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퇴근후 아는 지인들과 옻닭을 먹으러
조금은 먼곳이지만 산 아래에 아주 맛있게하는 식당에 갔습니다
음식을 주문해놓고 볼일좀 보러 해우소에 갔습니다.
그곳은 목욕탕과 겸용이라 큰 물통이 하나 놓여있더군요.
그런데 따뜻한 봄날이라서 그런지 어디서 날아 들어왔는지
파리 한마리가 물통에 빠져서 허우적 거리더군요.
이노므 파리가 미친나?-_-
라는 생각을 하는데..
물에빠진 그 파리는 한동안 멍한채 정신을 잃은 것 처럼 보이더니..
금새 정신을 차리고는 열심히 물살을 가르며 필사적인
몸부림으로 헤엄쳐서 물퉁기슭에 닿았습니다.
그리고는 안간힘을 쓰고 프라스틱 난간을 기어올라와서
물통 가장자리에 앉아서 날개를 퍼득이며
몸을 부르르 떨더군요...
이제는 살았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듯 그렇게 보였습니다.
전 그 파리를 손가락으로 튕겨서 다시 물통속으로 떨어뜨려 버렸습니다.
그저 익사해서 금방 죽을 것 같은 파리.
그러나 꺼꾸로 뒤집히지 않아서 파리는 건재 했습니다.
잠시 주춤하는 듯 싶었지만..파리는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열심히 가장자리를 향해서 헤엄을 쳤습나다.
그리고 다시 기슭에 다다르자 난간을 차고 힘차게 기어올라왔습니다.
다시 안도의 한숨을 쉬는 파리..이제부터 어디로 갈 것인가?
골똘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전 또 그 파리를 손가락으로 튕겨서 물통속으로 던져버렸습니다.
파리의 생존능력과 인내심을 알아보고 싶다는 강한 욕구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짖궂은 장난기가 발동한거라구나 할까요-_-
파리는 운좋게도 절대로 꺼꾸로 처박히지 않았습니다.
꺼꾸로 처박히면 두날개가 물에 푹 젖게되므로..
그 무게에 짓눌려서 파리는 절대로 혼자힘으로 일어나기 어려우니까요.
파리는 이제 더이상 삶의 희망을 버리고 그만 지쳐서 죽을 것인가?
그러나 절대로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 파리는 강력한 삶의 희망과 에너지를 가진 위대한 곤충이었습니다.
열번이나 계속된 예기치 않은 재난(?)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생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전 그만.. 그 파리가 저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온 순간순간들..
부지불식간에 찾아와서 저를 녹다운 시킨 그 많은 시련들.
하나의 역경이 지나서 잠시 숨돌릴만 하면 또 찾아오는 시련.
이제는 하도 많이 겪으니까.. 그게 시련인지..인생의 한과정인지?..
신도 저를 제가 그 파리에게 한 것처럼..
저의 생존능력과 인내심을 시험하고 계신 것은 아닌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자..그만 파리가 가여워져서..
그리고 열번의 역경에도 불구하고
결코 누구를 원망하지도 지쳐서 포기하지도 않고..
씩씩하게 풍랑을 헤엄쳐서 기슭에 닿아 살아난 그 강한 도전정신.
삶의 투지가 너무나도 기특해서..
그만 파리를 놓아주고 말았습니다-_-
물론 그 파리는 엄청난 번식능력으로 그 음식점 구석구석에 알을 낳을 것이며..
그 바람에 앞으로 퇴치해야할 파리떼들이 극성을 부리겠지만 말입니다.
그러면서 다시금 자신을 바라보았습니다.
결코..파리보다 못한 인간은 되지 말아야지.-_-
첫댓글 그 파리가 내생에서는 천 년 먹은 구렁이로 태어나 밤에 방으로 들어와 이불 속으로
기어들지도 모릅니다. 살려준 은혜보다 열 번의 혹독한 시련이 깊은 원한이 되어서... ㅋㅋㅋ
옻닭 무섭무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