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퓨리오사 - 매드맥스 사가>
1. 영화 <매드맥스> 시리즈 속 배경이 되고 있는 황폐하게 파괴된 지상의 땅은 폭력과 힘이 지배하는 세계이다. 모든 것이 사라진 공간 속에서 생존하고 있는 몇 개의 세력이 중요한 자원을 나누어 가진 채 대립하고 있다. 하나는 물과 식량을 소유한 집단이며, 다른 하나는 가스(에너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또 다른 집단은 ‘무기’를 갖고 있다. 이들은 각자의 필요성에 따라 물자를 교환하면서 살아가지만 언제든 상대편을 제거하여 모든 것을 독점하려는 야심을 갖고 있다. 결국 지상의 땅은 ‘힘에 의한 충돌’이 벌어지는 전쟁터이자,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벌어지는 원초적인 세계이다.
2. 지상은 이들의 세계만 남아있지 않다. 폭력적인 남성들이 지배하는 기지 이외에 소수의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살고 있는 숨은 공간도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공간이 노출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영화는 여기서 살고 있던 한 소녀의 운명적인 떠남과 고난 그리고 영웅의 탄생을 그린다. 그것은 고대의 영웅을 노래한 북구 유럽의 신화 ‘사가’와 닮아있다. 영웅은 이 시대의 불의와 모순에 침묵하지 않는다. 그의 위대성은 용기와 지혜를 통해 직면할 수밖에 없는 악과 투쟁하며 승리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어떤 시대이든 ‘악’의 본질은 유사하다. 그것은 결국 인간의 존엄을 짓밟은 잔혹함에서 파생하는 것이다. 소녀의 이름은 ‘퓨리오사’이다. 그녀는 자신에게 닥친 운명의 냉정함을 견디며 삶의 지혜와 폭력의 기술을 학습한다. ‘악’과 싸우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그러한 학습은 아이러니하게도 ‘악’의 공간에서 그들의 기술을 습득하여 이루어진다.
3. 가스기지를 장악한 세력에게 납치된 퓨리오사는 그녀를 찾으러 온 어머니의 끔찍한 죽음을 목격하지만 어쩔 수 없이 집단의 우두머리와 같이 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녀의 삶은 각 세력들의 다툼 속을 전전하면서 차츰 강인한 모습으로 변모한다. 뛰어난 전사의 모습을 갖게 된 것이다. ‘전사’로서의 여성, 그것은 남성들이 지배하는 폭력적인 세계를 거부하는 ‘이질적인 존재’이다. 여성들은 남성들에게 철저하게 종속당하고 있다. 아이를 낳는 도구로 사용되다 버려지기도 하며, 철저하게 도구적 존재로만 이용되는 것이다. 아니 그것은 여성 뿐 아니라 힘이 없는 모든 존재들에게 닥친 상투적 비극에 불과하다. 권력이 가진 자들만이 그 시대에 누릴 수 있는 쾌락을 독점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을 철저하게 도구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권력의 마약에 중독된 채 무력한 충성을 바치며 살아가고 있다. ‘야만의 세계’는 결국 소수만이 자유롭고 모두가 노예인 세계이다. 인간에게 부여된 ‘자유’의 양이 불평등할수록 그것은 폭력의 세계이며 퇴행의 공간일 뿐이다. 지상의 황폐함은 인간의 자유에 대한 억압 속에서 더욱 심화된다.
4. 퓨리오사는 폭력과 억압이 지배하는 세계에 대하여 강렬한 도전을 제기한다. 퓨리오사의 꿈은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상징적인 이상향일 뿐이다. 그녀에게 주어진 과제는 현재의 악과 투쟁하며 자신의 자유와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영화는 그녀를 억압하는 세력 -그것은 인간을 힘에 의해 차별하고 약자의 자유를 장악하는 세력이다- 과 투쟁하며 불모의 땅에서 새로운 희망을 개척하는 그녀의 모험을 따라간다. 때론 조력자를 만나 인식의 변화와 기술적 향상을 얻게 되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자신의 힘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다. 영화 마지막 장면, 그녀는 어머니를 죽인 자에게 복수하지만 복수가 끝이 될 수 없다. 또 다른 악의 존재들이 폐허의 땅에 넘쳐나기 때문이다. 권력을 잡기 위한 끔찍한 폭력과 경쟁은 끝이 날 수 없는 것이다.
5. 그녀의 모습과 그녀에게 주어진 과제는 신화 속 영웅의 탄생이자 영웅이 벌여야 하는 모험과 유사하다. 헤라클레스가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괴물들을 제거하였듯이, 그녀 또한 광기로 가득찬 폭력과 맞서야 할 운명인 것이다.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영웅, 그 영웅을 ‘여성’으로 표현한 것을 두고 사람들은 ‘페미니즘’ 논쟁을 벌인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한가? 문제는 이 세상이 악과 어둠으로 가득찰 때 누구든 그것과 싸워야 한다는 사실이다. ‘여성’은 하나의 상징이다. 공동체 속에서 약자로 살아야 했던 존재의 새로운 변화이기 때문이다. 위기의 시대, 어떤 형태의 삶을 살았던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은 위기에 대해 무력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힘에 대한 한계를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에서 도전을 추구하는 존재가 ‘여성’이라는 점에 대해 논쟁할 것이 아니라, 누구든 제대로 된 생각을 가진 사람이면 변화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럼에도 영화 속 퓨리오사는 처음부터 특별한 재능과 자질을 가진 존재로 등장한다.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지만, 아무나 영웅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끔찍한 황폐함과 조우할 때 우리는 무엇을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가? 영화는 공포스런 질문을 던진다. 쓰러질 것인가, 굴종할 것인가, 아니면 저항할 것인가, 근본적으로 우리는 자유로운 인간으로 살고 죽을 수 있는가?
첫댓글 - 자신의 힘에 대한 한계를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추구해야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