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2030] 미래의 한반도 생태환경
여름철 게릴라성 폭우, 겨울은 온화한 準아열대 예상
李相敦
⊙ 1951년 부산 출생.
⊙ 서울대 법대, 동同 대학원 법학 석사. 미 마이애미大 법학 석사, 튤레인大 법학 박사.
⊙ 미 조지타운大 교환교수·로욜라大 초빙교수·중앙大 법대 학장·한국국제비교법연구소 대표 등 역임.
⊙ 저서: <세계의 트렌드를 읽는 100권의 책> <비판적 환경주의자>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중상모략(譯)> <반역(譯)> 등 다수.
李相敦 중앙大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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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까지는 단지 20년 남짓 남았지만 그 때의 우리나라 ‘환경’을 예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미래는 항상 예측하기 어려운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20년 전에 생각했던 오늘날의 ‘환경’은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20년 후도 ‘환경’에 관해선 큰 변화가 없지 않을까 한다. 그것은 지난 20년 동안의 우리나라 환경은 20년 전에 정해진 방향에 따라 대체로 발전되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환경분야에서는 컴퓨터와 통신의 결합 같은 큰 혁신은 없었다.
우리는 ‘환경’을 이야기할 때 대기오염, 수질오염, 폐기물과 유해물질, 기후변화와 생태계 같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한 나라의 ‘환경’을 결정짓는 요소는 훨씬 다양하다. 그 나라의 국토여건과 인구, 경제상황과 산업발전 단계, 지식과 기술의 상태, 정치과정과 법치질서 등 많은 요소가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우리의 ‘환경’은 우리에게 주어진 여건과, 이에 대한 우리의 도전과 적응에 의해 결정된다. 2030년 우리나라의 ‘환경’을 안정적으로 전망할 수 있는 것은 지난 세월 동안 우리가 나름대로의 도전과 적응을 통해 우리의 환경을 조성해 왔고, 미래는 과거의 연장이기 때문이다.
많은 변수가 있을 앞으로의 25년을 내다보기에 앞서 지금부터 25년 전을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부터 25년 전인 1980년대 중반은 우리나라의 모든 분야에 있어 큰 변혁기였다. 정치적 사회적 욕구가 폭발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우리나라의 경제는 선진국을 향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즈음 우리나라 환경의 사정은 제3세계와 비교하면 좋았지만 자동차를 수출하고 올림픽을 개최하는 나라로서는 환경이 좋지 않았다. 정부 는 고체연료를 천연가스로 교체하고 하수처리장을 본격적으로 세우기 시작한 것이 바로 그즈음이었다. 살기 좋아진 사람들이 마구 내다버리는 각종 쓰레기 때문에 ‘쓰레기 위기’를 겪었던 것도 그때였다.
◈ 경제성장하면 환경은 좋아져
경제성장은 자원을 소모하고 폐기물 발생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환경에 惡(악)영향을 주지만, 경제성장이 수반하는 기술개발과 투자는 궁극적으로 환경을 개선시킨다. 제3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빈곤과 생태계 파괴라는 악순환에 갇혀 있는 것도 경제성장이라는 탈출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천연자원도 없고, 자본도 없고 기술도 없었던 우리나라는 비록 시행착오를 거쳤을망정 산업화에 성공해서 그 런 악순환을 벗어날 수 있었다.
통계에 의하면 1인당 국민소득이 1400달러가 되면 하천의 대장균 수는 감소하기 시작하며, 3200달러가 되면 대기 중 아황산가스가 감소하기 시작하고, 1만5000달러가 되면 대기중의 질소산화물이 감소하기 시작한다.
이런 추세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의 생활환경은 개선되고 있는 과정의 끝자락에 있다. 대기 중의 아황산가스 문제는 이미 해결됐고, 선진국처럼 질소산화물과 여름철의 오존 오염이 문제가 되어 있다. 따라서 2030년이면 통상적인 대기오염이나 수질오염은 더 이상 우려할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정부가 주도한 환경투자와 규제, 시민단체와 언론이 벌인 캠페인이 꽃을 피운 것이다. 환경오염 때문에 대한민국의 21세기는 ‘大亡(대망)의 세기’가 될 것이라는 어느 환경운동가의 장담은 다행히도 틀렸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볼 경우 아직도 오염물질 배출이 늘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환경부가 수립한 ‘국가환경종합계획 2006~2015’도 그런 입장에 서있다. 환경부는 이 계획에서 우리나라의 전통적 오염문제는 많이 해소됐지만, 새로운 형태의 오염과 풍요한 생활로 인해 발생하는 폐기물 증가 등 많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 내구재 쓰레기 증가
하이테크 시대에는 내구재 폐기물들이 골칫거리가 될 것이다. |
환경부는 하천오염과 대기오염은 줄고 있지만 지하공간 오염 등 새로운 문제가 제기될 것이며, 1997년 경제위기 후 잠시 줄었던 폐기물 배출도 1999년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어 큰 문제라고 보고 있다. 또 현재 시행중인 환경부담금 등 準(준)조세 성격의 각종 부담금이 환경을 개선하는 효과가 미미하며,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기업에 의한 자율 환경관리 성과도 미흡하다고 본다. 반면 국토 난개발로 인한 환경훼손은 갈수록 심각해져서 전통적인 환경오염을 저감시킨 성과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환경부는 2015년까지는 대기오염물질과 수질오염물질의 배출이 늘고, 물 수요도 늘 것이며, 전자제품 등 하이테크 제품 같은 耐久財(내구재) 쓰레기가 증가하고, 화학물질의 사용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 이후에도 이런 추세가 지속될지를 점치기는 어렵다.
많은 학자들은 경제수준이 어느 정도가 되면 오염물질 배출량이 정체되거나 감소된다고 보았다. 또 정보화 하이테크 사회가 되면 쓰레기가 줄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이런 예측은 아직까지는 들어맞지 않았다. 사람들의 생활이 나아질수록 자꾸 새로운 물건을 사고, 쉽게 버리기 때문이다. 전자제품 등 내구소비재 수명이 짧아진 탓에 再(재)활용이 어려운 쓰레기가 넘쳐나고 있다.
세계적 습지로 인정받고 있는 경남 창원 우포늪. |
◈ 포스트 교토체제에 대비해야
그린피스 활동가가 캐나다 오타와 국회의사당 앞에서 교토의정서 비준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정보화 사회가 종이소비를 줄여 줄 것이라는 기대도 어긋났다. 정보화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문서를 많이 만들고 버리게 됐기 때문이다. 소수층의 전유물이었던 문서작성이 전 국민에게로 보급되어 종이소비를 늘린 것이다. 한편 폐기물 재활용 기술이 개발되어 플라스틱과 건설폐기물 재활용 같은 분야에선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재활용은 아직도 경제적으로 非(비)효율적이고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쓰레기 처리는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골치 아픈 문제로 남아 있을 것이다.
오염물질과 폐기물 처리 같은 전통적인 환경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정부가 충분한 재정을 갖고 있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나라의 환 경 속에서 살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만 우리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중국과 같은 주변국의 활동이 우리 환경에 영향을 미치며, 지구온난화 같은 全(전) 지구적 환경변화도 당연히 우리나라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은 우리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 같은 추세는 2030년까지 지속될 것이다. 중국은 1990년대 이래 매년 연료소비가 10% 이상 증가하고 있으며,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로 인해 東北亞(동북아) 지역의 대기오염, 산성비 및 온실가스 배출증가, 서해의 해양오염 증가는 불가피하다.
지구온난화는 아직도 그 실체와 정도, 원인에 대해 많은 논쟁이 있지만 온난화가 완만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기후변화를 억제하기 위한 교토(京都)의정서는 실패했고, 따라서 2012년 이후의 기후변화 대응 시스템을 정할 포스트 교토체제가 주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교토의정서에서는 開途國(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아 규제를 피해 나갔다. 하지만, 포스트 교토체제에서 우리나라가 면제될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포스트 교토체제가 어떤 방향으로 형성될지 우리에게 초미의 관심사다.
만약 포스트 교토체제가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강제 감축하는 방향으로 귀결되면 화석연료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는 에너지 정책을 일대 전환해야 한다. 그러나 중국·인도 등 온실가스 배출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나라들의 태도가 불분명한 데다가,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이 닥쳐 포스트 교토체제 구상이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포스트 교토체제에 대비해서 개발된 하이브리드 자동차, 또 앞으로 나온다는 연료전지 자동차, 전기자동차 등이 과연 휘발유 자동차를 대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런 재생에너지는 신기술 이 아닐뿐더러 온실가스 감축 효과에 비해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제발전에 따라 발생하는 공해는 우리에게 직접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
◈ 한반도 기후변화
최근 기상청과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한반도 기후변화 현황’은 한반도가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속해 있음을 보여 주었다. 연구에 의하면 최근 100년 동안 전 세계는 평균기온이 0.6~0.7도 상승한 데 비해 한반도는 1.5도가 상승했다고 한다. 또 지난 30년간 우리나라의 기온상승 추세를 보면 겨울이 1.9도가 상승했고, 여름이 0.3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세는 동아시아 북부의 겨울철에 온도상승이 가장 클 것이라고 본 국제기구의 판단과 일치한다.
지역적으로 보면 동해안 남부와 중북부 내륙, 중부 내륙지대에서 온도 가 많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사과 주산지가 경북 대구에서 충북 충주로 바뀌는 등 기후변화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다. 기후변화가 우리의 경제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기온 상승과는 별개로 최근 들어서는 局地的(국지적) 게릴라성 폭우가 증가하는 등 전에 없던 異常(이상)기후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미국 남동부에 대형 허리케인이 증가한 것과 비슷한 맥락의 변화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태백산 지역과 영남 내륙 같은 江(강) 上流(상류)에 降雨量(강우량)이 급증해서 물 관리에 警鐘(경종)을 울리고 있다. 상류지역에 게릴라성 폭우가 오는 경우가 잦아져 기존의 댐으로 홍수피해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강수일수는 감소해서 가뭄과 홍수가 연거푸 발생하는 기상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海水面(해수면) 상승이 한반도에 어떻게 나타날지에 대해 서는 아직은 구체적인 연구결과가 없다. 만일 해수면 상승이 발생하는 경우 해안 低(저)지대에 자리잡은 도시들이 어떤 피해가 발생할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온난화 추세가 지속되면 2030년의 한반도는 여름이 덥고 폭우가 많으며 겨울은 온화한, 準(준)아열대 나라가 되어 있을 것이다. 물론 그 기간 도중에도 짧은 사이클의 기후변화가 닥쳐와 온난화 추세가 중단될 수도 있지만, 일단은 완만한 온난화를 전제로 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2030] 한국의 선진국 진입 가능성
자유민주주의 완성, 신뢰사회, 문화 發信國, 세계 貢獻國이 목표
朴世逸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 1948년 서울 출생.
⊙ 서울대 법대 졸업, 미국 코넬대 대학원 경제학 석·박사.
⊙ 서울대 법대 교수, 17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의장 역임.
⊙ 저서: <대한민국 선진화 전략> <선진화 혁명 지금이 마지막 기회> <정치개혁의 성공조건>
<法경제학> 등.
⊙ 상훈: 국민훈장 모란장, 한국경제학회 청람상.
[1] 지난 60년의 회고: 건국·산업화·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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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1세기 국가목표: 선진화 革命
그러면 근대화 혁명에 성공한 대한민국이 앞으로 지향해야 할 21세기 국가목표 내지 국가과제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한마디로 향후 21세기 대한민국의 국가목표 내지 국가과제는 남과 북이 모두 선진화 혁명에 성공하여 ‘통일된 선진조국’을 건설하는 것, 환언하면 ‘한반도 전체의 선진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이 ‘한반도의 선진화’는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가?
선진화 제1단계: 남한의 선진국 진입과 북한의 근대화 혁명 단계
제1단계는 남한이 경제적으로 선진국 진입에 성공하는 단계이고, 동시에 북한 도 개혁개방을 통해 산업화를 본격 추진하고 서서히 민주화의 방향으로 들어서는 단계다. 제1단계는 향후 10~15년 내에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남한은 왜 10~15년 안에 반드시 경제적 선진국에 진입해야 하는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인구변화에서 온다. 남한은 향후 10년 내에 생산인구(15~64세)가 줄기 시작하고 향후 15년 이내에 총인구가 줄기 시작할 것이다. 인구가 줄기 시작하면 선진국 진입에 필요한 높은 성장률(5~6% 정도)의 유지가 어렵게 된다. 다른 조건에 변화가 없어도 인구감소만으로 2% 정도의 성장률 하락이 예상된다.
그러면 북한은 왜 10~15년 안에 근대화 혁명에 성공해야 하는가? 주된 이유는 북한에서 개혁과 개방 없이 지금 같은 非(비)정상 실패국가의 상황이 10~15년 지속되면 ‘북한 전체의 砂漠化(사막화)’가 급진전되리라 보기 때문이다.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근대화 혁명을 추진할 人的(인적)·物的(물적)·정신적 자원이 회복 불능의 상태까지 고갈되고 파괴될 위험이 크다고 본다.
선진화 제2단계: 남한의 선진화 완성과 북한의 선진국 진입
제2단계는 남한이 선진국의 先頭走者(선두주자)가 되는 단계다. 단순한 경제적 선진국만이 아니라 정치·사회·문화 모든 측면에서, 그리고 국제적 기여도에서도 명실공히 세계 일등국가인 선진국이 되는 단계다. 동시에 북한도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근대화 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루어 내고 선진화 구상에 진입하는 단계다.
제2단계 선진화는 제1단계 선진화가 끝난 후 최소한 15년 전후의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말하자면 제1단계가 2020년 전후에 끝나고 제2단계가 2035년 전후에 완성되는 셈이다. SPAN>
[3] 선진화란 무엇인가?: 先進國의 5대 조건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 북한이 10~ 15년 내에 근대화 혁명에 성공하지 않으면 한반도의 미래는 없다. |
그러면 선진화란 무엇인가? 간단히 이야기하면 ‘선진국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첫째 ▶경제적 선진화 ▶▶ 1인당 소득 3만 달러의 ‘항아리型(형)’ 경제
우선 경제적으로는 2005년 가격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최소한 3만 달러 수준에는 들어가야 한다. 2005년 현재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이상인 나라는 전 세계국가 약 220개국 중에서 룩셈부르크,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스위스, 아일랜드, 덴마크, 미국, 스웨덴, 네덜란드, 핀란드, 영국, 오스트리아, 일본, 벨기에, 캐나다, 프랑스, 호주, 독일, 이탈리아 등 20개국 뿐이다. 경제적 의미의 선진국이란 대한민국이 1인당 국민소득으로 보아 세계 최고 소득국가 20개국(G-20) 안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선진국이란 단순히 국민소득이 높은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국민소득이 비교적 고르게 분배되어야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다. 평균 국민소득은 높지만 빈부격차가 너무 심한 경우에는 선진국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평균 국민소득도 높지만 중산층(중위 60%)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항아리型(형) 경제’를 이루어야 선진국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중산층의 소득점유율이 높은 사회가 成長親和的(성장친화적)인 사회분위기를 수반하여 親(친)성장적 정책과 제도를 가지기 쉽고, 그로 인해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기 쉽다는 사실을 가르쳐주고 있다. 또 중산층의 소득점유율이 높은 사회가 상대적으로 사회적 갈등과 불안이 적어 정치적 안정을 이룰 수 있고, 그 결과 높은 경제성장률을 지속하기 쉽다는 사실도 가르쳐주고 있다.
이러한 ‘성장친화적 항아리형 경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경제 성장전략이 국민 대다수가 참여하는, 특히 저소득층이 많이 참여하는 ‘低邊(저변)이 넓은 성장전략(broad-based growth strategy)’을 추구해야 한다. 거대 기업 등 소수만이 주도하는 성장만으로는 소위 ‘양극화 축소형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 따라서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는 물론 저소득층이 보다 활발히 참여할 수 있는 경제성장을 만들어 내야 한다.
둘째 ▶정치적 선진화 ▶▶ 포퓰리즘을 넘어 ‘자유민주주의’로
정치적으로 선진국이란 ‘절차적 민주주의’의 단계를 지나 ‘실체적 민주주의’의 성공까지 이루어 내는 것을 의미한다. 환언하면 ‘민주화의 단계’를 지나 ‘자유화의 단계’를 성공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명실공히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를 달성하는 것을 정치적 선진화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1980~1990년대 민주화를 이루었으니 앞으로의 과제는 ‘자유화’이고 ‘실체적 민주주의’의 완성이다.
그러면 민주화는 무엇이고 자유화는 무엇인가? 민주화는 국민이 선거를 통해 정부를 선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자유화는 그렇게 선출된 정부가 국민의 존엄과 생명, 자유와 권리를 하늘처럼 떠받드는 정부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민주화와 자유화에 성공해야 비로소 자유민주주의에 이르게 된다.
21세기 우리나라가 정치적 선진국이 되 기 위해서는 민주화(민주주의)와 자유화(자유주의)가 결합된 자유민주주의의 달성이 필요하다. 그런데 민주화의 단계를 지나 자유화의 단계로 나가는데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다. 민주화의 물결을 타고 정치적 선동가가 등장하여 대중의 일시적 정서에 맞춰(혹은 대중정서를 조작하며) 國政(국정)을 인기 영합적으로 운영하면 법과 원칙이 무시되고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이 위협받고 부정되기 쉽다.
그 결과 등장하는 것이 소위 非(비)자유민주주의(illiberal democracy)다. 이는 민주화는 되었는데 자유화에 실패하는 경우다. 요즘 지구 위에는 비자유민주주의가 생각보다 많다. 그래서 민주화 이후 우리의 과제는 포퓰리즘의 위험을 극복하고 자유화를 달성하여 자유민주주의를 완성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법의 지배’의 정착이다.
법치주의는 便宜(편의) 의 지배(rule of expediency)가 아니라 原則(원칙)의 지배(rule of principle)를 의미한다. 법치주의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권력을 견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래서 포퓰리즘의 위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치주의를 세워서 ‘편의와 인기와 감성의 지배’가 아니라 ‘법치와 원칙과 이성의 지배’를 정착해야 한다.
법치의 확립 없이 선진국 진입은 없다. 사진은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의 모습. |
셋째 ▶사회적 선진화 ▶▶ 公私調和의 사회: 君子와 교양인의 사회
사회적 선진국이란 公益(공익)과 私益(사익)이 잘 조화되어 있는 사회라 할 수 있다. 사회구성원 개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자유롭게 추구하면서도 공동체에 대한 자발적 배려와 기여, 그리고 책임의식이 높은 사회를 의미한다. 한마디로 ‘公私調和(공사 조화)의 사회’다.
도덕과 윤리의 수준이 높은 사회는 국민 개개인의 도덕적 윤리적 자기절제를 통해 公益(공익)과 私益(사익)의 조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동양에서는 이웃(공동체)을 위한 자기절제능력이 높은 사람을 ‘君子(군자) 혹은 선비’라 하고, 서양에서는 ‘紳士(신사) 혹은 敎養人(교양인)’이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군자와 교양인이 많은 사회’를 선진사회라고 할 수 있다.
군자와 교양인이 많으면 우선 그 사회가 信賴社會(신뢰사회)가 된다. 서로가 상대를 믿고, 믿음을 기초로 자신의 행위를 계획할 수 있게 된다. 상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상호신뢰의 선순환’을 만들어 낼 수 있다. 2001년 세계가치관조사를 보면 ‘낯선 사람을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스웨덴에서는 66.3%가 신뢰할 수 있다고 답했다. 같은 질문에 대해 일본은 43.1% 미국은 36.3%인데 반해 한국은 27.3%에 불과했다. 이는 아직 일반적 사회신뢰수준이 낮다는 사실을 증거한다.
군자와 교양인이 많으면 그 사회는 저절로 서로가 서로에게 적극적으로 善(선)을 행하는 人情(인정)사회로 발전한다. 그렇게 되면 적극적인 이웃사랑과 이웃나눔 활동이 일어난다 . 자원봉사활동이 일상화되고, 크고 작은 共同體(공동체) 운동(community movement)이 많아진다. 이러한 ‘자원봉사형 공동체운동’이 많은 나라가 선진국이다. 미국에는 약 140만개의 자원봉사조직이 활동하고 있고, 성인의 과반수가 주 4시간 이상을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공익을 위해 출연한 크고 작은 재단도 40만개나 된다.
넷째 ▶문화적 선진화 ▶▶ 多문화 共生사회를 지나 세계문화 發信國
문화적으로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두 가지 조건이 이루어짐을 의미한다. 하나는 ‘多(다)문화 共生(공생)사회’가 되어야 한다. 다른 문화, 다른 민족, 다른 종교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이해하고 배우려는 관용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自國(자국)에 대한 독선적 자세와 異國(이국)에 대한 배타적 자세로는 문화선진국이 될 수 없다.
