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용불기(不用不棄)
등용하지 않고 버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친척이라도 재능이 없으면 등용하지 않고 원수라도 재능이 있으면 버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不 : 아닐 불(一/3)
用 : 쓸 용(用/0)
不 : 아닐 불(一/3)
棄 : 버릴 기(木/8)
출전 : 자치통감(資治通鑑) 卷194
苟或不才 雖親不用,
如其有才 雖仇不棄.
만약 재능이 없으면 비록 친척이라 해도 등용하지 않으며, 만약 재능이 있으면 비록 원수라 해도 버리지 않는다.
자치통감(資治通鑑) 194권에 나오는 당 태종 이세민(李世民)의 말이다. 당 태종이 자신의 처가 친척인 장손무기(長孫無忌)를 사공(司空)이라는 벼슬에 임명하려 할 때, 장손무기는 자신이 태종의 외척이기 때문에 자칫 천하 사람들이 천자가 사사로움에 치우친다고 생각할 우려가 있다고 사양했다.
그러자 태종은 자신이 관리를 임용할 때는 오직 재능만을 기준으로 삼는다고 하면서 위의 구절을 말했다. 그리고 각각의 예로 이신부(李神符)와 위징(魏徵)을 들었다.
貞觀七年十一月, 壬辰, 以開府儀同三司長孫無忌為司空, 無忌固辭曰 : 臣忝預外戚, 恐天下謂陛下為私。
上不許, 曰 : 吾為官擇人, 惟才是與。苟或不才, 雖親不用, 襄邑王神符是也; 如其有才, 雖仇不充, 魏徵等是也。今日之舉, 非私親也。
이신부는 당 고조 이연(李淵)의 사촌 동생으로 고조 때 큰 벼슬을 했지만, 태종이 즉위한 뒤 얼마 되지 않아 벼슬에서 물러났다.
표면상으로는 병 때문에 스스로 사직한 것으로 기록돼 있지만 실제로는 재능을 인정받지 못해 물러났던 것이다.
위징은 이세민과의 정권 다툼에서 패했던 태자 이건성(李建成)의 측근으로, 일찍이 태자에게 이세민을 조심하라고 몇 차례나 경고했던 사람이니 태종에게는 원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태종은 그 재능을 높이 사서 살려두었다가 나중에 즉위한 뒤에 크게 중용했다. 당 태종이 정관지치(貞觀之治)라는 큰 업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공평무사한 마음과 넓은 도량, 식견으로 인재들을 잘 등용했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인재를 뽑는 일은 국가의 대사이다. 옛날 봉건시대에는 군주의 안목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민주시대이기 때문에 국민 스스로가 인재를 잘 선택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사사로운 지연, 혈연, 학연 등에 얽매이지 않고 공평무사한 마음으로 인재를 선택하는 성숙한 국민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不(아닐 부, 아닐 불)은 ❶상형문자로 꽃의 씨방의 모양인데 씨방이란 암술 밑의 불룩한 곳으로 과실이 되는 부분으로 나중에 ~하지 않다, ~은 아니다 라는 말을 나타내게 되었다. 그 때문에 새가 날아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음을 본뜬 글자라고 설명하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不자는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不자는 땅속으로 뿌리를 내린 씨앗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아직 싹을 틔우지 못한 상태라는 의미에서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참고로 不자는 ‘부’나 ‘불’ 두 가지 발음이 서로 혼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不(부/불)는 (1)한자로 된 말 위에 붙어 부정(否定)의 뜻을 나타내는 작용을 하는 말 (2)과거(科擧)를 볼 때 강경과(講經科)의 성적(成績)을 표시하는 등급의 하나. 순(純), 통(通), 약(略), 조(粗), 불(不)의 다섯 가지 등급(等級) 가운데 최하등(最下等)으로 불합격(不合格)을 뜻함 (3)활을 쏠 때 살 다섯 대에서 한 대도 맞히지 못한 성적(成績) 등의 뜻으로 ①아니다 ②아니하다 ③못하다 ④없다 ⑤말라 ⑥아니하냐 ⑦이르지 아니하다 ⑧크다 ⑨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 그리고 ⓐ아니다(불) ⓑ아니하다(불) ⓒ못하다(불) ⓓ없다(불) ⓔ말라(불) ⓕ아니하냐(불) ⓖ이르지 아니하다(불) ⓗ크다(불) ⓘ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불) ⓙ꽃받침, 꽃자루(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닐 부(否), 아닐 불(弗), 아닐 미(未), 아닐 비(非)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옳을 가(可), 옳을 시(是)이다. 