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6일~
2박 일정으로 제주대학교에 연구교수로 내려가 있는 제자를 만나러 갑니다.
인터넷으로 스쿠터 두대 예약하여 제주에 있는 역사유적지 몇군데 돌아볼 계획을 세웠습니다.
청주공항에서 저녁 7시 비행기로 출발합니다.
낮에는 안개가 짙어 오전 출발 비행기는 4시간이나 지연 출발했다는데 다행히 제 시각에 이륙하여 8시 조금 지나 제주공항 도착~
마중 나온 제자 차를 타고 집에 도착하여 제주 흑돼지 구이와 한라산 소주로 회포를 풀고 잠자리에 듭니다.
1월 27일 아침~
비는 안온다는데 하늘은 먹구름으로 덮여있습니다.
3900원 짜리 전주콩나물국밥으로 해장 후에 걱정반 기대반으로 스쿠터 대여점으로 갑니다.
예약 사항 체크하는데 이런~ 운전면허증을 망각했네요.
근처 지구대에서 임시 운전면허 확인증을 발급받아 스쿠터(Q2)를 인수하는데 상태가 영~ 메롱입니다.
네비를 사용하려고 시거잭 있는 Q2를 예약한건데 두대 밖에 없다니 걱정은 되지만 일단 출발합니다.
제주시내를 벗어나 서쪽으로 달리는데 걱정했던대로 정지하여 알피엠 떨어지면 시동이 꺼지기를 수차례~
그래도 바로 시동이 걸리니 진행하기로 합니다.
첫번째 목적지는 한림 명월성지~
조선 중후기에 왜구를 막기 위하여 쌓은 성입니다.
처음에는 목성이었지만 후에 석성으로 개축했다고 하네요.
남문과 옹성, 치성 등을 복원하여 현재의 모습을 갖게 되었답니다.
옹성은 성문 앞에 반달 모양으로 둥글게 쌓아 적을 독안에 가두어 몰살하는 장치이고,
치성은 성벽과 직각으로 돌출시켜 쌓아 성벽을 타고 오르는 적을 옆에서 공격하기 위하여 만든 장치입니다.
남문과 옹벽이 한눈에 보입니다.
제주의 특성상 석성의 재료도 현무암을 사용했기 때문에 축성할 때 육지의 성 쌓기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힘은 덜 들었겠구나 생각해 봅니다.
왜구들이 대포를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대포 공격이 있었다면 방어력은 그만큼 약하겠지요.
하늘 높은 줄은 모르고 땅 넓은 줄만 아는 녀석과,
하늘 높은 줄도 땅 넓은 줄도 모르는 스카우트~ㅎ
옹성에서 성문을 바라본 모습~
멀리 한림읍 시가지가 보입니다.
성 아래쪽에 이 곳에 근무했던 역대 만호들의 명단과 재임 기간을 새긴 비가 있습니다.
초대 만호와 2대 만호 사이에 약 한달 간의 공백 기간을 제외하면 하루도 공백 기간이 없을 정도로 임무 교대가 철저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두번째 목적지는 고산리 선사유적지입니다.
무섭게 바람 부는 벌판에 도착~
1987년에 마을 농부가 돌창을 발견, 신고하여 알려진 후로 계속 발굴이 진행 중인 초기 신석기 시대 유적지입니다.
차귀도가 보이는 바닷가 마을에 엄청나게 넓은 유적지가 펼쳐져 있습니다.
파란 포장을 친 곳은 발굴이 완료된 부분~
발굴은 현재 계속 진행 중입니다.
지금 발굴하는 구역은 시작한지 15일 되었다고 하는군요.
농한기 동네 주민들의 아르바이트로 이만한게 또 있을까요?
사진 찍다가 아주머니들 한테 얼굴 나오면 안된다고 한소리 들었습니다.
범죄 현장도 아니고 저렇게 꽁꽁 싸매고 있으면서 무슨 얼굴 타령인지~
이리저리 빙빙 돌면서 사진 찍는 모습을 보고 있던 발굴팀 (아마도 중간 책임자급?) 연구원이 들어와서 직접 보라고 특별 허가(!)를 해 줍니다.
이런 고마울 데가~
현재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곳 유적지는 정착하여 살던 취락지 보다는 석기나 토기를 대규모로 제작하던 공방이었을 거라고 합니다.
발굴된 석기, 토기편만 해도 10만여 점에 이른다고 하니 대단한 규모였겠지요.
작업장 건물을 세운 기둥 자리입니다.
이렇게 표시를 해놓으니까 그런가 보다하는거지 그냥 보면 어디가 기둥을 세웠던 구멍인지 그냥 흙바닥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구멍 자리와 그 주변의 흙색깔이나 밀도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유물이 발견되면 일단 이렇게 표시를 해 놓습니다.
놓여있는 위치가 이 유물의 용도나 당시 사람들의 동선, 생활 모습을 추측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표시해 두고 전경 사진과 개별 사진을 찍은 후에 유물을 수습하여 여러가지 조사와 분석을 거쳐 일반에게 공개할 것들과 수장고에 들어갈 물건들로 나누게 되지요.
우리 나라 신석기 시대는 약 7천년 전의 초기 신석기 시대~ 약 6천년 전의 전기 신석기 시대~약 5천년 전의 중기 신석기 시대~약 3천5백년 전의 후기 신석기 시대로 구분하는데
이곳 고산리 유적지는 초기 신석기 시대의 유적지 입니다.