둘째, 다문화 공생의 단계를 넘어 자기 민족이 가진 전통문화의 장점과 이국문화의 장점을 결합하여 새로운 ‘세계문화표준’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어느 문화든 나름의 特長(특장)이 있다. 자국의 문화와 이국의 문화를 결합하고 융합하여 ‘새로운 글로벌 문화’를 창조할 수 있어야 문화적 선진국이다. 즉 ‘세계문화 발신국’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문화의 융합이 성공하려면 국민 다수가 높은 수준의 문화이해력 내지 문화解讀力(해독력·cultural literacy)을 가져야 한다. 자국의 문화는 물론 이국의 문화에 대한 올바른 해독력이 중요하다. 이를 기초로 인류의 보편적 성품과 정서를 순화하는 새로운 문화표준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국제적 선진화 ▶▶ 세계貢獻국가
국제적 공헌은 선진국의 필수조건이다. 이라크 아르빌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있는 자이툰 부대원들. |
국제적으로 선진국이란 한마디로 인류의 보편적 발전에 기여하는 ‘세계貢獻(공헌) 국가’다. 인류는 오늘날 많은 어려움과 도전에 당면해 있다. 핵과 테러 문제, 인종전쟁과 실패국가, 절대빈곤과 질병, 지구온난화와 에너지부족, 국제금융시장의 불안과 범지구적 통치구조(global governance)의 취약, 공동체 붕괴와 정신적 황폐 등등 수많은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 이들 문제의 해결에 적극 기여하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다른 나라보다 앞장서 지구촌 이익을 고민하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그리하여 인권, 평화, 빈곤퇴치, 환경, 생태 등 지구적 공공재(global public goods)를 만드는 데 앞장서 기여해야 한다. 그래야 사랑과 존경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선진국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선진국이란 군사적·경제적 능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뛰어난 ‘문화력과 외교력’이 있어야 하고, 세계문명을 선도하는 학술·종교·도덕 등의 ‘정신적 자본’이 있어야 한 다. 소위 소프트 파워(soft power)가 강해야 한다. 이런 소프트 파워를 많이 가진 나라, 그리하여 이웃으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는 모범국가, 매력국가가 국제적 의미의 선진국이다.
[4] 선진화의 목표: ‘國家理想’으로의 선진국
다음 세대에게 어떤 ‘국가이상’을 가진 나라를 물려줄 것인가? |
이렇게 선진국을 여러 측면에서 정의해 보면 우리가 지향하는 선진화는 오늘날 지구 위에 實在(실재)하는 선진국의 어느 하나와 비슷해지는 것을 목표하지 않음이 명백하다. 위에서 우리가 선진국 5대 조건으로 정의한 나라는 오늘날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으나, 우리가 희망하는 가장 바람직한 선진국, 즉 ‘21세기적 理想國家(이상국가)’를 그리고 있다.
대한민국 선진화의 목표는 ‘이상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의 건설’에 있다. 개인에게도 꿈과 이상이 있듯이 국가에도 꿈과 이상이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꿈’, ‘대한민국의 이상’은 무엇인가? 그 꿈과 이상으로서의 대한민국의 선진화된 모습은 무엇인가? 모든 국민이 바람직하게 생각하고 우리 역사와 풍토, 문화와 정서에 잘 어울리는 ‘동양적 한국적 선진국’의 모습은 과연 무엇인가? 이를 찾아 실천하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선진화다. 따라서 선진화는 기본적으로 ‘모방적 선진화’가 아니라 ‘창조적 선 진화’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이 일을 앞으로 제1단계는 2020년 전후까지, 그리고 제2단계는 2035년 전후까지 완성시켜야 한다.
지난 60년간 끊임없이 우리는 ‘과거와의 싸움’을 해왔다. 건국은 식민지의 멍에를 벗어나기 위한, 산업화는 기아와 절대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한, 그리고 민주화는 군사독재와 권위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한 투쟁이었다. 이 투쟁에서 승리하여 우리는 中進國(중진국)의 선두에 우뚝 서 있다. 과거와의 투쟁 과정에서 우리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할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이제 우리는 선진국 진입의 문턱에 서있다. 이제는 대한민국이 궁극적으로 지향할 꿈, 대한민국의 이상이 무엇인가, 우리는 앞으로 과연 어떠한 나라를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하는가 등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국가이상’, ‘동양적 한국적 선진국’의 모습은 무엇인가?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어느 한두 사람이 답할 몫은 아니다. 답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국민들의 참여와 모색과 합의과정이 있어야 한다. 각계각층의 지도자와 전문가들이 이러한 모색과정을 선도할 수는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국민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전 국민의 集團智慧(집단지혜·collective wisdom)와 集團熱情(집단열정·collective aspiration)을 활성화하고 조직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꿈과 이상을 찾아가는 과정, 발견하여 가는 과정, 창조해 가는 국가적 국민적 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 결과를 모든 국민이 다 수용하고 시인하는 단계에 이를 때, 대한민국의 국가이상은 국민 모두가 옳다고 생각하는 國是(국시)가 될 것이다.
앞으로 ‘21세기 대한민국의 국시’를 세우는 노력, 즉 ‘창조적 선진화’를 위한 본격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방향으로 국민 모두의 지혜와 열 정이 모아질 때 대한민국의 선진화, 선진국 진입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대한민국 2030]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인재의 조건
에디슨 같은 현미경적 思考와 카라얀 같은 망원경적 思考를…
李祥羲 대한변리사회 회장
⊙ 1938년 부산 출생.
⊙ 부산고·서울대 약학과 졸업. 同 대학원 약학박사. 미국 조지타운대 로스쿨 수료.
⊙ 11·12·15·16대 국회의원, 국회 정보통신과학기술위원회위원장, 과학기술처 장관 역임.
⊙ 現 한국 우주소년단 총재.
⊙ 상훈: 청조근정훈장, 장영실 과학문화상.
⊙ 저서: <이제 미래를 이야기합시다> <21세기 대통령감이 읽어야 할 책>
<10년이 이룬 100년의 꿈>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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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앞으로 20년 후 우리는 어떤 세상을 맞이할까? 2030년 우리 생활의 중심에는 무엇이 자리잡고 있을까? 또 어떤 인재가 2030년 세상의 중심에 서 있을까? 좀더 재미있는 상상을 해보자.
독일의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08~1989). |
2030년 어느 날, 일상에 지쳐 있던 나피곤씨는 새로 출시된 IHC(Intelligence Home Car)를 구입한 김에 오랜만에 휴가를 내서 여행을 떠났다. 차창으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그의 기분을 충분히 들뜨게 했다.
그렇게 고속도로를 한창 달리고 있는데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긴급한 국제회의 자료를 이메일로 보냈으니 확인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나피곤씨는 신차의 성능을 확인도 할 겸 내비게이션 데크의 음성인식 기능 버튼을 누르고 “이메일”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즉시 화면은 이메일 확인 기능으로 전환되면서 “한 통의 이메일이 있습니다”라는 응답을 해왔다. 운전 중임에도 음성-문자 변환시스템이 장착된 IHC가 읽어주는 이메일 내용을 확인하고 그는 회사 직원에게 답장을 보냈다.
얼마나 달렸을까. 평소 격무에 시 달리던 나씨에게 피로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IHC의 바이오 센서는 이를 감지하고 차내에 적정산소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IHC는 음악치료법 처방에 의한 음악을 틀면서 “업무를 일시 중단하고, 의료용 휴게실로 기능을 전환하겠다”고 안내했다. 40대인 나씨는 자신이 20대 사회 초년생 시절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지는 걸 보면서 ‘비로소 진정한 유비쿼터스 사회의 한가운데에 살고 있구나’하고 생각했다.
◈ 창의력 사회
지금 우리의 과학기술 발전 속도로 보면 이는 꿈 같은 이야기만은 아니다. 몇몇 기술은 이미 상용화되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어쩌면 이런 가상은 2030년이 아니라 10년 이내에 현실로 다가 올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IHC와 업그레이드된 2030년의 컴퓨터가 우리 일의 대부분을 수행하는 세상에서 나씨의 역할은 무엇일까?
오늘날 우리는 첨단의 과학기술 속에 살고 있다. IT붐으로 시작된 신기술 개발은 과거 10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을 실현했고, 우리는 영화 속에서만 보던 꿈 같은 미래 속에 살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다. 기술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는 우리의 두뇌활동, 즉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기술을 응용할 줄 아는 ‘창의력’이다.
우리의 두뇌는 형태적·기능적으로 가장 高次(고차)적인 통합을 실행하는 최고의 중추신경 기관이다. 그 작용도 매우 활발하고 정교해 물질대사도 신체 다른 어느 부분보다 왕성하다. 두뇌의 생리작용으로만 보더라도 창조적 인재에게 요구되는 것은 우수한 두뇌를 활용한 창조활동일 것이다. 앞서 나피곤씨의 역할도 두뇌생산성에 기반을 둔 ‘종합적 추리’, ‘창의적 사고’, 그리고 ‘미래에 대한 예측능력’이라 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요인은 미시적 사고, 거시적 사고의 기본이며, 미래 인재가 가져야 하는 필요충분조건이다. 이러한 두뇌 활동에 근간한 사고(미시적·거시적 사고)는 미래 인재의 조건에 있어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대응된다.
첫째, 미시적 사고는 자기 분야의 전문성에 관해 창조주의 속삭임도 감지하는 현미경적 사고(microscopic thinking)를 가진 인재다.
둘째, 거시적 사고는 창조와 조화의 우주 철학적 사고능력을 가진 망원경적 사고(telescopic thinking)의 인재다. 이는 현미경적 사고를 하는 전문인이 창출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조립(assembly)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생산과 활용이라는 차원에서 현미경적 사고를 가진 사람은 과학과 기술에 대한 끊임없는 두뇌 연구활동(생산)을 하는 연구개발자이고, 망원경적 사고를 가진 사람은 기술을 응용하고 생활화(활용)하는 인재다. 결국 이 두 유형의 창의성(창의적 인재)으로 글로벌 유비쿼터스 사회(global ubiquitous Society)가 움직이는 것이다.
앞서 예를 든 IHC에 구현된 음성인식, 바이오, 무선통신 등의 각종 첨단기술은 현미경적 사고를 가진 전문가의 역할이 만들어낸 산물이고, IHC를 탄생시킨 것은 망원경적 사고를 가진 전문가의 노력이었다고 보면 이해가 쉬울 듯싶다. 좀더 구체적으로, 다음의 두 가지 경우(Fiction I, II)로 망원경적 사고의 인재와 현미경적 사고의 인재에 대해 알아보자.
◈ 체르노빌과 히로시마
2003년 9월 29일 프랑스의 보르도 철도역에서 한 반핵운동가가 철로를 가로막고 핵 폐기물을 운반하던 열차를 멈춰 세우고 있다. |
‘혹시 핵폐기물 처리방안을 지구 생성과정에 존재했던 미생물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미생물이 그 시대에 했던 역할이라면 뭔가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미생물에까지 생각이 미친 그는 그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보기로 했다. 그는 다음날 바로 평소 알고 지내던 미생물학자 김 연구원을 찾아갔다.
“무슨 일인데 선배님이 저를 찾으셨어요? 전화로 대충 들은 얘기로는 잘 모르겠네요.”
한 박사는 김 연구원이 선뜻 응해준 것도 그렇지만 자신의 생각에 관심을 보이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몰랐다.
“자네, 약 50억년 전에 지구가 어떻게 탄생한 줄 아나?”
“그야 산소도, 유기물도 없이 오직 유해한 오염물질로만 형성된 암흑세계의 행성이었잖아요.”
“잘 알고 있구먼. 근데 그게 다가 아니야. 당시 대륙은 유해 광물질로 이뤄져 있었고, 바다는 濃黃酸(농황산)과 濃硝酸(농초산)으로 뒤덮여 있었지. 그리고 대기권은 600℃의 고온으로 각종 유해전자파와 맹독성 가스로 가득 차 있었단 말이야. 그런데 재미난 사실은 그런 정체불명의 행성을 지금의 아름다운 지구로 탈바꿈시킨 게 바로 미생물이라는 거야.”
“그 정도는 저도 잘 알고 있죠. 그런데요?”
한 박사는 조금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김 연구원에게 자신의 생각을 계속해서 얘기했다.
“그러니까 내 말은 그 미생물을 활용해서 방사성 폐기물 처리문제를 연구해보자는 거야.”
김 연구원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뭔가 미진한 구석이 있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아직도 이해가 안 되나? 자, 들어보라고. 역사적으로 대표적인 두 가지 핵 피해 사례 알지? 2차 대전 때 원자폭탄이 투하된 히로시마와 1986년 러시아에서 일어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 말이야. 내가 조사해보니까 결과가 서로 판이하게 다르더라고. 60년 이상 아무 것도 자라지 않을 거라던 히로시마는 불과 1년 만에 사람 키보다 큰 잡초가 무성하게 자랐어. 그 반년 뒤에는 인구도 20만명으로 늘었지. 하지만 체르노빌은 달랐어. 사고가 발생하고 22년이 지난 지금도 생태계 복원이 지연되고 있고, 사고현장 40km 이내 지역은 세슘137 농도 때문에 주거생활과 토지사용이 금지되고 있다는 거야. 그런데 재미난 게 뭔지 아나?”
“글쎄요….”
“과학자들이 그 원인을 체르노빌이 물과 미생물이 존재하지 않는 사막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판단을 했다는 거야. 그래서 지금 방사성폐기물 분해에 미생물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연구하고 있다고 해. 뭔가 짚이는 게 있지 않나?”
한 박사의 얘기를 듣고 있던 김 연구원은 그제야 자신의 무릎을 쳤다.
“아, 그래서 저를 찾아오셨군요. 그러니까 핵 폐기물 문제를 미생물 연구를 통해 풀자는 거죠?”
“그렇지! 그래서 내가 자네를 팍팍 밀어주겠다는 거 아닌가. 우리 한번 해 보지 않겠나?”
그렇게 해서 한 박사와 김 연구원은 하나가 돼서 방사성폐기물의 분해와 미생물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다.
여기서 원자력에너지의 중요성과 원자력 발전설비의 해외수출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한 한 박사가 망원경적 사고의 대표적 인재이고, 김 연구원처럼 방사성폐기물 분해와 미생물의 역할에 관해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현미경적 사고의 대표적 인재라 할 수 있다.
미래의 자동차 `E카(E-Car)` |
◈ 바이러스와의 전쟁
“이봐,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로 본다면 좀 억지스러운가?”
“ 그게 무슨 뜬금없는 말입니까? 음… 생명이 태어난 곳도 지구고, 생명을 키우는 것도 지구니까 그렇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그게 왜요?”
“잘 들어보게.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지구는 자전과 공전을 반복하는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야. 당연히 지구 입장에서는 우리 인간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에 지나지 않을 거야. 그것도 지구의 몸을 갉아먹는 바이러스로!”
“네? 무슨 그런 끔찍한 말씀을….”
최 연구원은 공감이 가면서도 왠지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아냐. 인간은 지구의 몸에 기생하면서 피를 빨아먹잖아. 물, 석유 같은 지하자원을 뽑아 쓰는 게 그런 거지. 그리고 살도 갉아먹잖아. 무분별하게 개발을 일삼는 게 바로 그렇지. 그러니까 당연히 생명체인 지구는 몸살이 나고, 뜨거운 열, 그러니까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거 아닌가. 결국 지구는 인간의 파괴행위로부터 자신을 지키려고 항체를 형성하고 바이러스인 인간을 공격하게 되는 거라고.”
“일리 있는 말씀이지만 그 얘기를 왜 하시는 건지 모르겠네요.”
바이러스 퇴치. |
이 교수는 멀뚱히 자신을 쳐다보는 최 연구원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난 지금 우리 인류가 바이러스와 치열하게 싸우는 현실을 말하고 있는 거네. 수많은 바이러스가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지금, 그 문제를 풀어보려고 하는 얘기야.”
최 연구원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러니까. 교수님 말씀은 현재 지구가 벌이고 있는 인간과의 싸움에서 우리가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자는 겁니까?”
“그렇지. 그걸 우 리 인류로 생각해보자는 거지. 자네 미생물적 공격에는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하나?”
“그야 미생물로 대응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죠.”
“바로 그거야. 인류는 지구가 우리에게 가해오는 미생물학적 바이러스에 방어체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말이야. 그러니까 지구와 마찬가지로 우리를 괴롭히는 바이러스를 찾아 파괴하거나 악성을 양성으로 동화시켜야 하지 않을까?”
“말씀을 들어보니 그렇네요. 교수님은 바이러스 퇴치법을 말씀하시는군요. 그렇다면 저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싶은데요?”
결국 최 연구원은 바이 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악성에서 양성으로 바꾸는 방법이나, 다른 바이러스와의 결합으로 양성이 되는 방법을 연구해보겠노라 이 교수와 약속하고 공동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여기서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고민하고 그 방법을 찾고자 하는 이 교수를 망원경적 사고를 가진 인재라 한다면, 구체적인 해답을 얻기 위해 어떤 방식의 퇴치법이 있는지 직접 연구하고자 하는 최 연구원이 현미경적 사고의 인재다.
우리가 인재육성을 이야기할 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인재육성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고, 개개인의 전문성을 키우는 교육으로 가야 한다. 지속적인 재교육을 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의 평생교육 형태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 인간의 머리와 같은 바이오수퍼컴퓨터는 불가능
여기에 덧붙여 현행 교육제도에 대한 비판도 뒤따른다. 물론 필자는 이러한 논의도 중요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유형의 인재를 키울 것이냐 하는 점이다. 망원경적 사고의 인재냐? 현미경적 사고의 인재냐? 하는 명제를 던짐으로써 급변하는 사회 환경에 관계없이 미래 인재의 기본 틀을 먼저 확립하자는 것이다.
제 아무리 과학기술의 발달과 기술혁명이 일어난다 해도 사람의 머리와 같은 바이오수퍼컴퓨터는 존재할 수는 없다. 때문에 인간이 만든 모든 현대과학기술은 인간에게 득이 되는 방향으로 만들어가는 인재여야 한다.
2030년의 새로운 세상은 에디슨 같은 현미경적 사고와 카라얀 같은 망원경적 사고, 즉 미시적 창의성과 거시적 창의성을 가진 인재가 활짝 열어갈 것이다.⊙
[대한민국 2030] 첨단과학기술의 미래
3차원 화상통화로 아내에게 진한 키스 선물
李埈承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
⊙ 1947년 경북 울진 출생.
⊙ 춘천高·연세大 생물학과 졸업, 同 대학원 박사.
⊙ 독일 본대학교 객원연구교수, 일본 도호쿠大 객원교수, 이화여대 기초과학연구소장,
미국 식물생리학회 정회원, 대통령직인수위 자문위원,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 이사.
⊙ 現 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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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할 때 우리는 항상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 한편으로는 재미있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놀라운 사실들을 만난다. 전쟁과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라크는 한때 세계 4大(대) 문명 중 하나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상지였다. 1840년 산업혁명이 시작됐을 때 중국과 인도는 세계 무역의 40%를 점유하고 있었다. 1938년 아시아에서 1인당 국민소득이 가장 높은 나라는 필리핀이었다.
1944년 최초로 등장한 컴퓨터는 현재의 컴퓨터보다 200배나 비쌌지만 성능은 5만분의 1이었다. 1960년까지 ‘중동의 스위스’는 레바논이었고, ‘아프리카의 스위스’는 우간다였다. 1960년대 日製(일제)는 낮은 품질의 값싼 제품으로 통했다. 1999년 빌 게이츠의 자산은 지구상 141개국의 연간 생산액보다 큰 규모였다.
이런 사실들은 재미로 회자되지만, 이야기에 등장하는 나라들 중 과거보다 쇠락한 국가들과 혁혁한 발전을 이룩한 국가들 사이의 차이점도 얘깃거리다. 이런 차이점을 발견하기 위한 노력이 바로 내일을 준비해야 하는 우리들의 숙제다.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과학기술의 발전은 경제사회 구조를 변화시키고, 인간의 생활환경을 바꾸는 등 인류 진화의 원동력이었다. 6000년이 넘게 지속됐던 농경사회를 산업사회로 전환시킨 것은 증기엔진의 발명이었고, 산업사회를 정보사회로 바꾼 이면에는 트랜지스터의 발명이 있었다. 또 미래를 바이오 사회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인간유전자를 해석하는 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지식기반 경제에서도 과학기술은 수많은 도전들에 대한 응전의 수단으로서 핵심 역할을 한다. 미래사회에서 과학기술은 서로 융·복합화되면서 新(신)산업·신기술을 창 출해 인간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더욱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다면 미래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첨단 과학기술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우리들이 경험하게 될 미래 첨단 과학기술을 다섯 가지 영역으로 구분해 소개하고자 한다. 이 내용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지난해 수행한 ‘미래 과학기술의 예측’을 토대로 한 것이다.
◈ 전자 비서, 가상 애완동물 등장
2020년경에는 홍채인식시스템이 일반화될 것이다. |
첫째, 언제 어디서나 필요할 때 과학기술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유비쿼터스 세상이 이뤄질 것이다. 2020년에는 환자와 의사가 온라인을 통해 진단과 치료를 받는 ‘원격진료’가 가능하다. 또 원격진료 시스템에서 인간이 감각기관을 통해 외부환경의 상태를 느끼는 것처럼 센서를 활용해 환자의 기분과 주위환경 상태까지 감지하는 ‘감지컴퓨팅 기술’이 2030년에 실용화될 전망이다.
네트워크와 연결되어 통신을 하거나 감각기관의 기능을 향상시켜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해결하게 될 ‘디지털 안경’도 등장할 것이다. 전화 상대의 모습을 3차원 입체영상으로 표현해 주는 ‘홀로 폰(phone) 3차원 화상통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3차원 화상통화를 통해 남편은 아내가 느낄 수 있는 입맞춤을 할 수도 있다.
디지털 장치를 활용 해 수집한 사용자의 모든 정보를 바탕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자 비서’도 등장할 것이며, 냉장고에 있는 요리재료를 바탕으로 건강식단을 작성해 자동으로 음식을 조리하는 ‘스마트 오븐’도 등장하게 될 것이다.