용례로는 움직이지 않음을 부동(不動),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일정하지 않음을 부정(不定), 몸이 튼튼하지 못하거나 기운이 없음을 부실(不實), 덕이 부족함을 부덕(不德), 필요한 양이나 한계에 미치지 못하고 모자람을 부족(不足), 안심이 되지 않아 마음이 조마조마함을 불안(不安), 법이나 도리 따위에 어긋남을 불법(不法), 어떠한 수량을 표하는 말 위에 붙어서 많지 않다고 생각되는 그 수량에 지나지 못함을 가리키는 말을 불과(不過), 마음에 차지 않아 언짢음을 불만(不滿), 편리하지 않음을 불편(不便), 행복하지 못함을 불행(不幸), 옳지 않음 또는 정당하지 아니함을 부정(不正),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속까지 비치게 환하지 못함을 불투명(不透明), 할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것을 불가능(不可能), 적절하지 않음을 부적절(不適切), 부당한 일을 부당지사(不當之事), 생활이 바르지 못하고 썩을 대로 썩음을 부정부패(不正腐敗), 그 수를 알지 못한다는 부지기수(不知其數), 시대의 흐름에 따르지 못한다는 부달시변(不達時變) 등에 쓰인다.
▶️ 用(쓸 용)은 ❶상형문자로 감옥이나 집 따위를 둘러싸는 나무 울타리의 모양 같으나 卜(복; 점)과 中(중; 맞다)을 합(合)한 모양이니 화살을 그릇에 넣는 모습이니 하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물건을 속에 넣는다는 뜻에서 꿰뚫고 나가다, 물건을 쓰다, 일이 진행되다의 뜻을 나타낸다. ❷상형문자로 用자는 ‘쓰다’나 ‘부리다’, ‘일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用자는 주술 도구를 그린 것으로 보기도 하고 또는 걸개가 있는 ‘종’을 그린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用자의 쓰임을 보면 이것은 나무로 만든 통을 그린 것이다. 用자가 ‘나무통’을 뜻하다가 후에 ‘쓰다’라는 뜻으로 전용되면서 여기에 木(나무 목)자를 결합한 桶(통 통)자가 ‘나무통’이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用자는 부수로 지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상용한자에서는 관련된 글자가 없다. 다만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나무통’이라는 뜻을 전달한다. 그래서 用(용)은 (1)용돈 (2)비용(費用) (3)어떤 명사(名詞) 뒤에 붙어서 무엇에 쓰이거나 또는 쓰이는 물건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쓰다 ②부리다, 사역하다 ③베풀다(일을 차리어 벌이다, 도와주어서 혜택을 받게 하다), 시행하다 ④일하다 ⑤등용하다 ⑥다스리다 ⑦들어주다 ⑧하다, 행하다 ⑨작용(作用), 능력(能力) ⑩용도(用度), 쓸데 ⑪방비(防備), 준비(準備) ⑫재물(財物), 재산(財産), 밑천 ⑬효용(效用) ⑭씀씀이, 비용(費用) ⑮그릇 ⑯도구(道具), 연장(어떠한 일을 하는 데에 사용하는 도구) ⑰써(=以)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버릴 사(捨)이다. 용례로는 볼 일을 용건(用件) 또는 용무(用務), 무엇을 하거나 만드는데 쓰는 제구를 용구(用具), 기구를 사용함을 용기(用器), 쓰고 있는 예를 용례(用例), 용도에 따라 나눔을 용별(用別), 사람을 씀을 용인(用人), 쓰는 물품을 용품(用品), 생산과 소비에 필요한 노무를 제공하는 일을 용역(用役), 어떤 일에 쓰기 위한 토지를 용지(用地), 사용하는 방법을 용법(用法), 사용하는 말을 용어(用語), 돈이나 물품 따위의 쓸 곳을 용처(用處), 쓰이는 곳을 용도(用途), 대변이나 소변을 봄을 용변(用便), 긴 것이나 짧은 것이나 다 함께 사용함을 용장용단(用長用短), 돈을 마치 물 쓰듯이 마구 씀을 용전여수(用錢如水), 대롱을 통해 하늘을 살핀다는 용관규천(用管窺天), 마음의 준비가 두루 미쳐 빈틈이 없음을 용의주도(用意周到), 일자리를 얻었을 때에는 나가서 자신이 믿는 바를 행하고 버리면 물러나 몸을 숨긴다는 용행사장(用行舍藏) 등에 쓰인다.
