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blog.chosun.com/cheonhabubu/4207255
![]() | ||||
1 사람들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좋아합니다. 역사 이야기도 정사보다는 야사가 더 재미있습니다. 소설이란 원래 있을 수 있는 이야기이거나, 있었던 이야기를 쓰는 실화소설이거나 간에 재미가 있을수록 좋은 이야기가 됩니다. 재미있게 쓰여질지 매우 조심스럽게 그녀는 소설처럼 이야기를 꾸려가려 합니다. 비교적 자유분망한 그녀는 이번 여행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녀는 그녀가 만났던 사람들을 스케치하는 소설을 쓰고 싶었는데 그 중 제일 먼저 쓰고 싶은 사람의 이야기로 '키 큰 남자' 스토리를 정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있을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또 있었던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일을 이야기하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로버트 제임스 윌러가 쓴 실화소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사진작가 로버트 킨케이드와 가정주부인 프란체스카간의 나흘간의 사랑처럼, 그녀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6일간의 크루즈 여행에서 간절하고 짜릿한 연애를 해 보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배에서 내리면 영원히 안녕, 하면 되는 아주 편리하고 간단한 사랑 정도 해 봄 직하기도 하다고 생각한 것이겠지요. 그렇게 그녀에게 걸려든 사람이 바로 키 큰 남자라 불리는 사람입니다.
"언니, 뭐 재미있는 일은 없었어?" 가까운 후배가 자꾸 여행 중 재미있는 일은 없었냐고 묻습니다. "왜 없었겠어." 그녀는 짐짓 말합니다. "그럼 빨리 이야기 해 주어야지." 그 후배들이 불을 질러 더 멈칫거릴 수도 없이 그냥 키 큰 남자를 도마에 올리기로 합니다.
2
그녀는 망망한 대서양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배는 9층까지 있는 승객 600 명의 도이칠란드호. 26일간의 여정으로 그린란드의 빙하를 보러 가는 크루즈 여행입니다. 그녀는 8층 도서관이나 9층 라도 그릴을 자주 갑니다. 배에서는 가장 높은 곳, 밖으로 확 터진 것이 그녀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컴퓨터에 여행기를 쓰거나 사진을 담아 정리를 하거나 여행 중의 풍광을 작은 스케치북에다 그림을 그리려면 언제나 9층 라도 그릴로 갑니다. 그곳에는 웨이트레스들이 맛있는 차를 갖다 주고, 더러 간식도 갖다 주고, 애잔한 바이올린 선율의 음악회가 열리거나 그랜드피아노가 명쾌하게 울리기도 합니다. 그곳 바다 쪽으로 난 창문 양쪽 구석진 곳에만 전기 코드가 있어서 컴퓨터를 쓰려면 그곳에 앉아야 합니다. 그녀는 늘 오른쪽 구석을 차지하여 앉습니다. 아무에게도 영향을 끼치지 않고 남에게 방해되지 않는 구석자리입니다. 대서양 바다가 한 눈에 다 보이는 시원한 곳이긴 하지만 남의 눈에는 잘 띠지 않는 곳, 그런데 언제 부터인지 키 큰 남자가 언제나 그녀의 건너편 왼쪽 구석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 걸 알았습니다. 그녀가 컴퓨터의 자판을 한참 치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면 키 큰 남자는 화들짝 놀라며 바다 쪽으로 얼른 고개를 돌리곤 했습니다.
그가 그녀 일행의 눈에 띤 것은 첫 번째 귀항지 관광을 갈 때였습니다. 배에서 내려 스코트랜드의 작은 도시 러윅을 들렀을 때, 영어가 좀더 듣기 편한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버스에 함께 탔습니다. 현지 가이드가 물을 때, 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남자라 했고, 배가 불룩하게 나온 프랑스 파리에 사는 남자 한 사람, 그리고 미국 캘리포니아에 산다는 중년의 부부와 그녀의 일행 일곱 사람이 한 버스를 탔습니다. 도이칠란드 호는 독일 정부에서 운영하는 배처럼 거의 모든 승객이 모두 독일 사람이었고 아시아 사람도 처음 태워보는 일이라 했습니다. 한국을 모르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지는 처음 알았지요. 러윅에서 당나귀 농장에 갔을 때, 농장 주인이 농담으로 말했습니다.
미국 사람은 당나귀를 보고 "그 당나귀 무게가 얼마나 나가나요?" 독일 사람은 당나귀를 보고 "그 당나귀 얼마짜리이지요?" 모든 사람이 와아 하고 웃을 때 그녀는 키 큰 남자를 보라보았습니다. 그는 싱겁게 웃었어요. 그는 미국 사람의 대표처럼 크림스프는 무거워서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칼로리가 너무 많은 음식이란 말을 그는 무겁다(헤비)라고 표현하더군요. 그녀는 그 완만하고 야트막한 초록 언덕이 있는 곳에서 지천으로 하늘거리는 야생화를 바라보았습니다. 키 큰 남자가 그곳에서 들꽃을 만지고 있었어요. "그 꽃엔 독이 있어요." 메디슨 카운티의 디리에서 처음 만난 날, 농담으로 말하는 프란치스카의 말을 곧이듣고 놀라서 꽃을 후루룩 땅에 떨어뜨리던 네쇼날지오그래픽의 사진기사 생각이 나서 그녀도 "그 꽃에 독이 있어요." 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계속>
| ||||
첫댓글 스토리가 탄탄하게 잘 나갑니다.태무씨. 며칠 전 무호스님이 수지 온 김에 자신이 조각한 거사의 낙관을 준 것 까지는 좋은데.... 에공! 딴 걸 가져와서...
소리울 태무님 진주여고 28회 안병남 간사입니다 좋은 후배를 만났다고 기뻐했는데 글이 너무 좋습니다 자랑스럽습니다 계속 멋진글 부탁합니다 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