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골든글러브 투수
류현진 한화
류현진은 올해 다승(18승), 방어율(2.23), 탈삼진(204개) 타이틀을 따내며 투수 3관왕이 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가장 많은 완투(6회)를 했으며 선발 등판 평균 7.1이닝도 전체 1위다. 올해 200이닝을 넘긴 투수는 류현진과 두산 다니엘 리오스(233이닝)밖에 없다. 타율이 높은 홈런타자가 적은 것처럼 강속구와 컨트롤은 쉽게 친해지기 어려운 사이다. 그러나 류현진은 가장 많은 삼진을 잡아내면서도 상대 타자들을 가장 적게 내보내는 투수였다. 그의 피출루율(.274)은 1위다. 투수들에게 불리한 대전구장을 홈으로 쓰면서도 피장타율(.309)에서 2위를 차지했다. 1위 KIA 세스 그레이싱어의 홈구장 외야 면적은 올해 더 넓어졌다. 초구 스트라이크율 1위(65.4%) 기록은 19살 소년 류현진의 성공 비결이 자신감이라는 사실을 알려 준다.
올해 선발투수 가운데 류현진의 경쟁자는 없다. 그렇다면 최근 수상자들과 비교한다면 어떨까.
·2005년 수상자 손민한보다 99개나 더 많은 삼진을 잡았다.
·2004년 수상자 배영수가 19살이던 시즌보다 18승을 더 따냈다.
·2003년 수상자 정민태보다 방어율이 1.08점 낮다.
·2002년 수상자 송진우보다 40개 적은 안타를 내줬다.
·2001년 수상자 신윤호보다 9이닝당 4.3명 적은 주자를 내보냈다.
아쉬운 탈락자
구원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따로 시상한다면 물론 오승환.
골든글러브 포수
진갑용 삼성
진갑용은 올해 삼성에서 양준혁, 박진만에 이은 ‘넘버 3’ 타자였다. 2003, 2004년 2년 연속 20홈런을 넘긴 장타력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타율 2할8푼8리를 기록하며 이 부문 10위에 올랐다. 포수가 공격력이 중요한 포지션이라면 홍성흔이 뽑힐 수도 있었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더한 OPS 기록은 진갑용이 .743, 홍성흔이 .742다. 타자들에게 불리한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홍성흔이 타격에서는 더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수비 면에서는 진갑용이 더 뛰어났다. 진갑용의 도루 저지율은 3할9푼6리로 8개 구단 포수 가운데 1위다. 반면 홍성흔은 2할6푼7리였다. 폭투와 패스트볼도 합쳐서 19개로 진갑용이 가장 적었다. 삼성 투수들은 진갑용이 마스크를 썼을 때 방어율 3.34를 기록했다. 다른 포수를 상대로는 3.32였다. 반면 홍성흔이 포수로 출전한 이닝에서 두산 투수들의 방어율은 3.51, 다른 포수일 때는 2.98이었다. 투수 리드는 수치로 평가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그러나 진갑용이 홍성흔보다 포수로 74이닝 더 출전했다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 |
![]() |
아쉬운 탈락자
21살의 강민호(롯데)는 올해 126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그것도 전 경기 선발이다. 타율 2할5푼1리, OPS .673은 ‘인상적’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비율 기록인 타율이나 OPS는 많은 경기에 출전한 선수의 공헌도를 측정하지 않는다. 반면 출루율과 누타수를 곱한 RC(Runs Created)는 100타수 30안타보다 300타수 80안타를 높게 평가한다. 강민호의 RC는 47.6점으로 홍성흔(51.6점)에 이어 2위다.
