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 표기법을 바꾸면 영어실력이 좋아진다구요?
오늘 신기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영어 교육에 대해서 밀실 공청회를 여셨다구요. (밀실이란 단어와 공청회란 단어가 같이 쓰이니 우습네요. ^^) [관련기사 : 패널 선정 '입맛대로'… 쓴소리 없는 '코드 공청회' / 한국일보 2008.1.30]
여기서 이경숙 위원장님이 외래어 표기법을 손봐서 국민의 영어실력을 늘리시겠다는 발언을 하셨다고 합니다. (물론, 언제나 그랬듯이 나중에는 "위원회 공식의견은 아니다."라고 하셨다지만... 이미 신문엔 보도가 되었습니다) 아주 재밌는 발상입니다. 또한 아주 우울한 발상이기도 합니다.
재밌는 발상이라는 측면, 즉 칭찬드릴 부분에 대해서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한글은 국제 음성 학회 등에서도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위대한 "글자"입니다. 그래서 몇몇 학자분들은 세계 음성 표기 기호를 한글로 제안하는 등의 여러가지 의미있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한글 표기를 조금만 개량하면, "한글"로 전세계 모든 음성언어를 바르고 정확하게 표기할 수 있습니다. 이게 한글의 우수성입니다. 하지만, 그런 표기를 실생활에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여태까지 말씀드린 것은 바로 "발음기호"로서의 한글의 위상을 말씀드린 것입니다.
즉, 영어사전에 보시면 [ ] 안에 쓰여 있는 발음기호로서의 의미입니다. 영어에서 발음기호로 표기하지 않고, 발음과 차이가 나는 알파벳을 사용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발음기호"가 영어의 부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외래어는 우리말의 일부입니다
초등학교에서 배운 기억이 나네요. 외래어와 외국어의 차이 말입니다. 말씀하신 "오렌지"는 "외래어"입니까, "외국어"입니까?
오렌지는 외래어입니다. 외래어는 "우리말"에 속합니다. 굳이 알려드리자면, 외국어는 말 그대로 "다른 나라의 말"입니다. 외래어에 해당하는 것은 "라디오, 버스, 텔레비전, 주스" 등이 있습니다. 반면, 외국어에 해당하는 말은 "글로리, 프레스 프렌들리, 브레이브, 엘레강스" 등이 있겠지요.
그리고, 외래어 표기법은 "국어 어문 규정"으로 규정합니다. 역시 여기에는 외래어 뿐만 아니라 외국어의 표기도 규정하고 있습니다.
왜 표기법이 존재할까요? 그것은 당연합니다. "Orange"라는 것을 정확히 한글로 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위원장님의 말씀을 받아적은 기사를 보실까요? "오린지, 오뤤지"등 여러가지로 썼습니다. 아예 Orange라고 쓴 표기도 보입니다.
왜 그런지 아시죠? 그건 "영어발음은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들리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 모든 표기는 "한글"로 표현하는 순간 "원발음과 멀어지게"됩니다. 왜냐 하면, 여기엔 억양과 강세(액센트)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날고 기어도, Orange란 발음을 한글로 정확히 표기할 수 없습니다. (적어도 한국어에 없는 강세나 억양을 부수적으로 표시하기 전에는 말입니다. 음성기호로서의 한글에서와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헷갈리지는 않으시죠?)
그런데, 오렌지라고 왜 쓸까요? 그것은 오랫동안 굳어진 관용표현이기 때문이기도 하며, 일반적인 우리나라 국민들이 널리 쓰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굳이 "라디오"라고 안하고 "레이디오"라고 쓰시는 유식한 분들도 계시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때 "라디오"는 외래어이고 "레이디오"는 외국어를 흉내낸 말 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의 강좌를 참고하십시오. 난이도가 중2에서 고1수준이니 그리 높지 않습니다.
외래어 표기법, 문제 있긴 합니다
중국어나 일본어의 표기문제부터 시작해서, "된소리(ㄲㄸㅃㅆㅉ)"를 인정하지 않는 것, 받침으로 한정된 자음만 사용하도록 하는 것 (커피숍은 맞고 커피숖은 틀린 표기죠) 등에 여러가지 의견들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하지만, 그런 학자들조차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 표기법을 바꾸자는 식의 말에 찬성을 할지는 의문입니다. 외래어 표기법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것은 "외래어를 원음에 가깝게 표기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고, 그것은 우리말의 과거와 미래에 관련된 문제이기도 합니다. 절대로 "영어"와 관련된 것은 아닌 것으로 압니다.
