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3일(화) - 네 가지 이름을 전달하여 발표하기 성품훈련으로 하고, 땅콩까고, 독서일기 쓴 날

[산돌지기]

<성품훈련>

대체 성품훈련이 뭐예요?

새로 온 친구들이 묻는다.

채린: 어, 나쁜 버릇 없게.

요즘 채린이를 보면 말하는 데 군더더기가 거의 없다.

쌤이 생각하는 '답'은 아니더라도

그 질문에 적합한 대답을 하는게,

벌써 자연스러우면서도 돌아보면 신기하다.

아무튼 오늘 성품훈련 시간에는 다시 한번

성품훈련이 뭔지 설명을 간단히 한 뒤,

짝을 지어 가위바위보로 팀을 정하고,

해우-서준-채린-가은

유찬-영휘-세연-가연

이렇게 팀이 정해졌는데,

유찬이네 팀은 팀 이름을 '진팀'이라고 한단다.

ㅋㅋ

얘들아, 그러면 너희는 이겨도 진팀이 된다,

알겠니?

잠시 쌤의 농담을 못 알아들은 아이들이,

아, 왜요?

하다가 아아~~

하면서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묘한 표정으로 웃는다.

이겨도 진팀이 되는 진팀이랑,

하늘팀이 사물 전달하기 게임 시작.

쌤이 미리 적어온 종이를

첫번째 주자에게 보여준다.

가위, 자, 연필, 필통.

이렇게 네 가지 사물을 기억했다가 다음 친구에게 전달해준다.

그런다음 다음 친구가 다음친구에게

마지막 친구가 앞에 나와서 자신이 들은 사물을 발표한다.

너무 쉬울 것 같다고요?

첫번째 문제, 하늘팀이 세 개를 맞췄다.

개미, 거위, 원숭이, 고양이.

진팀은 두 문제 맞추고.

자세와 규칙에 따라 벌점과 가산점 있다.

훈련 시간이 되고 보니,

확실히 훈련을 많이 해본 친구랑

신입생들이랑 차이가 난다.

보람도 있고 희망도 생긴다.

많이 훈련한 만큼 잘 해내니 보람이요,

이제 신입생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잘 해낼 것을 생각하니 희망이로구나~ 얼쑤!

하지만 한 팀 안에는

형과 오빠도 있고 동생도 있다.

누가 혼자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

열심히 잘 설명하고 열심히 잘 들어야 많은 단어를 기억하여 발표할 수 있다.

유찬이가 3학년답게 의젓한 자세로

처음부터 끝까지 훈련을 잘 한다.

그래서 그렇다고 칭찬을 했더니,

하는 소리가,

"아니에요, 3학년이라도 잘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아세요?"

ㅎㅎ

자기가 잘 하는 게  3학년이라서가 아니라

'자기'가 잘 해서 그런 것임을 강조한다.

왜 아니라니,

그래서 선생님이 신기하다는 거지.

1학년들의 태도가 많이 좋아졌다.

제법 자리를 잘 잡고 앉아서

규칙도 잘 잊지 않고 잘 지킨다.

단, 귓속말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1학년들이 기억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분명히 듣긴 들었는데

그게 뭐였지?

돌아서면 잊어버리곤 해서

앞선 친구에게 여러번 설명을 듣곤 한다.

잘 들었다가도

앞에 나와서 말하려고 하면 잊어버린다.

아직 익숙지 않은지 서준이가 (기억력이 좋다고 엄청~ 자랑하는~)

많이 기억을 하지 못했다.

아이들은 성향상 자기 중심성이 강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싶은 대로 듣는 경향이 있다.

일기를 쓰거나

다른 활동을 할 때 쌤이 하는 방법을

설명을 해주면

그때는 듣는 것 같은데,

자, 이제 시작,

하면 선생님 어떻게 하는 거예요?

하고 묻는다.

