우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해집니다.

 

그러나 그건 그저 바람일뿐, 현실은 냉담했지요. 여하튼 자전거 전용칸 등을 만들어 자전거도 지하철을 탈 수 있다니, 자전거 좋아하시는 분들한테는 기쁜 소식이겠습니다. 반면, 그렇잖아도 지하철 좁은데 자전거 전용칸이 왠말이냐고 불만을 터트리는 분들도 계실 거라 생각됩니다. 최근에 비교적 단거리 자전거 여행(서울 홍제동에서 경기도 성남)을 하며 보고 들은 것을 글로 사진으로 옮겨 보았습니다. 이 글로 지하철 자전거 전용칸 운영에 대해 불만의 마음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바뀌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늘 승용차가 대중 교통을 이용하시는 독자분들도 자전거 한번 생각해 보세요. 가격도 생각보다 비교적 저렴하고 자전거를 타면 새로운 세상의 풍경을 맛볼수 있답니다.<새롬아빠 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인왕산 자락에 사는 선배가 자전거 한 대를 주었습니다. 그는 자전거를 워낙 좋아해서 자전거 출퇴근은 물론 전국투어와 함께 특별한 제약이 없는 한 서울 수도권은 자전거 타고 외출하는 그야말로 '자전거 마니아'입니다.

따로 기어변속을 하지 않고도 줄곧 달리지만 지칠 줄 모르는 그는 자전거에 관한 한 식상한 표현이지만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입니다.

그 정도로 자전거에 애착이 있다 보니 저한테도 자전거 자체를 즐겨보라고 그는 늘 권유했습니다. 타는 자체도 즐겁고 가면서 스쳐 지나는 풍경, 사람, 현상 그 모든 것을 즐겨보라는 것입니다. 물론 그와 여러 번 자전거를 같이 탔지만 무엇을 즐기기보단 헉헉거리며 그의 꽁무니 따라다니기에 바빴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그의 집 앞마당에 대기 중인 대여섯 대의 자전거. 주로 펑크 나고 부러지는 등 고장 나서 버렸거나 오랫동안 방치된 것들을 주워다가 수리해서 제법 쓸만하게 만드는 선배. 친구나 동료 등 사람들이 오면 집단(?)으로 자전거를 타고 나가야 할 때도 있다고 합니다.

코스는 주로 홍제천 따라가면 나오는 상암 월드컵 경기자 주변입니다. 자전거를 싫어하든 좋아하든 그것은 거의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상황. 그래서 이 선배 집에 올 때는 자전거 탈 각오를 해야 합니다. 그게 싫으면 '각오'가 될 수도 있는 거고, 좋으면 그냥 즐기면 되는 것이지요.

대여섯 대의 자전거 중에서 잘 살펴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골라가라는 선배의 말에 앞에 바구니가 달린 21단 기어자전거를 택했습니다.

바구니가 있으니 얼마나 편한지 모릅니다. 바구니에 가방, 카메라, 휴대폰, 수첩, 볼펜, 선배가 배고프면 먹으라고 건네준 마늘 빵을 넣고 출발했습니다. 아무 데서나 멈춰 바구니에 놓인 카메라를 꺼내 풍경사진 찍고, 메모하고, 전화 받고, 마늘 빵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웃옷을 벗어 넣기도 좋았습니다.

사실 자전거 타는 동안 웃옷 허리에 매기, 가방 어깨나 등에 메기, 주머니서 휴대폰 꺼내는 일 등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이 바구니는 120%의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울 홍제동에서 경기도 성남 남한산성까지 가는 길. 아침 9시에 출발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홍제천에 나와 있었습니다. 자전거, 파워워킹, 조깅하는 사람들인데 대부분 마스크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뭔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아침부터 홍제천 주변의 오물을 줍는 자원봉사 분들도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드디어 한강 자전거 도로. 강변북로를 옆에 두고 강바람과 풋풋한 풀냄새를 맡으며 천천히 페달을 밟았습니다. 길이 막혀 거북이 걸음보다 더 느린 강변북로의 차들을 조롱하듯 제 자전거는 여의도 63빌딩을 향해 내닫고 있었습니다. 도심 한가운데서 시골 논둑길의 정취를 느꼈다고 해야 할까요? 살랑이는 바람과 풀냄새가 여지없이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한강변에도 인라인스케이트, 자전거, 도보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자전거 동호회는 여러 번 마주쳤는데, 60~70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화사한 복장을 하고 노년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언뜻 보면 10~20대 모양새인데 마주칠 때 보면 역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었습니다. 힘없고 소외된, 탑골공원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이런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그런데 자전거 도로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방향을 확실하게 알려주는 이정표가 마땅히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구간 구간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저처럼 서울 홍제동에서 성남 남한산성까지 가는 등 장거리로 길 안내가 필요한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지자체에서도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여하튼 저는 초행길이고 탄천 길 따라 적당히 이정표를 보며 가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습니다. 길을 잘못 들어 청계천(동대문구청)까지 갔다고 되돌아오는가 하면 양재천 따라 가다가 과천시내까지 잘못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사실, 청계천까지 갔을 때 옆에 보니 지하철 2호선도 보이고 해서 따라가면 잠실 나오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전진했지만 역시 그 길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사람들에게 길을 물었어야 하는데, 제 스스로 찾아간다는 생각과 자연을 즐겨야한다는 기대감때문에 3~4시간 갈 거리를 8시간 걸려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는 자전거고 자연이고 뭐고 할 없이 지쳐 거의 기어오다시피 자전거를 끌고 와야만 했습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신념으로 밥도, 물도 생각하지 않고 바른 길이든, 잘못된 길이든 전진만 한 결과 적잖은 고생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재밌었던 것은 지난 5년 동안 거의 매일같이 자동차를 타고 왕복하던 길. 그 길가에 뭐가 있었는지 몰랐는데,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보니 안 보이던 새로운 것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는 것입니다. 차 타고 다닐 때는 신호 받으려고 그 지점을 재빠르게 통과해, 바로 오른쪽에 초등학교가 있는 것도 모르고 수천 번을 지나다녔던 것입니다.