발음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그리고, 위원장님의 영어 접근 방법은 "발음위주"였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식 영어가 지배하고 있지만, 실제로 전세계는 미국식 영어, 영국식 영어, 자국민 위주로 발전된 영어 (호주, 인도, 아프리카 등지)로 나뉘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또한 그 발음은 이질감을 느낄 정도로 심하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영어를 못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영어를 잘하려면, 물론 억양과 발음도 중요하겠지만, 그것보다 앞서서 "어휘"나 "말하는 법"이 더 중요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쉽게 말하자면, 발음이 원체 "토속적"이라고 할지라도 언어 구사능력이 뛰어나면 외국인과 소통하는데 큰 지장이 없듯이 말입니다. 얼마전까지 UN사무총장을 하던 "코피아난" 총재의 영어 발음을 듣다보면, 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분의 영어는 전세계에서 통용되기에 큰 문제는 없는 수준이며, 어휘 구사 능력에 있어서는 외교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발음위주의 접근, 영어를 못하는 것이 오직 "발음"에 있다는 식의 접근은 조금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할 문제입니다. (전혀 상관이 없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발음 교정은 쉽지 않다는 것도 압니다.)
또한, 영어공부 할 때, "한글로 발음을 적어놓고 공부하는 방식"은 금기사항이 아니던가요? 물론, 외국에서 급하게 써야 하는 "SOS 영어 한마디" 이런식의 책에는 더듬거리면서라도 읽도록 한글 발음표기를 하긴 합니다. 그러니, Orange를 배울때 아래 발음과 같은 소리를 듣고 "소리"로 배워야지, 그걸 "오뤤지"라고 비슷하게 써서 외우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이라고 들었습니다. (거의 모든 언어에 통용되는 이론으로 알고 있습니다.)
프레스 프렌들리란 말을 공식적으로 쓰지 마십시오
영어를 아무리 좋아해도 그렇습니다. "엘레강스"하시고 "스마트" 하신 분이라면 "프레스 프렌들리" 대신에 "언론 친화적"이란 말을 쓰십시오. 배웠다는 분들의 "외국어 남발"때문에 우리나라 말이 오염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유식한 분들은 우리말의 아름다운 어휘를 골라 쓰실 것입니다. 아무리 영어가 좋아도 우리말이 버젓이 있는데 왜 영어로 표현을 하십니까? (또한 "후렌들리"와 Friendly의 발음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프렌들리로 쓴 것은 말씀하신대로 외래어 표기법 규정에 의한 것이지만, 그것을 후렌들리로 쓴다고 영어 실력이 늘어나리라곤 생각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대통령 인수위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영어를사용한다는 것은 "국제화"가 아니라 "자신을 잃은 국제 망신" 아닙니까?
오렌지는 우리말의 일부인 '외래어'입니다
오렌지는 영어가 아닙니다. 한국어 속에 포함된 "외래어"입니다. 그 근원이 영어에서 왔지만, "오렌지"라는 표기를 쓰는 순간 우리말이 되는 것입니다.
현행 외래어 표기법을 더욱 원음에 가깝지만, 실생활에 사용하기 쉽게 바꾸겠다는 식의 정책이라면 얼마든지 환영합니다. 하지만, 그 정책을 이번 영어교육 공청회처럼 "밀실"에서 "찬성하는 한쪽 사람만" 초대하고, 자료를 통제하며, "관람조차도 맘대로 못하게"하는 식이라면 반대합니다. 적어도, 위원장님의 사상이 "공산주의 독재"가 아니라면 말입니다. (공청회는 말 그대로 모두가 같이 모여서 토론하는 열린 장이어야 합니다. 공산주의 독재체제 에서나 "거수기"들 모아 놓고 찬양을 하겠지요.
제발 인수위에서 "국어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발표가 나오길 기대합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님도 자주 틀리시는 "맞춤법, 표준어 규정"을 비롯해서 "외래어 표기법"에 이르는 기본적인 사항부터 강화한다는 발표를 기대해 봅니다.
영어를 잘하려면 우리말도 잘 해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한글 맞춤법은 잘 모르면서 영어 철자에는 목을 매는 식의 모습은 그렇게 아름다운 "한국인"의 모습은 아닙니다. 부탁드립니다. 국어 교육에도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미디어 한글로
2008.1.31
media.hangulo.net
첫댓글 숭례문도 그렇고......조선 말살 정책? 태조왕과 세종대왕이 정말 무덤에서 벌떡~~~ 니들 다 주거쓰~~~
ㅠ.ㅠ,,,,자꾸 겉돈다는 느낌만 듭니다,,방향을 제대루 잡아야되는디,,,
시나브로!~~ 차츰 차츰 나아가면은!~~~
맞는말씀~
내생각은 이렇습니다.지금은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을때 입니다.MB가 열심을 낼려합니다. 울손으로 선택한 지도자입니다.시작하기도 전에 의견이 다르다고 잘못된건 아니라 생각합니다.그냥 지혜를 모으고 힘다해서 해본뒤 잘못되면 그때라도 ...늦진않을거라 생각되여...비판을 하기전 거기에 대한 대안 제시도 함께하면 더 멋진 울 국민될거예요...종이생각~
음~ 행정수도때도 그랬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뭐~ 반대를 위한 반대만 아니라면 누구라도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수 있어야 민주주의가 아닐까요?
시나브로! 차츰 차츰 썩어들어가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