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뷔페
정용국
우기가 지나가면 들녘이 살아나고
초원의 뭇 생명은 천지가 자유였다
하늘이 차려 주시던 아프리카 환상 뷔페
누천년 어김없이 내려오더 잔칫상은
끝없는 욕심들이 하늘을 찌르고 난 후
가뭄이 이어진 벌판을 목숨들도 말랐다
생명이 생명으로 평원을 지켜왔던
그 귀한 목숨들이 제 자리를 밀려난 후
그리운 아프리카 뷔페 아득하다 빈 벌판
볼로냐 블루스
정용국
별들이 오글대던 천사표 유치원에
거침없이 날아든 무자비 포탄 몇 발
하늘도 어쩔 수 없는 비명 소리 솟았다
아기는 하늘 가고 남편은 전쟁터로
볼로냐 피난길엔 눈물도 메말랐네
열차는 이틀을 달려 국경선을 넘었다
허름한 가방 속엔 다정한 가족사진
컵라면 감싸 쥐고 돌아본 고향 하늘엔
휘영청 허리를 숙여 손 흔드는 호밀밭
해킹
최성진
해킹당한 포털 사이트
아이디를 복구하면서
내 메모리 한쪽도
초기화하고 싶었다
나 아닌
나로 살면서
클릭했던 순간들
키오스코
최성진
해 질 녘 탑골공원 털 빠진 비둘기가
경로석에 앉아 졸다 대학로에 내렸다
옛 애인 흔적 더듬어
찾아든 그 시절 맛집
밥 한 그릇 차 한잔도 사랑처럼 변했다
액정 메뉴 쪼아대며 진땀에 절절매지만
허기는 때우지 못하고
에러로 배 채운다
-《좋은시조》2022. 가을호
카페 게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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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調의맛과˚˚˚멋
정용국 시인의 <아프리카 뷔페> 외
안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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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9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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