둘째, 과학기술의 도움으로 재해·재난에 신속히 대응해 안전한 삶이 가능하고, 청정에너지와 新(신)에너지원의 개발로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이 가능하게 된다. 2020년에는 주유소에서 석유 대신 수소를 공급받아 ‘수소연료전지차’를 운전하게 되고, 수 kW급 가정용 전지 및 수백 MW급 발전소용 ‘연료전지’가 상용화되어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2018년에는 기존 발전방식과 경쟁이 가능한 低價(저가)·고효율 태양전지가 개발돼 대량 보급될 전망이다. 2020년에는 ‘웨어러블 로봇’이 상용화돼 근력 보조장치 등 인간의 능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착용형 로봇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2030년에는 주변의 각종 정보를 능동적으로 수집하고 처리하는 ‘스마트 더스트’가 상용화될 예정인데, 고층 건물 벽면에 ‘스마트 더스트’를 뿌려 놓으면, 조그만 균열이나 이상 현상이 발생할 경우 ‘스마트 더스트’가 이를 감지해 큰 재난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
셋째, 깨끗한 환경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의 발전으로 삶의 터전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오염원이 사라진 도시는 쾌적한 생활환경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2025년에는 화학물질이나 중금속에 노출된 오염 토양을 식물을 통해 치유하는 ‘토양오염 제거용 식물’이 등장하고, IT 인프라를 토대로 안전하고 편리한, 친환경 도시를 구현하는 ‘U-시티’가 구현될 것이다. 또 손으로 만질 수도 있고 냄새가 나는 가상 애완동물인 ‘홀로그램 펫(pet)’도 등장할 예정이다.
◈ 기계에 대한 거부감 사라져
인체 속에 들어가 질병을 퇴치하는 나노봇. |
넷째, 첨단기술은 우리가 인식할 수 없는 수준으로 자연스럽게 생활 속으로 스며들어 기계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지고, 언어의 장벽도 사라지는 신개념 네트워크 세상이 열릴 것이다. 2020년에는 무선통신 기능을 탑재하고 인터넷과 연결되어 사용자가 원하는 음악 및 정보를 수신 가능한 ‘MP3 귀걸이’가 등장하게 된다.
음성인식 및 소통이 가능하도록 특정언어로 작성된 문장을 사용자가 원하는 언어로 자동 번역해 주는 ‘만국어 번역기’가 2025년에 실용화될 것이다. 2020년에는 주요 건물이나 거리, 지하철에는 홍채나 망막 등으로부터 인간의 생체정보를 추출해 개인 정보를 자동 인식하는 ‘자동 신원인식 시스템’이 상용화될 것이다. 종이처럼 얇고 필요할 때 펼쳐볼 수 있는 유연한 디스플레이를 통해 어디서나 편리하게 정보를 사용할 수 있는 ‘전자종이’가 2019년에 등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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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의료기술 및 서비스의 발전, 획기적으로 개선된 질병 진단치료 시스템으로 인해 건강한 삶이 가능하게 된다. 의사에게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고 수술을 보조하는 ‘의료용 로봇’이 2020년에 등장하며, 무선으로 질병 치료에 활용되는 ‘인체이식 칩’이 2016년에 개발되고, 혈액형에 상관없이 수혈이 가능하며,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인공혈액’도 개발될 전망이다. 또 인체 내로 들어가 직접 약물을 전달하고 치료하는 ‘나노 로봇’도 2020년경에 상용화될 전망이다.
이상의 과학기술 발전은 2020년대와 2050년대에 혁신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2020년대의 과학기술은 ‘융합기술의 시대’로 요약할 수 있는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융합기술 혁명은 IT(정보통신)·BT(생명공학)·NT(나노 테크놀로지) 등 어느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각각의 기술과 영역간 경계를 허물어 새로운 경제·산업 패러다임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2050년대는 ‘인지과학 및 인류의 새로운 도전 시대’로 요약할 수 있다. 2050년의 미래를 상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인간과 기계의 인지경계가 사라질 것이며, 이러한 변화는 인류의 삶에 대해 새로운 가치관과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사회는 세계적 차원에서 환경·산업·문화 등의 변화가 급속하게 진행될 것이므로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기회를 포착할 수 없다. 특히 全(전) 세계가 더욱 긴밀한 관계 속에서 발전하고 경쟁하면서 누가 먼저 준비하고 선점하는가 여부에 따라 미래의 모습이 달라질 것이다. 이러한 준비를 위해 우선적으로 세상 변화의 메가 트렌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를 다섯 가지 관점에서 소개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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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변화의 메가 트렌드
첫째, 세계경제 질서의 변화다. 경쟁에 기초한 시장경제 시스템은 범세계적으로 보편화되어 세계경제의 공조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방화·세계화 시대에 맞춰 국가 간 우수 두뇌 쟁탈전이 심화될 전망이다. 기업은 국경을 넘어 무한경쟁에 직면하게 되고, 세계화에 대한 적응 여부에 따라 국가적 차원의 성장 정도가 결정될 것이다. 또 미국, 일본, 유럽 중심의 세계경제가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의 빠른 성장으로 인해 다극화될 전망이다. 변화에 대한 적응력 차이로 국가, 지역, 기업, 개인 간 양극화의 심화는 전 세계적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둘째, 에너지·자원·환경 문제의 심화다. 최근 전 세 계 경기가 위축되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요증가에 비해 공급부족이 나타날 전망이다. 이로 인해 전 지구적 에너지자원 확보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특히 향후 세계 에너지 수요의 70% 이상이 중국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알래스카에서도 비키니 차림으로 일광욕을 즐기는 것이 낯설지 않게 됐다. |
오존층 파괴, 수질·대기·토양 등 환경오염은 장기적으로 생태계 변화와 기상재해 등을 통해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크게 위협할 전망이다. 지구온난화로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하고, 빙산의 감소에 따른 해수면 상승과 기후변화 현상 등이 발생하게 되고, 우리나라도 아열대 기후로 변화될 전망이다. 미래에는 기후변화, 물 수요 증가로 인해 이산화탄소 배출권뿐만 아니라 물도 시장에서 권리가 거래되는 등 치열한 확보경쟁이 발생될 전망이다.
필립스가 개발한 로봇 알약 아이필. |
셋째, 과학기술의 발전과 융합현상의 가속화다. 정보전자기술, 생명기술, 나노기술 등의 기술융합 현상에 따라 경제·사회 분야에서 혁명적 변화가 발생할 전망이다. 국제여행 증가, 기후변화, 인구밀집 지역의 열악한 위생상태 등으로 발생 가능성이 높은 신종 질병에 인류가 노출될 위험성이 증대될 것이다. 이에 대비한 혁신적 의학기술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또 규모의 경제가 세계시장 단위로 확대되어 국가간, 기업간 기술표준 경쟁이 치열해지고 지적재산권을 통한 기술패권주의가 부각될 전망이다.
넷째, 저출산·고령화 등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다. 현재 약 64억명인 세계 인구는 2050년에 약 89억명으로 증가할 전망인데, 인구성장의 98%가 저개발 국가에서 일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지구의 북반구 지역은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남반구 지역은 인구증가와 빈부격차로 인해 고통 받을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인구고령화에 따른 노동인구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 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사회경제적 현상과 가치관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출산과 고령화가 지속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인구는 2020년 약 5000만명으로 최고 수준으로 증가하다 지속적으로 감소해 2050년에는 약 4200만명으로 감소할 예정이다. 2008년 현재 65세 이상 고령자가 500만명으로, 전체 인구 중 10%를 차지하지만, 2016년에는 노인 인구가 유소년 인구를 앞지를 전망이다.
◈ 창조적 상상력
한양대 한창수 교수팀이 개발한 입는 로봇‘헥사’. 로봇팔로 40kg을 거뜬히 들며, 로봇다리를 장착하면 45kg짜리 짐을 진 채 가파른 계단도 쉽게 오를 수 있다. |
다섯째, 새로운 안보 이슈의 등장이다. 중국과 인도는 인구, 군사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해 국제질서 변화를 주도할 전망이다. 중국의 부상, 미·중의 패권 경합, 중·일의 아시아 외교경쟁, 지역국가 간 영토와 역사분쟁 등으로 동북아 긴장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란 등의 평화적 核(핵)주권 주장과 핵 개발 의지는 범세계적으로 핵확산 우려를 증대시키고, 중동지역과 국제정세의 전반적 불안이 증대될 전망이다.
안보의 개념도 지금까지의 군사안보 개념에서 테러, 질병, 환경, 재난, 국제범죄 등 인간중심의 안보개념으로 전환되고, 안보위협의 원천도 국가뿐만 아니라 테러리스트, 특정집단, 국제 NGO 등으로 다원화될 전망이다.
이러한 글로벌 메가 트렌드 변화에 따라 미래사회는 새로운 수요와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창출하게 되는데, 이러한 수요와 서비스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동력이 바로 과학기술이다.
영화 ‘아이언 맨’의 한 장면. |
얼마 전 개봉된 미래과학 영화 <아이언맨>에서 천재 과학자 토니 스타크는 가공할 만한 전투력을 가진 웨어러블(입는) 로봇을 발명, 이를 입고 활동해 많은 관객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심어줬다. 먼 미래 공상과학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웨어러블 로봇이 조금씩 실현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입는 로봇 ‘HAL’을 개발했는데, 이것을 사람이 착용하면 20kg의 물건을 들 수 있던 체력으로 60kg의 물건도 거뜬히 들 수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 개발된 입는 하체 보조 로봇 ‘블릭스’를 착용하면 31kg의 짐이 2kg 정도로 느껴져 무거운 짐을 거뜬히 들 수 있다고 한다. <아이언맨>에서 등장한 로봇은 향후 10~15년 이내에 상용화되어 일상생활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인슈타인은 “지식은 한계가 있지만 상상은 세상의 모든 것들을 끌어안을 수 있기 때문에 상상이 지식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창조적 상상력’이야말로 지식의 원천이며, 우리 가 어떻게 보느냐, 무엇을 보고자 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세상과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미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미래를 만들어 가는 가장 중요한 힘은 상상력이며, 상상의 세계를 현실로 가능케 하는 힘은 과학기술이다. 창조적 상상력과 미래 과학기술을 이끌어갈 주인공은 바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몫이다.⊙
우리에게 미래는 있는가?
金容三 편집장/부장
金慶敏의 東北亞 포커스 - 인류가 石油 중독에서 탈피하려면
日本, 수십 년에 걸친 전방위적인 對美 원자력 외교 끝에 고속증식로 개발, 재처리 주권 얻어내
金慶敏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전공 교수
⊙ 1954년 부산 출생.
⊙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미국 미주리대 정치학 박사.
⊙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한국북방학회장,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역임.
⊙ 저서 : <일본이 일어선다> <일본인도 모르는 일본> <어디까지 가나, 일본 자위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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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전쟁의 과정을 전시해 놓은 기념관을 둘러보면 ‘핵폭탄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어 놓았다. 트루먼 대통령 기념관이 던지는 메시지는 오키나와를 점령하는 데 미군이 1만2000명, 일본인이 10만여 명 사망했는데, ‘오키나와 점령하는 데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었으면 일본 열도 전체를 항복시키는 데는 얼마나 많은 사상자가 나야 할까?’라는 현실이 핵폭탄 한 발로 전쟁을 끝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핵폭탄 투하 명령하고도 잠 잘 잔 트루먼
필자는 미주리대학에 유학하게 된 연고로 인류 최초로 핵폭탄 사용을 결정했던 트루먼 대통령의 뒷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 딸이 미주리대학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윈스턴 처칠의 ‘鐵(철)의 장막’ 연설로 유명한 웨스트민스터 칼리지에 와서 세미나를 할 때 참석자 중 한 사람이 “아버지 트루먼 대통령이 핵폭탄을 투하하기 바로 전날 잘 주무셨느냐?”라고 물었다. “그날 아버지와 같이 잠을 자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고 대답한 딸은 아버지와 함께 일했던 비서관에게 확인해서 나중에 알려주겠노라고 했다. 며칠이 지나 전해들은 말은 “아버지는 그 전날 대단히 잘 주무셨다”는 것이었다.
히로시마에서 15만여 명, 나가사키에서 7만여 명의 인명이 희생되는 엄청난 재앙을 하루 앞둔 전날 밤에 고뇌하는 모습도 없이 잘 잤다니, 트루먼 대통령은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 아닌가 라는 마음도 들었다. 비서관의 말로는 트루먼 대통령이 핵폭탄 투하로 전쟁을 하루빨리 종식시켜 더 큰 희생을 막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에 오히려 편안한 마음으로 잘 잤다는 것이었다.
이와는 반대로 핵폭탄을 절대로 사용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웅변하는 곳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박물관이다. 두 곳 다 미국의 핵폭탄 투하는 일본을 원폭 실험장으로 사용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규탄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敗戰(패전)이 초읽기에 들어가 항복을 준비하고 있던 차에 핵폭탄 공격을 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런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연합군의 도쿄 대공습을 예로 들고 있다. 그 당시 도쿄 근처 아사쿠사에 집중 투하된 소이탄 때문에 큰 화재가 일어나 약 10만명의 일본인이 사망해 항복하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많은 미국인들은 가미카제 자살 특공대를 떠올리며 일본이 쉽사리 항복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데 고개를 끄덕이고 있 고, 그래서 핵폭탄 투하가 불가피했다는 논리다.
원자력은 처음부터 인류에게 비극으로 다가온 손님이었다. 원자력이 인류에게 發電(발전)에서부터 암 치료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혜택과 복지를 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발이 나빴기 때문에 부정적 이미지를 긍정적 이미지로 바꾸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 아일랜드의 原電(원전) 사고와 1986년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원자력에 대한 두려움을 또 한번 증폭시켰다. 방사성 폐기물 처분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인해 원자력 발전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현대 과학의 힘으로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을 최대한 방지하려는 인류의 노력 덕분에 원자력은 지구온난화 방지 와 경제적으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으로 평가된다. 특히 한국처럼 부존자원이 없는 나라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현재 우리나라는 각 가정에서 사용 중인 전등 5개 중 2개를 원자력으로 밝히고 있고, 2030년이 되면 국내 총 전력 생산량 중 약 60%를 원자력이 담당하게 될 것이다.
맨해튼 프로젝트 시동
원폭의 참상을 보여주는 히로시마 원폭돔. 1996년 유네스코로부터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
원자폭탄과 인간의 만남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3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독일이 원자폭탄을 개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서한을 보내자 이에 불안을 느낀 루스벨트 대통령이 1941년 연인원 10만명, 그 당시로는 천문학적 예산인 20억 달러의 자금을 투입하여 원자폭탄 개발 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를 출범시킨다.
극비리에 진행된 몇 년의 연구와 실험 끝에 완성된 것이 플루토늄 원자폭탄 2기, 우라늄 원자폭탄 1기다. 북한이 국력을 총동원하여 개발하고자 하는 플루토늄 폭탄의 원조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이다.
플루토늄 원폭은 기폭장치가 內爆型(내폭형)이어서 실험을 해 봐야 폭발 여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2기를 만들어 1기를 뉴멕시코주 사막에서 핵 실험을 한 후 나가사키에 투하했다. 북한도 플루토늄 원폭의 폭발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핵실험을 한 것이고, 좀 더 정교한 플루토늄 핵폭탄을 제조하기 위해 또 다시 핵실험을 할지도 모른다는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반면에 히로시마에 떨어뜨린 우라늄 원폭은 砲身型(포신형)으로 핵실험 없이도 폭발이 가능하기 때문에 1기만 제작했다. 다만 순도 9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을 획득하는 데 필요한 원심분리기를 확보해야 우라늄 핵폭탄 제조가 가능하다.
북한이 플루토늄 핵폭탄에 이어 우라늄 핵폭탄을 개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사고 있는 가운데 원심분리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고강도 알루미늄의 보유 여부가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다. 원심분리기를 확보하면 고농축 우라늄의 획득이 어렵지 않고, 그렇게 되면 핵탄두의 무게를 줄이는 것이 문제지 핵폭탄 제조에는 큰 어려 움이 없다.
현재 북한은 플루토늄 핵폭탄을 10개 이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술적 평가에 의하면 북한은 핵폭탄은 개발했지만 조악한 구조이고, 미사일에 탑재하기 위해서는 소형화 작업이 필수적이다. 이런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을 벌기 위해 협상을 질질 끌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판단이 든다. 그래서 시간을 더 허용하면 한국은 어렵고 곤란한 처지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戰後에 원자로 건설에 나선 미국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위)과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아래). |
제2차 세계대전으로 핵폭탄의 무자비한 대량살상 파괴력을 확인한 인류는 더 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 핵무기 확산 방지 노력을 하면서, 원자력을 잘 이용하면 인류에게 엄청난 복지의 혜택을 준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미국은 戰後(전후) 원자력을 이용한 상업용 원자로의 실용화 연구에 착수, 1950년대 초반에 경수로(light water reactor = LWR) 원전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1953년 12월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유엔총회에서 ‘평화를 위한 원자력(Atoms For Peace)’이라는 제안을 하게 된다. 이 제안에 전 세계 30여 개 국가가 호응했고, 아시아에서도 일본을 포함하여 10여 개 국가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계획’을 수립하고 원자력 연구개발 요원 양성을 위해 미국에 유학생을 파견했다.
미국은 이 원자력 유 학생을 국내 각지의 대학과 연구소에 수용하는 한편, 미국제 경수로의 수출시장 개척을 위한 포석으로 각국에 트리가형 연구로(TRIGA·General Atomics社 제품)를 무상 제공했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원자력의 군사적 이용을 억제하고 원자로와 핵물질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미국과 비슷한 시기에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착수한 영국도 독자적인 가스냉각로(Calder Hall형)를 개발하여 아시아 진출을 모색했다. 이를 계기로 일본, 한국, 대만,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舊 월남) 등이 1950년대 중반부터 평화적 목적의 원자력 연구개발 활동을 시작했다. 그중 실제로 상업로 건설을 추진한 나라는 일본, 한국, 대만 3개국뿐이었고, 일본의 움직임이 가장 적극적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세계의 원자로 건설은 2007년 말 현재 32개국에서 435기의 원자로가 가동되고 있다. 국가 별 가동 원전 수를 보면 미국이 104기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프랑스로 59기, 3위는 일본으로 55기, 뒤를 이어 러시아 27기, 독일 17기, 한국이 20기 순이다.
우리나라는 원자로 숫자로는 세계 5위지만, 설비용량은 독일보다 조금 적어 세계 6위다. 그러나 건설 이 진행 중인 원자로가 6기, 계획 중인 원자로가 2기이기 때문에 머지않아 세계 5위의 원자력 大國(대국)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 프랑스는 총전력 생산량의 76.8%를 원자력에 의존하며,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주변국에 수출을 할 정도로 원자력 의존도가 높다.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이 원자력 에너지의 혜택을 얻고 있지만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원자로에서 저농축 우라늄을 3~5년 정도 태우고 나면 ‘사용 후 연료’라는 찌꺼기가 남는다. 이를 재처리하면 플루토늄을 얻을 수 있고, 이 플루토늄은 또 다시 핵연료로 재 활용할 수 있다.
재처리 문제
북한 핵 때문에 ‘재처리’라는 말을 자주 들어 왔는데,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재처리에 대해 설명을 조금 더 하고자 한다. 핵연료가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전을 위해 연소되고 난 후의 상태를 사용 후 핵연료라고 한다. 이 사용 후 핵연료를 핫셀(hot cell)이라는 장치에서 화학 처리하여 플루토늄 239와 아직 타지 않고 남아 있는 우라늄 235를 분리하는 것을 ‘재처리’라고 한다.
재처리 과정에서 얻어진 플루토늄과 우라늄은 다시 원자로에 넣어 연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여 우라늄의 효율적 이용을 도모하는 것을 핵연료 주기라고 한다.
석탄이나 석유 발전소는 단 한번의 연소로 전력을 생산하면 끝이지만 원자력 발전은 핵연료를 반복적으로 이용한다는 점이 크게 다르다. 문제는 사용 후 핵연료에서 재처리 과정을 거쳐 나오는 플루토늄 239가 핵폭탄의 원료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 논쟁의 초점이다.
원자로를 처음 보급할 무렵에는 사용 후 연료의 재처리에 대해서는 규제가 없었다. 왜냐하면 사용 후 연료를 재처리하여 얻은 플루토늄은 순도가 60%에 불과, 이것으로 핵폭탄 제조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이 순도 60%의 플루토늄으로 실험을 한 결과 핵폭발이 가능하다는 사실 이 확인되면서 부랴부랴 재처리 금지에 나섰다. 그중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은 이미 미국의 도움을 얻어 재처리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1970년대 핵연료 주기의 국산화를 목표로 플루토늄의 이용을 포함한 고속증식로 개발과 재처리 계획을 추진했다. 우선 이바라키현 도카이(東海)무라에 프랑스가 보유한 퓨렉스(Purex) 방식의 소규모 재처리 공장 건설에 돌입, 1977년 운전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런데 운전 개시 직전에 미국 정부로부터 제동이 걸렸다. 미국은 그때까지 일본의 원자력정책을 일관되게 지지했고, 美ㆍ日(미일)간에는 긴밀한 협력관계가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일본의 충격은 컸다.
미국은 1955년 일본 과 원자력 연구협력 협정을 맺고 이바라키현 도카이무라의 원자력연구소에 소형 원자로를 제공하는 등 협력을 해 왔다. 미ㆍ일간 원자력협력은 1958년과 1968년에 개정됐고, 미국은 원자력발전에 필요한 저농축 우라늄을 일본에 공급했다.
일본의 원자력이 규모와 기술면에서 세계 수준에 도달하기까지는 미국의 기술과 핵물질, 원자로 공급이 크게 기여했다. 그런데 미국은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여 얻은 플루토늄을 핵무기 개발에 이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재처리 공장 건설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일본의 재처리 집요하게 방해한 미국
카터 미국 대통령은 1978년 핵확산금지법(Non-Proliferation Act)을 제정하고 핵 확산 문제와 관련하여 양국간 원자력협정의 요건을 강화하려 했다. 일본은 1982년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를 통한 플루토늄 확보와 관련하여 수량과 기간에 제한 없이 포괄적으로 승인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미ㆍ일 원자력협정의 개정을 요구했다.
일본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은 물론, 핵무기 제조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력을 총동원하여 對美(대미) 원자력 외교를 전개했다.
