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四章 : 종남정화(綜南淨化) (2)
서문정은 금룡단에 이어서 초비향을 바라보았다.
그녀에게 가장 부담이 가는 존재라면 초비향과 북궁세가의 좌 호법인 귀호검(鬼虎劒) 동사군이었다.
초비향은 십사 대 고수 중 한명이자 마도의 지존이라는 명성 이외에도 혈궁 안에서 칠사를 상대로 꿋꿋하게 버티다가 마지막엔 멋지게 그들의 뒤를 잡아챘던 만만치 않은 이력의 소유자였다. 그가 단순히 무공만 강한 존재가 아니란 반증이었다.
항상 묵묵히 자신의 일만 하는 초비향은 아직까지 무림맹내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적이 없었던 인물이었다.
그의 수하들 역시 초비향을 닮아서인지 모두 말이 없는 편이었다. 항상 묵묵하였고, 무엇을 생각하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저런 자가 위험하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정파 위주로 개편된 무림맹에 대해서도 별다른 의견이 없고, 그런 초비향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권왕도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둘이 어떤 밀약이 있는 것 같진 않은데.'
그녀는 자신이 가장 경계해야 하는 대상 중의 한 명으로 초비향이란 이름을 올려 놓았다.
귀호검 동사군.
북궁세가의 좌우 호법 중 한 명으로 북궁손우의 수하라기 보다는 오랜 세월 동안 생사를 함께 한 친우라고 할 수 있는 존재였다. 북궁단마저 동사군에게는 사숙이라고 루르며 존경을 표할 정도였다. 사마정은 물론이고 무림맹의 무인들 중 동사군의 무공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현재는 북궁세가의 호법이라기보다는 장로로서 대우를 받고 있는 인물이었고, 검왕을 제외하고 무림맹에서 머물고 있는 북궁세가의 무사들을 총괄하고 있었다.
그에게 그만한 역량이 없다면 검왕이 모든 것을 맡기지 않았을 것이다. 북궁단도 그와 권왕이 있었기에 안심하고 북궁세가로 돌아가지 않았던가?
한 명, 한 명 만만한 자들이 없었다.
'이들을 견제하면서 내 뜻을 펼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한다.'
서문정은 이번 결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전쟁이 약자에게 기회를 준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 반전을 위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이번 결전에 참여한 그녀였다.
분광검 (分光劒) 역자기.
현 종남의 장문인이자, 백순의 수제자였다.
눈에 은은히 드러나는 기광과 얼굴 가득한 인품은 보는 사람들마다 그에게 호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겉모습만 본다면 그는 신화나 전설 속에 나오는 영웅의 풍모 그대로라 할 수 있을만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아운과 편일학은 그의 뒤에 숨은 인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보이는 모습만으로 그에게 속지 않았다.
"이만 돌아가 봐야겠습니다. 장문사형."
"사제 오랜만에 종남에 왔는데, 이렇게 빨리 떠나다니 이 사형은 조금 섭섭하네."
"하지만 사형도 알다시피 개봉을 향해 출발한 몽고의 전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또 다른 그들의 전사들이 출발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그들을 막아야 피해가 최소화 됩니다."
"이해는 하네, 그래도 섭섭한 것은 어쩔 수 없군."
"일을 마치고 곧 종남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그날을 기다리고 있겠네. 그때 마음 놓고 회포를 풀기로 하세."
"감사합니다 사형."
"종남의 관계상 내가 직접 갈 순 없지만. 꼭 그들을 물리치길 바라겠네, 천하제일인인 맹주께서 함께 하니 안심은 되지만 정말 여기 백 명으로 되겠는가?"
"어차피 저와 도사제, 그리고 여기 백 명의 종남 제자들은 뒷마무리만 하면 될 것입니다."
역자기는 아운을 보면서 말했다.
"맹주님을 믿겠습니다. 종남의 제자들을 부탁합니다."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이제 많은 시간이 지체되었습니다.
먼저 가서 유리한 지역을 확보하려면 지금 출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이런 너무 오랜만에 만난 사제라 제가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것 같습니다. 어서 출발하십시오."
"사형 그럼 저흰 이만 줄발하겠습니다."
"부디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게."
아운과 편일학 그리고 그의 사제인 묵철검 도단을 비롯해 그들이 직접 뽑은 백 명의 종남 제자들이 출발하였다. 역자기는 그들의 그림자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고 난 후 돌아섰다.