특히 1학년들은 이런 경향이 강한데

그래도 듣기 훈련을 하루라도 먼저 한 친구들이 한결 낫다.

오늘 보니 가은이가 듣기 훈련이 많이 발전했다.

쌤이 보여주는 낱말도 나름대로 잘 기억을 했고

전달도 제법 잘 했고

발표할 때도 들은 것의 절반 정도는 기억하고 발표를 했다.

현재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이런 발전이 있는 모습이 쌤은 좋다.

발전을 한다는 것은

아이가 스스로 보이지 않는 노력을 했다는 뜻~

가연이는 제법 여유있는 모습이다.

태도도 좋지만 기억도 잘 한다.

영휘의 발전도 보인다.

짜증이나 불평이 한 마디도 없다.

발표할 때 좀 서둘러서 하려고 한 걸 빼면

전체적으로 훈련 태도가 많이 좋아진 걸 느낀다.

세연이랑 채린이를 보면 쌤이 무척 흐뭇하다.

나이는 같지만 2학년이라고 훈련을 훈련답게 잘 할 뿐 아니라.

단어 기억도 아주 좋다.

쌤이 오늘 느낀 것,

성품훈련을 잘 하면

공부도 잘 하게 되는구나.

해우는 훈련에 자세가 딱 잡혔다.

동생들이 잘 못할 때 좀 속상해 하는 제스쳐가 있다는 것빼고는*^^

총 12문제를 팀당 6개씩 해봤다.

오늘은 해우가 속한 팀이 진 최초의 날이 되었다. (이로써 아이들 사이에 퍼져있던

속설 - 해우가 들어간 팀이 이긴다는 - 이 깨지게 되었다)

유찬이네 팀이 3:7로 이겼는데,

이 팀은 이겨도 진팀~~

<음악>

고향의 봄

노래로 배웠다.

의외다.

아이들이 이 노래를 참 좋아한다는 느낌이 든다.

왜 그랬냐 하면

일 절을 먼저 불렀는데,

2절까지 해요~ (유찬)

한번 불렀는데

또 해요~ (아이들)

두번 불렀는데,

계이름으로 해요~ (유찬)

이렇게 서너번 부르고,

무슨 노래가 하고 싶냐고 했더니

주의 자비가 내려와내려와.

정말 쌤이 기타만 안 친다면...

이 순간을 동영상으로 담아두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가은이가 내가 율동을 하겠다고 자청해서

쌤이 앞으로 나오랬더니

가연이가 자기도 한단다.

그래서 둘이 앞으로 나오라 했더니

가은이는 나온다는데

가연이 안 나온단다, 부끄럽다고.

해서 그럼 그냥 자리에 서서 하자고 가은이가 말해서

둘이 함께 서서 하기로 했다.

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서서,

가연가은을 따라서 율동을 합니다~~

주의 자비가 내려와 내려와~

하는데

아이들이 가연가은을 따라서 똑같이 하는데,

가연가은이 생긴 것도 똑같은데

율동도 똑같이 하는 모습을 보자,

하면서 배꼽을 잡고 웃는다.

특히 눈을 가렸다가 떼는 장면에서는

아이들이 따라하면서도 웃겨서

교실이 완전 깔깔깔 웃음의 도가니가 되었다.

나중에 황권사님 증언에 따르면

교실이 들썩들썩 너무 흥겨웠다고

덕분에 권사님도 흥겹고 좋았다 하신다.

가연가은이 이 방면에서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니

너무 기특하고 예뻤다.

그래서 대체 같은 노래를 몇번을 더 했는지 모른다.

<영어회화>

되게 오랜만에 영어회화를 한 기분이다.

오늘 문장은 잇 소 야미.

츄 잇 웰.

너무 쉽지?

하니 아이들이 다들 쉽단다.

그래서 반복해서 따라하고

앞에 나와서 해볼 사람?

했더니, 2,3학년이 모두 손을 든다.