1967년 당시 사토 일본 총리는 “핵무기를 생산하지도 않고, 보유하지도 않으며, 반입하지도 않는다”라는 非核(비핵) 3 원칙을 발표했다. 1970년에는 핵확산 금지조약(NPT)에 가입하고 1976년 의회 비준을 마쳤다. NPT 가입 이래 국내의 핵물질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성실히 받고 있기 때문에 비밀리에 핵무기를 제조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에 원자력협정의 개정을 요구했다.
일본이 미국을 설득한 논리는 이렇다. “세계 최초로 원폭 공격을 당해 핵폭탄의 공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일본은 원자력의 경우 평화적 목적에만 국한하고, 무엇보다 IAEA의 핵사찰을 성실하게 수용하는 ‘우등생’이다. 핵연료 주기를 국산화하고 재처리 설비를 건설하는 것은 전적으로 에너지 안보의 확보를 위해서다. 때문에 미국은 일본에 대해 재처리와 플루토늄 이용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반면에 미국은 일본의 고속증식로(고속증식로는 플루토늄을 사용함) 개발과 재처리 설비는 경제성과 안전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일본은 경수로 중심의 원자력 이용과 핵연료를 한 번만 쓰고 폐기할 것을 권고했다.
고속증식로 개발과 재처리 문제를 놓고 미국과 일본은 격렬하게 대립했다. ‘재처리를 하겠다’는 일본과 ‘절대로 안 된다’는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불편한 관계가 될 만큼 대립각은 날카로웠다.
당시 일본의 전력회사는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를 영국과 프랑스에 위탁하고 있었는데, 사용 후 핵연료를 이동할 때마다 미국의 승인을 얻어야 했다. 또 원자력 관련 기자재의 제3국으로의 이전 과정에서 미국 정부의 ‘사전신고서(MB-10, Material Branch)’가 필요한데, 그 수속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과 절차가 요구되어 불편함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 사전신고서는 영국과 프랑스에서 재처리한 플루토늄을 일본 국내로 반입할 때도 필요했다. 이것을 ‘사안별(case by case) 승인방식’이라고 한다. 이런 불편을 없애기 위해 일본은 미국 측에 ‘포괄 동의방식’을 제안했다.
레이건 정부에서 돌파구 마련돼
미국은 일본과의 원자력협상이 시작된 1977년부터 약 10년 동안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일본의 핵무기 제조능력 보유를 막으려고 했다. 미국은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 과정에서 군사적 이용을 방지하는 기술적 방법을 찾기 위해 국제핵연료주기평가(INFCEㆍInternational Nuclear Fuel Cycle Evaluation)라는 연구계획을 일본에 요구했다.
INFCE의 기본목적은 재처리, 농축 문제뿐만 아니라 우라늄 자원 개발, 고속증식로 개발, 방사성 폐기물 처리방안에 이르는 핵연료 주기 전 분야에서 핵 확산을 방지하고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양립시킨다는 것이었다. 이것을 제창한 미국의 의도는 INFCE를 통해 플루토늄의 상업화를 저지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반면에 재처리의 상용화에 성공한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도카이무라 재처리공장의 운전개시를 눈앞에 둔 일본, 독일 등은 재처리와 플루토늄 이용에 적극적이었다. 때문에 현안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대립할 수밖에 없었다.
미·일간 원자력협정 개정은 레이건 대통령 때 와서 그 돌파구가 마련됐다. 1981년 미·일 양국은 재처리 문제에 대한 본격 협상에 돌입했다. 당시 레이건 대통령과 스즈키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도카이 재처리시설의 운전 계속과 제2 재처리공장 건설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것에 합의했다.
일본은 재처리 문제에 유연성을 보이는 레이건 행정부와 적극적으로 협상을 벌였다. 일본의 나카가와 과학기술청장관은 1982년 6월 부시 대통령, 헤이그 국무장관, 에드워즈 에너지장관 등 미국 고위 당국자와 회담, 재처리문제에 대해 포괄동의방식에 의한 해결을 주장했다.
일본은 협상과정에서 미 국무부, 에너지부, 군비통제군축국, 국방부, 원자력 규제위원회, 의회, 원자력산업체, 언론, 반핵단체를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쳐 치밀하게 접근했다.
일본, 원자력 외교에서 승리
일본 도카이무라 핵연료 공장. |
두 나라는 1982년부터 1987년까지 오랜 기간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1987년 새로운 원자력협정에 서명했다. 新(신)협정은 재처리와 제3국 이전의 사전동의 등 양국간 원자력협력의 기본적 권리의무 관계를 규정한 협정 본문과 보장조치, 핵물질 방호조치가 확보되는 등을 조건으로 규제대상인 원자력 활동에 30년 동안 포괄적 승인을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전에 양국 정부 간에 합의된 원자력 활동 범위 내에서 사용 후 핵연료 등이 계획적으로 이동하는 경우 사전동의 수속이 불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핵무기 보유국인 미국이 사상 최초로 비핵 보유국인 일본에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제반 여건을 갖추도록 허락한 셈이다.
현재 일본이 핵무기를 보유했다거나 향후 개발할 것이라는 정 황은 없다. 그러나 일본은 이미 핵무기 제조와 관련된 모든 여건을 갖추고 있고, 심지어 대륙간 탄도탄을 발사할 수 있는 로켓능력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핵무기 제조가 가능하다.
미국이 일본에 재처리 시설을 허용한 이유는, 첫째 일본이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 일본을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둘째 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동맹인 일본과 삐걱거리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셋째 일본의 원자력 외교가 미국의 재계는 물론 의회, 학계, 정부, NGO 단체 등 전방위적으로 치밀하고 다양하게 전개됐다는 점이다. 결국 일본이 거둔 원자력 외교의 성공은 ‘강한 국력’이 바탕이 되어야 가능하다는 교훈을 준다.
反원전주의자 무어 박사의 전향
우리나라도 2016년까지 韓美(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하여 미국의 핵비확산 정책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일본처럼 사용후 연료의 재활용을 위해 원자력 외교를 전개하고 있는데, 일본의 경험은 타산지석의 사례가 아닌가 한다.
고공행진을 하던 유가가 하락 국면으로 들어섰지만 석유의 고갈이라는 미래를 부정할 수는 없다. 원자력 발전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석탄의 100분의 1밖에 되지 않아 저탄소 녹색성장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원자력 르네상스라는 말이 나올 만큼 원자력이 각광을 받고 있다.
세계적인 환경단체인 그린피스 공동 창시자의 한 사람이자 反(반)원전주의자로 유명한 페트릭 무 어 박사가 親(친)원전으로 전향한 것은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2005년 4월 무어 박사는 미 상원 에너지 천연자원위원회에서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원자력은 화석연료를 대신해 전 세계의 에너지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고 지구온난화 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유일한 에너지다. 이산화탄소 외에도 다른 대기오염 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고민할 필요가 없는 최선의 선택이다.”
무어 박사는 젊은 시절 핵실험 반대, 反捕鯨(반포경)운동의 선두에 섰던 투사였다. 이런 인물이 온갖 검토 끝에 내린 결론이 ‘원자력 발전은 안전하고 환경에도 이롭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 에너지의 약 86%는 화석연료로 조달하고 있고 원자력과 수력이 각각 약 7%, 나머지 1% 이하를 태양열과 같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가 담당하고 있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환경운동가들은 화석연료, 원자력, 수력 등을 모조리 반대하고 1%의 재생 가능 에너지만을 찬성하고 있다.
우라늄235 1㎏의 에너지 생산량은 석탄 3000t, 석유 1만 드럼과 맞먹는다. 2007년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에너지 수입액 총계는 945억 달러로 총 수입액의 27%, GDP의 10%에 해당할 만큼 에너지의 해외 의존도가 지극히 높다. 에너지 수입액 중 원유가 603억 달러를 차지, 세계 5위의 수입국에 올라 있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은 석유에 중독되어 있다”고 말한 바 있는데, 한국도 마찬가지다. 어떻게든 석유 중독에서 탈피해야 한국경제가 살아날 것이다.
원유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대를 넘어 세계 각국이 아우성을 치고 있을 때 세계 2위의 석유소비국인 일본은 전기요금을 5.42% 인하한다 는 발표를 했다. 그 배경에는 30년 전부터 추진해온 ‘에너지 안보’정책이 있었다. 일본은 1970년대의 석유파동을 겪은 뒤 ‘에너지 안보’ 정책을 수립, 석유 비축량을 180일분까지 늘렸고, 55기의 원전을 건설하여 세계 제3위의 원자력 대국이 됐다.
2030년 일본의 에너지계획은 원자력 전력량을 40%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원자력 에너지가 에너지 정책의 근본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2030년의 세계 원전시장을 전망해 보면 중국에 약 80기의 원전이 건설될 예정이고 미국 등 북·남미가 약 50기 등 총 280여 기의 원자로가 건설될 예정이다.
최근 일본 미쓰비시가 수주한 미국 텍사스의 원자로 2기 가격이 약 7조원에 이르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한국도 21세기를 살아가야 할 선도산업으로 원전을 수출 전략산업으로 키워야 한다. 그 어느 산업보다 안전성이 요구되는 만큼 그에 상응 한 철저한 관리를 병행하면서 말이다.⊙
[심층분석] 2012년부터 한반도에 최악의 가뭄 시작된다
나라를 망치게 하는 ‘역사의 폭군(가뭄)’에 우리는 아무 대비책 없어
한반도에서 124년(극대가뭄),
38년(대가뭄), 12년(중가뭄),
6년(평가뭄) 간격으로 가뭄 발생. 2012년부터 4가지 가뭄 주기가 한꺼번에 닥치게 돼
卞熙龍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 1950 경남 거창 출생.
⊙ 거창고·공군사관학교·서울대 자연대 기상학과 졸업. 서울대 자연대학원 대기과학과
이학석사·박사(기상학 전공).
⊙ 공군 중령 예편, 미국 네브래스카 주립대학 객원교수 역임. 現 부경대 교수.< BR>⊙ 저서: <이야기로 간추린 天機天氣(천기천기)>, <일상생활의 기상학> 등.
가뭄으로 국가가 멸망한 예는 많다. 동양의 漢(한)나라, 新(신)나라, 唐(당)나라, 발해, 明(명)나라 등은 가뭄이 한 원인이 되어 멸망했다. 남미의 마야 문명의 멸망도 가뭄 때문이었다. 아프리카나 아메리카 대륙에서도 기록이 명확하지 않을 뿐 유사한 사례가 수도 없이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가뭄은 흔히 ‘역사의 暴君(폭군)’이라고도 불렸다.
기원전 1850년 이집트의 힉소스 왕조는 7년 풍년 후의 7년 가뭄을 예측하고 이에 대비한 덕에 초강대국이 됐다. 반면에 가뭄에 대비하지 못한 이스라엘 국민은 모세가 60만명의 동족을 데리고 出(출)애굽하기까지 430년간 이집트에서 종살이를 해야 했다.
가뭄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폭군’이다. 20세기에 지구촌의 100대 자연재해 중에 가뭄이 전체 재해의 25%를 차지한다. 가뭄으로 인한 사망자도 1000만명을 넘었다. 가뭄이 주원인인 기근, 기아 등을 포함하면 전체 재해 비율의 거의 50%에 달한다.
2008년 9월 현재 이스라엘의 갈릴리 호수는 사상 최저수위를 기록하여 이스라엘 정부가 초긴장 상태다. 호주는 100년 만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란, 에티오피아, 칠레, 중국(랴오닝성), 스페인 등도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21세기에도 가뭄의 폭력은 현재진행형이다.
역사에 기록된 우리의 가뭄
2001년 9월 25일 대청댐이 생긴 이래 최악의 가을가뭄으로 대전 수돗물 취수장인 추동 취수탑이 거대한 몸체를 드러내면서 취수로가 좁아져 실개천 같이 보인다. |
가뭄은 대한민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자식을 먹었다느니(1287년), 인구의 절반이 죽었다느니(1360년), 서로 잡아먹었다느니(108년, 499년, 1361년), 버려진 아이들이 길에 가득했다느니(1381년) 등등의 참혹한 기록은 모두 우리의 역사에 기록된 가뭄 관련 내용이다.
<삼국사기> <고려사> <증보문헌비고> <조선고대관측보고> <조선왕조실록>(이하 <실록>이라 함), <일성록> 등에는 가뭄이 旱(한), 大旱(대한), 無雨(무우), 한발, 소우 등의 여러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다. 饑饉(기근), 기아, 흉년 등의 재해도 가뭄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1392년부터 1909년까지 <실록>에 기록된 가뭄, 한발, 한해, 한재란 단어를 모두 합치면 약 5100건에 이른다. 가뭄이 주 원인인 기근, 기아, 흉년은 7700여건에 이르러 다른 어떤 재해보다 피해가 심했다.
더구나 1882년부터 1910년까지 이어진 29년 간의 가뭄은 대한제국의 멸망과 연관이 있다. 고려의 멸망도 가뭄과 무관하지 않다. <고려사>와 <증보문헌비고>에서 가뭄이 발생한 해는 395년 동안 127회(32%)에 이르는데, 고려 멸망이 가까운 1376년부터 1392년까지 17년 동안은 10회(59%)나 됐다. 특히 1376년부터 1383년까지 8년 중 7년이 가물었다. 우리나라의 국가흥망도 직간접으로 가뭄과 연결되어 있었으니, 外侵(외침)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바로 가뭄이었다.
이런 역사적 기록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가뭄 대비태세는 대단히 빈약하다. 호우, 태풍 등등 다른 재해들은 경보, 주의보, 예비특보 등의 감시체제가 있지만, 가뭄은 아직 경보도 예비특보도 하지 못한다.
다른 재해들은 거의 매년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경계하는 활동과 연구가 끊임없이 이어져 왔지만, 가뭄은 사정이 다르다. 가뭄은 짧으면 6년, 길면 124년마다 한 번씩 닥치는 재해다. 전문가가 대비 계획을 세우려 해도 그 계획이 세월이 지나서까지 유효할지 의문이고, 유효하다 해도 미래에 본인이 같은 위치에서 일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연구도 대비도 어려웠던 것이다.
가뭄 대비책을 세우기 어려운 이유가 몇 가지 더 있다. 가뭄의 대비는 개인과 기업차원에서는 불가능하고 오직 정부만이 가능하다. 중국의 堯(요)·舜(순)임금과 우리의 세종대왕 같은 聖君(성군)들은 가뭄대비에 관심을 기울였지만, 보통의 집권자들은 외면하는 경향이 있었다.
인류는 근대 기상 관측치를 기껏 100여년 정 도만 보유하고 있는데, 가뭄은 그보다 긴 역사를 한 주기로 하여 明滅(명멸)하기 때문에 아직 인류의 지식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에 있다.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대한민국이 현대화된 이후 가뭄과 연관된 경험이 아주 빈약하다는 데에 있다.
특히 서울은 1952년 이후, 1982년에 잠시 부분적 斷水(단수)가 있었을 뿐 57년간 큰 가뭄이 발생하지 않은 행운의 시대를 누려오고 있다. 이 때문에 시민들의 가뭄에 대한 인식은 바닥수준이고, 대비태세는 취약할 대로 취약한 상태다.
이제 이 행운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위험이 시작될 조짐이 발견됐다. 기록에 의하면 한반도에서 가뭄은 124년, 38년, 12년, 6년 등의 간격으로 발생했다. 이 가뭄 간격은 지금까지는 서로 엇갈리며 다른 해에 나타났지만, 이제 이 네 개의 가뭄 주기가 한꺼번에 닥치고 있음이 발견된 것이다. 한마디로 가뭄이란 ‘폭군’이 떼지어 몰려 오고 있다는 뜻이다.
옛날의 보통 가뭄들과는 달리 현재의 가뭄은 ‘신무기’들로 무장까지 했다. 제1 신무기는 ‘지구 온난화’다. 기온이 높을수록 수분 증발이 증가하니, 땅은 더욱 메마르게 될 것이고, 가뭄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점에는 반론도 있다. 온난화가 심해지면 강수량이 증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온난화를 관측한 여러 수치 모델들은 두 이론을 종합한 최종 결론을 제시했다. 지구온난화는 한반도에 약한 가뭄은 더 약하게, 강한 가뭄은 더 강하게 한다는 것이다. 즉 위험은 더 심해진다는 말이다.
제2의 신무기는 ‘물 수요의 급증’이다. 물 수요는 20년마다 두 배씩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지구는 이미 이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한계에 도달했다. 그래서 미래에는 물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 명백하며, 물로 인한 전쟁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질 것이다. 대한민국도 통일 후에 는 중국 및 러시아와 국경선에서 물싸움을 할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제3의 신무기는 ‘수질의 오염’이다. 시대는 지금 ‘물이라고 다 물인 것은 아닌’ 시대로 돌진하고 있다. 오염 정도에 따라 물의 용도가 세분되므로 물을 옆에 두고도 물이 없다고 탄식하는 경우가 생길 것이다. 특히 이웃나라 중국의 오염은 어디까지 갈지 가늠하기 힘들다.
124년 간격의 ‘極大가뭄’ 2012년부터
1777년 測雨(측우)가 시작된 이후, 서울의 최고 가뭄은 1901년이었는데 이해 年(연) 강우량이 373.6mm에 불과했다. 최근의 연평균 강수량(1976~2005) 1384.7mm의 27% 정도다. 이 가뭄은 1882년부터 29년간 지속됐고, 종료되던 1910년에 대한제국은 멸망했다. 당시(1901년 9월 29일, 양력) 고종황제는 “추수가 끝나기도 전인데 백성들이 굶주림을 당할 걱정으로 떠도는 참상은 더없이 참혹하다”고 걱정했다.
두 번째 심한 가뭄은 1777년으로 연 강우량은 430mm였다. 이해부터 강우량의 관측을 다시 시작하여 기록한 것으로 보아, 직전에도 크게 가물었을 것이나 기록을 찾지 못했다. 5월 3일(음력), 정조는 “八道(팔도)가 같은데, 보리는 이미 결딴이 났고, 벼도 또한 시기를 어긴 상태에서 夏至(하지)가 멀지 않았으니 가을 수확을 알 수 있다” 했다.
124년 간격으로 발생한 이 두 가뭄은 피해가 엄청나게 컸으므로 이하 ‘極大(극대)가뭄’이라 하고자 한다. 그런데 실록에 1777년 이전에도 124년씩 거슬러 올라가 는 해에는 큰 가뭄이 발생한 것이 발견된다. 당시의 강수량 기록은 없으므로 실록에 자주 등장하는 관련 용어인 ‘가뭄’과 ‘기우제’란 용어의 사용빈도를 비교하는 방법으로 조사했다.
‘기우제’는 주로 봄과 여름의 농사철에 사용되었지만, ‘가뭄’은 가을과 겨울에도 물 부족이 염려되면 사용됐다. 이 용어들의 사용횟수가 많을수록 가뭄이 강했다고 추측되며, 기우제란 단어의 사용횟수는 기우제 시행횟수와 거의 비례했다.
1777년(정조 1년, 18, 23)에서 124년 간격으로, 1653년-1(효종 2년, 24, 9), 1529년(중종 24년, 39, 5), 1405년(태종 5년, 15, 4)이다. 여기서 괄호 안의 숫자는 ‘가뭄’ ‘기우제’란 단어의 사용횟수를 순서대로 나타낸 것이다(1653년-1은 한 해 앞선 1652년에 가뭄의 중심이 발생했음을 의미).
< SPAN style="FONT-SIZE: 10pt; FONT-FAMILY: 바탕"> 조선왕조 518년(1392~1909) 동안 이 두 단어 사용횟수의 평균값은 각각 ‘6.3’ ‘2.9’회인데, 위에 언급한 5개 연도 모두에서 이 두 단어 사용횟수가 전체 평균값보다 높게 나타나고, 5개 연도의 평균값(23.8, 10.3)도 전체 평균보다 월등하게 높다.
고려시대인 1281년은 1279년부터 시작된 12년의 가뭄 기간에 속한다. 즉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1281년 이후 조선말까지 6번 연속 124년 간격으로 극대가뭄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1157년과 1033년은 ‘큰 가뭄’이라고 할 흔적이 확실하지 않다). ‘태종우’란 말이 생긴 것도, 효종이 필생의 과업으로 추진하던 북벌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극대가뭄 발생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극대가뭄들은 거의 정확하게 124년 간격을 유지했다. 왜 124년의 간격을 가지는지 에 대해 관심을 보인 연구는 아직 국내외에서 발견되지 않는다. 단지 124년의 간격이 정확하게 지켜지는 것을 볼 때 기상학적 문제가 아닌 천문학적 문제일 수 있으며, 따라서 7번째 극대가뭄도 같은 간격으로 발생할지도 모른다.
1777년에 중심을 둔 극대가뭄은 1771년에 시작되어 13년 지속됐고, 1901년에 중심을 둔 극대가뭄은 1882년에 시작하여 29년간 지속됐다. 즉, 시작연도는 111년의 간격을 가지고, 중심연도는 124년의 간격을 가졌으니. 다음 극대가뭄은―직전 상황이 반복된다고 가정하면―2012년에 시작하여 2025년에 중심이 될 것이다.
약간의 변화가 생겨 시작이 더 빨라지거나 늦어질 수도 있고, 강도가 더 강해지거나 약해질 수도 있겠지만, 중심이 2025년인 것은 크게 변화가 없을 것이다. 6번 반복되는 동안 그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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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8월 전국적으로 가뭄이 심해 농작물에 피해가 늘었다. 어느 마을에 주민들이 모여 기우제를 지내고 있다. |
38년 간격의 ‘대가뭄’은 2013년부터
극대가뭄 외에 다른 가뭄 간격도 발견됐다. 1901년의 극대가뭄 이후 가장 가뭄이 심했던 해는 38년 후인 1939년이었다. 그런데 다시 38년 후인 1977년에도 심한 가뭄이 발생했다. 두 가뭄은 1938년부터 1940년까지, 그리고 1976년부터 1978년까지 각각 3년씩 이어졌다(이하 38년의 간격은 ‘대가뭄’이라 호칭).
