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詩人)
- 김광섭(1905~1977, 함북 경성)
꽃은 피는 대로 보고
사랑은 주신 대로 부르다가
세상에 가득한 물건조차
한아름 팍 안아보지 못해서
전신(全身)을 다 담아도
한 편에 2천원 아니면 3천원
가치(價値)와 값이 다르건만
더 손을 내밀지 못하는 천직(天職)
늙어서까지 아껴서
어릿궂은 눈물의 사랑을 노래하는
젊음에서 늙음까지 장거리(長距離)의 고독(孤獨)
컬컬하면 술 한잔 더 마시고
터덜터덜 가는 사람
신이 안 나면 보는 척도 안 하다가
쌀알만 한 빛이라도 영원처럼 품고
나무와 같이 서면 나무가 되고
돌과 같이 서면 돌이 되고
흐르는 냇물에 흘러서
자국은 있는데
타는 놀에 가고 없다.
김광섭(金珖燮, 1905년 9월 22일~1977년 5월 23일)은 일제강점기 시대부터 활약했던, 대한민국의 시인이자 대학 교수였었다. 경희대 국문과 교수(1961.08.~1962.08.)를 지낸 그는 아울러, 번역문학가 겸 문학평론가이기도 하였으며, 전직 정치인이었었다. 호(號)는 이산(怡山)이다.
그의 사후, 그의 정신과 문학을 기리기 위해 1989년에 그의 12주기를 기하여, 《이산문학상》이 만들어져, 〈문학과지성사〉의 주관으로 시행되고 있다.
시인이란?
참으로 단순하면서도 복잡다단한 것이 인생이라면
시인은 어쩌면 자연을 닮아야하는 것일까?를 생각케 하는 제 4연
나무와 같이 서면 나무가 되고
돌과 같이 서면 돌이 되고
흐르는 냇물에 흘러서
자국은 있는데
타는 놀에 가고 없다.
라는 시 구절에 동감하면서 올려봅니다.
첫댓글 아주 적은 원고료로 평가되는 시인이라는 천직, 젊어서부터 늙어서까지 계속 진행되는 고독,
쌀알 만한 빛이라도 영원처럼 품고, 타는 놀에 가고 없는 시인.
시인은 고독하고 그 가치는 숭고합니다.
그러나 시인이 처한 현실은 시인의 이상과 다르게 펼쳐집니다.
시인의 고독과 시인의 숭고한 가치를 더 배워야 좋은 시를 쓸 수 있는 모양입니다.
매일 가다듬고, 사유하고, 노력하는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좋은 시를 보며 오늘도 성찰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