그날 밤.
종남산의 은밀한 밀방에 이십여 명의 인물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모두 종남의 장로급 이상의 인물들이었고, 그 중 셋은 종남파의 전대장로들이었다. 놀랍게도 그들은 모두 여자 한 명 씩을 옆에 끼고 술을 마시고 있었다.
여자들은 모두 술집 여자들과는 다르게 기품이 있어 보였고, 십대에서 삼십 초반까지 골고루 섞여 있었다. 중요한 것은 흥겨워 하는 종남의 무인들과는 다르게 그녀들 중 그 누구도 즐거워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몇몇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 또한 어색해 보였고, 몇몇 장로들이 그녀들의 가슴을 애무할라치면 치욕감에 얼굴을 붉혔다.
역자기가 잔에 가득 든 술을 들이키며 말했다.
"편사제가 가고 나니 이제 우리들 세상이 돌아온 것 같습니다. 사숙님들께서는 옆에 있는 여자들이 마음에 드십니까?"
세 명의 전대 장로들 중 명사신검 단을목이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사질은 어찌 내 취향을 그리 잘 아는가? 난 어린 계집보다는 이렇게 남자를 아는 계집이 더 좋지 . 어린 것들은 너무 몰라서 내가 노력 봉사를 해야 한다니까, 하지만 이렇게 농익은 계집은 말일세. 아래가 아니라 입만으로도 사내를 만족시킬 수 있다네."
말을 하면서 그는 자신의 옆에 있는 삼십 초반의 미부 가슴을 더듬거렸다. 여자는 얼굴이 붉어지면서 몸을 움츠렸다. 그녀의 눈에 비친 것은 분함과 억울함 그리고 한이었다. 하지만 누구 하나 그녀의 표정과 눈빛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없었다.
단을목의 말을 들은 역자기 역시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그녀는 장안 금안표국주의 아내입니다. 장안에서 제법 예쁘다고 알려진 계집입니다."
장안은 종남의 지배권에 있는 지역이었다.
그 곳에서 무엇을 하든지 종남의 허락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일단 종남산 인근 사방 몇 백리 이내에는 종남의 속가문파가 아니면 발을 붙이기 어렵다고 할 수 있었다.
결국 종남의 속가 제자가 아니면서 장안과 그 인근에서 장사를 하거나 무방을 연 자들은 종남과 어떤 식으로든 연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 장안표국 역시 그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종남에 뇌물을 바쳐야했다.
얼마간은 뇌물로 버텨오던 장안표국이었지만, 장안에 종남의 속가 제자가 표국을 열자 종남의 태도는 변했고, 어느 날 그곳은 복면 무사들에게 멸문을 당하고 말았다.
국주는 죽고 국주의 부인과 그의 어린 아들만 살아남았는데, 그들을 받아들인 것은 종남의 역자기였다. 역자기는 그 아들을 종남의 속가 제자로 받아들이면서 인질을 만들었고, 그 아들의 목숨으로 그녀를 마음껏 희롱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녀로선 죽고 싶어도 어린 아들 때문에 죽을 수 없었다.
국주의 부인은 자신의 남편을 죽인 곳이 종남임을 알면서도 아들 때문에 역자기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 있는 여자들 거의 전부가 그녀와 같은 신세였고. 일부는 먼 곳에서 납치를 당해 온 여자들도 있었다.
단을목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장문인이 참으로 수고했네, 나는 아주 만족하네."
그때 그 옆에 있는 노인이 웃으면서 말했다.
"사형은 참으로 요상하오, 그래도 여자라면 이렇게 어린 계집이라야 품에 안고 회춘이라도 할 거 아니오."
노인은 단을목의 사제이자, 종남의 선은들 중 한 명으로 이십 사로 분광검수 중 한 명인 곽상이었다.
단을목이 고개를 흔들었다.
"사제는 아직 모르는군. 여자는 삼십이 되어야 물이 오르는 법일세, 그리고 어차피 나와는 사십년 이상 차이가 있으니 어찌 회춘을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계집은 나이가 들수록 입으로 펼치는 내공도 좋단 말이네."
단을목은 음흉하게 말을 하며 여자의 입을 바라보았고, 여자는 수치심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여기 있는 늙은 것들치고 단을목이 하는 말을 못 알아들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에 모두들 야릇한 웃음을 머금었다.
"하하하, 역시 사형답소. 그런데 사형은 편사질을 어찌 할 셈이오?"
