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독서새물결모임(회장 임영규ㆍ원주 진광고 교사)이 4월 17일 전국 16개 시도에서 동시에 실시하는 "독서능력검정시험"을 앞두고 도서관련 시민단체와 독서지도 교사들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 시험이 학생들의 체계적인 책 읽기를 유도하기 보다는 독서를 암기과목으로 만들고, 자격증을 따기 위해 또 다른 사교육을 부채질한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이 단체 간부가 집필진으로 참여하는 사교육업체가 이 시험을 후원함으로써 도덕성 시비까지 일고 있다.
독서새물결모임은 독서새물결운동추진위원회(회장 김낙준)가 1994년부터 매년 시상해온 "독서대상"을 수상한 초ㆍ중ㆍ고 교사 등 3,000여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단체.
이 단체가 올해 처음 실시하는 시험은 독서능력을 1~10급으로 구분하고, 각 등급마다 30~100권의 대상도서를 미리 공지한 후 등급별 시험을 통과하는 사람에게 자격증을 지급함으로써 독서를 권장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어휘력, 독서지식, 추리 상상력, 비판력, 창의력 등을 측정할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해 평가하고 그 결과를 생활기록부에 기록하며 대학입시에도 반영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독서운동을 펼쳐온 시민단체와 일부 교사들은 매우 구시대적이고 비교육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학교도서관 문화운동 네트워크"(공동대표 김종성 계명대 교수)는 19일 성명을 통해 "독서시험은 책 읽기를 또 하나의 암기과목으로 전락하게 하여, 진정한 독서의 즐거움과 가치를 차단하고, 타율적이며 강제적인 독서습관을 조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린이도서연구회(이사장 이주영)와 겨레아동문학연구회(회장 노미화)도 성명을 내고 "시험결과를 생활기록부에 기록하게 되면 지금도 가뜩이나 점수에 매달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 보듯 훤하다"며 시험철회를 촉구했다. 특히 이들은 "이 단체가 인터넷 논술ㆍ독서지도를 하는 "H교육" 후원 하에 공교육의 탈을 쓰고 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교사는 "현직 교사인 주최 단체의 회장이 이 업체의 홈페이지에서 이 회사의 독서프로그램을 극찬하고, 또 교육청 소속 연구사인 다른 간부는 이 업체의 논술 집필진으로 참여하면서 공교육을 부정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며 "이러한 행위가 특정업체를 홍보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책읽는사회만들기 국민운동(대표 도정일)과 청소년 독서운동 교사모임인 책따세(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ㆍ대표 허병두 숭문고 교사) 등도 독서시험 반대성명을 내고 거부운동을 펼칠 예정이다.
이런 비판과 반대여론에 대해 임영규 회장은 "독서 능력시험은 양서를 골라 제시함으로써 학생들에게 독서 동기를 부여하고, 그 결과를 확인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사교육 기관과의 연계에 대해서는 "대행 업체의 실무적인 지원을 받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한편 이 시험의 국가공인 절차 추진과 관련, 교육부 관계자는 "생활기록부에 등재되던 기존의 각종 학력경시대회 기록도 부작용이 심해 없애는 판에 민간단체의 시험인증을 검토해본 적도 없고 앞으로 계획도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