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아시아>와 엠넷미디어가 함께하는 ‘IT's TIME TO ROCK’ 릴레이 인터뷰의 다섯 번째 주자는 트랜스 픽션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트랜스 픽션은 2006년 월드컵 때의 ‘승리를 위하여’로 기억되는 밴드다. 혹 <피파온라인 2>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그들의 ‘Radio’ 같은 곡에 익숙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2002년 데뷔해 짙은 화장의 비주얼 록을 소화하던 초기에서 헤비한 질감의 음악을 들려준 2집을 거쳐 간결한 멜로디가 매력적인 3집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한 가지로 수렴할 수 없는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며 오랜 시간 홍대 신을 지켜왔다. 보컬 해랑, 기타 전호진, 베이스 손동욱, 드럼 천기로 구성된 이 4인조 록밴드에게서 한국에서 록밴드가 견뎌내는 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Time To Rock Festival(이하 TRF)에서 사운드적인 문제가 있었다던데. 해랑 : 그렇게 커다란 공연장에서 제대로 음향을 확보하려면 서태지 정도 되는 장비와 자금이 있어야 된다. 팀도 엄청 많이 참가해서 개인적인 사운드를 내기도 힘들고. 전호진 : 진짜 메탈리카 정도 되는 팀이 와야 될 거다. 어차피 우리 같은 규모의 팀은 그게 안 되기 때문에 상당히 흔한 경험이다.
“메탈도, 얼터너티브도, 가요... 이런 저런 잡다한 걸 많이 했다”
그런 면에서 TRF를 비롯해 올해 열리는 지산 록페스티벌처럼 덩치 큰 페스티벌 위주로 판이 짜이는 건 어떻게 생각하나. 사운드를 비롯해 디테일적인 문제가 있을 거 같은데. 전호진 : 그래도 큰 공연이 좋다. 작은 클럽에서 관객 몇 명하고만 만나던 인디 밴드 입장에선 큰 무대에 나가서 자기들을 알릴 기회가 중요하니까. 와서 보는 분들도 다양한 밴드를 볼 수 있고. 천기 : 이번 TRF에서도 하루 종일 보는 분들이 꽤 많았다. 그분들은 그러면서 자신들이 모르던 밴드와 음악을 듣게 될 거고 그러면서 관심이 생기면 찾아서 들으실 거다. 그러면 수요도 어느 정도 만들어지지 않을까. 전호진 : 그리고 우리처럼 하드한 음악을 하는 밴드가 설 곳이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러니까 우리 입장에서도 TRF처럼 하드록 그룹 많이 섭외하는 대형 페스티벌이 좋을 수밖에 없다.
사실 홍대 신의 거의 첫 세대지만 최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홍대 뮤지션과는 스타일이 많이 다르다. 메탈 밴드는 아니지만 리프는 헤비한 편이다. 전호진 : 우리가 학원에서 기타 배울 때는 헤비메탈이 유행했으니까. 그런데 나와서 음악 시작할 땐 너바나 때문에 메탈이 붕괴되고 얼터너티브록이 유행했다. 해랑 : 메탈로 음악을 시작했다가 밴드 하면서 얼터너티브도 하고, 방송에 나오면서 가요 스타일도 하고, 이런 저런 잡다한 걸 많이 했다.
트랜스 픽션이란 팀으로 뭉친 이후에도 음악적 변화가 눈에 띈다. 2집이 상당히 헤비한 질감이 살아있었다면 3집은 훨씬 톤과 멜로디가 간결해진 느낌이다. 손동욱 : 1집은 트랜스 픽션 이전에 따로 팀을 하던 시기의 색깔이 제각각 보였는데 믹스가 되질 않았다. 반면 2집은 준비하는 기간이 되게 길어서 방향을 하나 정해놓고 연습실에서 매일 연습하면서 작곡하고 수정하면서 녹음을 했다. 그리고 3집에선 이미 앨범 2장을 내며 쌓인 노하우로 작업을 한 거고.
말하자면 3집은 한 큐에 갔다는 건가 해랑 : 그런 거지. 시행착오를 많이 줄였다. 그리고 솔직히 활동 하면서 방송에 어울리는 가요 같은 곡을 부르기도 하느라 그 생리에 맞게 좀 간편하게 한 게 있다.
그래도 멜로디는 3집이 더 귀에 감긴다. ‘Get Show’나 ‘Radio’ 같은 곡은 일본 록밴드가 애니메이션 주제가 부를 때의 느낌도 들었고. 천기 : 결국 애니메이션은 아니더라도 게임에 활용된 거지. <피파온라인 2>에. 손동욱 : 1집 준비할 때 축구 게임을 하면서 배경 음악으로 로비 윌리엄스 노래가 나오는 걸 들으며 진짜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다 보니 우리도 하게 됐다.
