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일 좀 해볼까?
2023년 5월 30일 화요일
음력 癸卯年 사월 열하룻날
지난 사흘간의 연휴 내내
단비, 약비를 내려주어 더없이 좋았다.
사흘간 내리던 비가 그치고
파란 하늘이 드러나고 햇님이 방긋방긋...
온사방이 이제는 푸르름으로 물들어 싱그럽다.
사나흘 푹 쉬면서
잘 먹고 잘 놀았으니
이제는 촌부의 일상으로 되돌아 와서
제자리 잡고 슬슬 일을 시작해봐야겠다.
며칠 쉬었더니 뭐부터 해야할지 어리둥절이다.
지난 늦가을 바베큐장에 보관해둔
부직포를 꺼내 손수레에 한가득 실었다.
그런데 바퀴 한쪽이 갸우뚱거리면서 자빠졌다.
바퀴에 바람이 빠진 것도 모르고 있었으니 원~
투덜거리며 공기주입을 했는데 소용이 없다.
펑크가 난 모양이라 아무래도 교체를 해야겠다.
겨우겨우 부직포와 ㄷ자 핀을 밭으로 옮겨놓고
분류를 하려다보니 중구난방이라 할 수가 없다.
젠장~ 누구를 탓하랴? 걷어놓으며 표시를 못한
본인 잘못인 것을... 대충대충 골라서 깔면 된다.
우선 많이 감겨있는 것부터 깔면 될 것 같았다.
많이 감긴 부직포와 ㄷ자핀을 꺼내 준비를 했다.
혼자서 큰밭의 안쪽 밭고랑부터 깔기를 시작했다.
비가 그친 다음에 나온 햇볕의 따가움을 대단하다.
느릿느릿, 쉬엄쉬엄 부직포를 밭고랑에 펼쳐가며
ㄷ자핀을 망치로 박아서 중간중간 고정을 시켰다.
비바람 불어도 날아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너무 많이 박아 빼느라 고생을 하여 조금만 박았다.
두어 고랑 깔았더니 그새 날이 저물어 멈췄야했다.
석양의 노을이 너무 멋져 황홀경에 빠지는 듯했다.
역시 노을은 비가 그친 다음날이 가장 멋지다니까.
뜯는 이 하나 없는데 혼자 중얼중얼, 미친놈 처럼...
어찌되었거나 자연의 멋진 풍광 즐기는 것이 좋다.
일하면서 힘들었던 것도 한순간에 사라지니까...
어제에 이어 오늘 다시 이른 아침에 부직포 깔기를
시작했다. 아침과 저녁은 그나마 햇볕의 따가움을
피해 일을 할 수 있어 한낮보다 능률도 오르게 된다.
그래서 가능한 하절기에는 한낮의 햇볕을 피하여
주로 이른 아침과 저녁 해질무렵 밭일을 하곤 한다.
바쁠 것이 없으니 서두르지 않고 일하다보니 늦다.
시원한 아침이라서 일하기가 좋아 열심히, 신나게
부직포 깔기를 하고 있었는데 아내가 밥때도 잊고
일기도 안쓰고 무슨 일을 그렇게 하느냐며 성화다.
밥이 배고프면 먹으면 되는 것이고 일기야 시간이
날때 쓰면 되는 것인데 말이다. 그러다보니까 결국
아침식사는 늦게 하게 되고 팬들이 기다리는 일기
또한 늦을 수밖에 없다. 일이 먼저니까 상관없다.
이제 바깥에 나가면, 특히 밭에 나가면 보이는 것이
다 일이다. 모종을 심어놓았으니 그 뒷일이 꽤 많다.
가능한 순서에 맞춰 일을 하긴 하지만 때에 따라서
보이는 것부터 하기도 한다. 그래도 고추대를 박기
전에 부직포 부터 깔아놓는 것이 순서일 것 같아서
시작했다. 어느새 밭고랑에 잡초가 돋아나고 있다.
밭고랑에 부직포를 까는 것은 잡초를 막는 것이다.
이제 겨우 큰밭 네 고랑을 깔았으니 얼마나 걸릴까?
남은 큰밭, 작은밭 두 군데까지 다 하려면 아무래도
좀 걸릴 듯하다. 무리하지않고 느릿느릿, 쉬엄쉬엄
하기로 마음을 먹었기에 급할 것이 없다. 이제부터
이렇게 살기로 했다. 조금 늦을지라도 서두르지는
않기로 다짐을 했으니까 꼭 그렇게 해보기로 한다.
한가지 더, 아내에게는 힘든 일은 안시키기로 했다.
첫댓글
잘 생각 하셨어요
쉬엄 쉬엄 천천히 건강 잘 챙기시며
올해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 하루를 만드세요
원래 성격상 일을 두고 못보며 했다하면 끝장을 내는 촌부였는데 이제는 느긋하게 느릿느릿, 쉬엄쉬엄 합니다. 이 나이에 성격의 변화를...ㅎㅎㅎ 감사합니다.^^
연휴기간 잘 쉬셨나요?
단비가 내려주어서 정말로 좋았을 듯합니다.
이제 잡풀과의 전쟁을 위해서 부직포를 준비하셨군요.
하루하루 건강하게 잘 지내는 모습을 잘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단비 덕분에 정말 간만에 잘 놀고 잘 먹고 잘 쉬었지요. 이번 비는 차분하게 여러날 내려서 농사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나이들어 밭고랑에 쪼그리고 앉아 김매는 것이 힘들고 싫어서 부직포를 깔고 있습니다. 푹 쉬었으니 또 열심히 멋진 일상을 만들어 보자구요. 감사합니다.^^
드뎌 부직포 작업을
하셨네요.
잡초들 꼼짝 마~ㅎㅎ
이틀여 내린 단비로
밭에 작물들이 목을
축이고 시원하게
샤워도하고 보는 사람도 개운합니다.
척척착착 잘 해내시니
흥미롭게 지켜 봅니다.
화이팅^^입니다.
농사를 아시는군요.
워낙 잡초들이 애를 먹이는지라
이렇게 부직포를 깔아 원천봉쇄를
합니다. 농약은 절대 치지않기에
미리 방지하는 방법입니다.
이번 비는
정말 고마운 단비였습니다.
그새 많이 자란 느낌입니다.
응원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