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 자전거 여행기 #1 압해도

[호다(박상규)]

바다를 제압한  압해도(押海島)

 

초등학교 때 키가 유난히 작았던 나는 6학년이 되어서야 어렵게 자전거를 배웠다. 지금처럼 아동용 자전거가 없었던 시절이라 어른들이 타고 다니는 자전거를 타다보니 더딜수밖에 없었다. 배우는데에만 2년이 넘게 걸렸다. 중학교 3년동안 자전거로 열심히 통학을 한 이후 20년 이상을 자전거 한번 안 타다 2007년에 거금 50만원을 주고 입문용 MTB를 샀다. 바쁜 일상에서 틈틈히 운동을 하기 위해 샀는데 다행스럽게 지금까지 열심히 타고 있다. 자전거는 참으로 매력있는 스포츠이자 취미생활인 것 같다. 차는 너무 빠르고 걷는 것은 너무 느리다. 자전거는 운동도 되고 덤으로 경치 구경도 할 수 있다. 주변에서 자전거 타는 사람을 종종 본다. 천만 자전거 인구라고 하니 우리나라 국민 5명중 1명은 자전거를 탄다는 말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최근의 관광트랜드중 하나인 Outdoor Recreation 중 특히 자전거 여행이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자전거가 이동수단을 넘어 취미이자 여행의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근 10년에 가까운 자전거 생활을 하면서 이제는 내고향 자전거 여행기를 쓰려 한다. 그 첫번째로 압해도 이야기다. 

목포 앞 영산강이 흘러가는 길목 바다에 압해도가 있다. 2008년 섬마을 사람들의 오랜 숙원인 압해대교의 건설로 이제 더이상 섬이 아니다. 목포 북항에서 출발하는 철부도선을 타고 15분 걸려 도착하던 곳이 차로 1분이면 족하다. 다리가 연결되고 나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압해 송공항에서 안좌, 팔금, 자은, 암태로 가는 항로가 생겼고 군청도 옮겼다. 무안 운남에서 김대중 대교가 건설되었고, 2018년에는 송공항에서 암태 오도항까지 7km에 이르는 새천년대교도 완공될 예정이다. 명실공히 압해도는 육해공을 아우르는 교통의 요충지다. 지도읍에 이어 2번째로 읍이 되었고 인구는 8천여명이 살고 있다. 뻘이 좋아 낙지가 많이 잡힌다. 섬 어디에서나 뻘을 쉽게 볼 수 있다. 세계 3대 갯벌지대다. 쓰러진 소도 일으켜 세운다는 대표적인 보양식 뻘낙지는 어민들의 쏠쏠한 생계 수단이다. 압해도는 신안군의 다른 섬들과는 달리 논이 별로 없다. 일제시대 수탈을 위해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논이 생겼지만 압해도는 없다. 지형이 나즈막한 구릉으로 이루어져 논농사보다는 밭농사가 많다. 예전에는 어지간한 부잣집 아니고서는 쌀밥 구경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귀한 대접을 받지 못했던 밭에서 이제는 배와 포도를 재배한다. 압해배, 압해포도, 압해무화과는 당도가 높아 찾는 이가 많다.

신안 모실길 개발로 섬 자전거 여행 독특한 매력 쏠쏠

신안군청 뒷산인 사드레산을 시작으로 방조제길을 거쳐 송공산 등산로를 한바퀴 돌았다. 사드레산은 군청 뒷산인데 정상 높이가 100m가 조금 못 된다. 외부 등산객은 거의 없고 공무원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주로 산책을 하는 정도이다. 등산로는 두어 사람이 걸을 수 있고 완만한 경사와 계단이 군데군데 설치되어 있다. 싱글코스(한사람 정도 탈 수 있는 코스)로 입문자 탁지를 뗀 사람이라면 두어번 발을 내리면 쉽게 탈 수 있다. 사드레산을 10여분 타다 대나무길 쪽으로 논길을 따라 조금가면 안산을 표시하는 이정표가 나온다. 초입부분이 경사가 조금 있는데 거기만 지나면 평이한 수준이다. 좀 탈만하다 싶으면 군청이 보인다. 신안군청은 1969년 무안군과 분군하여 2010년 압해도로 옮기기 전까지 목포시에서 더부살이를 하였다. 분군 이전인 무안군 당시 인구가 31만이었다니 대단하다. 군단위 인구로는 전국에서 제일 많았다. 광주시가 40만이었고 목포시가 10만이 못 되었으니 군세가 놀랄만 하다. 무안군에서 떨어져 나와 군을 새롭게 만들었으면 새로 집을 지어 분가를 해야 마땅한데 오히려 무안군을 쫓아 내고 그 자리를 차지해 버렸다. 그렇게 40년을 목포에서 살았다.

길은 바다로 향한다. 간척을 위해 만들어 놓은 방조제 길을 따라 가다보면 드넓은 뻘밭이 펼쳐진다. 물빠진 바다가 갯고랑를 드러내고 온갖 바다 생물들이 흔적을 남겨 놓았다. 여기 저기 구멍이 뽕뽕 뚫려 있고 갯지렁이가 지나간 자리도 있다. 갯벌은 많은 것을 내어준다. 우리네 부모들은 그 갯벌에 의지해 자식들을 키웠다. 신안군의 갯벌은 세계3대 갯벌에 속할만큼 우수성이 널리 아려진 곳이다. 서해안의 민어, 병어, 오징어 등 수산물이 찰지고 맛있는 이유는 다 이 뻘 덕분이다. 육지 임도길을 타면서 느끼는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바다의 찝질한 갯내음이 코를 타고 스며든다.  

