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키움 문을 닫으며, 발표회 엠티에서 열린 1회 콜로키움의 초대 발언을 글로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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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가 당신에게 춤을 청할 수 없는지.
들려줄게요.
1. 예쁜 당신에게 거절 당하는 것에 대한 근원적 공포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의 내용을 빌려, 사람을 '유전자 전달 기계'로 보는 관점에서 설명해 볼게요.
유전자의 오직 하나 뿐인 목적은 '번식'입니다. 사람은 이 유전자를 번식시키기 위한 생존기계일 뿐이죠.
수컷은 제안하고 암컷은 선택합니다.
인간 세상의 일반적 흐름은 늘 그래왔습니다.
수컷에게 제안에 대한 거절은 번식 실패를 의미합니다.
김어준 씨가 '남자들이 룸사롱에 가서 돈을 지불 하는 건, 여자를 사는 게 아니라 승낙을 사는 것'
즉 거절 당하지 않을 권리를 사는 것이라고 말하더군요.
놀라운 무학의 통찰(김어준 씨 유행어) 이라고 생각합니다.
살사판에서 누군가의 춤 신청을 거절하면 그 곡이 끝날때까지 다른 사람과 추지 않는다는 매너에는,
잠시 쉬고 싶다거나 노래가 맘에 안 드는 거지, 수컷 (혹은 암컷)으로서의 당신을 거절하는 게 아니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만약, 그 곡에 누구의 신청을 거절하고 다른 사람과 춘다면 '너와는 추기 싫다'는 메시지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론 아니더라도 오해의 여지가 크죠)
길거리에서 이성을 헌팅하는 것보다 살사판에서 예쁜 여자에게 춤 신청하는 게 덜 부담스러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살사판의 홀딩 매너가 수컷 자존심에 어느 정도 안전벨트가 되어줄 테니까요.
헌팅이건 춤신청이건 주로 제안하고 뛰쳐나가야 하는 남자는 (비록 정제되었지만) 근원적 공포와 싸워야 합니다.
과하게 표현하자면 매순간 수컷으로서의 목숨을 걸어야 하는 거죠.
하지만 선천적, 혹은 후천적으로 이 거절의 공포에 둔감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여자 동료가 '클럽가니까 동대문에서 옷 파는 남자들이 대시를 많이 하더라'는 이야길 하더군요.
이 사람들은 직업적으로 거절에 어느 정도 면역이 되어 있습니다.
하루에도 수백번씩 호객행위를 하고 외면 당하거든요.
물론 구매 제안에 대한 거절과 수컷으로서의 자신을 거절 당하는 것은 다르지만, 거절 자체에 대한 감수성이 낮아진 거죠.
살사판에서도 자신감이 붙거나 거절에 대한 감수성이 낮아진다면 홀딩 신청이 좀 더 쉬워지겠죠?
2. 잘 추는 당신을 불만족 시킬 것 같은 공포
'타자를 매개로 하지 않는 자아는 없다'고 합니다.
짝춤인 살사판에 대입하자면, '너를 빛내줘야 나도 빛날 수 있는 것이 살사인데 나 때문에 너의 빛이 사그라들까 두렵다'는 거죠.
한국 살사가 유독 패턴과 화려한 기술, 즐기는 것이 아닌 잘 추는 것에 집착하는 분위기가 강하다는데, 이는 세계적으로 봐도 유별나다는 한국 남자들의 성기능 집착과도 맞닿아 있는 것 아닐까요?
'너를 만족시켜줌으로서 나의 존재를 확인 받는 것'
가부장 의식의 잔재를 털 수 없고, 줄세우기 사회 속에서 커온 남자가 살사판에서도 고달픈 자기 사슬에 얽매이는 것은 아닐까요?
3. 예쁘고 잘 추는 당신, 그래서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쁜데다 잘 추는 당신에게, 나는 춤을 청하기 두렵습니다.
누가 그랬어요.
좋아하는 건 because, 사랑은 although
예쁘거나 잘추거나 혹은 둘 다이거나, because 춤을 청하지 못하는 거죠
예쁘거나 잘추거나 혹은 둘 다이거나, Although 당신에게 손을 내미는 겁니다.
첫댓글 글쓰기는 죽음과 맞닿아 있다는 사람도 있고,
글쓰는 행위 자체가 전쟁과 같다. 누군가를 폭격할수도 자신이 피폭될수도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일기장에만 써 두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긁적여 봅니다.
난 콜로키움 좋았으나 .. 아쉽넹~ ㅎ
무튼!! 잘읽고 갑니다~~
야! 안 읽고 댓글부터 달았지!
ㅋㅋㅋ 나 이거 읽었던거임 ㅋㄷ
이걸 어디서 읽음? 내가 썰로 푼 이후로 글로는 첨인데! 아앙~ 나의 오리지널리티를 훼손 노노해~
이상해... 나 본거 같은데.. @-@
무튼 ㅋㅋㅋ
오해는 풀었지만 오빠가 쓴 글을 본 것 같다는거였음 ㅋ
아.. 담백하게 잘 썼네.
분석적이삼...매력적인데?ㅋㄷ
글 잘 읽었음
출근길에잘읽었음!
전 3번에 해당되는거라 생각하고픈...ㅎㅎ등푸른님 저에게도 손좀...ㅎㅎㅎㅎ
캐비벙에 간 고등어와 이글을 쓴 고등어는 참~!! 다른느낌 ㅋㅋㅋ 이 글 먼저 볼껄;; ㅋㅋㅋ
나도 초급 살세로에게 홀딩 신청 거절당한 이후로 웬만하면 후배들에겐 먼저 홀딩 신청 안함. 거절 당하는건 역시 공포스러움.
아니! 살세로가 춤 신청을 거절하다니! -_-^ 종일 혼자 베이직만 밟다 베이직 걸음으로 집에가라 그래!
강유옵ㅋㅋㄱㅋㅋ
라일라얌, 그 살세로도 아마 부담스러웠을거야.
그의 입장에서 넌 잘추고 예뻤을거임(후자는 확신 못함)
그런 사건에도 불구하고, 손을 내미는 살세라세라는 어떰?
보통 극적인 관계는, 그래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되잖앙?
나도 3번? ㅎㅎ
연우야ㅋㅋㅋㅋㅋ
히히 ㅋㅋ
난 2번 빠에서 잘모르는 여자가 고수인걸 느껴지면 신청못하겠어...더 연습하고 와야겠다는 생각밖엔;;
재밌게 잘 봤음. ㅎㅎ
진화론적 관점에서 덧붙이고 싶은 내용이 있지만...
나중에 술자리에서 하는게 더 재밌을듯
이글 대박인데 ㅋㅋ 이거 형님이쓰셨나요? ㅋ
1,2,3다있네요 저는 ㅎㅎㅎ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