편일학의 이야기가 다시 나오자, 밀방의 분위기가 조금 무거워졌다. 단을목은 조금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편 사질은 여 사형을 닮아 외골수라 우리와 함께 하기 힘들지, 백 사형도 고민을 하시는 모양일세."
"사형 언제고 편 사질이 여 사형의 일을 알게 된다면 평지풍파가 일어날 것입니다. 어떻게 하든지 처리해야 우리가 맘 편히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곽상의 말에 역자기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숙님, 소질 역시 그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 사제의 옆에는 권왕이 있습니다. 잘못했다가는 우리가 성치 못할 수도 있습니다."
권왕의 이야기가 나오자, 밀방의 분위기가 써늘해졌다
모두의 표정엔 감출 수 없는 두려움이 떠올라 있었다.
"내가 없다면 편 선배를 죽일 생각이었던 것이군."
갑작스런 말에 모두들 기겁을 해서 벌떡 일어서며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았다.
밀방의 문짝과 그 문이 있던 벽 전체가 부서져 내리면서 권왕 아운이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그리고 그의 뒤를 이어 남루한 옷차림의 노인과 경혼검 편일학 그리고 편일학과 함께 종남을 떠났던 묵철검 도단이 함께 걸어 들어왔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뒤에는 그들과 함께 떠났던 백여 명의 제자들이 뒤로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들은 방안이 환하게 보이도록 부서진 벽을 통해 방안의 광경을 보고 모두 경악한 표정 들이었다.
물론 그들은 그 벽을 통해 그들이 하는 말을 듣고 있기는 했다. 그러나 막상 눈으로 본 광경은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평소 그들이 존경하고 따르던 장문인과 장로들 그리고 전대의 장로들 모습은 그들이 상상하던 그런 모습이 아니었던 것이다.
세 명의 전대 장로를 비롯한 역자기 등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었기에 변명을 할 여지도 없었다.
어떻게 이 많은 사람들이 나타날 때까지 기척을 못 느낄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 대답은 어렵지 않았다.
아운이 내공으로 함께 한 사람들의 기척을 제어한 것이다.
단을목은 가슴이 무너지는 절망감을 느꼈다. 특히 그는 남루한 옷차람의 노인을 보는 순간 어떤 변명도 소용이 없을 거란 예감을 하였다.
권왕과 함께 나타난 노인은 전대 장로들 중 유일하게 동심맹과 관련이 없던 풍화분검(風花分劒) 소자한이었다.
종남에서 편일학의 사부인 분광검제(分光劒帝) 여형순과 함께 동심맹에서 회유를 포기했을 정도로 고지식하였고, 오로지 무공에만 전념하였기에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갔던 전대의 고인으로 종남의 제자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는 인물이었다.
여형순이 초기에 백순과의 갈등 끝에 살해당했던 것과는 다르게 세상일에 관심이 없고 오로지 무공에만 관심이 많았던 소자한은 동심맹에서도 건들지 않았었다.
그의 존재가 부담스러웠던 백순은 없는 죄를 만들어 그를 종남의 감옥에 하옥했었다. 그런데 감옥에 있어야 할 그가 지금 이 자리에 나타난 것이다.
소자한은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아무리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갔지만, 그도 지금의 종남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중심에 사형인 백순이 있기에 차라리 눈과 귀를 닫고 살아갔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죄를 가지고 자신을 감옥에 가두었을 때도 차라리 그게 편하다 싶어 순순히 따랐었다. 조금 전 아운과 편일학, 그리고 제자인 도단이 자신을 찾아와서 극락원의 존재와 백순을 비롯한 동심맹 소속의 무인들이 저지른 일에 대해서 성토를 했을 때도 반신반의 했었다.
어느 정도 과오는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내가 죄인이로다. 내가 죄인이로다. 이 지경이 되도록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니 . 내가 과연 살아 있었단 말인가? 참으로 부끄러워 선조님들을 어찌 보란 말인가? 내 죽어서도 편히 눈을 감지 못하겠구나."
소자한의 한 맺힌 절규를 들으면서 장로들 중 일부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이제 자신들의 세상은 끝났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역자기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사, 사숙 우리는......"
"이 노옴, 네 놈이 무슨 할 말이 있단 말이냐? 너 같은 종자가 종남의 장문인이었다니 부끄러워 고개를 못 들겠구나. 아직도 할 말이 있단 말이냐? 나 같으면 부끄러워 칼을 물고 죽을 것이로다."