한명 한명 시켜보니 다들 잘한다.

좀 달라진 점은,

세연, 채린, 해우가 아주 자신이 있어졌다는 거다.

아무래도 이건

스테이시 선생님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특히 눈에 띈 건 세연의 발음~~

제법 영어답게 잘 하네, 흠흠.

유찬이는 영어학원을 다녔다고 하면서

이 정도는 아주 우습다는 듯 척척.

앞에 나와서 역할극으로 해볼 사람,

했더니 유찬이랑 세연이랑 손을 든다.

시켜봤더니 너무 잘해서 시시하다.

유찬이는 자기가 해놓고도

너무 시시해서

괴로워서 죽으려고 한다. ㅋㅋ

몸을 꼬고 칠판을 벅벅 긁어대면서

사내 대장부가 어찌 이런 시시한 두 문장에

목숨을 걸었던고,

하는 듯이 괴로워한다.

해서 쌤이 유찬이에게는 특별히 6문장 외우기 숙제를 내줬더니,

또 숙제는 죽었다 깨나도 싫다고 해서

두 문장으러 줄여줬다.

3학년이 어찌 아래 학년들과 동일한 목표를 가질소냐.

1,2 학년은 듣고 따라하면서

천천히 외워도 되지만,

3학년은 안 배웠던 앞의 문장까지 함께 외워야 하지 않을까.

서준이 무슨 일인지

처음부터 책상에 엎드려서 징징~

시디를 따라하지 않는다.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허용되지 않기에

참여하라고 했더니

눈물까지 글썽이며 안 한다.

옆에 있던 영휘가,

"이럴 땐 그냥 가만히 두는 게 좋아요."

하고 조언을 한다.

그 말이 구세주같다.

응, 그래? 그럼 그렇게 하자.

하고는 그냥 가만히 두고

수업을 진행했다.

아이가 심심해서 엄마랑 밖에 나가서 노는 장면이 진행되자

어느 새 서준이가 고개를 들고

다음엔 뭐가 나오나 보고 있다.

영휘의 조언이 아주 적절했다.

(당케~ 영휘>

때론 쌤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를 때가 있는데

이럴 때 아이들의 지혜와 경험을 빌어야겠다.

<달리기>

성품 훈련 끝나고 달리기를 했다.

이때 흥미로운 광경 하나를 발견했다.

서준이가 형의 팔의 살을 깨물고 있다.

그런데 유찬이는 그걸 또 그냥 둔다,

그냥 두는 정도가 아니라

굉장히 어른스러운, 꼭 느낌이

젖 먹이는 엄마가 아이 쳐다보는 듯한

그런 표정으로 서준을 바라보고 있다.

서준은 또 젖먹는 아기처럼 형의 살을 빨고 있고~

하여간 못 말리는 형제애다.

저런 사랑을 평생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속으로 치우도 해우한테 좀 저렇게 하면 좀 좋아?

ㅎㅎ

아니아니, 치우의 쿨한 정신도 좋아좋아~~

쿨하다 못해 꽁꽁 얼어붙을라고 해서 그렇지*^^)

<땅콩까기>

땅콩을 심기 위해 작년에 수확해둔 땅콩을 꺼냈다.

원래는 씨앗용 땅콩을 얻기 위함이었다는 얘기.

아이들에게 아까 훈련할 때 팀별로 앉으라고 했더니,

이번엔 남녀 팀으로 해보겠단다.

좋아,

그럼 그렇게 하자.

하고 남녀 대항 땅콩까지 시합을 했다.

점심시간에 나가서 놀아야 하는데

비가 와서 다들 들어와 있었던 남는 시간.

이 시간을 그냥 흘려보낼 리 없는 장샘.

그냥 까라고 하면

손 아프게 누가 까겠냐마는

남녀 대항으로 한다니

다들 결기를 번뜩이며 땅콩에 달라붙는다.