“팀의 색을 보여주려면 앨범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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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럼 천기, 베이스 손동욱, 보컬 해랑, 기타 전호진.(왼쪽부터) |
말한 대로 ‘Get Show’나 ‘Radio’는 게임에 쓰였고, ‘승리를 위하여’는 월드컵 주제가로 유명해졌다. 이것이 활동에 있어 어떤 의미를 갖나. 전호진 : ‘승리를 위하여’로 붉은 악마와 인연을 맺고, ‘Get Show’는 SHOW 브랜드에서 지원을 해줘서 만든 음악이라 그쪽과도 관계를 맺었다. 또 <피파온라인 2> 때문에 게임회사를 알게 되고. 음악을 계속 하면서 활동의 폭을 넓히는 거라고 본다. 해랑 : 여기까지 흘러오면서 이런 것도 하고 저런 것도 한 건데 모두 우리의 모습이다. ‘승리를 위하여’를 부르는 모습만이 우리의 전부일 거라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전호진 : 그래서 다음 앨범에선 변화를 좀 주고 싶다. 월드컵을 통해 이름을 알리는 건 좋았는데 우리가 너무 그 분위기에 휩쓸려 간 게 있다. ‘승리를 위하여’ 자체는 좋았는데 그 이후 너무 그 곡의 연장선상에서 음악을 만든 게 있다.
그럼 다음 곡들은 언제쯤 볼 수 있는 건가. 해랑 : 4집은 내년에 나올 거고, 싱글이 올해 여름에 나올 예정이다.
4집을 내는 건가. 요즘 같은 시기에 앨범을 고수한다는 건 참 반가운 소식이다. 전호진 : (김)태원이 형 인터뷰를 봤는데 앨범을 내봤자 사는 사람도 없고 듣는 사람도 없어서 싱글을 내겠다는 말씀에 절대적으로 공감은 한다. 앨범을 고수하면서도 딜레마가 있다. 해랑 : 그래도 내가 LP를 사서 듣던 세대라 그런지 앨범은 꼭 내야겠다. 그리고 밴드 활동을 할 거면 팔리든 안 팔리든 뭔가 남겨야 하지 않나. 디지털 음원은 그런 느낌이 없다.
앨범이란 게 단순히 CD로 찍어낸다는 것 뿐 아니라 10개가 넘는 곡들로 채운다는 걸 의미하지 않나. 전호진 : 싱글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연주보단 보컬 위주로 가게 된다. 팔릴 곡만 들어가니까. 하지만 앨범을 만들면 타이틀 곡 외의 곡에서 어떤 건 기타 연주를 길게, 또 다른 곡은 드럼 필인이 현란하게 들어가게 구성할 수 있다. 해랑 : 팀의 색을 보여주려면 앨범을 내야 한다.
본인들이 더 잘 알겠지만 앨범 시장이 완전히 붕괴했다. 이런 환경에서 음악을 하는 건 어떤가. 전호진 : 옛날에는 언더그라운드에서 좀 괜찮게 하면 음반이 1만 장은 팔렸다. 그러면 밴드 앞에 5000만 원이 들어온다. 그게 음악을 지킬 수 있는 엄청난 자원이다. 4, 5만장 팔려서 2, 3억 생기면 정말 충분히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는 거고. 지금 그 정도가 가능한 록밴드는 넬 정도 밖에 없을 거다. 손동욱 : 예전에는 앨범 구매력이 있는 게 10대, 20대 위주여서 방송이 이들 세대 위주로 돌아갔는데 지금은 10대, 20대가 구매력이 없어도 방송은 이들 세대 위주로 만들어진다. 그러니 과거에 우리와 같은 스타일의 음악을 듣던 3, 40대가 볼 프로그램을 접하기 힘들다. 아예 성인가요라면 아이넷 같은 채널에서 소개가 되겠지만. 해랑 : 그래서 음악성을 지키기 어려워지고, 상업적으로 가게 되는 거다. 우리의 색을 지키는 게 쉽지 않다.
“아무리 후줄근하게 입어도 주눅 들지 않는 뻔뻔함이 록커”
그렇다면 각 앨범마다의 스타일 변화와 대중적인 활동 가운데서도 지키고 싶은 트랜스 픽션만의 색이라는 건 무엇인가. 전호진 : 몸에 밴 하드록적인 방식? ‘승리를 위하여’ 같은 경우도 가사만 바꾸면 완전 록이다. 심지어 발라드를 부르더라도 나는 메탈에 기초한 기타 사운드를, 해랑은 좀 찢어지는 보컬을 보이는 식이다. 해랑 : 어떤 음악을 꼭 해야겠다고 말하긴 어렵다. 우리 입으로 무슨 음악을 한다고 말하기엔 잡다한 성격의 밴드라.
사실 트랜스 픽션의 스타일과 뉘앙스라는 건 느낄 수 있겠는데 하나의 장르로 수렴하긴 어려운 스타일이다. 천기 : 인터뷰를 할 때 “무슨 음악 하세요?”라고 물어서 “록 합니다”라고 하면 너무 짧다고 한다. 그렇다고 “모든 음악을 우리 색으로 만드는 트랜스 픽션입니다”라고 해도 그걸 바라는 것 같진 않더라.(웃음)
유독 우리나라에서 장르 이름에 집착하는 거 같다.(웃음) 손동욱 : 메탈리카 인터뷰 봐도 이 사람들은 자기들은 그냥 록 한다고 한다. 쓰래시 메탈 같은 표현 안 쓴다. 커트 코베인도 자기는 팝 록 한다고 말하고.