1977년의 대가뭄은 1974년 이후 전국으로 확산된 기상 관측망 덕분에 서울에서 발생한 가뭄이 아닌데도 포착됐다. 1976년은 충북, 1977년은 전북과 경북, 1978년은 서해안이 가뭄의 중심이었다. 그런데 이 대가 뭄은 1901년 이전에도 있었다. 한개의 파가 아니고 두개의 파였다. 제1파는 1419(15, 3), 1458-1(20, 9), 1496-2(46, 3), 1534-1(14, 2), 1572-2(5, 2), 1610-1(21, 10), 1648-1(13, 2), 1686(5, 6), 1724+1(18, 6), 1762(7, 8), 1800-1(12, 11), 1838(1, 6, -2.16), 1876(14, 40, -2.0)으로 이어지는 13회와 앞서 설명한 3회이다.
조선 영조 때(1770) 만들어진 황동 측우기. |
각 연도 오른쪽의 작은 숫자는 가뭄 중심이 앞당겨 졌거나 늦어진 연도를 의미한다. 즉 1458년이 주기에 해당되나, 기우제 기록빈도 등으로 봐서 그보다 1년 앞선 1457년에 가뭄이 더 강하게 발생한 것으로 추측되어 1457년에 해당하는 숫자들을 기록한 것이다. 38년의 간격이 반복되는 동안, 간격이 1~2년 가감된 경우가 8번이다. 감해진 경우가 더 많다. 즉, 이 간격은 대체로 잘 지켜진 것이다.
이 13회의 대가뭄에서 가뭄과 기우제 기록빈도의 평균은 각각 14.7회와 8.9회다. 극대가뭄보다는 작은 수이나, 518년 전체의 평균인 6.3, 2.9회보다는 월등하게 크니, 38년 간격으로 큰 가뭄이 발생함이 증명된 것이다(괄호 안의 -2.16 등으로 표현된 세 번째 숫자는 서울의 연 최저 가뭄지수 EDI, 심한 가뭄이 발생했음이 확인됨).
대가뭄도 극대가뭄처럼 한번 발생하면 수년간 지속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제1파는 총 16회 반복하는 동안, 간격이 25년으로 작아진 경우 한번(1901년 직전)을 제외하면, 거의 38년 간격이다. 따라서 17번째인 다음 대가뭄의 중심은 2015년이 된다.
대가뭄은 중심 연도보다 1~2년 앞서 발생한 경우가 많았으니, 2013년부터 시작될 수도 있다. 1974년도 가뭄이었음을 고려하면 2011년부터도 가능하다. 극대가뭄이 시작되는 시기와 거의 비슷한 시기다.
대가뭄의 제2파는 1982년의 가뭄부터 역으로 38년 간격으로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확인된다. 1982년(*, *, -2.14)부터 1944 (*, *, -1.88), 1906(1, 7), 1868-1(6, 5), 1830-2(5, 9), 1792+2(14, 14), 1754-1(12, 13), 1716(12, 2), 1678(13, 12), 1640(10, 4), 1602-1(6, 1), 1564(7, 1), 1526-1(35, 14), 1488-1(20, 6), 1450-1(12, 4), 1412-1(18, 6)로 이 어지는 16회다. ‘*’표는 기우제 기록 등이 없음을 의미한다. 대신 가뭄지수(EDI)가 상당히 강한 가뭄이 발생했음을 보여준다.
14번의 대가뭄에서 가뭄과 기우제 기록빈도의 평균은 각각 12.2회와 7.0회로, 앞서 소개한 제1파의 강도보다 약하지만, 518년 평균인 6.3과 2.9보다는 여전히 월등하게 크다.
이 제2파의 다음 대가뭄은 2020년으로 계산되는데, 제1파가 지나간 5년 후이니 제1파의 후유증이 가시기 전에 닥치는 가뭄이 된다. 또 극대가뭄에 시간적으로 더 가까우니 가뭄 발생의 가능성도, 위험도도 더욱 높다고 볼 수 있다.
12년 간격의 ‘중가뭄’ 2018년에
124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가뭄 발생이 38년 간격이 생기는 원인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 없고, 비슷한 연구도 발견되지 않는다. 단지 메톤주기(19년)의 두 배에 해당한다는 사실이 관심을 끈다. 메톤주기란 태양력과 태양태음력(흔히 음력이라 부름)의 순환이 일치되는 주기를 말한다. 그래서 만 19세, 38세 되는 해의 생일은 간혹 하루의 오차가 나기도 하지만, 음력과 양력이 모두 생일이 된다.
해와 달과 지구의 상대적 위치가 특정 위치에 도달하게 되면 한반도에 가뭄이 발생한다는 의미인데, 그것이 매번이 아니고 한 번씩 걸러서 가뭄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의문을 남기고 있다. 38년 간격과는 달리 가끔 19년의 간격도 발견되나, 보이다가 말다가 한다.
1974년 이후는 전국에 약 60개 이상의 우량계 관측치가 유효하므로 광역에 걸친 비교적 정밀한 분석이 가능해졌다. 12년 가뭄 간격은 1982년과 1994년에 장마의 실종과 연관된 강한 가뭄이 발생했다는 사실과, 220년 전인 1789년에 조선의 가뭄은 12년 간격이라는 기록이 실록에 있는 것을 실마리로 하여 조사한 것이다(이하 12년 간격의 中가뭄이라 호칭).
중가뭄의 간격은 앞서 설명한 대가뭄이나 극대가뭄의 간격과는 달리 상당히 복잡하다. 1982년의 가뭄은 장마가 너무 늦게 시작하여 생긴 가뭄이었다. 12년 후인 1994년은 장마가 너무 일찍 종료되어 가뭄이 됐다. 1994년의 12년 후인 2006년은 가뭄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가을장마가 실종되면서 이듬해인 2007년 봄에 약한 가뭄이 발생했다. 그 이전인 1970년과 1958년에는 가뭄이 강하지 않았고, 1946년(최소 EDI=-2.59)에는 큰 가뭄이 발생했다. 또 1934년, 1922년에도 가뭄의 흔적이 보이지 않다가 1910년(최소 EDI=-1.91)에는 보인다. 즉 중가뭄은 실종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12년 간격의 축에서 1898년부터 역으로 1394년까지 총 43개 사례를 조사했는데, 가뭄 및 기우제란 용어 사용빈도 평균은 12.8회와 7.6회로, 역시 518년 전체 평균보다 훨씬 높은 값이다. 이때 12년 주기상에서 2년 전 또는 후로 가뭄중심이 변하여 발생한 것이 7번 있었고, 1년 변화를 보인 경우가 26번 있었다.
실제로 12년 간격의 軸(축)상에서 발생한 것으로 계산된 것은 10회에 불과했다. 기간변동이 심하며 제1파, 제2파 등으로 나누어지는 파가 생겼다가 없어지기도 여러 번 했다. 그러나 이 간격도 엄연히 존재하므로 다음 중가뭄은 2018년임을 주의해서 봐 두어야 한다. 이도 극대가뭄이 진행되고 있는 기간이다.
이 12년 주기에 대해 해외에서는 태양흑점주기(약 11년)와 연관이 있다는 주장이 많았다. 그러나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조사해 보았으나, 둘 사이의 연관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태양활동을 나타내는 인자 중의 하나인 F10.7이 지구대기의 성층권을 교란시키는 하나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이 현상이 한반도 상공에서도 발생하는 것이 확인됐지만, 이들이 지구상 또는 한반도 상공의 강수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밝힌 연구는 아직 발견되지 않는다.
6년 간격의 ‘평가뭄’은 2013년에
&nbs p; 1974년 이후 연도별로 가뭄이 발생한 관측소 수를 집계하여 보면 다음 결론에 도달한다. 한국 전역에서 동시에 가뭄이 발생한 경우는 없었으며, 어딘가에서 강한 가뭄이 발생하는 주기는 약 6년이다. 이 6년 주기는 특히 최근에 잘 지켜져 왔다. 1976년, 1982년, 1988년, 1994년 그리고 2001년과 2007년이다. 다음 주기는 2013년이다.
따라서 2013년부터는 여러 개의 가뭄 주기가 겹친다. 1974년 이전의 분석에서 이 6년 주기가 잘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관측소 수가 부족하여 충분한 분석이 될 수 없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위에 열거한 124년, 38년, 12년, 6년의 간격에 해당하지 않으면서도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가뭄도 적지 않다. 1974년 겨울의 충북, 강원내륙의 가뭄과 1992년 여름의 서해안 가뭄이 그런 종류다. 이런 경우는 발생간격에서마저 다른 가뭄들과 공통성을 가지지 않는다. 이런 경우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가뭄의 발생 원인이나 예측방법의 연구에서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인류는 가뭄의 주기를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그 방법에서 세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째는 관측된 자료가 없어 나무의 나이테나, 호수의 퇴적층 두께 등을 이용하여 강수량을 추정하여 사용했다는 점이다. 나이테는 강수량의 영향도 받지만 병충해나 기온의 영향도 받는다. 퇴적층도 강수량 외에 지형변화의 영향도 받으니 모두 정확성이 떨어진다.
두 번째는 진단방법도 문제였다. 가뭄은 가뭄지수로 진단해야 하는데 가뭄지수를 사용하지 않았거나, 사용한 가뭄지수가 부적절한 경우가 많았다. 세 번째는 스펙트럼 분석 등 과학적인 방법들은 가뭄지수나 강수량의 時系列(시계열) 곡선이 가지는 전체적 특성으로서의 주기를 계산하는 것이고, 가뭄의 발생 간격을 설명해 주는 것이 아닌데 이 점에 착안하여 구별한 연구는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연구된 결과들은 너무 각양각색이며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12년, 38년, 124년의 간격과 연관이 있는 연구는 보이지 않는다. 많은 연구들이 태양과 달의 활동과 지구상의 가뭄 주기와 관련성이 강하다고 했으나 이를 부정하는 연구도 없지 않다. ENSO(엘니뇨)와의 연관을 주장한 연구도 있고, 이를 부정한 연구도 있었다.
큰 재앙, 이렇게 막아 보자
총저수량 2억4000여t의 팔당호 모습. 팔당호의 물은 서울과 수도권 주민의 식수로 사용되고 있다. |
식량이나 공산품과는 달라서 물은 물 쓰듯 쓰지 못하면 모르는 곳에 막대한 피해가 쌓인다. 물이 모자라면 먼저 생태계 파괴 등으로 피해가 나타나다가, 다음은 治安(치안)이 흔들리고, 나중에는 개인의 생명을 위협 받고, 결국 국가의 안전까지 위태롭게 되는 것이 역사에서 나타나는 수순이다.
지금 다가오는 재앙도 국가의 안전과 연관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보여 이를 막을 만한 短想(단상)을 열거해 본다. 첫째, 가뭄에 대해 호주는 특이한 대응을 한다. 이 나라에는 가뭄이 발생해도 국가가 보상해 주지 않는다는 법이 있다. 재앙에 국민 각자가 직접 대응하도록 유도하여, 국가 전체적으로는 피해가 경감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대신 가뭄과 관계된 모든 기상 자료들, 관측 및 분석, 연구 자료들을 국가가 최대한으로 지원한다.
독립된 예보를 발표하는 두 개의 국립기상청과, 난립한 민간 예보기관들이 모두 서로 정확한 진단과 예보를 내기 위해 경쟁하니, 가뭄의 발생과 발달에 대한 국가적 감시가 저절로 진행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재난지역으로 지정 받아 더 많은 보상을 받기 위해 피해를 일부러 키우거나 상황을 부풀려 보고하기도 하며, 재난보상과 관련한 대규모 시위도 일어나 해마다 피해가 증가한다는 소문이 있다.
둘째, 수자원 저장 능력의 확대다. 현재 우리나라는 그해 비축된 수자원으로 다음 장마까지 버티는 식으로, 한 해 단위의 수자원 정책이 운용되고 있다. 최근 50년간 큰 가뭄을 겪어 보지 못한 때문에 이어져 온 졸속 정책의 결과이니 시급히 수정되어야 한다. 한해 한해 대비하는 방식은 연속 2년 가뭄을 당하면 속수무책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후버댐이나 중국의 싼샤(三峽)댐처럼 든든한 생명줄을 가지기 위해 金大中(김대중) 정권에서 시도했던 동강댐보다 더 큰 댐이 다시 검토되어야 한다.
대한제국 멸망의 한 원인이 되었던 29년 가뭄이 다시 닥쳐도 국가를 지킬 수자원이 비축될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삼천리 금수강산에 틈 있는 곳은 모두 물 저장과 물 생산 장치로 바꾸어 나가는 일이야말로 지구온난화, 물수요 급증, 그리고 극대가뭄의 위협에 직면한 우리 세대의 의무다.
따라서 전국 대운하 계획은 뱃길이 아니라 물길과 물 관리 차원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전국토의 수로를 연결하면서 가뭄과 홍수를 대비할 장치를 추가하면 된다. 캄보디아의 톤레샵 호수가 좋은 예다. 환경적 또는 정치적 이해에 의해 큰 댐과 대수로의 건설을 반대하는 의견이 많은 것도 좋은 일이다. ‘그래서 안 한다’ 가 아니고 ‘그 문제는 이렇게 보완했다’로 대처하면 반대가 많을수록 전화위복이 된다.
대운하 계획에 무조건적인 반대를 해온 세력들은 한글창제를 반대한 사람들, 쇄국정책을 고집한 사람들과 같은 비중의 죄를 역사에 짓고 있는 것이 아닌지 한 번 더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다가오는 가뭄, 기후변화, 그리고 폭발하는 물 수요는 비전문가들이 왈가왈부할 만큼 만만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강수량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댐과 水路(수로)에 물을 채우는 것도 쉽지 않다. 홍수가 발생할 때 최대한으로 저장하는 방법이 있고, 지속적으로 인공강우 기술에 투자하여 결과를 기대해 보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둘 다 아직 기대치가 크지 않다. 海水(해수) 담수화로 해결하는 방법도 있으나 아직 생산비가 경제성을 맞추지 못하고 수질문제를 해결하기는 더욱 어렵다.
얼음물 만들기
얼음동굴이 많은 동유럽에 가뭄이 없다는 사실은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의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 물을 얼음으로 저장하면 증발을 막고, 응결을 촉진하여 수자원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수면에서 증발로 인한 유실은 연간 약 1100mm의 강수량에 해당하는데, 대청댐과 그 유역에서만 계산해도 일년에 4억4000만t에 이른다.
얼음은 日射(일사)나 빗물과 접촉되지 않으면 공기 중의 수증기를 물로 바꾸어 놓는다. 이 경우 얼음 중량의 4%의 수자원이 증가하며, 수질 개선이란 부가적 효과까지 있다. 유명한 ‘에비앙 생수’는 알프스 산속 얼음동굴의 얼음물이다. 세계적 3대 장수촌(파키스탄의 훈자마을, 그루지야의 압하지아 , 에콰도르의 빌카밤바)은 모두 얼음 녹은 물을 식수로 이용한다. 소도시인 밀양에서 인재가 많이 배출된 것도 얼음골 등에서 나오는 ‘육각수’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얼음을 통해 확보된 양질의 물은 가뭄이 아닌 해에는 경제 부흥에도 이용할 수 있다. 바로 이웃한 중국이나 中東(중동)의 산유국에 무진장한 생수 시장이 있기 때문에 국제시장을 선점하여 ‘석유보다 비싼 생수’를 ‘생산량이 모자랄 만큼’ 파는 전문적인 생수 생산국으로 발전하면 자손만대 물 걱정 안 하고 살 수 있는 나라가 될 것이다. 실제로 제주의 ‘삼다수’는 이미 생산량을 조절해야 할 정도라고 듣고 있다.
얼음물 만들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겨울에 북향한 협곡이나 동굴에서, 찬 공기 위에서 물을 분사하면 대규모로 언다. 그 위에 일사 및 강수와의 접촉을 차단하고 공기 유통을 억제하면 얼음 상태로 여름을 난다. 동굴이 면 이 과정이 저절로 해결된다. 동 유럽의 얼음동굴들, 그리고 미국 뉴멕시코 주의 반데라(북위 35도) 등이 좋은 예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는 북향 협곡을 이용하면 된다.
끝으로 가뭄 문제는 정부와 국민의 이해와 합의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임을 다시 확인한다. 우선 지구 기후의 변화, 물수요 급증, 한계에 도달한 물 공급, 수질의 오염 등등이 함께 이해되어야 한다.
가뭄 및 홍수 피해가 심각했던 대한민국 역사에서 극대가뭄과 대가뭄, 중가뭄 등이 중첩되어 다가오는 위협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이해를 하고 있어야 한다. 이 중 가장 시급한 것은 극대가뭄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국가안보와도 직결된 문제다.●
‘세계미래회의 2008’ 참관기
“2018년에 신문기자, 2020년엔 방송인이 소멸할 것” (빌 게이츠)
⊙ 선진국이 인구감소로 힘이 빠지면서 아시아로 권력이 넘어와
⊙ 2015년 지구촌엔 大재앙이 올 수도
⊙ 2050년 문자가 소멸한다(윌리엄 크로스만 박사)
⊙ 2020년 최고 산업은 ‘교육’
朴英淑 세계미래회의·유엔미래포럼 한국대표
⊙ 1955년 구미 출생.
⊙ 경북大 사범대 불어과 졸업.
⊙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교육학석사, 성균관大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수료.
⊙ 영국대사관 공보관(18년) 역임.
⊙ 現 호주대사관 수석보좌관(9년차), 유엔미래포럼 한국대표, 한국수양부모협회장.
⊙ 저서 <미래예측리포트> <유엔미래보고서> <전략적 사고를 위한 미래예측>
<당신의 성공을 위한 미래뉴스> 등 미래예측서 6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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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미래포럼(제롬 글렌 회장)은 지난 13년간 2500명의 세계 각국 전문가들이 지구촌의 여러 가지 문제를 매년 점검해 <유엔미래보고서>(State of the Future)를 내고 있다. 유엔미래포럼은 올해 <유엔미래보고서>에서 미래사회는 결과적으로 더 살기 좋아진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올 보고서에 나타난 미래사회는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휴대전화, 인터넷, 국제교역, 통역기계, 초음속 항공기 등이 출현해 세상은 이동성이 강화되고 점차 좁아지고 있다. 기술과 사회는 진화하며 인간 수명은 길어지고 문맹률과 영아 사망률은 낮아지고 전쟁이나 국제분쟁도 줄어들었다. 2015년이 되면 빈곤율을 절반 정도 줄일 수 있고 아프리카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빈곤퇴치가 가능해진다.
2015년이 되면 과학·교육·경제 분야 는 눈부시게 발전한다. 의료기술 발전으로 유전적 질병은 퇴치가 가능해지고 개인별 의료진단을 통해 각자 체질에 맞는 약이 투여되고 장기이식이 가능해진다. 아프리카 산골에도 인터넷이 들어가는 등 인터넷 활용이 보편화하면서 종래의 국가나 사회기관이 조절하던 개인들이 스스로 자신의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이에 따라 국가·국적·언어가 통합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미래사회는 국가 개념보다는 개인의 가치관과 관심도가 사람들을 뭉쳐 주는 ‘소셜 네트워크(social network)’ 시대에 돌입한다. 종래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회적인 권력’이 새로운 형태의 시민을 만들어낸다. 정치 행위나 과정, 특히 국가 지도자의 정책결정이나 행정의 행태를 송두리째 바꾸어 버린다. 이런 현상은 이미 인터넷 강국이나 민주주의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다.
기후변화의 위험성
물·식량·에너지 부족, 기후변화 문제는 미래로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다. 사막화 현상과 자연재해로 移住(이주)가 늘어나고 있다. 테러, 부패, 국제적 조직범죄는 발전하는 미래사회의 걸림돌이 된다. 식량 가격이 두 배로 올라 이미 37개국이 식량부족 국가로 전락했다. 食費(식비)가 2013년까지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며 2013년에는 지금의 50%, 30년 후에는 두 배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 하루 2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인구가 30억명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다 식량과 물 부족이 겹치면서 미래사회에선 다양한 전쟁과 갈등이 일어난다. 지구온난화는 생각보다 빨리 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2030년에 옥수수 작물 재배량이 30% 감소할 것이며, 2025년에는 30억명이 심각한 물 부족 현상 을 겪게 된다.
기후변화는 인류의 미래를 어둡게 할 것이다. 우선 빙하가 녹는 속도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빙하는 이미 지난 2년간 과거에 비해 두 배나 더 많이 녹았다. 기후 변화로 局地戰(국지전), 인종말살, 테러가 증가한다. 각국 정부는 에너지 확보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나서고 있지만 대안이 되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 각국 정부는 原電(원전)을 350基(기) 더 건설하는 사업을 벌여 現存(현존)하는 438개와 함께 788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이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데 필요한 원전 규모인 2000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또 원자력 발전소 한 기를 건설하는 데 대당 50억~150억 달러가 소요되고 2000여기를 만드는 데도 15년이나 걸린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2050년이 되면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사실상 8000개의 원자력 발전소가 필요하게 된다. 지구촌에 매장된 우라늄 양도 충분치 않고 테러분자들의 공격에 의한 원전 사고의 위험성도 있다.
5년 후면 여름에 남·북극에서 얼음이 사라질 수 있다. 바다 속 빙하는 지난해 한 해 동안에만 22%가 녹았다. 곧 북극으로 배가 다닐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종래 과학자들이 2030년이나 2050년에 가서야 일어날 것이라고 추정한 현상이었다. 미국 중국 인도 등에서 앞으로 4년간 850개 이상의 화력발전소를 더 짓게 되는데, 이 발전소가 20년간 운영되면 지구온난화가 가속화할 것이다.