남자팀들은 시종일관 투덜투덜,

까보니까 손도 아프고 속도도 느린데,

여자팀을 보니

다들 야물딱지게 잘도 까는 것 같다.

원래 여자들은 손으로 하는 일을 잘 한다는 둥,

그래서 바느질도 뜨개질도 잘 한다는 둥,

자신들이 느린 것을 엄청 방어하는데...

까다말고 여자 팀 바가지를 들여다보러

수도 없이 왔다갔다 하고~

15분간인가,

하여간 이제 그만,

하고 쌤이 저울을 가져왔다.

그리고 두구두구두구두구~~

아니,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남자 팀(남자팀이 질 것 같아서 먼저 쟀다)은 174 그람.

여자 팀 172 그람 (오늘 쌤 기억력 엄청 좋다~)

2그람 차이로 남자팀 승리다.

유찬이가 좋아서 펄펄 뛰며 춤을 춘다.

기대 밖으로 이겨서 그런 거 같다.

대체 2 그람이면 땅콩이 몇 알일지 궁금해서

재보니,

딱 두 알이다.

딱 두 알을 더 많이 까서 남자팀 승리~

<독서일기>

오늘은 그림책 수업 대신

독서와 독서일기 시간을 가졌다.

사실 학교 수업 시간에 독서 시간이 따로 있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해서

이렇게 종종 사정이 생겨서 (창샘께서 어딜 가시기로, 원래 되어 있어서~)

시간표가 바뀔 때 가끔 해보게 된다.

아무튼 25분 정도 책을 읽게 하고

(영휘는 쌤이 읽어주고)

독서일기를 썼다.

1학년은 날짜, 책 제목, 지은이, 그린 사람,

이렇게 네 가지만 적고

인상적인 장면을 그리게 했다.

2학년은 여기에 덧붙여 읽은 책의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한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책의 내용을 요약하는 과제를 냈다 .

유찬이는 나쁜어린이표를 읽느라고

쓰는 시간이 거의 없어서

숙제로 냈고,

다른 2학년 친구들은 그림과 쓰기를 했다.

해우는 아직도 쓰는 부분에서는

별로 흥미가 없는지,

함정 그림만 자세하게 그렸다.

채린이는 책을 아주 짧게 잘 요약을 해서

쌤이 아이들에게 보범으로 보여줬다.

세연이는 오늘 놀란 것이

글씨를 너무 예쁘게 잘 쓴 데다가

내용도 아주 길게 (띄어쓰기까지도!!)

써서 (요즘 세연이 이런다니요~~)

칭찬을 많이 받았다.

1학년들도 나름대로

그림을 열심히 그렸고,

책에 관한 정보를 잘 옮겨적었다.

하루가 꽉 찬 느낌이랄까.

아이들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로 산다.

산돌지기...

[보더기]

오늘 일기도 꽉 찬 느낀이예요.!
처음으로 신입생, 편입생, 재학생(우아~~! 굉장한데요) 다 모여 오골오골 노는 모습도 꽉~! 차 보였고.
샘! 채린이 수놓는 바느질은 아직도 대략난감 새로 그려서 해야 할 것 같아요!
근데 채린이 속한 팀이 진다는 속설은 없네요. 대충 그렇던데... 호호호

[산돌지기]

ㅎㅎ 아니예요,
채린이가 해우랑 팀되면 이겼어요, ㅋㅋ
근데 어젠 해우랑 되고도 졌지요, ㅎㅎ

[손미순]

학교가는 것을 너무도 좋아하는 영휘와 서준이 유찬이여요 .작년과 달라진 2 학년들을 보면서 우리 아이도 내년되면 더 멋져지겠지 하는 기대가 생겨요

[산돌지기]

아니 벌써 영휘가 얼마나 대견스러운지~
스스로도 대견한지 씩 웃으면서 날 쳐다볼 때 너무 예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