소자한의 분노가 얼마나 격한지 그가 고함을 칠 때 그의 몸에서 뿜어진 기세로 인해 여자들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다행히 아운이 얼른 기세를 모아 여자들을 보호하였기에 내상을 입지는 않았다.
명사신검 단을목이 얼른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사형, 진정하시오."
소자한은 단을목을 보면서 말했다.
"네 놈은 입을 닥쳐라!"
단을목은 얼굴을 굳혔다.
어차피 엎질러진 물이다.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을 인정하고 순순히 포박을 당하던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력으로 싸운다면 자신들에게 도저히 승산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우선 권왕 한 명만 해도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대란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일단 항복을 하고 백사형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단을목은 나이가 많고 경험이 많은 만큼 상황 판단이 빨랐다.
그는 얼른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사, 사형,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그의 두 사제와 역자기 등은 당황한 표정으로 단을목을 바라보았다. 단을목은 고개를 숙인 상태에서 전음을 펼쳤다.
'뭣들 하는가? 지금은 무조건 숙여라! 백사형이 돌아올 때까지만 살아 있으면 된다. 권왕이 저들과 함께 있는 한 지금 저항은 무의미하다.'
단을목의 말을 듣고서야 상황을 판단한 역자기 등은 얼른 들고 있던 무기를 버리고 무릎을 꿇었다.
역자기는 눈물까지 흘리면서 소자한을 보고 말했다.
"사형, 제가 잠시 심마에 빠졌던 것 같습니다. 이제 사숙을 보니 정신이 돌아온 듯합니다. 보이는 그대로이니 어떤 변명도 하지 않겠습니다. 저희를 벌하여 주십시오."
분노했던 소자한은 그들이 모두 순순히 무릎을 꿇고 잘못을 인정하자, 격했던 마음이 조금 풀어지는 것 같았다. 이때 지켜보던 아운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제법이군, 어떻게든지 백순이 돌아올 때까지 살아 있고 싶은 것인가?"
아운이 나서며 비웃자, 당황한 단을목이 아운을 보고 말했다.
"너, 너는 종남의 제자가 아니다. 이 일에 나서지 마라!"
"글쎄, 그건 두고 볼 일이고."
아운은 일단 말을 끊은 다음 소자한을 바라보았다.
"소 선배님, 이제 진실이 밝혀졌으니 약속한대로 여기 일은 저에게 맡겨 주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무림의 맹주로서 이들이 저지른 일에 대한 벌과 백순을 비롯한 동심맹의 일원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 확실히 조사를 하겠습니다."
아운의 말을 들은 단을목과 역자기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들도 귀는 있어서 아운의 손속에 대해서는 이미 들은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을목이 얼른 소자한을 보고 애원하는 눈빛으로 말했다.
"사‥‥ 사형 우리는 종남의 제자입니다. 제..제발."
소자한이 차가운 안색으로 말했다.
"종남의 제자이자, 무인이기도 하지 , 맹주 부탁하오, 일이 이렇게 된 거 철저하게 조사해주시오."
"걱정 마십시오. 그리고 여자들은 참고 조사를 해야 하니 모두 남겨 두셨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소자한은 그 말과 함께 돌아섰다.
편일학 역시 뒤로 돌아서며 아직도 경악한 표정으로 밀방 안을 보고 있는 백 여 명의 제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들은 편일학과 도단이 충심을 가진 자들로 뽑고 뽑은 종남의 정예들이었다. 이후 종남의 재건은 이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모두 물러서도록. 그리고 오늘 보고 들은 이야기는 모두 가슴속에만 간직하도록 한다."
종남의 제자들은 화들짝 놀라면서 돌아섰다.
소자한이 돌아서자, 놀란 단을목이 고함을 치며 말했다.
"사형 어찌 나를 이 자에게, 쿡"
소자한이 말을 하다 멈추고 그 자리에 고꾸라졌다.
아운의 주먹이 그의 입을 무지막지하게 틀어막은 것이다.
단을목이 쓰러지자, 남은 아흡 명은 이를 악물고 아운에게 달려 들었다.
아운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좋군. "
그의 신형이 움직였다.
소자한의 옆에서 바닥에 있는 검을 잡고 덤비려는 역자기의 복부를 걷어 찬 다음 일순간에 방 안을 휘잡고 돌아갔다.
남은 여덟 명이 낙엽처럼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