대안으로 태양열 이용 방안이 개발 중이다. 2050년에는 유럽 전기의 25%가 북아프리카의 태양열 발전소에서 생산돼 수송 가능하다. 앞으로 5년 동안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약 100억 달러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에 투자한다. 재생 및 대체에너지도 개발되고 있다. 2년 후 중국 자동차의 절반은 하이브리드로 생산한다. SPAN>
그러나 여전히 각국 지도자들은 기후변화의 실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따라 국제적인 전략네트워크를 통해 집단지성을 활용하는 ‘리얼 타임 델파이’ 등 국제적인 협력이 절실하다. 실제 유엔 등에서 글로벌 전략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나서고 있다.
세계미래회의 각국 지부 대표들. 앞줄 가운데가 필자. |
나노 기술의 등장
2015년이 되면 나노 기술(nano technology)이 조금씩 산업현장을 바꾸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노가 제조업 분야에서 생산 공정의 주류가 되는 시기는 2020년쯤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그때가 되면 산업혁명을 능가하는 ‘제2의 산업혁명(the next industrial revolutions)’이 일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나노 기술은 국방 분야에서 가장 먼저 활용될 전망이다. 미국 정부는 국방 분야에 매년 10억 달러(10조원)를 퍼붓고 있다. 다만 2009년에 바뀔 정권은 부시 정권에 신물을 내는 국민들의 변화 욕구에 의해 이라크 전쟁에 퍼붓 던 돈을 대체에너지 개발로 넘기게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차기 미국 정부는 테러와의 전쟁보다는 중동으로부터의 에너지 독립을 더욱 중요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테러집단이 핵무기를 소지할 가능성도 우려로 제기됐다. 테러집단이 10년 후 핵무기를 소지할 가능성은 75%나 되는 것으로 예측됐다. 국제범죄집단과 테러집단이 지난 2004~2007년까지 테러에 핵 물질을 이용한 경우가 이미 150건에 달한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발표한 바 있다. 국제범죄는 극성을 부려 한 해에 국제 범죄집단의 예산이 2조 달러에 달한다.
미래학자들은 일반적으로 2015년이 지구촌 위기의 해가 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2015년은 ▲선진국이 인구 감소로 힘이 빠지면서 아시아로 권력이 넘어오는 시기 ▲선진국의 低出産(저출산) 高齡化(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시기 ▲나노 생산 공정이 도입되지만 미완의 기술 이라 문제가 많은 시기 ▲‘웹 3.0’ ‘웹 4.0’ 등 다양한 3D가 실생활에 들어오고 가상 현실 공간에서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시기 ▲똑똑한 군중이 국제기구나 연방정부의 힘을 무서워하지 않고 각자 하고 싶은 대로 군중행동을 하며, 이들을 다룰 리더십은 전무한 시기라고 본다. 이런 상황은 사회통합을 어렵게 하고, 이는 정부의 조정능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다. 권력은 수시로 바뀌면서 무정부 상태가 올 수도 있다.
텔어스 연구소가 낸 <위대한 전환>(Great Transition)이라는 미래예측 보고서도 2015년에 지구촌에 대위기가 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1990년대부터 일어난 정보통신산업 붐이 끝나고, 이를 대체할 산업은 제대로 된 성장동력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IT혁명과 통신산업의 붐은 기적 같은 것이었지만 지금까지 지속된 자본주의 경제성장은 한계에 도달했다.
美 항공우주국(NASA)이 촬영한 위성사진. 지구온난화로 북극해의 빙하가 급속히 녹아 없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
2015년 선진국의 저출산 고령화가 본격적으로 다가오면서 팽창일로를 걷던 경제가 주춤거리고 고령화로 인한 복지예산 소요가 급증한다. 인구감소로 여성, 장애인, 고령인구가 본격적으로 생산노동력으로 흡수되면서 사회구조도 변할 것이다. 이들의 생산활동 참여를 위한 예산 투입도 증가될 것이다.
개발도상국의 인구폭발로 인한 식량부족, 수산업 붕괴, 물 부족이 여러 곳에서 심각하게 진행되면서 국지전이 발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원비용도 지속적으로 오르게 될 것이다. 종이나 포장재 등 森林(삼림) 제품 가격이 급상승하고, 亂(난)개발로 환경오염은 심각해진다.
이런 문제들이 심화되면서 사회가 동요하고 곳곳에서 과격 데모가 일어날 것이다. 인도 뉴델리에서는 수백만명의 수산업자들이 데모를 하게 되며 이라크 에서는 물 부족으로 대대적인 소요사태가 일어난다. 다국적 글로벌기업의 지배에 항의하는 데모대가 출현하고 빈곤, 빈부격차, 환경오염이 심화되면서 사회불안이 극대화된다.
모든 불만이 위기 수준에 달하지만 글로벌 리더로서 국제질서를 유지할 만한 힘을 가진 국가는 존재하지 않게 된다. 미국이 빚더미에 앉게 되면서 힘이 빠지고 중국은 여전히 리더십을 인정받지 못한다. 국제경찰이 사라지고 국제 리더십에 블랙홀이 생긴다. 비효율적으로 변해 버린 화폐나 금융시장 또한 글로벌시장의 힘을 위축시킬 것이다.
글로벌 질서나 물질 만능주의에 대한 X세대들의 반항도 거세질 것이다. 2015년이 되면 X세대들이 최대 인구를 가진 세대로 뭉쳐 새로운 글로벌 질서를 만들고 개혁하려 들 것이다. 이들은 인터넷 환경을 기반으로 인터넷 댓글을 달고 1인 시위나 촛불집회 같은 똑똑한 군중시위(smart mobs) 운 동에 동참한다.
‘남자의 미래, 미래 남자의 역할(The Future of Men, navigating the Future Through New Roles)’이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한 에이미 오버그 킴벌리社(사) 수석연구원과 조 블란드 킴벌리 이사는 남자의 역할이 소멸 중에 있다고 주장했다.
금요일 오후 5시에 집을 나가 주말을 스포츠로 즐기던 남자들, 술을 마시며 토요일 하루를 보내던 남자들이 이혼을 당하거나 스포츠도 더 이상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미국의 전통적인 남성상은 육체적으로 건장하여 여성을 보호하는 역할이었다. 또 남자는 집안에 빵을 가져다 주는 사람, 즉 돈을 벌어 오는 역할을 하며 제임스 본드의 강력한 섹스 심벌로 대표되는 공격자 또는 지배자의 역할이었다.
&nb sp; 하지만 경제활동 구조가 달라지면서 남성의 역할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남성만 돈을 벌어 오는 시대가 지난 것이다. 농경시대에는 남성의 筋力(근력), 민첩함, 사냥솜씨, 싸움기술이 팀 리더의 역할을 가능하게 했다. 산업화 시대나 정보화 시대에서도 남성은 엔지니어나 군인, 정치인, 지식인, 경영인, 리더로서의 역할을 가졌다.
그러나 서비스산업 시대에는 여성이 경쟁력을 가진다. 서비스경제에서는 접촉(touch), 지식(knowledge), 발명과 창의성(innovation & creativity)이 중요하며 육체적인 힘을 필요로 하는 일거리들은 사라지고 있다. 현재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분야가 금융, 호텔 요식업, 교육, 간호사, 점원 등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주변 환경에 더 민감하고 인지능력과 감수성을 갖고 손쉽게 변화에 적응하는 장점을 가진 반면, 서비스경제에 여성처럼 감성적이고 정교하게 적응하지 못한 남자는 미래사회에 부적응하고 불편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nb sp;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사 회장 등은 인터넷의 출현으로 똑똑한 개인이 각자 記者(기자)가 되어 2018년에 신문기자, 2020년에는 방송인이 소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1인 블로거, 1인 방송국, 1인 신문사로 개인이 언론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토마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장도 인터넷의 등장으로 신문·방송의 소멸이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기술적으로 레이 쿠즈와일이 발명한 음성인식 기기로 뉴스는 사람들이 움직이면서 듣는 형태로 바뀐다는 것이다.
신문·방송의 소멸?
가판대에 진열되어 있는 각종 잡지와 신문. 이번 미래회의에서 전문가들은 기존의 신문, 방송의 미래는 없다고 결론지었다. |
심지어 윌리엄 크로스만 박사는 2050년 문자의 소멸을 예측했다. 인간은 서로 연결되어 상시 접속이 가능해지면서 점점 바빠지고 이동 시간이 많아지면서 한곳에서 무엇을 오랫동안 할 수 없어진다. 이런 환경으로 키보드가 사라지고 모든 명령은 음성으로 하게 되면서 아이들은 글을 써보지 않고도 지식을 얻게 되어 결국 문자의 소멸로 간다는 주장이다.
로사 알레그리아 상파울루 가톨릭대 교수는 ‘언론의 변신’을 강조했다. 그는 브라질 국가광고위원회, 언론윤리위원회, 미디어변화위원회 위원, 시민언론연대 대표를 맡고 있다. 로사 교수의 주장은 언론은 더 이상 과거의 현상을 취재해 是非(시비)를 캐고 누군가를 야단치는 기사로부터 긍정형·미래형 기사를 쓰는 데 주력해야 하며 일반 국민이 원하는 미래사회 변화에 관한 예측 기사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1970년대 말 신문사 편집국 내에 정치부를 없앤 영국 등 서구에서는 정치기사가 소멸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정치기사를 국민이 외면하기 때문에 정치 기사를 게재할수록 독자를 잃는다는 것이다. 미래사회의 언론은 오히려 국민 개개인에게 글을 쓰도록 문호를 개방하고 다양한 국민의견을 수렴하는 등 국민과 소통하는 언론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치기사를 완전 배제하고 긍정형·미래형 기사, 예를 들어 미래에 뜨는 산업과 직종, 교육의 변화, 첨단기술이 바꾸는 사회상 등에 대해 다룸으로써 크게 성공한 경우가 윤리시장미디어(Ethical Markets Media)社(사)다. 신문을 과거형이 아닌 미래형으로 쓰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 헤이젤 헨더슨 윤리시장미디어사 대표는 독자가 필요로 하는 미래의 진로와 전공, 일자리 선택, 미래의 부자가 되는 浮上(부상) 산업을 찾아주는 기사를 주로 다룬다. 신문을 보지 않고 살던 사람들도 이처럼 미래 사회에 꼭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면 정보 확보를 위 해 다시 신문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윤리시장미디어사는 미디어가 윤리적인 시장 정보를 독자에게 알리고 녹색 투자, 사회적 책임 투자, 녹색 사업, 녹색 에너지, 윤리적 기업 뉴스, 환경 친화적 기술, 좋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적인 발전 보고서, 뉴스 레터 및 비디오를 콘텐츠로 제공한다. 언론이 돈만 벌거나 국정운영을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녹색투자를 하거나 윤리경영을 하고 긍정적인 미래에 대해 보도하는 운동에 나서 성공하고 있다.
감성적이고 말초적인 감각을 가진 X세대들은 모든 정보에서 부정형보다 긍정형을 원한다고 한다. 미래세대는 ‘부정적인 것에 대해 부정적’이므로 읽어서 기분 나쁜 기사들만 있는 뉴스보다 읽어서 기분 좋은 글들을 찾아 읽는다는 것이다.
세계미래회의의 ‘25년 후의 미래사회’에 대한 예측에서 가장 많이 다뤄진 주제가 기후변화에 관한 것이었다. 지구는 25년 후 여러 곳에서 다양한 種(종)의 종말 징후를 보이게 된다. 생물 종의 종말은 인류 탄생 이후보다 1000배나 빠른 속도로 소멸 중이라고 세계자원연구소는 발표했다.
기후변화와 대체 에너지 개발이 최대 이슈
기후변화는 엄청난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 스캇 보그슨 前(전) 미국해양경찰청 차장은 남·북극 빙하가 급속히 녹고 있다고 <포린 어페어즈> 2008년 3~4월호에서 밝히고 있다. 2007년 여름까지 남·북극 빙하가 100만 평방 마일이 녹았다. 50년 전의 빙하 절반이 녹아버 린 셈이다. 남·북극에 선박이 드나들 수 있게 되면서 각국은 자연자원 매장량을 탐색하려 할 것이다.
3차 세계대전은 핵 전쟁이 아니라 북극의 領海(영해) 다툼에서 올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이미 海路(해로)를 확보하려는 각국의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북극에 이미 국기를 꽂은 러시아가 달려들었다. 노르웨이도 북극의 자원에 대한 주도권을 이미 선언했고 캐나다나 덴마크도 자국의 소유권을 주장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은 북극위원회(the Artic Council)를 개최하여 북극의 영토전쟁을 저지하려 하면서 캐나다와 공동전선을 펴고 있다.
<유엔미래보고서 2008>은 빙하가 5~32년 내에 다 녹아 내릴 것이라 예측했다. 지구 역사상 2005년이 가장 더운 해였고 2007년은 2005년보다 더 더워 신기록을 세웠다. 지구온난화는 이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셈이다. 탄소배출을 줄여도 에너지를 사용하는 인류의 존재만으로 지구는 더워지고 있다.
그러므로 태양열 에너지를 개발하고 물을 가장 많이 소모하는 축산농가를 줄이는 한편, 동물단백질은 공장에서 생산하고 地熱(지열) 발전 등 대체 에너지 개발에 나서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류가 함께 기후변화에 대응한 최고 에너지기술을 개발하고 빨리 보급하는 것이다.
유엔미래포럼 글렌 회장은 지난 3월 27일 국가미래전략기구설치 권고 및 유엔 기후변화 상황실 설치를 제안하는 기자회견에서 정부 간 인트라넷 설치에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해결이 불가능한 기후변화, 물·에너지 부족, 빈부격차, 국제범죄 테러, 질병오염 등을 최우선 과제로 다루자고 주장했다. 기후변화 상황실에서 新(신)에너지개발 기술을 가장 먼저 집단지성으로 포착해 이를 低(저)개발 국가 등에 제공하여 획기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것이다.
선진국의 온실가스 배출로 제3국이 입게 될 기후재앙과 피해는 선진국의 국가 부채보다 많은 1800조원이라고 한다. 1991년부터 지금까지 제3국의 환경재앙으로 글로벌 환경기구들이 쏟아 넣은 돈이 7400조원이다. 여기다 援助(원조)가 2만8000조원이다. 월드뱅크가 5500조원을 조성하고, 일본이 1만조원을 5년간 조성했다. 아시아개발은행은 1200조원을 조성했지만 유엔 예측으로는 2030년까지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비용이 2만8000조원에서 6만7000조원이 들 것이라고 한다. 이런 분담금은 각국에서 갹출될 것이므로 한국의 분담금도 엄청나게 늘어날 전망이다.
유엔미래포럼은 대책으로 ▲탄소배출세 및 탄소 거래권 도입 ▲환경보존과 리사이클링 활용 ▲밀림보호 ▲기업에너지 효율성 강화 ▲화석연료 의존에서 탈피해 대체에너지로 정책변화 ▲에너지효율성 제고에 각국 GDP의 5% 강제투입 ▲호흡권 ▲국제여행 세금 ▲ 지구촌 활동세 도입 ▲매년 1500조~2000조원의 금융거래에 1% 세금부과 ▲매년 자동차연비 1마일씩 강제로 높이는 방안을 주장했다. 과학자들이 우주에 태양 커튼을 만들어 지구로 오는 태양열을 줄이는 방안,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철분을 바다에 뿌리는 기술개발도 제기됐다.
버팔로 주립대학 제임스 캠벨 교수는 지난 1930년부터 미국 대선 예측이 시작된 이래 대선 캠페인에서 “이제는 변해야 한다”는 모델이 먹혀 들고 미래의 지도자는 인물, 정책, 이슈 선택이 아닌 현 정부 중간평가로 선택된다고 보았다. 장기집권이면 무조건 새로운 인물을 원하고 정보공유화로 똑똑해진 개인은 지도자를 경원시하고 금방 관심이 변해 늘 새로운 사람을 원하게 된다고 보았다. 대선은 결국 현 정부의 반대 정당이나 현 정부와 상관없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예측이다.
집단 지성의 등장
‘집단지성’의 등장도 화두가 됐다. 이 말은 1841년 찰스 메케이가 가장 먼저 쓴 말로, ‘놀라운 군중 망상 혹은 군중의 광기’(Extraordinary Popular Delusions and the Madness of Crowds·Mackay 1841)로 정의되었다. 군중심리로 어떤 현상이 옳지 않아도 믿게 되고 그 방향으로 쏠리게 되는 현상을 집단지성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그 이후에 프리딕션 마켓(predic tion market)에 등장한 집단지성을 통해 일반인들은 집단지성의 파워를 알게 되었다. 제임스 수로워치는 그의 저서 <군중의 지혜>(The Wisdom of Crowds)에서 한 사람의 지혜보다 여러 사람의 지혜가 더 똑똑한 결론을 가지고 온다고 주장했다. 요즘 기업들은 제품의 결함률이나 소비자의 반응을 예측하기 위해 ‘군중 소싱(crowdsourcing)’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집단지성은 이제 정치·사회·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이용하고 있다. 특히 국민 전체를 상대하는 국가가 의사결정을 할 때 종래의 의회나 간접 대의민주주의가 아닌, 新(신) 직접민주주의, 전자민주주의가 2012년에 보편화된다. 이때가 되면 대통령이나 총리 한 사람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시민이나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정부정책이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그러므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국민들의 의견종합 통합이라는 수단으로, 즉 반대하는 국민이 소수가 되도록 의견을 통합하는 수단으로 리얼타임 델파이를 이용하게 된다.
달톤은 한 시골장터에서 군중들이 정확하게 멀리서 본 황소의 무게를 알아맞히는 현상을 보고 집단지성이라는 이야기를 했고, 지미 웰즈 회장이 만든 ‘위키피디아’도 집단지성의 대표적 예로 꼽힌다. 위키피디아는 오픈 소스로, 이는 누구나 다 위키피디아에 들어가 자신의 지식을 올리고 그것이 수많은 사람들의 여과장치를 통해 완전하게 정제되는 과정을 말한다. 전문가나 지식인들이 쓰는 브리태니커와 일반인들이 쓰는 위키 백과사전이 결국 시간이 지나면 90% 이상의 내용이 같아진다는 결과를 가지고 있다.
이 집단지성을 순식간에 델파이로 처리하여 전 세계 최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는 집단지성 처리기술이 바로 리얼타임 델파이다. 델파이 기법은 원래 미국 국방부의 국방연구원인 랜드연구소에서 1960년 초에 개발했고 테드 고든 유엔미래포럼 고문도 참여했 다.
특히 질문에 대한 다양한 연구결과를 링크시켜 놓아 자신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링크된 내용을 읽고 스스로 판단이 가능하다. 이런 라운드리스 델파이는 세계 최고 전문가들의 대답을 이끌어내고 통합시키는 최고의 수단이다. 복잡한 의사결정 단계가 완전히 사라지며 특히 국제기구가 가장 중요한 아젠다를 결정할 때, 또는 다국적기업의 全(전) 세계 임원들이 다음 제품을 결정할 때, 한 국가에서 특정 이슈에 대한 의견수렴을 할 때, 정부의 아젠다를 결정할 때 리얼타임 델파이는 필수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현재 리얼타임 델파이로 모든 의사결정, 즉 직원들의 의사결정이나 임원들 간의 의사결정을 하는 기업이 수백개가 되며, 특히 미 국방성 산하 고등연구기획국(DARPA)에서도 사용 중이다. 성공적인 사례로 포드 자동차에서 신종 모델을 결정할 때 사용한 예가 있고 유엔미래포럼 등 NGO 국제기구 에서 각국 대표의 의견이 분분하거나 문화의 차이가 독특하고 서로 갈등으로 해결점을 찾지 못하는 이슈에 대해 리얼타임 델파이를 통해 관련자들이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다.
스마트 맙(smart mobs)이 사회 혁명 주도
한국은 세계인들이 바라보고 있는 신기록을 계속 깨고 있다. 이제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집단군중이 모여 촛불시위가 진행되며, 몇 명의 지도자가 마이크를 들고 이들을 선동하며, 이들의 선동이 결국 얼마나 성공하는지 등의 연구가 필요하다. 즉 군중관리사 양성이 필요하다. 이미 외국에서는 스콧 샌더스, 인디애나주 퍼듀 대학의 소린 마테이 교수 등이 이런 문제에 대해 집중 연구 중이다.
위키피디아에서는 똑똑한 군중운동(smart mobs)을 ‘차세대 사회혁명’이라고 정의했다. 시장경제에 무선전화, 웹이 합류하면서 인간의 삶과 생각을 바꾸는 기술발전이 만든 사회혁명이라고 본다.
미래에는 국가의 힘이 점점 약화될 것이다. 올해 다보스포럼에서 발표된 미래보고서 <퓨처 매핑 2030>은 기업과 국가 권력의 비중이 현재는 14.3% 대 69.3%지만 2030년이 되면 역전하여 기업의 힘이 85.7%, 국가권력은 30.7%로 감소한다고 보았다. 개인의 권력은 현재 16.8%이지만 2030년에는 83.2%, 온라인 네트워크 그룹의 힘은 현재 18.1%에서 81.9%로, NGO의 힘은 39.4%에서 60.6%로 바뀐다는 것이다. 결국 2030년에는 국가의 힘이 기업, 개인, NGO보다 낮은 30.7%로 빠지기 때문에 정부는 공무원 절반을 국민설득, 국민통합 부서에 배치한다고 한다.
정부의 미래는 무정부
글렌 유엔미래포럼 회장이 40년 전에 만든 미래공식은 권력이동이 농경시대는 종교, 산업시대는 국민국가, 정보화시대는 기업, 이미 다가온 후기정보화시대는 개인으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그는 후기정보화시대에선 똑똑한 개인을 설득하지 못하면 국정운영이 불가능해진다고 보았다. 국가를 믿지 않고 스스로 댓글을 달고, 1인 시위, 1인 매체가 된 국민들이 블로그, 이메일, 문자메시지로 무장해 국가의 힘을 뺀다는 것이다.