골든글러브 지명타자
양준혁 삼성
지난해까지 37살이 넘은 나이에 OPS .900 이상을 기록한 (300타석 이상 기준)타자는 딱 1명 있었다. 지금도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훌리오 프랑코다. 프랑코는 2000년 삼성에서 42살의 나이로 OPS .912를 마크했다. 올해 양준혁은 37세에 타율 3할3리, 출루율 4할4푼5리, 장타율 4할7푼7리(OPS .922)를 기록했다. 백인천이 39살에 4할 타율을 기록했다면 양준혁은 40살까지 3할에 도전할 수 있는 타자다. 양준혁에게도 노쇠의 조짐은 보인다. 그는 34살이던 2003년 33홈런으로 개인 시즌 최다홈런 기록을 작성했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는 개인 최소인 13홈런씩이다. 그러나 선구안은 여전하다. 그의 출루율(.445)은 2위 김재현(SK)보다 2푼7리나 앞서는 압도적인 기록이다. ‘찬스에 약하다’는 편견은 양준혁을 따라다닌다. 그러나 올해 득점권 타율(.375)은 이대호에 이어 2위다. 롯데 호세도 분전했다. 홈런 22개(2위), 출루율 3할9푼9리(6위)는 투고타저 시즌에서 뛰어난 기록이다. 물론 출루율 5할3리를 기록한 2001년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올해 호세는 41살이었다. 내년에 42살이 되는 호세의 성적은 롯데에게 ‘보험용 선수’의 필요를 느끼게 할 것이다.
아쉬운 탈락자
1999년 연말에 받은 골든글러브가 있는 곳을 떠올린다면 호세는 크게 아쉽지 않을 것이다.
골든글러브 1루수
이대호 롯데
100% 득표가 예상되는 포지션이다. 1984년 삼성 이만수 이후 22년 만에 등장한 타격 3관왕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선택에 부족함이 없다. 가장 공격력이 요구되는 포지션에서 이대호는 OPS .980을 기록했다. 2위 KIA 장성호(.870)보다 .110포인트 높은 성적이다. 이대호는 올해 타율, 홈런, 타점, 장타율 4개 부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클러치 히팅’이 공식 타이틀이라면 5관왕이다. 올해 이대호의 득점권 타율은 3할8푼9리로 전체 1위다. 물론 이대호는 30홈런도 100타점도 넘기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는 프로야구 25년 동안 리그 평균 방어율이 7번째로 낮은 투고타저 시즌이었다. OPS .980은 역대 400타석 이상 출전한 타자 가운데 51위다. 그러나 역대 타자들의 성적을 ‘리그 평균 OPS가 같은 시즌에서 뛰었다’는 조건으로 환산하면 이대호의 순위는 25위로 뛰어오른다. 그가 홈런 타자에게 불리한 사직 구장에서 뛴다는 점, 이동 거리가 가장 긴 롯데 소속이라는 점도 어느 정도 계산에 넣어야 한다. 이대호의 1루 수비는 아직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자신은 “수비를 못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말한다.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실책 7개를 저지르긴 했지만 1루수 가운데 가장 많은 보살 74개를 기록했다.
![]() |
![]() |
아쉬운 탈락자
없음.
골든글러브 2루수
정근우 SK
올해의 ‘워스트 포지션’이다. 8개 구단 주전 2루수들은 평균 71경기에만 출전했다. 2루수 최다 출전 기록이 두산 고영민의 90경기다. 한화가 야심차게 영입했던 루 콜리어는 85경기에 뛰는 데 그쳤다. 2루수로는 고작 62경기다. SPORTS2.0이 뽑은 올해의 골든글러브 2루수는 SK 2년생 정근우다. 정근우는 이 포지션에서 최다 출전(105경기), 최다 타석(487회), 최고 타율(.284), 최다 안타(122개), 최다 홈런(8개), 최다 타점(42개), 최다 도루(45개)를 기록했다. RC는 67.1점. 즉 공격과 주루로만 67득점만큼 팀에 공헌했다는 의미다. SK 내에서는 박재홍(71.4점) 다음가는 성적. 2루수 후보 가운데에서는 2위 고영민(40.0점), 3위 콜리어(39.3점)보다 저 멀리 앞서 있다. 스프링캠프 때 정근우의 포지션은 1루수 또는 3루수였다. 시즌 첫 경기인 4월 9일 문학 현대전에서는 중견수로 출전했다. 그 뒤 시오타니 가즈히코의 이탈과 정경배의 부진으로 2루로 옮긴 험난한 여정이었다. 지난해 신인이던 정근우는 88타수에서 볼넷 4개를 고르는 데 그쳤다. 1번타자의 생명인 출루율이 약점. 올해에는 430타수 볼넷 36개로 선구안을 가다듬었다. 선구안이 좋아진 비결은 역설적으로 적극적인 타격. 조범현 감독은 정근우에게 “초구부터 승부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그 뒤 정근우는 자신감과 스트라이크 존을 찾았다. 정근우의 초구 타격 비율은 15.6%로 삼성 1번타자 박한이의 9.5%와 비교된다.
