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부 마오로의 이콘산책] (11) 하느님을 닮아감(神化) (하)
하느님을 닮은 사람만이 하늘 향해 팔 벌리고 기도할 수 있습니다
- [작품1] 십자가 처형 : 템페라, 85 x 52cm, 1500년경, 트레챠코프 미술관, 모스크바. 디오니시 작품,
여기서 키를 크게 그린 것은 거룩함, ‘하느님과 가까이 있음’ 즉, ‘하느님과 닮음’을 표현한 것이다.
이콘 그림 중간에 천사가 붉은 옷을 입은 자를 십자가 쪽으로 밀어 신약이 시작되었음을 나타내고,
다른 쪽의 천사는 이제 구약이 끝났으므로, 구약을 밀어냄을 표현하고 있다. (이사 43,18-19, 2코린 5,17)
3. 서 있는 모습을 왜 길게 그릴까
사람들은 큰 키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요즈음은 키 크는 약을 먹거나 운동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더 크려고 노력합니다.
독일 유학 시절, 집 도배를 하려고 건축 백화점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카트가 식료품 마트 것보다 더 크고 무거웠으며,
바퀴가 잘못 돌려져 있으면 어느 한 방향으로 돌아가 버리기 십상이었습니다. 그날따라 물건을 싣고 계산대로 가려는데,
카트가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 버려 빨리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조금 힘을 주어 돌리려고 하는데,
계산대의 뚱뚱하고 키 큰 아줌마가 성큼성큼 와서는 카트를 돌려주면서 한마디 하였습니다.
“아유, 작은 동양 남자가 끌기에는 이 카트가 너무 무겁지”하는 것이 아닙니까!
나는 감사하다고 말하면서도 속으로 나도 남자인데 이 정도도 못 할까 하며 쓴웃음이 나왔습니다.
키가 크면 우선 높은 선반에 있는 음식을 몰래 꺼낼 수 있고, 건방진 생각이지만 다른 사람들도 내려다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콘은 물론이고 일반 성화도 사람 눈높이보다는 약간 올려서 걸 필요가 있습니다. 성화는 올려다보아야 합니다.
하느님의 눈을 내려다볼 수는 없으니.
사람은 서서 위를 바라보고 기도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또한, 기도를 노래로 부르면서 찬양도 하고,
둘이서 맞추어 이중창을 부르기도 합니다. 여럿이서 합창도 하며, 다양한 종류의 악기로 화음을 넣어가며
더욱 아름답게 노래할 수도 있습니다. 한편, 피조물의 본능으로 동물적인 면도 있지만, 지성으로는 원리를 깨닫고,
그 원리를 찾기도 하며, 거룩한 분을 향해 감사하기도 합니다. 사람만이 눈에 보이지 않아도 신이 존재함을 알고
내면적으로 그분과 대화도 하고, 그분을 향해 찬양하고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는 넓으면 웅장함을, 높으면 숭고함을 느낍니다. 이콘에서 키가 크다는 것은,
그 사람을 더 높인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특별히 만물의 영장으로 만드셨습니다.
서서 마주 보고 이야기하고, 웃으며 사물을 내려다볼 수 있으며, 노래도 합니다. 하늘을 향해 손을 벌리고
기도하는 자세는 ‘하느님을 닮은 사람’만이 할 수 있습니다.
‘거룩하다’는 것은 어떤 걸까요? 국어사전에는 ‘성스럽고 위대하다’고 표현합니다. 성스럽다는 것은 ‘거룩하고,
고결하여 엄숙하다’고 해석합니다. 성스럽다, 위대하다, 고결하다, 엄숙하다는 표현은 하느님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보이지 않는 전체적인 분위기입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그 닮음은 인간의 의지(뜻)와 하느님의 의지가 서로 통해야만 가능합니다.
알렉산드리아의 성 치릴로 주교(375?~444)에 의하면 의지가 통한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신비입니다.
인간으로 오신 하느님께서 자기 비움과 낮춤으로 즉, 인류의 구원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십자가에서 죽음을 택하신 것을 말합니다. 그 사건은 인간이 하느님을 닮게 창조되었기에 하느님을 닮으려는 길로
들어가도록 도와주는 ‘거울’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그리스도께서 행하신 것은 하느님을 닮아가는
지극히 거룩한 표본이 되었습니다. [작품1]
이콘에서는 우리가 그리스도를 닮아야 한다는 믿음을 표현하기 위해 ‘정면의 모습’으로 하느님과의 만남을 주선합니다.
또한, 몸체를 길게 표현하여 등장인물들의 거룩함을 강조합니다. 아울러 그 모습은 하느님과 많이 닮아있는
성덕의 표현입니다. 구약에서는 하느님을 볼 수 없었지만, 신약에서는 눈으로 볼 수 있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새롭게 하느님의 선하신 사랑과 성스러움, 거룩함, 고결함, 엄숙함을 표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