대안은 新(신)직접민주주의로 가는 국민들의 ‘똑똑한 자아’를 설득하는 길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이 이런 것이 나왔으면 하고 바랄 ‘ 適時(적시)정책(Just-in-Time Policy)’을 만드는 것이다. 적시정책을 내놓으려면 국민들의 의견수렴뿐 아니라 국민 분위기, 국민 무드를 읽으며 때를 기다리거나, 적시발표를 위한 미래예측 전문가들을 양성해야 한다.
안드레아 디 마이오는 ‘정부의 미래는 무정부’라는 글에서, 지구촌 여러 정부가 홍보 형태를 완전히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이미 호주, 오만, 싱가포르, 벨기에, 캐나다 퀘벡과 미국 오하이오州(주) 정부 등은 대규모 포털을 통해 정부 홍보를 하고 있다. 정부가 대부분의 정보를 정부 포털에 몇 시간 먼저 올려 신문·방송의 왜곡을 피하고 국민과의 직접소통을 시도한다. 그녀는 2013년이면 현존 정부의 홍보시스템은 70% 정도 실효성을 잃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정부 포털 사이트는 헬스 케어, 교육, 복지서비스 등에서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민간 포털보다 방문자 수가 형편없어지며, 정부의 역할이 축소되고 정부와 민간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상황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구에서는 국가가 이미 존재 하는 NGO 단체, 기업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정부 정책을 국민에게 전달하는 방법도 쓰고 있다.
초고속 통신망 보급률이 99.2%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한국 정부의 국민 소통 방법을 세계 미래학자들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특히 소통부족으로 일어난 촛불시위를 주시하면서, 한국 정부가 빨리 자신들도 배울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미래는 촛불시위, 즉 군중심리 전문가가 각광받을 것이다. 군중 설득가, 군중심리학자, 군중행동몰이가, 군중이해 설득전문가, 군중흥분분석가, 군중성향분석가, 집단 지성가, 집단행동연구가, 집단여론 형성가 등 새로운 직업이 탄생한다.
이외에도 90세가 된 미래학자 조 코우츠는 미국의 헌법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가족구조가 완전히 변해 다문화 가정, 동성애 가정, 혼합 가정, 무자녀 가정, 1인 가구 등으로 분화되었음에도 복지 전달체계가 가족중심인 점, 또 이들의 인권 및 복지 혜택 문제는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교통·통신이 발달하기 전에 만들어진 대선후보 경선이 너무 길고 비효율적이므로 빨리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원에선 수술이 없어져
또 미래사회 변화는 법 제도, 다양한 소송 등에서 실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고 쿠차 박사가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양한 정체성 문제로 법적 소송이 증가할 것이란 예측을 내놓았다. 특정 존재가 가상 현실이나 아바타 등으로 여럿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래 가상현실 세계에선 병원에서 수술이 필요 없다고 폴 티나리어드 박사가 말했고, 소셜 테크놀로지사는 앞으로 군사훈련은 가상현실 공간에서 이뤄지며 가상대학, 가상여행, 가상섹스가 2020년에 보편화된다고 주장했다.
이번 세계미래회의에서 최고 인기 세션은 미래교육 세션이었다. 테드 칸 디자인월즈 회장은 2020년이 되면 교육산업이 최대 부상산업이 될 것이며, 대부분의 교육은 집단지성으로 가상현실에서 이루어지고 수많은 지식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인간에게 전달되게 된다고 말했다.●
[총력 특집] 21세기는 철도 전성시대 (2)
日本 철도 파산 후‘國營’ 떼내고 초우량 기업으로 변신
⊙ 200여개 철도사업자가 영업거리 2만7400여㎞ 달리는 ‘철도왕국’
⊙ 승객 편의성 높이는 列車와 驛舍 개발로 수익성 극대화
⊙ ‘역에서 걸어서 0분’ 내걸고 백화점, 호텔, 주택 사업 진출
⊙ 파산 상태에서 민영화된 JR東日本 2007년 당기순이익 1896억엔
⊙ 定時性과 안전, 환경 보전으로 사회적 책임 완수
崔慶韻 月刊朝鮮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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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바시~요코하마 구간 개통 2년 뒤인 1874년 오사카~고베 구간을, 1877년 오사카와 교토를 이었고, 1927년엔 도쿄의 우에노~아사쿠사에 지하철을 건설했다. 2차 대전에서 패망한 일본은 1964년 세계 최초의 고속철도 신칸센(新幹線)을 개통하며 부활을 알렸다. 그 시절 어떤 일본의 작가는 “철도는 곧 국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일본의 철도는 신칸센의 개통과 함께 쇠망의 길로 접어 들었다. 1964년 國鐵(국철) ‘JNR(Japan National Railway)’의 경영 적자가 시작됐다. 자동차와 비행기가 보급되면서 그동안 철도가 교통수단으로서 누려온 독점적 위치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차량 및 선로 등 설비투자에 막대한 차입금을 끌어 쓰면서 부채로 휘청거렸다. 결국 일본 국철은 1987년 누적적자 37조1000억엔(371조원)이라는 천문학적 빚을 남기고 파산했다.
일본 철도의 진짜 역설은 여기에 있다. 1987년 민영화를 통해 철도에서 ‘국가(National)’를 떼어낸 일본 철도 ‘JR(Japan Railway)’이 흑자 기업으로 되살아난 것이다. 그것도 수조원의 흑자를 내는 초우량 기업으로 세계 철도를 선도하고 있다. 거대한 고철더미 신세로 전락했던 일본 철도는 현재 7개 JR철도회사를 포함해 200여개 철도 사업자의 사업무대가 됐다. 일본 철도가 밟아온 흥망성쇠와, 폐허에서 다시 일어선 과정은 마술 같은 근대 일본의 그것과 너무도 닮아있다.
大여정의 시작
후쿠오카 톈진 지구에 있는 후쿠오카 중앙역. 私鐵(사철) 니시테쓰의 종착역으로 건물 2층은 버스, 3층은 열차 승강장이 있어 서로 환승할 수 있다. |
오전 10시, 일본 규슈(九州) 지역의 후쿠오카 국제공항에는 가을비가 내리고 있었다. 외국인 전용 입국심사대에 指紋(지문)과 얼굴 사진 등 필자의 생체 정보를 남기고 공항을 빠져 나와 곧장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일본의 철도 탐방이었다. 일본 여정의 출발지를 후쿠오카로 택한 이유는 순전히 철도를 실컷 타보기 위해서였다. 필자는 후쿠오카에서 기차를 타고 1174㎞를 달려 일본의 수도 도쿄로 들어갈 계획이었다.
필자는 이번 취재에 도움을 주기로 한 코레일 일본지사의 최길묵 부장을 만나기 위해 JR하카타(博多)역으로 이동했다. 공항 지하철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JR하카타역까지 가는 데 요금은 250엔(약 2500원). 개찰구를 통과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자 역 플랫폼에 설치된 스크린도어에 그려진 최신형 신칸센 ‘N700系(계)’ 차량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하카타~도쿄 사이 1174km 구간을 최고 시속 300km로 달리는 신형 열차로, 오 사카까지 1만1940엔(약 12만원)에 갈 수 있다는 광고였다.
지하철 하카타역의 개찰구를 빠져나와 5분쯤 걸어 JR하카타역에 도착했다. 매표 안내소에서 7일간 신칸센 노조미 차량을 제외한 JR의 全(전) 노선을 마음대로 탈 수 있는 JR패스를 교환했다. 노조미는 신칸센 3개 등급 중 최고 등급 차량이다. 단기 체류 목적으로 일본에 입국하는 외국인만 살 수 있는 7일짜리 JR패스 보통권 가격은 2만8300엔(약 28만3000원). 처음엔 비싸다고 생각을 했지만 하카타에서 도쿄까지의 신칸센 편도 요금은 이 금액에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대합실 없는 철도역
리모델링 공사 중인 JR규슈의 하카타역. 2011년 완공을 목표로 백화점과 호텔 등이 들어서는 복합역사가 건설된다. |
JR하카타역은 공사가 한창이었다. 역 상공에는 대형 크레인들이 철탑처럼 솟아 있었고, 그 아래로 철제 골조가 조금씩 올라가고 있었다. 이 지역 최대 철도회사인 JR규슈社(사)가 명운을 걸고 추진한 리모델링 공사였다.
JR하카타역 구내에선 우리나라의 대합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의자를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코레일의 최길묵 부장을 만나기로 한 약속 시간이 1시간 정도 남았는데 선 채로 서성거려야 했다. 나중에 만난 최길묵 부장으로부터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최 부장은 “일본 철도역에서 한국식 대합실을 기대해선 안 된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일본 철도는 원칙적으로 民營(민영)입니다. 1987년 국철이 7개의 JR(여객 6개, 화물1개사)로 민영화하면서 국가가 소유한 철도는 더 이상 없는 셈이지요. 驛舍(역사 )가 민간회사 소유인 만큼 승객들의 대기 공간보다 상점을 더 많이 입점시키는 게 수익 면에서 낫기 때문에 일본 철도회사는 어지간해선 역사 안에 대합실을 잘 두지 않습니다.”
최 부장의 설명처럼 JR하카타역 1층은 빵집, 서점, 우동집 등 소규모 점포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역 입구에서 승강장에 이르기까지 승객들의 동선을 따라 점포가 줄지어 있었다. 사람들은 상점에서 물건을 사거나 열차 다이아(DIA·시간표)를 잠깐 확인한 뒤 바삐 열차 승강장으로 이동할 뿐 서성거리는 경우는 드물었다.
최 부장과 함께 후쿠오카시 톈진(天津) 지구에 있는 후쿠오카역으로 이동했다. 빌딩 정면 오른쪽에 ‘후쿠오카(福岡)역’이라는 간판이, 왼쪽엔 ‘톈진 버스스테이션’이란 간판이 붙어 있었다. 후쿠오카역은 이 지역 私鐵(사철) 회사인 니시테쓰(西鐵)가 운영하는 철도 노선의 종착역이다. 건물 2층은 버스역, 3층은 철도역이었고 백화점이 함께 들어와 있었다.
밖에서 볼 땐 백화점 건물 속으로 철도와 버스가 드나드는 구조였다. 백화점 건물과 건물 사이를 연결하는 통로는 얼핏 보면 사람이 다니는 길 같았는데 자세히 보니 열차가 지나가고 있었다. 최 부장은 “한 건물의 1층은 버스 및 택시 승강장, 2층은 열차 승강장으로 쓰는 일본 철도역은 전형적인 형태 중 하나”라고 했다. 최 부장의 설명이다.
“버스와 열차가 건물 내부 1·2층에 각각 설치된 도로와 선로를 따라 건물 내부에까지 들어와 손님을 내리고 태웁니다. 버스 승객과 열차 승객이 이 역에서 서로 환승하는 연계교통이 이뤄지는 겁니다. 또 역 개찰구를 빠져나오면 바로 들어갈 수 있는 백화점이나 상가가 입점해 있습니다. 결국 자신들이 깔아놓은 철도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자신들의 역에서 소비활동을 해결하고 다시 열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구조, 이게 일본 철도회사의 대표적 수익 모델입니다.”
역에서 걸어서 ‘0분’
하카타역에서 도쿄역으로 1174km를 5시간여만에 주파하는 신칸센 열차. 신칸센 최고 등급인 노조미로 안내판에 목적지와 정차역, 지정석 여부가 표시돼 있다. |
철도 이용과 쇼핑을 철도역 한곳에서 해결하는 구조는 서울역이나 용산역 등 우리나라의 일부 民資(민자)역사에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은 철도역 내부, 즉 개찰구를 통과한 역 내부에 상점이 입점해있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또 철도역과 연계된 백화점 등 쇼핑 공간이 역 플랫폼과 매우 가까웠다. 실제 후쿠오카역 철도 플랫폼에서 개찰구를 빠져나와 같은 층에 있는 백화점까지 가는 거리는 30~40m 정도에 불과했다.
후쿠오카에 본사를 두고 있는 JR규슈의 쇼지 고고 사업개발본부 副(부)과장은 “일본 철도회사에게 驛舍(역사) 개발은 수송사업 분야 못지않은 주요 사업”이라며 “철도 이용객들의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역사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다시 철도 이용객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쇼지 고고 씨와의 대화.
―JR규슈에서 철도사업 외에 벌이는 부대사업은 어떤 게 있습니까.
“JR규슈의 사업은 크게 본업인 철도운송 분야와 여행사업, 그리고 부대사업 부문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부대사업은 역사 개발 같은 부동산 개발이 대표적입니다. 회사 사업개발본부에서 부대사업 분야를 담당합니다. 역사 개발 외에 백화점, 마트 사업, 호텔 등 숙박업, 목욕탕업, 주점업 등 안 하는 게 없을 정도입니다.”
―니시테쓰의 후쿠오카역을 보니 역사 건물 중앙 내부로 열차가 진입하고 동시에 백화점 공간으로도 활용되는데 이런 구조가 일반적입니까?
“일본의 주요 역에서 단순히 철도 승강장 역할만 하는 역사를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JR규슈만 해도 주요 역은 대형 상업시 설이 함께 들어오는 복합역사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대형 역사의 경우 “아뮤프라자(AMU PLAZA)”라는 백화점식 상업시설을 입점시키고 중·소규모 역사에선 수퍼마켓형 상점을 입점시키고 있습니다.
후쿠오카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고쿠라역이나 가고시마역, 나가사키역 등도 저층에는 백화점을 입점시키고 고층은 호텔로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현재 리모델링 공사 중인 하카타역도 2011년 완공되면 대형 쇼핑센터와 호텔, 업무용 오피스 빌딩이 복합된 역사로 거듭날 것입니다.”
쇼지 부과장은 “다른 철도회사와 달리 JR규슈는 역사 상층부에 주거시설을 만들어 임대하는 주택 임대사업도 벌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주거 공간과 철도역, 상업시설이 갖는 접근성을 극대화함으로써 주거와 이동, 소비 활동을 한곳에서 가능하게 하는 장점을 이용한 사업이란 것이다.
“역사 상층부의 주택 입주자를 모집할 때 ‘역에서 걸어서 0분’이라는 광고를 내겁니다. 역에 주거지가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것이죠. 호텔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사가 갖는 접근성의 편의를 이용해 숙박 중심의 비즈니스형 호텔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실제 규슈 지역의 국철을 민영화해 출범한 JR규슈는 역사 개발 등 부대사업 매출이 철도 수송 사업을 포함한 전체 매출의 50%를 넘어선 상태다. 영업이익 기준으로 JR규슈는 지난해 철도수송 사업에서 53억엔(약 530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부대사업 등으로 81억엔(약 810억원)의 영업 흑자를 냈고, 이에 힘입어 92억엔(약 92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일본 철도회사의 부대사업이 부각된 것은 1987년 국철 민영화의 산물이었다. 국철 민영화로 탄생한 6개 JR여객철도회사들이 현재 모두 이익을 내고 있지만 민영화 직전의 일본 국철은 파탄 상황이었다.
일본 국철의 적자가 시작된 건 세계 최초의 고속철도인 신칸센이 개통된 1964년이었다. 당시 국철 수송량은 일부 지방 적자노선을 제외하곤 늘고 있었지만 대규모 투자에 따른 엄청난 차입금이 문제가 됐다. 이와 맞물려 자동차 보급의 확대와 항공 승객이 급증하면서 서서히 철도 경영에 적신호가 켜지기 시작했다.
국철의 빚더미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다. 1 985년 한 해 영업손실이 2조엔(약 20조원)을 기록했고 1987년 민영화 당시 누적 부채는 37조1000억엔, 우리 돈으로 371조원에 달했다. 올해 우리나라 국가 예산이 256조1000억원임을 감안하면 회생 불능의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일본은 4차에 걸친 철도 재건 계획을 수립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결국 전국의 국철을 6개의 여객회사와 1개의 화물회사로 쪼개는 분할 민영화를 단행했다. 국철 민영화 조치로 JNR은 지역별로 JR히가시니혼(東日本), JR니시니혼(西日本), JR도카이(東海), JR시코쿠(西國), JR규슈, JR홋카이도(北海島) 등 6개사로 쪼개졌다.
당시 일본 국철의 문제는 부채 못지않게 40만명의 방만한 인력을 갖고도 서비스는 형편없는 등 조직운영상에서도 나타났다. 민영화 이전 국철의 요금인상은 거의 매년 이뤄졌지만 각종 사고와 직원들의 불친절은 개선되지 않았다. 코레일 최길묵 부장은 국 철 시대 일본 철도의 행태에 대한 일본 철도 관계자들의 설명을 이렇게 전했다.
“철도는 안전이 생명입니다. 그러나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부채와 비전 不在(부재)는 조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다 못해 자포자기 상태로 만들지요. 민영화 직전 일본 국철의 분위기가 꼭 그랬다고 합니다. 자포자기 상태에 빠진 조직 문화 속에서 안전사고가 빈발했습니다. 심지어 표에 구멍을 뚫어 탑승권을 검사하는 檢票(검표) 직원들이 구멍 뚫는 기계를 가만히 들고 있고 승객더러 기계에 표를 집어넣으라고 했을 정도로 서비스가 엉망이었다고 합니다.”
1987년의 국철 민영화 조치는 마술처럼 일본 철도의 향방을 바꾸어 놓았다. 일단 경영 수지나 재무구조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민영화 직전인 1986년 JR의 전신인 JNR은 1조7001억엔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지만, 민영화로 전환한 JR은 바로 그해 3448억엔의 영업 흑자를 기 록했다.
연간 2조엔 영업적자에서 흑자로 전환
규슈신칸센의 쓰바메(Tsubame) 800系 차량. 열차 내부의 의자와 출입문 등 외장재를 고급 목재를 사용해 일본풍으로 꾸몄다. |
JR 초기의 경영상황 개선은 민영화 과정에서 국철 부채의 상당 부분을 국가가 떠안음으로써 가능했다. 다시 말해 장부상 흑자를 기록한 성격이 강했다는 이야기다. 37조1000억엔에 달하는 부채를 국철청산사업단이 25조5000엔을 떠안고 나머지 11조6000억엔은 신칸센과 수도권 철도노선을 가진 혼슈 3개사(JR히가시니혼, JR도카이, JR니시니혼)에 부담시켰다. 청산사업단은 철도사업에 불필요한 토지를 매각하고 JR주식을 매각해 인수한 부채를 정리하기로 했다. 일본 국토교통성 철도국 요시노부 다니구치 과장 보좌는 “수송 수요가 적어 철도 수송사업만으로 흑자를 실현하기 어려운 3개 섬회사(JR홋카이도, JR시코쿠, JR규슈)에는 경영안정기금을 지원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 JR 각 사가 내놓은 경영 성적표는 사업자나 수요자, 그리고 국가 입장에서도 성공적이라는 게 일본 정부 측의 설명이다. 요시노부 씨 등 일본 국토교통성 철도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민영화 구상단계부터 혼슈 3개 회사는 신칸센과 수도권 철도 수요가 있어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섬 3개사는 인구밀도나 고속버스와의 경쟁 등을 고려할 때 적자를 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정부에서도 예상했습니다. 섬 3개사에 장기채무를 승계시키지 않고 경영안정기금을 얹어 준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들 회사조차 철도 수송사업 부문의 적자 폭이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철도 부문의 효율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경영 파탄 상태였던 국철이 민영화하면서 경영에서 나타난 변화는 무엇입니까.
“JR 각 사의 자율적인 책임 경영이 확립됐다는 점이 성과입니다. 원칙적으로 국가는 더 이상 민간사업자인 JR의 경영에 관여 하지 않습니다. 파탄 상태였던 국철이 민영화를 통해 경영 측면에서 재생되었고 책임 경영이 이뤄지고 있는 것입니다.”
―민영화로 고객의 입장에서 달라진 건 무엇입니까.
“열차 운행 횟수가 증가하고 각종 사고가 줄어들었으며 열차 속도도 빨라지는 등 서비스의 질이 높아졌습니다. 민영화 이후 지금까지 혼슈 3사의 경우 열차운임 인상도 사실상 없었습니다. 일본 정부는 철도 민영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평가합니다.”
―국철 민영화의 목표와 방향은 무엇이었습니까.
“국철 개혁의 기본 목적은 철도사업자를 국철 체제가 안고 있는 제약에서 해방시켜 다각적이고 탄력적인 경영을 가능하도록 해 기업 수익을 높이게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는 철도사업자가 양질의 철도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자는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민영화 이후에도 정부에서 JR 철도회사를 위해 특별한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습니까.
“일본의 철도사업자는 모두 민간사업자입니다. 따라서 특정 사업자를 지원하는 정부 지원책은 없습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방의 사철을 지원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역을 재개발할 때 구획정리사업 비용을 일부 부담하거나 구획정리 이후 조성된 토지를 개발용지로 많이 배분한다든지 하는 방식입니다.”
―JR사업자는 철도운 송 외에 어떤 사업을 할 수 있습니까.
“국철을 민영화하면서 각종 관련법을 통해 철도 운송 사업을 운영하는데 지장만 없다면 어떤 사업에 진출해도 제약이 없다는 항목을 설정했습니다. 이를 통해 민영화 이후 JR 각 사가 철도역사를 재개발하거나 복합역사 건설, 부동산 개발사업, 소매업 등 각종 부대사업을 벌일 수 있게 됐습니다.
특히 섬 3개 회사는 부대사업이 급격히 성장해 철도운송 부문에서 일부 적자를 내도 부대사업은 흑자를 냅니다. JR이 부대사업을 통해 안정적 경영을 이뤄나가는 것은 국철 시대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국철 민영화의 큰 성과입니다.”
