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반말체입니다. 높임말로 써보려고 했다가 리듬이 끊겨서 포기했습니다. orz
2011 Team Standing : 59승 74패. Regular Season Eliminated
Team Category Standing
Batting - 팀 타율 7위(0.260), 팀 장타율 6위(0.383), 팀 출루율 6위(0.347), 팀 득점 6위(611), 팀 홈런 6위(106), 팀 도루 8위(117)
Pitching - 팀 방어율 3위(4.39), 팀 피홈런 1위(93), 팀 탈삼진 4위(885), 팀 세이브 6위(25)
2010 기아 타이거즈의 시즌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Over Pace Or Fire
시즌의 20%도 지나기 전에 기아의 시즌 순위는 플옵 바깥권임을 암시했다. 16연패는 그 후유증에 불과했다.
2011 Preview
선수이동
영입 : 한승혁, 홍건희, 윤정우, 우병걸, 정상교, 유재혁, 박기철, 박세준(이상 신인), 트래비스 브래클리(마이너리그, 용병), 박정태, 김성계, 변강득, 김주형, 류재원(이상 군 제대), 전준수, 김민섭, 한성구, 김종문, 임태환, 박종섭, 허정우(이상 신고선수)
이적 : 로만 콜론(퇴출. 용병), 김종국, 홍세완(이상 은퇴), 고우석, 양동일, 박상혁, 문현정, 김민철, 손정훈, 김형철, 유희봉, 장승욱, 한승엽, 변선웅, 주도성, 송승민, 이명환(방출), 이종환, 백용환(이상 군입대)
예상 타선
Batting Order
1. 이용규(CF)
2. 신종길(RF)
3. 이범호(3B)
4. 최희섭(1B)
5. 김상현(LF)
6. 나지완(DH)
7. 안치홍(2B)
8. 김상훈(C)
9. 김선빈(SS)
예상 투수 로테이션
Starting
1. 아퀼리노 로페즈
2. 윤석민
3. 양현종
4. 서재응
5. 트래비스 브래클리
Set Up : 손영민, 곽정철
Closer : 유동훈
Batting
1. 2009년의 우승은 기아가 해태 리즈 시절의 강력한 집중력을 가진 타선 덕택에 가능했다. 물론 다른 이유도 많이 있었고 천운도 많이 따랐지만. 그러나 2010년 기아의 타선은 단 한해만에 다시 FC 기아 타이거즈로 돌아갔다. 경기당 5점을 뽑지 못하는 타선. 장타율 5할을 넘긴 타자가 한명도 없었고 규정타석 3할은 이용규 한명뿐이었다. 부상으로 50경기 이상 날려버린 김상현의 결장도 아팠지만 믿었던 나지완의 끝없는 부진, 그리고 조범현이 이번 시즌 가장 믿는다는 이종환의 찻잔속의 미풍 덕택에 공격력은 끝도 없이 떨어졌다. 그나마 키스톤 콤비의 타격 호조가 위안이었다. 물론 광주 구장이 그린 몬스터 덕택에 현 KBO 구장중 가장 홈런 팩터가 떨어지는 구장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좌우가 긴것도 아니었다. 타격이 전체적으로 침체기에 온건 이유가 따로 있었다.
2. 이용규는 8개 구단 톱타자중 이종욱과 더불어 가장 까다로운 타자다. 이종욱은 내보내면 무진장 피곤하니까 안내보내기 위해서 사람 머리 아프게 하고 - 헌데 이종욱의 선구안이 나쁘냐? 그것도 아니다 - 이용규는 입맛에 맞는 공이 들어올때까지 커트, 커트를 반복하고 결국 안타를 때려내거나 걸어나가거나 한다. 게다가 라이너성의 타구를 양산하는데다가 손목힘도 나쁘지 않아서 타구 속도도 빠르다. 자신이 굳이 장타에 욕심을 내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더 피곤한 타입이다. 이용규 같은 톱타자가 있다는건 기아에게 있어서 대단한 축복이다.
