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선물
이 복 수
그해 봄날, 아버지는 매일 밤 복수에 찬 아랫배를 움켜잡고 진달래꽃보다 더 새빨간 고통을 객혈처럼 토해 내고 있었다. 막내아들은 그런 아버지를 곁에서 안타깝게 지켜보기만 했다.
"얘야! 이제, 나는..."
옹니에 반곱슬머리, 마흔다섯의 아버지께서 신음처럼 내뱉었다.
"아버지! 힘내시고 제발 환갑까지 사세요."
부자간 절망적인 대화는 방안에 켠 촛불처럼 타 들어갔고 어머니는 그저 세운 무릎에 두 손을 얹은 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그해 봄날은 고독이 죽음처럼 매일 밤 방안에 내려앉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아침마다 허리에 책보를 질끈 동여맨 겁많은 열두 살 소년에게 등교길은 천길 나락이었고, 책 속의 글자는 검정 깨알처럼 걱정덩어리로 가득 차 있었다.
사월 하순 어느 날 아침, 교무실로부터 아버지의 부음을 전해 듣는 순간 소년은 바람처럼 집으로 내달렸다. 방문 앞에 도착했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어머니의 서러운 통곡 소리에 소년은 그만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렇게 영랑호가 내려다보이는 금장대 범바위 양지바른 언덕배기에 아버지를 묻어 보냈다. 동네 사람들이 쑤군거렸다.
"쯧쯧...저 어린 것을 놔두고, 가면 어떡해!" "그러게 말이야..."
'애비 없는 자식'이란 소릴 듣지 않으려고 홀어머니는 얼마나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중학생이 된 소년은 실어증에 걸렸지만, 강해져야 한다고 자신을 다독였다. 무엇보다 소년에게는 하나의 신념처럼 자리 잡은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인 아버지의 왕대나무 스키 선물이었다. 겨울이 오면 마을 뒷산 비탈길에서 소년은 왕대나무 스키를 타며 회색빛 꿈을 키웠다. 때로는 어른들도 기피 하는 kbs 속초방송국 옆 긴 비탈길 가파른 하강에 도전하여 수십 번 엉덩방아를 찧으며 완주하는 끈기를 배웠다.
이제 장성하여 되돌아보면, 당시 아버지의 선물이 소년에게 꿈을 향한 도전정신과 인내심을 키워준 원인이 되었는지 모른다. '버락 후세인 오바마'가 아버지로부터 농구공을 선물 받아 팀웍과 리더십을 배워 마침내 '담대한 꿈'을 이루었듯이, 그 겨울 왕대나무 스키를 타며 더 높은 비탈길을 향한 도전의 의지를 끊임없이 단련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소년에게 스키를 선물하였는데, 소년이 아버지 나이가 되어 자식 셋에게 기억에 남을만한 '아버지의 선물'을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세 자녀로부터 올봄 새차를 선물 받았으니, 참으로 '거꾸로 인생'을 실고 있는 건 아닌지 자못 겸연쩍은 마음뿐이다.
첫댓글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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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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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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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은 곧 사로,
사는 곧 생으로,
무한히 반복되겠지요.
부모님 돌아가시고나서야 부모님은 제 가슴 속에 가득히 살아계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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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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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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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