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가 간단하게 소개하고 싶은 내용은 한국 축구 유소년 시스템의 성장 과정 중에 있었던 일종의 비하인드 스토리입니다
02월드컵 이후 축협이 조금씩 재정적으로 독립하기 시작했고 그 잉여 재원을 유소년 시스템에 투입하면서 현재의 유소년 시스템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는 내용이죠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그 과정이 결코 순탄치는 않았습니다
어느 조직이든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게 되면 반드시 이에 거부감을 보이는 단체가 있게 마련이죠 한국 유소년 축구에서는 그 대부분의 역할을 학원 축구가 맡아 왔습니다
그렇다고 학원 축구를 운영해 온 지도자를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어요
그 분들 역시 어려운 환경 속에서 묵묵히 자신들의 역할을 해 내면서 지금의 한국 유소년 시스템을 만들어 온 일등공신입니다
다만 제도 변화 이후의 달콤한 열매가 기다리고 있음을 알면서도 순간의 고통 때문에 변화를 거부하는 것이 비단 축구계만의 일은 아니죠
초, 중등 학원, 클럽 축구팀 추이 변화(2011-2022)
연도 | 초등학교 | 중학교 |
학원 | 클럽 | 학원 | 클럽 |
2011년 | 201 | 102 | 170 | 13 |
2012년 | 191 | 122 | 167 | 22 |
2013년 | 349(통합) | 213(통합) |
2014년 | 180 | 186 | 170 | 72 |
2015년 | 173 | 169 | 164 | 89 |
2016년 | 169 | 156 | 158 | 89 |
2017년 | 155 | 154 | 147 | 90 |
2018년 | 137 | 158 | 130 | 111 |
2019년 | 133 | 192 | 119 | 116 |
2020년 | 116 | 222 | 108 | 124 |
2021년 | 88 | 266 | 90 | 153 |
2022년 | 71 | 290 | 85 | 175 |
위의 표는 2011년부터 2022년까지 초, 중학교의 학원, 클럽 팀 수의 추이 변화를 정리한 것으로 축구협회의 등록현황 자료에서 제가 임의로 편집하였습니다
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2019, 2020년에 초등, 중등학교에서 학원과 클럽팀수의 변화가 역전된 뒤 초, 중등 학교 축구 팀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이 변화는 무려 코로나 시국에 벌어진 일입니다
2023년 현재의 시각에서 보면 당연히 학원 축구가 클럽 축구로 전환되는 것이 당연해 보이고 이를 통해 전체 유소년 축구 파이가 커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2010년대 초반만해도 현장의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당시 분위기가 어느 정도 였냐 하면 믿기지 않으실 수도 있겠지만 클럽 축구 대회와 학원 축구 대회가 따로 개최되었습니다
당시 학원 축구계가 내세웠던 주장은 클럽 축구팀들의 수준이 너무 떨어져서 함께 대회를 치루면 경기력이 하향 평준화된다는 것이었요 하지만 속내는 후발 주자인 클럽 축구계와 동등한 입장에 서기 싫다는 뜻이었죠
심지어는 팀을 해체한다는 발언도 심심찮게 나왔습니다
학원 축구계를 달래기 위한 축구 협회의 노력은 참 눈물겨웠습니다(아마 빌기도 하고 협박도 하고 회유도 하고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썼을 겁니다) 그리고 2017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학원 축구와 클럽 축구가 화랑대기에 함께 출전하게 되죠 물론 제한적이긴 했습니다. 예선은 따로 치루었고 본선 진출팀부터 함께 경기를 했으니까요
아마 표를 보시면 다음해인 2018년부터 초등학교의 경우 학원팀과 클럽팀의 숫자가 역전되는 것이 눈으로 확인되실 겁니다 또한 다음해인 2019년이 되면 갑자기 초등학교 팀 수가 급격하게 느는 것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이렇게 파이가 커지게 되면 결국 그 혜택은 축구와 관련된 모든 관계자에게 돌아가게 되죠
그럼 왜 축구협회는 양 쪽으로부터 욕이란 욕은 다 얻어 먹으면서 10년전부터 학원 축구와 클럽 축구를 조정하는 일을 시작했을까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에도 향후 인구 감소를 통한 직격탄을 스포츠계가 받을 것이라는 리포트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따라서 각 구기 종목 단체들에게 이에 대한 대처를 촉구하는 상급 기관이나 민간 단체의 요구가 있어 왔죠
02 월드컵 이후 유소년 시장에 많은 자본을 투입한 축구계에서 클럽 축구(정확히는 사교육 시장)가 성장하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들을 유소년 축구 시스템의 주류로 끌어 올리기 위해선 기존에 있던 학원 축구계의 양해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죠 하지만 변화에는 반드시 저항이 따르는 법이고 축구계는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이 갈등을 해결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2023년 6월 U20월드컵 이후 작성된 ‘KFA “U-20 월드컵 성과는 유소년 육성 정책의 결실”’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인구 감소로 인해 국내 많은 종목들이 팀 감소와 선수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축구는 아직 그런 걱정은 없다.’라는 문구에서도 알 수 있듯 축구 협회의 유소년 정책에 대한 자신감이 대단하다는 걸 엿볼 수 있죠
이처럼 유소년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자본력 뿐 아니라 해당 협회 내 이익 단체들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는 행정력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능력입니다
아마 스포츠 팬의 한 명으로서 유소년 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기타 스포츠 단체들이 한 번 정도 꼭 참고했으면 하는 마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