여하튼 이번 자전거 여행은 그리 평탄하진 않았습니다. 엉덩이, 허벅지에 뻐근함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하루 이틀 지나면 통증은 사라질 것이고 '바구니 자전거'는 제 곁에 계속 남아 있을 것입니다. 이 자전거가 앞으로 제 생활에 어떤 즐거움과 도움, 혜택 등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는 정확히 모릅니다. 필요할 때마다 요긴하게 사용한다는 것과 이를 즐긴다는 두 가지 측면이 있을 수 있겠지요.

자전거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은 자전거로, 자동차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은 자동차로, 인라인 스케이트로, 패러글라이딩으로, 마라톤으로…, 각자 느끼는 대로 즐기고 이용하면 되겠지요.

서울 홍제동에서 성남 남한산성으로 오늘 길에 만난 풍경들을 모아봤습니다. 주저리주저리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사진이 나을 것 같네요. 그런데 중간에 너무 지쳐 청계천 돌다리나 과천 양재천 풍경을 충분히 담지 못해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사진 늘어놓겠습니다.


 

홍제천 주변 청소하시는 자원봉사자들

 

 

한강 자전거 도로에서

 

 

마포대교 부근 추억의 기찻길

 

 

디자인이 특이한 동부이촌동 중경고등학교 풍경

 

 

63빌딩 앞 물고기 인공 산란장 풍경. 물고기여 다 모여라

 

 

양재천 따라 가다보면 만나는 도곡동 타워팰리스

 

 

한강에서 수상스키를 즐기는 사람들

 

 

반포대교에서 만난 거위와 비둘끼떼들

 

 

홍제천 풍물 및 야시장 풍경

 

 

임무를 마친 내 자전거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으며 서두 부분 <새롬이 아빠 주>는 오늘  추가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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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06.07.09 12:00

    첫댓글 같은생각인 글이라 퍼왔읍니다 점점 좋아지는 자전거 문화 기분이 짱입니다 ...

  • 06.07.09 12:07

    잔차족 인구증가에 크게 한몫할 매우 훌륭한 작품을 상사화님께서 옮겨 주셨군요... 즐감했습니다.

  • 06.07.09 12:34

    글게 참 좋네요~

  • 06.07.09 14:33

    참좋은글 감명깊게 잘읽었습니다.

  • 06.07.09 18:39

    보는 시각에 따라 풍경이 이렇게 달라지는군요... 좋은사진 잘 보고 갑니다.

  • 06.07.09 21:42

    좋은 글 그리고 사진 잘 보았습니다.

  • 06.07.09 22:37

    늘 다니던 한강변 풍광이지만 이렇게 보니 또 새롭네요.훌륭한 임무를 마치고 쉬고있는 애마의 공간이 좀 초라해 보이는게...ㅎㅎㅎ 좋은 게시물 즐감 했읍니다.

  • 06.07.09 23:41

    좋은글 감사요.사진 잘보고 갑니다.

  • 06.07.10 19:24

    홍제천길도 한번 타봐야겟군요^^

  • 06.07.11 22:50

    상사화님 글솜씨가 프로급이라 생각하며 젬나게 읽었는데... 아무튼 감상 잘 했습니다~~~ㅎㅎㅎ

  • 작성자 06.07.11 23:07

    에이 ㅎㅎㅎ기양 살짝 넘어가주지 ㅍ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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