그래도 결국 록을 한다는 건 변하지 않는 건데 그와 어울리는 릴레이 인터뷰 공통 질문을 하겠다. 트랜스 픽션에게 록이란? 해랑 : 에너지. 너무 빤한가? 손동욱 : 록이 바위란 뜻이지만 외국에선 흔든다는 뜻도 있다고 하더라. 실제로 외국인들은 록음악 들으며 몸도 잘 흔드는데 그런 문화가 부럽다. 그래서 록은... 흔들바위! 전호진 : 뿌리다. 내겐. 천기 : 생활이다. 언제 어떤 식으로 끝날지 모르지만 현재로선 록과 함께하고 있으니.
그럼 트랜스 픽션 멤버들 인생의 록 BGM은 어떤 건가. 해랑 : 레너드 스키너드의 ‘Tuesday's gone’이다. 중학교 때 동대문에 가서 그냥 누구 건지도 모르고 음반을 사서 들었는데 첫 곡이 이 곡이었다. 인트로가 마음을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손동욱 : 레니 크라비츠의‘ Stand by my woman’ 천기 : 머틀리 크루의 ‘Dr. Feelgood’이다. 어렸을 때부터 토미 리를 정말 좋아했는데 이곡에선 유독 더 화려한 연주를 들려준다. 그래선지 들으면 옛날 생각이 난다. 전호진 : 메탈리카의 ‘Battery’
마지막으로 록커의 멋과 자세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해랑 : 뻔뻔함이다. 아무리 후줄근하게 입어도 주눅 들지 않는 뻔뻔함. 천기 : 열정 아닐까? 공연할 때 열정을 가지고 하면 관객들도 결국 알아주는 것 같다. 전호진 : 도전. 록커는 도전을 해야 한다. 손동욱 : 술 마시는 거?(웃음) 술을 마시든 안 마시든 다른 팀과 교류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
첫댓글 뻔뻔함... 자존심을 지키는 그들이 자랑스럽습니다. 구웃..... 여름 싱글 내년 앨범. *ㅁ*
록커의 멋과 자세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 술 마시는 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여름싱글이랑 내년 앨범 진짜 기대되요!;ㅁ;
장르 잘 모르고 듣는데.... 2집이 제일 좋더라는~~ 앨범 꼭 내세요!!!! *^___^*
이런 음악적인 이야기하는 인터뷰 오랜만이네요~평소듣고싶엇던 내용들.. 역쉬 앨범구매만이 뮤지션을 살릴수잇다!!
최근 부활 25주년 관련한 김태원님(부활)인터뷰를 봤었는데... 우리나라는 너무 나이를 먹으면 음악을 그만하게 되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음악이라는 건 분명 연륜이 쌓여 더 멋진 창작을 할 수 있는 분야라고, 그래서 음악을 오래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야 하고 그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시더군요. 밴드가 그 밴드의 이름을 듣는순간 생각할 수 있는 음악적 색을 가지는 건 힘든일이지만... 트랜스픽션은 꼭 해냈으면 좋겠어요! 언젠가는 자유롭게 내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해도 당신들만의 색깔을 가지게 되겠죠??? 화이팅~! 저 늘 응원하는 맘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
트랜스픽션이 장수밴드가 됐으면 좋겠다... 싱글이랑 4집도 기대되지만, 그 이상도 기대된다는^^
역시 트픽은 진정한 록커 ♥
근데 제 생각엔 우리 트픽 형들이 좀 어려운 밴드 이름 때문에 좀 덜 뜬 게 아닌가 싶네요 발음하기도 조금 힘들고 영어라 기억에 도 잘 안 남는것 같고 하여튼 그렇다는...
사진 겁나.......................
팀의 색을 보여주려면 앨범을 내야 한다<<완전 공감 ㅠ_ㅜ 역시 멋쨍이들♡
기사 잘봤어요.난 진지한 트픽의 생각을 읽고나니까 더욱 이들의 음악이 소중해지네요. 어떤 음악의 곡이든 트픽이 들려줄 락을 품은새로운 곡들을 이해할 준비가 됐고, 음악을 에너지라고 생각하는 해랑님의 생각에 공감.....여름을 기다립니다.많은 것들이 녹아있을테지요싱글앨범 많은 팬들이 기다릴거고, 그 속에 저역시.....
음악가를 지켜내는것도, 음악을 생산해내는 그무엇도 역시 금전적인 부분이겠지요. 우리 앨범꼭사자구요.
내년엔 수능도 끝나고 진정 즐길수 있다는 거ㅜ_ㅜ4집 기대만빵! 내년엔 불법유출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ㅜ_ㅜ
아.. 우리 호진오빠 말 많이 했네요..ㅋㅋ 사진도 너무 예쁘게 찍어주시고.. 인터뷰도 딱 오빠들 스타일이 그대로 나오는 것 같아서 순간 음성지원 받은 느낌이...ㅋㅋ 이런 인터뷰 기회가 많아졌으면...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