▶️ 棄(버릴 기)는 ❶회의문자로 마늘 모(厶; 나, 사사롭다, 마늘 모양)部와 葉(기; 쓰레 받기)와 卄(공; 양손)의 합자(合字)이다. 청소 도구를 양 손으로 밀고 감을 나타낸다. 따라서 널리 버림의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棄자는 '버리다'나 '그만두다', '돌보지 않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棄자는 木(나무 목)자와 弃(버릴 기)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棄자의 갑골문을 보면 죽은 아이를 바구니에 담에 버리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버리다'라는 뜻의 弃자이다. 해서에서는 바구니의 재질을 표현하기 위해 木자가 더해지면서 지금의 棄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棄(기)는 ①버리다 ②그만두다 ③돌보지 않다 ④꺼리어 멀리하다 ⑤물리치다 ⑥잊다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가질 취(取)이다. 용례로는 내버려 문제 삼지 않음이나 어떤 사물을 버림을 기각(棄却), 권리를 버리고 행사하지 않음을 기권(棄權), 버림받은 아이나 어린아이를 내버림을 기아(棄兒), 쓸데없어 버린 물건 또는 버려 두고 쓰지 못할 물건을 기물(棄物), 약속을 지키지 않음을 기약(棄約), 버려 둠을 기치(棄置), 나라를 버렸다는 기국(棄國), 활을 버렸다는 기궁(棄弓), 시체를 내다 버림을 기시(棄屍), 아내를 버림을 기처(棄妻), 세상을 버림이라는 뜻으로 윗사람의 죽음을 일컫는 기세(棄世), 은애를 버림의 뜻으로 속세에 대한 집착을 끊고 진여의 길에 드는 일을 기은(棄恩), 하던 일을 중도에 그만두어 버림을 포기(抛棄), 못 쓰게 된 것을 버림을 폐기(廢棄), 내버리고 돌아보지 않음을 유기(遺棄), 깨뜨리거나 찢어서 내어버림 또는 계약이나 약속한 일 따위를 취소함을 파기(破棄), 버리고 돌아보지 아니함을 방기(放棄), 내던져 버림을 투기(投棄), 잊어 버림을 망기(忘棄), 남에게 버림을 받음을 견기(見棄), 탐탁하지 않게 여겨서 버림을 등기(等棄), 자기의 권리를 포기하는 사람을 기권자(棄權者), 근본을 버리고 변변치 못한 말기를 따름을 이르는 말을 기본축말(棄本逐末), 자신을 스스로 해치고 버린다는 뜻으로 몸가짐이나 행동을 되는 대로 취한다는 말을 자포자기(自暴自棄), 남편을 배반하고 집에서 나와 버린다는 말을 배부기가(背夫棄家), 남이 버리는 것을 나는 취하여 씀을 일컫는 말을 인기아취(人棄我取), 권세를 떨칠 때의 사람을 붙좇다가 그 권세가 쇠하면 버리고 떠난다는 인정의 가볍고 얕음을 뜻하는 말을 부염기한(附炎棄寒)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