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 제12주일 강론 : 바람과 바다를 잠재우다(마르 4,35-41) >(6.23.일)
*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한 말씀으로 거센 바람과 바다를 잠재우셨습니다. 세상과 만물을 다스리시는 주님께 순종하며 살아가기로 결심하면서 오늘 미사를 봉헌합시다!
1. 우리 인생을 살펴보면 하느님이 우리를 얼마나 지켜주시고 보호하시는지 실감합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인 1983년 7월 어느 날, 가족들과 장사해수욕장에 갔는데, 그 당시에 수영을 못 했습니다. 가족들이 해변에서 뭔가 먹고 있을 때, 저와 모친은 검은 튜브에 팔다리를 걸치고 눈을 감고 있었는데, 뭔가 걸리적거려서 만져보니 부표였습니다. 너무 놀라, 해안을 향해 “사람 살려.”라며 계속 소리쳤더니, 아버지와 구조요원들이 와서 살려주었습니다. 그 사건 이후, 물이 너무 무서워, 물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수영을 배우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었는데, 신학교 3학년 때인 1994년 여름, 수원신학교 학장 배문한 신부님이 강원도에 물놀이 갔다가 3명을 구하고 돌아가신 사건이었습니다. 60세 나이에도 3명을 구했는데, 나도 사람들을 구할 수 있어야겠다며 배웠습니다. 접영과 배영은 지금도 잘 못해도, 자유형과 개구리헤엄은 좀 합니다.
저는 울릉도에 10번 이상 갔습니다. 울릉도에 가면 독도를 가볼 수 있죠? 독도에 가봤던 여섯 번 중에 다섯 번 독도에 발을 디뎠습니다. 마지막 방문은 2022년 8월 18일(목)이었습니다. 아침 8시 독도행 배를 탔는데, 날씨가 아주 좋아서 독도에 무사히 내렸고, 독도경비대에 먹을 것을 전달한 후, 사진과 동영상을 많이 찍었습니다. 독도는 다른 섬들과는 달리, 조금만 파도가 쳐도 배에서 내릴 수 없습니다. 파도가 심하면 배가 부서지고, 배 안에 있던 사람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바다는 무섭고 겁납니다.
2. 리용 유학 때인 1997년 12월, 타이타닉 영화를 아주 감명 깊게 봤습니다.
1912년 4월 14일, 길이가 300m가 넘는 타이타닉호가 침몰해서 1,514명이 죽고, 710명이 구조되었습니다. 빙산에 부딪혀 배 옆에 큰 구멍이 생겨 침몰했다는 예측이 오랫동안 대세였지만, 잠수부들과 과학자들로 이뤄진 조사팀이 최근에 다시 조사한 결과, 배 파손 부분은 예상과 달리 작았답니다. 사고 처음부터 배에 큰 구멍이 뚫려 침몰한 것이 아니라, 작은 틈 6개 때문에 그랬다고 합니다. 아주 작은 틈이 거대한 배를 침몰시키는 것처럼,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작은 틈이 생겨서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이 완전히 끝날 수도 있으니, 그렇게 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처신해야겠습니다.
3. 저에게는 삶의 전환기가 몇 번 있었습니다. 대학 시절에 교리교사를 6년간 했고, 1988년 2월 8일부터 1989년 7월 15일까지 18개월 방위로 병역을 마쳤습니다. 그러면서 사제 성소를 느꼈지만, 신학교에 입학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간다면 언제 가야 할지, 가족들 바램대로 신학교를 포기하고 결혼해야 할지 혼돈스러웠습니다.
1991년 대학 4년 때, 하느님의 특별한 부르심을 확신하고 신학교 입학시험과목인 국어를 배우려고 유신학원에 다니기도 했습니다. 1992년 2월 신학교 입학 후, 신학교에서 나오기를 바라던 아버지가 3학년 때 세례 받으셨고, 5년간 잘 지내다가 리용에 유학 가라 해서 고민스러웠고, 2년 4개월 만에 석사학위를 하고 귀국해서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38세 때 시에나에, 39세 때 빠리에서 유학해야 했고, 40세 때도 유학 중이었는데, 유학신부님들의 부모님이 몇 명 돌아가시자, 저도 부모님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2006년 11월 귀국 후, 매일 5시간 이상 운동하고 정신 차렸을 때인 2007년 2월 문덕본당에 발령받았습니다. 그때 여기에 많이 왔고, 그 당시 활동하던 교우들도 포항에서 저를 만났습니다. 그로부터 15년 후, 하느님의 특별한 배려로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4. 우리 본당이 2007년 9월 4일에 생긴 이래, 지금까지 8명의 신부님이 사목하셨습니다.
① 초대 소요한(사도요한), 약 4년, ② 2대 김충남(실베리오), 2년, ③ 3대 강영목(요한보스코), 약 2년, ④ 4대 이진호(안토니오), 약 9개월, ⑤ 임시 전세혁(예로니모), 약 3개월, ⑥ 5대 방선도(세례자요한), 2년 5개월, ⑦ 6대 채홍락(시몬), 약 3년 6개월, ⑧ 7대 신부로 제가 2022년 8월 5일 부임했는데, 4년 임기 채우면 역대 최장 신부입니다.
우리 본당 17년 역사를 돌아보면, 시련과 풍랑이 많았습니다. 제가 부임하기 직전까지도 그랬는데, 2022년 7월 말 사제 인사발령을 보고 “하느님, 왜 저를 백천동으로 보내십니까? 백천본당이 저를 꼭 필요로 한다면 당신이 하실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알아서 도와주십시오.”라는 기도가 자연스럽게 우러나왔습니다.
본리본당에 있을 때 부친이 식도암으로 편찮으시다가 돌아가셨고, 30년 넘은 수녀원과 모기천국이던 화장실을 허물고 4층 교육관 세우고, 이곳저곳 리모델링 하느라 고생했으니 작은 본당에 가서 몸과 마음 추스르며 조용히 살라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아무튼 어수선한 본당 분위기를 어디서 어떻게 풀어나가야 안정되고 평화롭게 만들 수 있을지, 사목 평협 도움을 받으며 차근차근 풀어나갔습니다. 부임하자마자 너무 무리했는지 2022년 9월 중순, 장염에 걸려 며칠간 고생했고,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상황도 있었습니다. 본당 설립 이후 지금까지도 정식건물은 아니지만, 많은 교우의 도움으로 우리 본당이 행복하고 알찬 본당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거센 돌풍으로 배가 침몰할 것 같아 제자들이 두려워하자, 예수님은 거센 바람과 바다를 한 말씀으로 평정하셨습니다. 예수님 일행처럼, 우리도 인생살이 동안 수많은 비바람, 풍랑, 우여곡절을 만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것들을 어떻게 극복해내느냐에 따라 인생은 완전히 달라질 것입니다. “예수님을 가진 자는 모든 것을 가진 자”라고 했습니다.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예수님을 꼭 붙들고, 기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