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 스튜디오가 더 이상의 작품을 만들지 않고
해체한다는 뉴스를 접하고는 복잡한 기분이 들게 되었다.
이웃집 토토로, 라퓨타, 바람계곡 나우시카와 같은 우리시대
최고의 작품들은 결국 모두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 있던 터, 그가 창작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명가 지브리 스튜디오의 존속이 더 이상 쉬운 것은 아니었다.
최근의 작품인 '바람이 분다'는 하필 우익 논란이 불어서
한국에선 개봉을 하는 둥 마는 둥, 자막 자체도 최근까지 만들어지지 않았고
그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긴 했으나,
그 작품도 개인적으론 매우 좋았었다.
거장이 써내려 간 한 편의 자서전이었고,
그의 삶과 작품활동, 그가 천착했던 주제에 대한 일종의 정리이자,
그가 몰두하던 보편예술과 전쟁을 치른 일본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하나의 푸닥거리였다. 진작 했어야 했던.
현대의 고전이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그 동안 만들어졌던 작품에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간 나왔던 지브리의 작품을 훑어 보았는데,
드문드문 빼먹은 게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렇게해서 찾아 본 영화는 오늘 소개할, '바다가 들린다(1983)'
최근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서정적인 작품들,
가령, '초속 5cm, 언어의 정원'등에 푹 빠져 있었기 때문에
이 작품이 그런 서정계열이라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고, 오히려 반가웠다.
이 작품은 지브리의 '코쿠리코 언덕에서'나 '귀를 기울이면'과 같은 계열의
순정 장르이긴 하지만, 미술 제작에 많은 자본을 투입한 작품은 아니다.
다소 라이트 버전이고,
극장판으로는 미술 디테일이 좀 부족하지 않나 싶은 느낌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의 전개와 큰 틀에서의 미술 미쟝센은 여전히 매혹적이며,
바닷가 일본 시골 마을의 따뜻한 감성을 오롯이 잘 담았다.
스포일러가 없는 선에서 영화의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일단 첫사랑 이야기이고,
시코쿠 지방의 해안도시 고치를 배경으로,
도쿄에서 온 전학생과 그녀를 둘러싼 청춘 학원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지브리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다루고 있다.
학창시절 누구나 가졌을 법한 청춘로맨스를,
감정이입하기 쉽고 설득력 있게
보편적 감성으로 풀어낸다.
한국에 그렇게 알려진 작품은 아닌 것 같지만,
충분히 즐길 만 하고 아름다운 작품이다.
지브리 명예의 전당, 가장 높은 곳에 놓여지진 않을 지라도
생각날 때 가끔 꺼내어 다시 봐도 좋을 그런 보석같은 소품이다.
OST 의 느낌도 참으로 좋다.
海がきこえる, Ocean Waves 1993 - Ending Theme
http://youtu.be/YekFxv4IcV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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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해체는 아니고 잠시 휴업? 정도라는...
작품세계 만큼이나 지브리에 대한 애착이 강한 노친네가 평생을 통해 이룬 왕국을 쉽게 닫을수 있었을까요
여북하면 재능이라곤 아부지 발뒤꿈치 만큼인 아들을 후계자로 키우고 싶었을까요....
극장에서 본 게드전기는 정말 최악이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올드하고 2D에 익숙하고 내 생각 기억엔 지브리가 있고
저의 넘버원 애니는 그의 작품 중 하나이네요
일본문화가 불법이던 시절(롱롱 어고우)
광안리 소극장에서 이틀내내 좁아터진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그의 애니를 보며 감동했던 그 순간들을 전 잊을수가 없네요
우리 세대가 지브리를 접하게 된 문화루트가 대개 어둠의 경로이긴 한데,
소극장이라면 그나마 양지(?)에서 접한 듯합니다 ㅎㅎ
당시, 라퓨타, 바람계곡 나우시카 등을 VHS 방식 비디오테이프로 친구를 통해 빌려 본 기억이 나요.ㅎ
그 때도 최고였지만, 앞으로 많은 시간이 흐른 다음에 보더라도
미야자키 하야오가 남긴 선물들은 우리시대 최고 작품들로 남아 있지 않을까 싶네요.ㅎ
그가 다룬 다양한 이야기에 담긴 보편적 휴머니티와 독특한 영화언어는 그 이후에도 큰 영향을..^^
동감합니다
지기님께서 워낙 잘 설명해주셔서 덧붙일 말이 없어요 ㅎㅎ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좋아하는 쟝르이기도 하고 꿈과 희망을 얘기하는 작품들이라 더욱 그런거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