기분 좋게 유적지 둘러보기를 마치고 다음 목적지로 가기 위해 시동을 거는데 이런~~
결국 스쿠터 시동이 안걸립니다.
대여점으로 전화를 하니 다른 스쿠터를 실어다 주겠답니다. 한시간이나 걸리는 거리인데~
일정에 차질이 생기게 생겼지만 다른 방법이 없으니 그렇게 하도록 하고,
다른 한대에 텐덤하여 읍내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으면서 기다리기로 합니다.
110kg에 육박하는 녀석을 텐덤하여 좁은 시골길을 달리는데 이건 뭐~
아마도 그 스쿠터 뒷쇼바 갈아야 하지 않을까 모르겠습니다.
문제가 안생겼으면 이 시간쯤에는 서귀포에 도착하여 제주 회원이신 항상처음처럼님 만나보려고 했는데...
점심 먹으면서 문자 넣으니 항상처음처럼님이 전화를 해 옵니다.
목소리가 구수~하시더군요.
상황이 이러니 만나보기는 어렵겠다는 얘기를 전하고 기다리는데 다른 스쿠터가 도착합니다.
도착한 비본을 제자에게 주고 보니 코끼리가 세발자전거 탄 것 같습니다. ㅎ~
우여곡절 끝에 세번째 목적지 서귀포 김정희 유배지로 향합니다.
여기는 그다지 큰 관심을 갖고 온 곳이 아니기 때문에 간단히 둘러보고 나옵니다.
제주도민은 무료 입장, 관람객은 500원~
다음 목적지인 법화사를 가려다가 문득 생각난 제주 여인~ㅎ
해군기지 건설로 시끄러운 강정마을에 있는 훈련동기를 찾아갑니다.
4년 만의 반가운 만남이었네요.
동쪽 해안도로를 돌아 복귀하는 코스와 서쪽 평화로를 따라 복귀하는 코스를 놓고 저울질 하다가 스쿠터 반납 시간을 생각하여 서쪽으로 돌기로 합니다.
용머리 해안에 있는 하멜상선 전시관~
<퍼온 사진> 시간 때문에 마음이 급해져 전경 사진 찍을 생각을 못했네요.
전남 여수에도 하멜 전시관이 있는걸로 아는데 이곳은 하멜상선 전시관입니다.
하멜에 대해서는 인터넷에 너무 많은 자료가 있으니 따로 말할 게 없네요.
마지막 기념 사진 한장 남기고 급히 복귀길에 오릅니다.
평화로를 따라 복귀하는데 신호등도 없고 길도 안막히니 좋습니다.
문제는 바람~~~
Q2 순정 스크린은 있으나마나 하고, 그나마 비본은 스크린도 없습니다.
전면과 좌우에서 온몸으로 부딪쳐오는 제주 바람에 핸들 놓치지 않으려고 어깨에 얼마나 힘을 주었던지 아직도 통증이 느껴지네요.
남은 평생에 맞을 바람을 한꺼번에 다 맞은 듯 합니다.
차로 다닐 때는 몰랐는데 바람, 돌, 여자의 삼다도가 괜히 삼다도가 아니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스쿠터 반납하고 저녁은 제주 말고기를 먹기로 합니다.
이름도 재미있는 馬眞家 식당~
말고기와 흑돼지 전문이라네요.
처음 먹어보는 말고기가 어떤 맛인지 제대로 느껴보기 위해 A코스를 주문합니다.
이렇게 이것 저것 다양하게 나옵니다.
저 꺼먼 간장 같이 생긴 것은 말고기(말뼈?) 엑기스~
찝찔한 한약 맛이더군요. ㅎ~
말고기 맛은 한마디로 말하면 "쇠고기 보다는 질기다."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가격도 한우 보다는 저렴한 편이지요.
이렇게 2박 3일이지만 실제로는 하루짜리 제주 스쿠터 투어를 마치고, 28일 아침 9시 30분 비행기로 청주 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
즐거운 여행이었네요.
내 바이크 실어가서 시간 구애받지 않고 여유있게 돌아볼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할인항공권과 렌트스쿠터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다가오는 새봄을 기다리며...
2015. 1. 29. 여주 스카우트
첫댓글 의미가 큰 여행을 하고 오셨군요. 부럽 부럽..
겨울에 라이딩 못하는 갈증을 이렇게라도 풀고 오니 좀 낫네요.
개학 준비하셔야죠?
이젠 제주까지 원정가셨네요.
덕분에 잘보았습니다.
원정인가요?ㅎ~
확실히 제주는 덜 춥더군요.
정말이지 설명과 사진이 흠잡을것 없이 완벽합니다. 마치 제가 그곳에 있는것처럼....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그저 아마추어 답사객일뿐 완벽은 무슨요~ㅎ
겨울이 이대로 물러가는 줄 알았는데 또 며칠 추울 모양이네요.
항상 안전 라이딩 하세요.
참 엔진가드 커버는 도착했나요?
춥진 않았는지요? 와우~~^^
경기도 라이더가 제주 가서 춥다고 하면 말이 안되지요~ㅎ
추위보다 바람이 문제였습니다.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바람이 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