아쉬운 탈락자
2005년 골든글러브 후보 기준은 ‘2루수로 84경기 이상 출전, 타율 2할5푼 이상, 규정 타석 이상’이다. 올해 이 기준을 충족시키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기준을 하향 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규정 타석 이상’이라는 조건만 삭제하면 고영민의 수상이 유력할 것이다.
골든글러브 3루수
정성훈 현대
가장 경쟁이 심한 포지션이다. SPORTS2.0의 선택은 현대 3루수 정성훈이다. 올시즌 현대 최고의 타자는 타격 2위 이택근. ‘넘버 2’는 정성훈이었다. 플레이오프에서 정성훈과 한화 이범호는 나란히 5번타자 3루수로 뛰었다. 두 선수의 타격 기록은 선뜻 누구의 손을 들어주기 어렵게 한다. 정성훈은 정교함에서 앞선다. 타율 2할9푼1리는 전체 8위다. 홈런도 13개를 쳤다. 이범호는 파워 히팅이 장기다. 홈런은 20개로 3년 연속 20홈런을 돌파했다. OPS에서는 이범호가 .826, 정성훈이 .816이다 RC는 이범호가 70.8점, 정성훈이 67.5점이다. 변별력이 있는 차이는 아니다. 득점권 타율에서는 정성훈이 3할로 이범호의 2할6푼4리에 앞선다. 그러나 한 방이 있는 이범호는 득점권 OPS(.922)에서 정성훈(.879)을 앞섰다. 일부 지도자들은 정성훈이 삼진이 적은 점(43개), 헛스윙이 적은 점(헛스윙률 6.7%), 작전수행능력이 좋은 점(희생번트 12개)을 매력으로 꼽는다. 그러나 이는 선수의 타격 스타일과 감독의 성향에 따른 차이다. 두 선수의 차이는 수비에 있다. 이범호의 수비는 지난해보다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유격수 출신 정성훈이 아직은 한 수 위다. 한 수비 코치는 “전진 수비 때 동작, 안정된 타구 처리 등에서 정성훈이 현역 최고 3루수”라고 말했다. 19개의 실책에서 나타나듯 송구가 불안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수원구장 내야는 인조잔디 구장보다 타구가 고르지 않다.
![]() |
![]() |
아쉬운 탈락자
이범호가 올해 세운 ‘3년 연속 20홈런’ 기록은 언뜻 대단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이 기록을 세운 선수는 역대 14명(국내선수 기준)밖에 없다. 3루수 가운데에는 이범호와 두산 김동주(1998~2000년)뿐이다. 이만수, 김봉연, 김성한, 김용철, 김경기도 3년 연속 20홈런을 치지 못했다.
