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6 어제는 병원에서 잤다. 어제 눈 더 내려 길 다시 얼었을 테고 구불구불한 산길 헤쳐 밤에 집으로 들어가기도 문제고 자고나면 아침에 나오기도 문제라 그냥 잤다. 원대병원 형한테서 전화 왔는데 그제 보낸 서류 중 혈액검사지가 최근 기록이 없고 12월 5일 거라고, 잘못되었다고 새로 복사해서 가져오라고 한다. 여기 병원에 이야기했더니 문제없는 거라고, 1월 2일 자료까지 있다고 한다. 어쨌거나 서로 말이 다르니 새로 복사해서 팩스로 보냈다. 오전에 친척 형수가 나오셨다. 형수는 침 맞으러 가는 길이고 조카는 신생아 배꼽이 길게 떨어져 자르고 새로 묶는다고 한다.
오후에 집에 들어갔다. 아버지 벗어놓은 옷가지며 빈 반찬통도 가져다놓고 한파에 별 일 없는지 집도 한 번 둘러보려고. 보일러도 잘 돌고 수도도 더 얼지 않고 물 똑똑 떨어진다. 지난 번 아이들과 함께 내려왔을 때 끓여 아버지 드리고 냉동실에 얼려놓았던 사골국물 녹여 통에 담아 가져왔다. 새참으로 드시라고. 남원 나와 이마트 들러 생굴과 초고추장을 샀다. 그제도 한 팩 사다드렸는데 두 끼니 만에 다 드셨다. 지난번에 산 초고추장도 동났다. 죽 파는 가게 물어물어 찾아가 전복죽을 샀다. 내일 검사 때문에 새벽 7시 이전까지만 식사 하시라고 하는데 병원 아침밥은 7시 반에나 나오니 죽 사다놓았다가 내일 새벽에 드려야 한다. 두 팩 사서 한 그릇은 오늘 저녁에 드렸더니 생굴과 함께 싹 비우셨다.
아는 형님 전화 와서 방학인데 아이들 며칠 보내라고 연락 왔다. 11일 이후에 날 봐서 보내겠다고 했다. 서각 주문이 들어왔다. 세 점을 해달라고 하는데 한 점은 14일까지 받았으면 좋겠고 나머지 두 점은 천천히 해달라고 한다. 또 전에 서각 부탁하신 공주 선생님께 전화 드렸다. 사정이 이러저러하니 조금 늦겠다고. 아는 이가 아파트 옹벽 벽화 문의를 해왔다. 다른 이가 문화의집 벽화 작업 보고 내게 연락을 한 거다. 몇 년 전 작업이 이렇게 또 연결고리를 가지고 끈을 이어준다. 사람 사는 게 당장 무엇이 드러나지 않고 결과가 없는 듯해도 다 차곡차곡 쌓인다는 말을 들은 적 있는데 역시 그렇다. 아이들은 오늘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소영이가 밥 지어 저녁 먹고 빨래도 돌려 빨래 널 거라고 한다. 건희는 방학 미술특기반 수업을 며칠 빼먹었다. 내일부터 열심히 다니겠다고 한다.
그나저나 익산은 어제도 눈이 많이 와서 길 미끄럽고 내일도 눈이 온다고 하는데 제발 눈 조금만 왔으면 좋겠다. 밤새 눈 많이 내리면 천상 기차 타고 가야 하는데 아버지 워낙 기력이 없어서 몇 걸음 걷다 쉬어야 하고 어지럽다고 하셔서 기차 타고 가실 수 있을지 그것도 걱정이고. 길이 아주 막혀 꼼짝 못하는 경우만 아니면 차 가지고 살살 기어서라도 가야지. 하여튼 가다가 어떻게 될지 몰라서 우황청심환 두 병은 사다놓았다.
2010.1.7 아버지 바로 앞 침상에 37살 먹은 환자가 있는데 그 분 어머니께서 어제도 그렇고 오늘 아침도 도시락을 싸와서 밥과 반찬을 나눠주셨다. 며칠 만에 내려가 보면 전에 있던 환자는 대개 퇴원해서 보이지 않고 네 명 있는 병실 뜨내기손님처럼 들고 나는 것 같은데도 아직 시골이라 그런지 정이 있다.
