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브길 모퉁이 프라타너스 나무가지에
바람이 걸쳐있는걸 보니
이젠 겨울로 가나 보다...
한 줌 대뇌 뒷편 뒷골이 하루 일과에 힘을 잃은채
어둠에 휩쌓인 진회색 건물을 나서며
모퉁이 돌아설 즈음 차 창문을 내리고
초 겨울 내음 풍기는 바람을 즐기려 한다.
늘 지나치는 양재시민의 숲 돌아 첫 신호등..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에 여럿 늘어서 있다.
어디선가 본듯한 낯익은 모습도 눈에 뜨인다.
눈이라도 마주 치면 미소를 띄워 보내고픈
선한 얼굴의 사람도 있다.
족히 120키로는 나갈듯한 왕 덩치의 청년..
그는 장가를 갔을까 ?
긴 머리가 유독 이뻐 뵈는 아가씨,
그 에게는 어떤 사랑의 자국이 가슴을 훑고 지나갔을까 ?
전혀 가깝지 않아도 가끔은, 남의 삶 과정을
엿 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재수 할 때쯤 이던가..
다소는 멍청한 듯한 눈빛을 가졌던 여자 애
존레논 "러브" 가사 처럼
사랑이 터치라고 하듯..
이 초겨울 한올 바람처럼 다가온
짧은 시간 손끝으로 부터 전해온 그 터치..
그 느낌..
그렇게 그 에게 사랑이란 것을 배우면서..
그 다음 다음해 그는 내게 짤막한 한마디를 남기고
내 시야에서 사라질 때 까지..
나는 단 몇 분의 만남을 위해 몇 시간씩 그가 지나는
길목 어귀에서 서성이곤 했다.
그 후 내 기억속의 그는
20 수년이 지난 어느날 불현듯 나타나
자기의 죽음을 알리고는
내 안의 기억에서 생을 마감한다.
내게 있어 사랑은 늘 기다림이거나 끝이다.
곧 그것은 고통이고 슬픔이다.
나는 그렇게 사랑이란 것을 배우고 익혔다.
유독 계절이 바뀔 때면 의미 없는 길가를 바라보며
깊은 밤 창문을 두드리는 한바탕의 바람소리에도 불현듯 깨어
담뱃불 부치는 것이 때묻은 나의 오랜 습성이고
나의 삶 자체라고 느끼며 그렇게 한 세상을 살아 왔다.
구름 사이로 산과 또 하나의 산 사이로 초췌한 바람이
길목 어귀의 서성거림 처럼 서성인다..
커브길 모퉁이 프라타너스 나무가지에
바람이 걸쳐있는걸 보니
이젠 겨울로 가나 보다...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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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겨울로 가나 보다...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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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1.17 16:25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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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어디쯤 가고잇을까?
주말에 용평에 갔다왔는데..발왕산 꼭대기 거기 겨울이 오고 있던데..??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길목이 너무 황량해서..젊을때 보다 나이 들어서는 한살 더 보탠다는 두려움도 섞여서 ..그래서 초겨울로 가는 길목은 아프고 시린가보다..
구름사이산..길목어귀..프라타나스나무를 지나고 예찬의 글 단락단락을 돌아 내게 까지 오는 겨울..
계절도 겨울로 넘어가고 마음도 겨울일세~
싫어 싫어 ! 왜 벌써 가을이 간다고 그러는거야? 잉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