 

현대판 모세의 기적 노둣길 

노둣길은 하루 두번 열리고 두번 닫힌다. 간조시 배를 타고 뭍이나 이웃한 섬에 갈 수 없어서 징검다리 돌을 하나 둘 놓고 건너기 시작한게 지금의 모습으로 발전하였다. 바닷물이 들면 배로 이동이 가능하지만  물이 빠지면 뻘이 들어나 배로는 이동할 수가 없어 꼼짝 없이 발이 묶인다. 시멘트 포장이 되어 있어 차를 타고 통행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환경 복원을 위해 노둣길 중간중간에 통수를 위한 관을 묻는 작업이 펼쳐지고 있다.

송공산은 해발 230m로 유달산 보다 2m가 높다. 바위가 거의 없는 전형적인 흙산이다. 초입에 들어서면 등산로가 넓직하니 뚤려있다. 4명이 동시에 걸어도 여유가 있을 정도다. 자전거 기어를 제일 가볍게 하고 자세를 고쳐 잡는다. 경사가 있는 곳은 자칫하면 앞바퀴가 들리는 수가 있기 때문에 안장코에 앉아 체중을 앞쪽으로 실어야 한다. 너무 앞쪽에만 많이 실으면 뒷 바퀴가 접지력이 떨어져 미끌림 현상이 발생한다. 곧바로 발을 내리는 수가 있다. 업힐 자세만 봐도 초보자와 중급자를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오르막 몇군데에 나무 계단을 설치해 놓았다. 대부분의 초보자들은 여기서 발을 내린다. 평지든 오르막이든 턱이 있으면 체중을 뒷바퀴에 싣고 핸들을 살짝이 들어주고 앞바퀴가 턱을 넘는 순간 엉덩이를 들어 체중을 앞바퀴 쪽에 실으면 쉽게 턱을 넘을 수 있다. 

 

숨을 할딱거리며 땀이 조금 날때 쯤 갈림길이 나온다. 들바를 할 생각이 아니라면 B코스를 선택하길 바란다. 경사가 완만해 자전거 라이딩하기에 편하다. 물론 등산객에게도 좋은 코스다. 운동장을 돌때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도니 자전거를 탈때도 마찬가지로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기로 한다. 중간에 돌이 조금 튀어 나온 몇 군데를 빼면 자전거 타기에 너무나도 좋은 길이다. 요즘에는 산에서 자전거 타는 사람이 하두 많아서 좋은 대접을 못 받는다. 내가 입문할 당시만 하더라도 화이팅을 외치거나 대단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욕을 안 먹으면 다행이다. 자전거 통행을 금지하는 산들도 많이 늘고 있으니 눈치를 보면서 타야만 한다. 다행히 송공산은 등산객도 자전거를 타는 라이더도 서로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 몇 안되는 곳 중 하나이다. 

 

 

산허리를 따라 돌다 보면 바다가 보인다. 섬에서의 라이딩이 갖는 가장 큰 매력이다. 멀리 새천년대교가 보이고 분재공원앞 5천만평의 바다정원도 펼쳐진다. 잠시 자전거에서 내려 은빛 물결을 바라다 본다. 한 없이 평온해 보이는 저 바다가 이곳 어민들에게는 치열한 삶의 터전일 것이다.

5천만평의 바다정원을 품은 분재공원

분재공원은 압해도가 갖고 있는 유일한 관광지이며 볼거리로써 전국에서 유일하게 분재를 주제로 만들어진 공원이다. 민선3기때 시작해 거의 10년 가까이 100억을 투입하였다. 故 최병철 박사가 신안군에 기증한 분재를 기반으로 해서 전국에서 수집하거나 새롭게 키워서 공원을 장식하였다. 한 점에 10억원을 호가하는 분재도 있으니 대단하다. 짐바브웨의 조각 공동체 '텡게넨게'에서 태동해 현대 조각의 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대표적인 제3세계 미술인 쇼나 조각품도 전시되어 있다. 저녁노을 미술관은 우암 박용규 화백으로부터 기증받은 작품 126점과 소장 작품 85점 등 총 211점이 전시되어 있다. 우암 박용규 화백은 신안 출신으로 1987년과 1989~1991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을 수상했으며, 전남도 미술대전 심사위원, 목우회 공모대전 심사 한국화 분과위원장,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등을 역임한 한국화의 거장으로 남도 화풍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한켠에 북카페가 있어 가볍게 차 한잔을 하며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운치 있는 곳이다.

라이딩 요약

코스 : 신안군청 사드레산 ~ 안산 ~ 방조제길 ~ 송공산 일주 

거리 : 20km

교통

목포역.목포버스터미널 ~ 압해대교 ~ 신안군청

먹거리

압해도는 뻘낙지가 대표적인 음식이다. 신장 선착장에 위치한 도선장 횟집, 서해횟집, 용궁횟집은 낙지 초무침이 유명하다. 목포에서 사먹는 낙지랑 비교해 보면 부드러운 식감이 먹어 본 사람은 또 찾는다. 계절에 따라 나오는 생선도 맛있다. 압해읍 소재지에 있는 미연식당의 대패삼겸살은 등산객에게 인기 메뉴다. 섬마을 식당은 생고기, 염소탕, 김치찌개가 맛있다.

볼거리

분재공원, 저녁노을 미술관

문의사항

신안군청 문화관광과 240-8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