오늘은 예약해놓은 호흡기내시경검사 받는 날이다. 미리 들은 대로 새벽 5시에 혈압약 드시게 하고 어제 사다놓은 죽은 6시에 드시도록 했다. 죽 드신 후 우황청심환 약도 드렸다. 이 검사 때문에 이틀이나 사흘 만에 올라가려던 계획을 바꿔 5일째 머문 것이다. 오후 1시 예약이지만 초행길이고 더구나 날도 좋지 않고 익산 사는 동무에게 아침 일찍 전화해보니 눈발이 조금씩 날린다고 한다. 정 길이나 날이 좋지 않으면 기차를 타고 가려고 했지만 아버지 워낙 기력이 없어 걸음도 더디고 숨차하시니 그나마 차 가지고 가는 게 낫지 싶어 서둘러 출발해 조금 기다리는 것이 좋겠다 하고 9시 반쯤 출발했다. 사촌형이 알려준 대로 신리교차로에서 우회전해서 가니 더 빠르고 길이 잘 났다. 병원에 도착하니 11시 조금 덜 되었다. 사촌형 만났다. 두 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하니 그 전에 회복실에 누워 주사 맞으며 기다리자고 한다. 걱정이다. 기력이 쇠하고 신장 기능도 안 좋고 폐렴에 숨 가쁘고 혈압도 있고 어지럽고 단백뇨도 있고 두루 두루 몸 안 좋은데 힘든 검사 받으며 더 안 좋아지는 건 아닌지, 검사를 견디기나 하실지 걱정이 되었다.
중학교 동창이 와주었다. 고맙고 힘이 된다. 그 동무 오면 사촌형 소개시켜주고 혹 나중에 병원 갈 일 있으면 덕 좀 보라고 하려 했더니 서로 잘 안다고 한다. 동무네 큰형과 내 고종사촌형이 서로 친구라고 한다. 검사 마치고 회복실로 나온 아버지는 마취가 덜 깨어 눈도 못 뜨고 입 크게 벌려 가쁜 숨 몰아쉬고 속이 메슥거리는지 헛구역질도 한다. 마음이 아프다. 깡마른 어깨를 두 손으로 안고 ‘괜찮아요, 다 끝났어요, 고생했어요, 잘했어요, 아버지.’ 어린아이 달래듯 토닥거렸다.
검사 결과는 다음 주에나 정확하게 나오겠지만 내시경 화면으로는 깨끗하다고 한다. 상태가 좋아서 미리 예약해놓은 조직검사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마음이 놓이고 그저 누군가에게라도 고마운 마음이다. 오후 4시 반 경 아직 마취 덜 깨셨지만 두 시간 쉬셨으니 움직여도 된다고 해서 남원으로 출발했다. 여섯시 조금 못 되어 남원의료원에 도착해 잠간 쉬었다가 저녁 드시는 거 보고 집으로 출발했다. 미뤄둔 일도 많고 새로 생긴 일도 많다.
동네 슈퍼 들러 장을 봐 집에 돌아오며 집에 다 와간다고, 걱정 마시라고 전화 드렸다. 아버지 반갑고 쾌활한 목소리로 ‘참 반가운 소식이구나’ 하신다. 집에 들어오니 밤 11시 다 되어간다. 집은 별일 없다. 수도도 안 얼고 보일러도 안 얼고 가스도 안 새고 압력밥솥도 안 터졌다. 아이들도 싸우지 않고 다정한 표정으로 있다. 그래. 참 반가운 소식이구나. 어서 자자.
첫댓글 즐작하셨네요*^^
고재 소나무는 생 소나무와는 완연히 다른 나무 성질이 되더군요. 작업하기 즐겁더군요. ^^
아름답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힘이 납니다. ^^
물괴기가 너무 멋짐니다
굵직굵직한 선이 아주 !!!
몇 년 전에 작업했던 건데 다시 해보니 새로운 맛이 있더군요. 고맙습니다. ^^
가족사랑하심에 코끝이 찡합니다.
물고기의 어흥...작품에 담긴 느티나무님의 깊은 메시지가 무엇일까 나름으로 어림해 봅니다...^^
저도 다시 일기 정리하면서 읽다가 예전 생각이 나서 싸아 하더라고요.
제목은 그냥 장난입니다. 물고기는 '뻐끔' 해야 하는데 그렇게 제목을 붙이자니 그림하고 어울리지 않더라고요. 물고기 기세가 하도 용감무쌍해 보여서 호랑이 소리를 붙인 겁니다. ^^
너무 좋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