골든글러브 유격수
박진만 삼성
오래전 박진만이 멘도사 라인(타율 랭킹 최하위)을 밟고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야구팬이 있을까. 1997년 고졸 2년생 유격수 박진만은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가운데 가장 낮은 타율 1할8푼5리를 기록했다. 프로야구 사상 1986년 권두조(.162)에 이어 2번째로 나쁜 성적이다. 박진만의 유격수 수비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진가를 인정받았다. 뛰어난 수비 능력에 더해 올해 삼성에서 타율 2할8푼3리, OPS .812로 양준혁 다음 가는 타자였다. 박진만을 제외하면 유격수 가운데 OPS가 .700을 넘어가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 끈기있는 타격은 그의 장기다. 초구 타격 비율은 7.3%로 유격수 가운데 가장 낮았고 볼카운트 2-3에서 공을 친 비율은 13.3%로 가장 높았다. 수비는 전성기보다는 다소 떨어진다. 무릎, 허리 등이 좋지 않다. 대구구장의 딱딱한 인조잔디라는 불리한 조건도 안고 있다. 한 수비 코치는 “예전에는 쉽게 잡을 수 있는 타구를 올해는 어렵게 잡는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진만의 수비율(.982)은 8개 구단 유격수 가운데 2위다. 그러나 ‘9이닝당 자살과 보살의 합계’인 레인지팩터(RF)에서는 4.3개로 최하위다. 물론 수비 기록은 투수와 타자의 성향, 주자 상황 등에 따라 편차가 심하지만 최고 유격수의 이름에는 걸맞지 않다. 그러나 이 수비 코치는 “그래도 내가 감독이라면 수비 리듬과 강약을 조절할 줄 아는 박진만을 주전 유격수로 쓸 것”이라고 말했다 .
아쉬운 탈락자
손시헌은 유격수 가운데 가장 많은 125경기에 출전했다. 수비에서는 특히 송구 능력에서 그를 더 높게 평가하는 코치들도 있다. 그러나 타격에서 박진만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골든글러브 외야수
이용규 KIA 박용택 LG 이택근 현대
지난해 수상자는 LG 이병규, 현대 래리 서튼, 한화 제이 데이비스였다. 올해 수상자는 모두 새 이름일지도 모른다. KIA 이용규의 수상은 확정적이다. 이용규는 최다안타 1위(154개), 타율 3위(.318), 득점 2위(78점), 도루 3위(38개)에 오르며 ‘신데렐라 시즌’을 보냈다. ‘홈런타자는 캐딜락을 타고 3할 타자는 포드를 탄다’는 말이 있다. OPS나 RC 같은 수치들도 교타자보다는 장거리포 선수에게 유리하다. 그러나 시즌 1홈런에 그친 이용규는 외야수 가운데 가장 높은 RC(84.7점)를 기록했다. 올해 헛스윙을 가장 적게 한 선수가 바로 이용규(헛스윙률 5.3%)였다. 빠른 발과 투수 출신다운 강한 어깨로 수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우익수로 주로 뛰었지만 타구를 처리한 횟수는 웬만한 중견수 이상이다. LG 이병규는 외야수 골든글러브를 6개나 갖고 있다. 올해는 후배 박용택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병규는 어깨가 약한 박용택보다 더 나은 수비수다. 그러나 공격에서 올해 박용택은 이병규보다 17점(RC) 뛰어난 타자였다. 외야수 가운데 정교한 타격(타율 .294), 장타력(16홈런), 주루 능력(25도루)이 가장 조화된 선수는 박용택이다. 타율 랭킹 2위(.322)인 현대 이택근도 골든글러브 수상자로 모자람이 없다. 그는 가장 꾸준한 타자이기도 했다. 4월에서 9월까지 6개월 동안 이택근의 월별 타율이 3할 아래였던 적은 7월 한 달(.286)뿐이다. 득점권 타율은 이대호와 양준혁 다음인 3할5푼9리다. 골든글러브가 수비상이라면 그의 자리는 없을지도 모른다. 이택근의 원래 포지션은 포수. 그는 “공을 따라가는 것까진 괜찮지만 후속 플레이가 어렵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외야수는 수비보다는 공격력이 우선인 포지션이다.
![]() |
![]() |
아쉬운 탈락자
데이비스는 외야수 가운데 최다 홈런(21개), 최다 타점(74점)을 기록했다. 가장 아쉬운 후보다. 도루왕(51개) 이종욱(두산)은 99경기만 출전한 게 감점 요인이었다. 득점왕(89점) 박한이(삼성)는 잘 드러나진 않지만 알토란 같은 활약을 했다. 그러나 출루와 득점에 지나치게 신경을 쓴 탓인지 득점권 타율(.214)이 너무 낮았다.
SPORTS2.0 제 26호(발행일 11월 20일) 기사
최민규 기자
ⓒmedia2.0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