스테이션 르네상스
리모델링 공사 중인 도쿄역 역사. 일본의 대표역으로 구 역사는 원형으로 복원하고 역 주변엔 JR히가시니혼이 세우는 고층 오피스 빌딩에 들어선다. |
일본 철도역을 돌아보면서 우리와 달리 高架(고가)화된 철도 역사와 선로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도쿄 등 대도시 한복판의 고가 철도역이나 선로 밑에는 소규모 식당이나 편의점, 주점 등이 촘촘히 입주해 있었다.
JR규슈 관계자는 “돈을 벌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한 푼이라도 벌어야 한다”고 했다. 역사와 선로가 철도회사 소유이다 보니 이곳을 활용한 임대사업 수익도 고스란히 철도회사의 몫이라는 것이다. 실제 JR규슈는 복합 역사 개발사업을 부대사업의 주축으로 하면서도 협소한 선로 하부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애완동물 샤워센터나 코인 라커(물건 보관함), 자전거 주차장, 세차장, 대여창고 등을 만들어 수익사업을 벌이고 있다.
JR규슈 측은 “철도 승객이 모이는 역은 상업시설로서 최고의 입지를 갖고 있 어 개발의 여지가 많다”면서 “동시에 역사 개발을 통해 도시를 정비하고 상권을 활발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고 했다.
작년 한해 1896조엔(약 1조896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둔 일본 최대 철도회사 JR히가시니혼도 현재 매출의 30% 수준인 부대사업 비중을 2017년 4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부대사업의 확대를 꾀하고 있다. JR히가시니혼의 자회사 숫자는 현재 83개로 부대사업과 관련한 회사만 52개에 이른다.
JR히가시니혼도 부대사업의 핵심으로 자신들이 보유한 ‘역사’를 꼽았다. 하루 이용객 340만명 규모의 신주쿠(新宿)역, 100만명이 넘는 도쿄역과 시나가와(品川)역 등 JR히가시니혼의 핵심 역사는 현재 리모델링 중이다. 신주쿠역 난구(南口) 지역은 선로 복개 작업을 통해 고층 빌딩화 작업을 하고 있고, 100년 전통의 도쿄역은 구 역사를 2012년 완공을 목표로 원형 복원 작업을 벌이고 있다. 도 쿄역 남단 야에스 지역에는 53층 규모의 고층 빌딩 두 棟(동)이 들어설 예정이다. 시나가와역도 이른바 철도 역사를 발권 등 역무시설과 상가 등 생활 편의시설을 구분 배치하는 표준역사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도쿄역 재개발은 ‘도쿄 스테이션 시티’로 이름 붙였다. 필자가 후쿠오카에서 신칸센을 타고 6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도쿄역은 말 그대로 거대한 지하 도시였다. 야에스 지구 쪽 입구를 통해 도쿄역으로 들어간 필자가 방향을 잃고 이리저리 헤매다 출구를 찾아 나와보니 정반대 편의 마루노우치 지역으로 연결됐다.
도쿄역의 특징은 한국과 달리 대부분의 상점 등 편의시설이 개찰구 내부에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신칸센과 JR 전철 등 수개의 노선이 교차하는 도쿄역 1층 개찰구 내부에는 승객들의 동선에 맞춰 상점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도쿄에서 최고 인기를 끈다는 과자점과 만둣집, 최고급 빵집 등이 저마다 간판에 ‘名品(명품)’이라 써 붙여 놓았다.
한 층을 내려가자 일본 여행 뒤 처음으로 역사 내에서 앉을 수 있는 의자를 발견했다. 승객들은 은은한 백열등 조명이 비치는 가운데 투명 유리로 둘러싸인 공항 VIP 대기실 느낌의 라운지에서 자신들의 열차 시간에 맞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고급 커피 전문점과 환전소도 들어와 있었다.
JR히가시니혼 사업창조본부 스즈키 히로유키 과장은 “일본의 대표역인 도쿄역의 위상에 걸맞은 驛內(역내) 상업시설의 리뉴얼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스즈키 과장의 설명이다.
“JR히가시니혼 소유의 역을 이용하는 승객은 하루 1600만명에 달합니다. 그런데 그 많은 승객이 역을 그냥 통과만 하도록 하는 건 소중한 경영 자산을 그대로 흘려 보내는 것이나 마찬가집니다. 승객들이 역에 머물며 소비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고객의 動線(동선)에 맞춰 기호에 맞는 고급 상점을 입점하도록 하는 게 사업의 핵심입니다. ‘스테이션 르네상스’ 사업도 철도가 가진 최대 경영자원인 승객을 어떻게 수익으로 연결시킬지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 보자는 사업입니다.”
JR히가시니혼은 역사 구내에 입점하는 상점을 선정할 때 철저히 고급화 전략을 쓰고 있다고 했다. 입점시킬 업종 등 사업계획이 확정되면 JR히가시니혼이 직접 나서 도쿄 시내에서 가장 유명하고 잘 팔리는 업체를 수소문한다고 한다. 민영인 만큼 입찰제도가 필요 없어 명품 가게로 이름난 업체와 수의계약을 통해 계약을 맺는다. 유동 인구가 많고 고객의 동선에 맞춰 점포를 배치해 장사가 잘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때문에 점포 입점 경쟁도 치열하다. JR히가시니혼 측은 “고객 기호의 변화도 빨라 입점업체 교체율도 연간 15%에 달한다”고 했다.
승객 위주의 열차와 驛舍
신칸센 N700系의 장애인용 화장실. |
필자는 이번 여행에서 신칸센을 실컷 타 보았다. 3개 등급의 신칸센 차량(노조미, 히카리, 고다마) 중 최상위 등급인 노조미를 제외하고 마음껏 탈 수 있는 JR패스를 끊은 덕분에 하카타~도쿄, 도쿄~新(신)오사카 등을 신칸센을 타고 오갔다. 1964년 세계 최초로 도입된 일본의 신칸센을 타본 느낌은 일단 ‘승객 위주의 고속철’이란 점에서 만족스러웠다.
하카타에서 출발한 신오사카 행 신칸센은 출발 10여초가 지나자 시속 200km를 넘는 빠른 속도를 내며 역을 벗어났다. 객차 내부에 KTX처럼 운행 속도를 표시하는 장치는 없었지만 노조미가 300km, 중간 등급인 히카리의 최고 속도는 시속 285km로 알려져 있다.
속도에선 시속 300km까지 내는 KTX가 신칸센에 다소 앞서는 셈이다. 그러나 좌석의 ‘안락함’에선 KTX는 신칸센 에 대적하기 어려웠다. 통로를 가운데에 두고 3석과 2석의 좌석이 배열된 신칸센은 KTX 좌석에 비해 앞뒤 간격은 10cm 이상 넓었다. 특히 좌석 등받이를 자유롭게 젖힐 수 있어 뒤로 젖히면 편안하게 잘 수도 있었다.
신칸센에서 돋보인 점은 승객 위주의 편의시설이었다. 신칸센은 역 플랫폼의 높이와 객차 내부의 높이가 거의 같아 평지를 걷는 기분으로 승차할 수 있다. 객차가 홈에 비해 50㎝ 정도 높은 KTX에 비해 편리한 부분이다. 또 열차 내 통로 넓이도 KTX에 비해 넓었고, 객차의 3분의 1 정도는 자유석으로 운영하고 흡연실을 갖춘 점도 승객에 대한 배려로 느껴졌다. 신칸센 객차 외부 측면에 설치된 안내표지도 차량의 등급과 목적지, 지정석 및 흡연칸 여부, 출발시각 등 승객에게 필요한 핵심 정보를 모두 담고 있었다.
무엇보다 ‘연착이 없다’는 점은 일본 철도 운영 노하우를 짐작케 했다. 필자 가 신칸센을 타면서 10초 이상 연착하거나 출발이 지연된 경우는 없었다. 나중엔 정시 출발 또는 도착 여부를 테스트하는 일을 포기해 버렸다.
일본 철도가 일본인에게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여지는 이유에 대해 일본 철도 마니아인 김성수(31)씨는 “무엇보다 철도가 운송 업무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포털 사이트에서 ‘일본철도연구회’라는 동호인 모임을 만들어 운영 중인 김씨의 설명이다.
“일본 신칸센이나 전철, 지하철의 定時性(정시성)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일본 열차 승무원들은 GPS로 맞춰진 시계를 놓고 시간을 재가며 열차를 운행합니다. 철도 차량 및 신호체계 기술력과 철도 수송을 컨트롤하는 소프트웨어 기술 등에서 앞선 측면도 있지만, 철저하게 철도 운송을 제1의 원칙으로 두는 철학과도 관련이 깊습니다. 철도 역사만 봐도 시각 장애인 유도음향을 내보낸다거나 턱을 최대한 없애는(barrier free) 설계 등 승객의 편의를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사철 오다큐선 신주쿠역 플랫폼. 개찰구를 통과하자마자 열차를 탈 수 있다. |
실제 일본 철도차량 기술이나 운영 시스템은 세계 최정상급으로 평가 받고 있다. JR히가시니혼 등 JR철도회사는 신칸센이나 일반 열차 등을 직접 설계해 생산하고 있다. JR히가시니혼은 최근 ‘패스텍(Fastech)360’ 차량을 개발해 2011년 완공되는 도호쿠(東北) 신칸센의 도쿄~아오모리 구간에 투입할 계획이다. 현재 도호쿠 신칸센 센다이~기타카미 구간을 시험 운행 중인 패스텍360은 최고 영업속도가 시속 360㎞로 KTX의 최고속도인 300㎞보다 60㎞가 더 빠르다.
승객 위주의 열차운행 방식은 철도사업자 입장에서도 주요한 경쟁 전략이 되고 있다. 일본의 사철 도부철도가 운영하는 도죠선(이케부쿠로~요리이)에는 작년부터 통근 시간 직장인을 위한 좌석 정원제 열차 ‘TJ라이너’가 투입됐다. 도시 외곽과 도심을 연결하는 사철과 지하철 간의 통근 승객 유치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나온 차별화 전략이다. 이케부쿠로~가와고에 구간의 경우 기존 열차 요금 450 엔에 300엔을 추가로 내면 40여km의 구간을 앉아서 편안히 출퇴근할 수 있다.
일본 철도가 철도 승객을 붙잡는 데는 이처럼 도심과 도시 외곽, 지방 중·소도시와 인근 지역을 이어주는 支線(지선)열차의 활성화가 주효했다는 평가가 많다. 일본의 일반 지선철도는 통상 특급, 급행, 쾌속, 보통 등 4개 등급으로 나눠 정차역을 달리하며 승객의 선택권을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 대도시의 경우 철도 수송 분담률이 70%대에 달하는 것도 이 같은 광역 철도체계의 활성화 덕분이다.
일본 여행 동안 도쿄 시내 옥외 고가 역사나 선로 주변에 좀처럼 방음벽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 이상했다. 또 역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균일하게 개발된 일본 역사 주위는 역을 기점으로 번화가와 슬럼가가 나눠지는 우리나라의 도시 공간 구조와도 크게 달라 보였다. 코레일의 최길묵 부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선 일반적으로 철도가 지나가는 선로 주변 지역은 시끄럽다는 이유 등으로 집값이 떨어지고 주민들의 민원도 끊이질 않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선 철도 역이나 선로 주변에 방음벽을 설치해 달라는 민원이 거의 없습니다. 철도를 생활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문화가 정착돼 있는 것 같아요. 철도가 혐오시설이 아니라 편리한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지요.
도시 역시 철도역을 중심으로 개발되고 발전합니다. 철도역을 기점으로 번화가와 슬럼가가 나눠지는 게 아니라 주변 지역이 철도역을 중심으로 균일하게 발전합니다. 단순히 철도가 운송수단에 그치는 게 아니라 소비의 중심으로 기능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도쿄 이케부쿠로역의 TJ라이너 착석통근권 발매기. 도부철도의 도죠선은 통근승객을 위해 300엔의 추가요금을 내면 앉아서 갈 수 있는 착석열차를 운행 중이다. |
李容相(이용상) 우송대 철도경영학부 교수는 “歷史(역사)나 인프라에서 앞서 있는 일본 철도를 우리 철도의 미래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일본 철도의 시스템과 역세권 개발 노하우, 저변이 넓은 철도 문화는 충분히 우리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다음은 이용상 교수와의 대화.
―일본 사회, 특히 도시에서 철도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철도는 단순히 사람과 화물을 실어 나르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철도가 들어오느냐의 여부에 따라 새로운 도시가 확대되고 기존의 도시가 쇠락하기도 합니다. 철도를 통해 사람의 시간과 공간적 구조가 달라지고, 이것이 도시의 흥망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사회경제적 효과가 큽니다. 이런 점에서 1970년대 일본이 전국을 철도 중심의 망으로 연결하겠다는 취지에서 정 비신칸센법을 제정한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일본 철도의 민영화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철도사업자의 자율성 提高(제고)입니다. 일본은 철도가 민영화되면서 철도사업에 대한 규제가 상당히 완화됐습니다. 역세권 개발이 활발한 것도 이 때문이지요. 일본은 우리와 달리 국철시대부터 사철의 전통이 있었던 만큼 우리보다 민영화에 대한 거부감이 적었을 겁니다.”
―우리도 KTX 도입과 함께 역사가 대형화하고 민자 역사 등을 개발하고 있는데 일본과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일본은 역사를 개발할 때 1970년 제정된 도시재생법에 근거해 역 안에도 상업 시설이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규제가 적지 않습니다. 철도가 상업시설을 역 구내에 유치하려 해도 地自體(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지자체에선 역 주변의 중소 상인들이 반발한다는 이유로 허가를 잘 안 내주지요. 일본도 도시재생법이 제정되기 전인 1970년까지는 우리와 상황이 비슷했습니다. 일본 교토역 개발의 경우 지자체가 함께 투자를 해 개발한 점도 참고해야 합니다.”
―일본 철도와 비교할 때 우리 철도에서 부족한 점은 무엇입니까.
“연계교통 부분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역에 내려 경량 전철로 갈아타거나 그보다 소규모의 모노레일을 갈아타면 적어도 자전거를 타고 집에 갈 수 있는 지점까지 연결됩니다. 또 철도역에서 철도가 들어가지 않는 지역으로 운행하는 버스를 바로 갈아탈 수 있습니다. 幹線(간선)교통망과 支線(지선)교통망이 잘 구분돼 있고 연계망도 잘 짜여 있지요. 하지만 우리는 다른 교통수단과의 연계가 부족합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철도를 불편해하고 승용차를 가지고 다니게 되는 겁니다.”
일본 철도를 돌아본 사람들은 대개 “우리도 일본 철도처럼 해야 하는데 왜 안 될까”라는 말을 많이 한다고 한다. 일본 철도를 돌아본 필자의 머릿속에도 그런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나 그럴 수밖에 없다. 직원 40만명의 공룡조직 JNR이 파산을 맞아 민영화되면서 직원 20만명이 감원됐고 역무원 출신 JR 직원들은 한번도 해보지 않은 부대사업 영업을 위해 머리를 굴려야 했던 고통이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일본 철도를 폐허더미에서 살려낸 건 철도를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일본 철도 승객의 애정이었다. 일본 철도는 안전하고 오차없는 운행과 고객의 입장에서 차량 및 역사를 설계함 으로써 오늘도 일본 열도를 달리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 관계자는 “한국 철도도 일본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환경 친화성이나 에너지 효율면에서 철도가 가진 장점을 살리기 위해 이용자 위주의 편리성을 높이고 안전을 강화해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미니 기사]
일본은 철도회사의 天國
일본 철도산업의 특징은 ‘철도회사의 天國(천국)’이라 불릴 정도로 철도사업의 주체가 민간이라는 점이다. 수송분담률 27.7%(2007년)로 세계 최고 수준의 일본 철도는 거의 매일 6000만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는데 200여개의 민간 철도사업자가 이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국철이었던 JNR은 1987년 6개의 JR여객주식회사와 1개의 JR화물주식회사로 민영화됐다. 일본에선 여전히 JNR 시절 국철과 私鐵(사철)의 구분에 익숙해 민영화 이후에도 JR을 일반 사철 사업자와 구분하기도 한다.
여객 수송을 맡고 있는 JR 6개사 중 혼슈(本州) 지역을 담당하는 JR히가시니혼, JR도카이, JR니시니혼여객철도주식회사는 현재 주식시장에 상장돼 완전 민영화됐다. JR규슈와 JR홋카이도, JR시코쿠여객철도주식회사는 아직 상장에 필요한 요건을 완전히 갖추지 못했다. JR의 영업거리는 2만여㎞이며, JR히가시니혼, JR도카이, JR니시니혼, JR규슈 등 4개 회사는 일본의 고속철도인 신칸센도 운영하고 있다. JR히가시니혼은 도호쿠, 죠에쓰, 호쿠리쿠 신칸센을, JR도카이는 도쿄~오사카 구간의 도카이 신칸센을, JR니시니혼은 오사카~하카타 구간의 산요 신칸센을, JR규슈는 규슈 신칸센을 운영 중이다.
일본에는 19세기 말부터 국철과는 별도로 사철로 불리는 민간 철도가 존재해왔다. 대기업(大手)민간철도 16개사가 2800여㎞에 이르는 영업구간을 운행하고 있다. 개인 사업자가 땅을 매입해 선로를 깔고 열차를 운행하는 식이다. 대기업 민간철도는 주 로 대도시권의 통근·통학 열차 운영을 중점적으로 수행한다. 긴키(近畿) 지역을 중심으로 한 긴키니혼철도가 대표적이며, 도부(東武), 세이부(西武), 오다쿠(小田急), 한신(阪神) 등이 있다. 이들 회사는 대부분 백화점과 호텔, 부동산 임대, 레저 사업 등 부대사업의 비중이 40~50%에 육박한다.
중규모의 準(준)대기업 민간철도(準大手) 회사도 5개 있다. 가장 긴 노선을 가진 곳은 고베전철과 산요전기철도다. 이밖에 營團(영단)과 공단 형태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영 지하철 등이 있고 지방도시에서 철도사업을 운영하는 소규모 민간철도, 지방공공단체와 민간이 공동 출자해 운영하는 제3섹터 철도 사업체가 100개 이상 있다.
일본 철도의 민간사업 전통은 1890년대 이후 정부 재원이 악화돼 철도사업에 민간 자본이 도입된 데서 비롯됐다. 1900년대 이후 사유 철도가 국유화되면서 국철과 사철이 공존 하는 상황이 지속됐으나 국철이 1949년 공사화한 데 이어 1987년 민영화되면서 국철 시대는 막을 내렸다.
[미니 기사]
일본 철도의 환경친화성
일본 철도회사는 철도가 환경친화성이 높고 에너지 소모가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자동차에 비해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10분의 1 수준이며, 1t의 화물을 1km 수송하는 데 들어가는 단위수송비는 도로가 664원인 데 비해 철도가 66원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있다.
세계적인 철도회사인 JR히가시니혼은 환경친화성과 에너지 효율이 높은 철도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1992년 에콜로지 추진위원회를 설치했다. 위원회는 사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대부분의 임원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에콜로지 추진위가 설정한 기본 방침에 따라 1996년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설정하고 실제 이행 여부를 매년 발표하고 있다.
JR히가시니혼 환경경영팀은 “철도사업과 환경보전을 양립시킨다는 목표를 全社(전사)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면서 “JR히가시니혼의 환경 관련 대책은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수치 목표 달성과 자원 재생, 철도 森林(삼림) 보호 및 육성 등 3개 분야에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JR히가시니혼은 지1990년을 기준으로 2008년 CO2 배출량 22% 삭감을 목표로 정했는데 2003년 이미 23% 삭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30년 CO2 50% 삭감을 최종 목표로 다시 설정했다. 이산화탄소 저감과 관련해 JR히가시니혼은 차량 운행 과정에서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는 것이 관건이라 보고, 저에너지 사용 차량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JR히가시니혼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발전소의 설비를 고효율화하는 한편, 발전 연료로 가스나 태양광을 활용하는 시스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열차 내부, 차량 정비창, 각종 공사현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재활용률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JR히가시니혼 환경경영팀 히로시 아키오 씨는 “2007년 열차와 역사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재활용률은 64%로 2009년까지 70%로 높이는 게 목표”라고 했다. 차량 정비창 폐기물의 재활용률은 2005년 90%, 2007년 93%에 달해 2010년 95%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JR히가시니혼은 일본 전역에 4200㏊ 규모의 철도림도 보유하고 있다. JR히가시니혼은 “이 철도림은 JR히가시니혼이 배출하는 전체 CO2량의 0.8%인 1만7000t의 CO2를 흡수하는 규모” 라며 “철도림을 계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JR히가시니혼은 “자동차 이용 승객을 철도 승객으로 흡수하는 자체가 환경보전에 도움이 되지만 철도사업자 스스로 환경파괴를 줄이는 방법을 부단히 연구해야 한다”면서 “환경보전 문제는 운송 사업자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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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학생이 졸업식날 취업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경제가 성장해도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 시대가 닥쳐오고 있다. |
산업구조 개편과 함께 제조업이 해외로 이전하고 실업이 늘어날 것이다. 사진은 감산 체제에 돌입하면서 생산라인이 멈춰선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싼타페 생산라인. |
미래에는 도시공간의 고층화와 高밀도화가 급진전될 것이다. 사진은 서울 용산 역세권 개발 조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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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고 있는 국민대 정문규씨. |
한국 대학생들이 중국 대학생들과의 토론 내용을 메모하고 있다. |
티베트 사태, 중화사상, 중국공산당 등 양국의 민감한 현안이 토론 중 자주 제기돼 사회자가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
중국 장가항의 포스코 스테인리스 철강공장을 방문한 중국 체험단 학생들. |
코펜하겐 시내 왕립공원에 있는 로센보르 궁전. 현재는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
그런포스 그룹 본부 전경. 수도 코펜하겐에서 서쪽으로 250마일 떨어진 베어린브로에 있다. |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 랑엘리니 해변에 있는 인어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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