3. 문제는 2번 타순 겸 우익수에서 발생한다. 김원섭은 2년간 수준급의 테이블 세터면서 좋은 우익수였다. 그러나 결국 작년 건강 크리가 터지면서 주전으로 경기에 나선 이후 커리어 최악의 해를 기록하고 말았다. 게다가 쓸데없는 장타 욕심에 스윙 메커니즘까지 무너져서 컨택까지 망가지는 도미노 현상까지 발생하고 말았다. 이종환 마저 맛이 간 상황에서 신종길의 등장은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그 등장시기가 너무 늦었다는게 문제였지만. 컨택과 스피드는 좋을때의 김원섭을 연상케 한다. 9월의 기아 야구는 이용규와 신종길 보는 맛으로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으니까. 아마 시즌 초에는 김원섭에게 주전 자리를 주겠지만 신종길이 최종 승자가 되지 않을까. 문제는 작년 후반기의 그 기세를 이어갈수 있느냐는거. 안되면 금년에도 기아는 1회 무득점 야구를 계속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4. 김상현이 MVP를 수상할 당시 최희섭의 우산효과를 봤다고 했지만 그건 최희섭도 마찬가지였다. 김상현이 부상으로 낙마한 후 최희섭의 타격 성적은 곤두박질 쳤다. 2,3번이 작년 같지 않으니 타점은 자연히 줄었고 좋은 공을 주지 않으니 타율과 홈런도 자연히 줄었다. 그러나 메커니즘 자체는 무너지지 않은게 희망이라면 희망이다.
5. 이범호는 신의 한수가 될까? 분명 이범호는 좋은 선수고 좋은 타자다. 그런데 문제는 한화 출신이고 일본물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기아스러운 타자라는 점이다. 2할 7,8푼대의 타율에 좋은 출루율, 그리고 한방.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카테고리. 공은 잘 보지만 정교하다고는 할수 없다. 이런 이범호에게 맞는 타순은 5번 아니면 6번. 통산 기록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3번에 갖다놓으면 의외로 포크레인 운전하는 스타일. 조범현 감독은 최희섭 4번에 너무 목을 매는게 아닐까. 전성기 TKO 시절 괜히 프랭크 토마스가 3번 친게 아니다. 타격의 종합력에 있어선 최희섭이 가장 낫다.
6. 현재 영건 타자들중 가장 기대되는 선수를 꼽으라면 최정과 더불어 안치홍을 얘기할 수 있다. 신인일때는 파워를 보여주더니 2년차에서는 정교함을 보여주었다. 바로 최정이 걷던 그 길이다. 금년에 안치홍이 3할 20홈런을 쳐도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시즌초 부상 후유증으로 인해 고생을 좀 하겠지만 2할 9푼에 15+홈런 정도는 너끈히 찍어줄수 있지 않을까. 이런 2루수 찾기 힘들다. 순조롭게만 큰다면 김성래 이후 역대 최강의 공격형 2루수 탄생을 기대해봄직도 하다.
7. 김선빈은 이용규, 최희섭과 더불어 기아에서 몇 안되는 프리 스윙어 유형의 선수다.(이는 이후 다시 언급하기로 한다) 고교시절 텐툴 플레이어라는 명성에 걸맞게 3년차 시즌 김선빈은 3할이 가능한 컨택형 유격수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물론 장타는 실종이긴 했지만 상황에 맞는 팀배팅과 작전 수행 능력을 보여주었다. 2번 타순이 제대로 해준다면 김선빈의 9번은 또다른 톱타자로 여겨질수 있다. 타이거즈 시절 이걸로 재미를 제대로 본적이 있었다. 정성훈 9번, 이종범 1번. 물론 그때의 정성훈에 비하면 장타력은 눈에서 폭풍우가 휘몰아칠 수준이긴 하다.
8. 김상현은 MVP 시절의 포스를 회복할 수 있을까? 기아의 타선 키 포인트는 바로 여기에 맞추어진다. 김상현이 2년전 그 성적을 구현해준다면 기아는 승승장구 할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힘겨운 4강 싸움을 해야 할 것이다. 다행인건 김상현의 파워는 줄지 않았다는것. 반토막에 가까운 시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0+ 홈런을 기록했다. 노림수를 읽는건 여전히 뛰어나며 말 그대로 걸리면 넘어간다. 건강하게 풀시즌을 뛰어준다면 분명 30+ 홈런을 기록할수 있는 선수임에는 틀림없다. 타율은 좀 어렵더라도 KBO에서 30+ 홈런은 숫자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데 있다. 그것 때문에 김상현은 작년보다 못한 타격 성적을 낼 수도 있다.
Pitching
1. 기아의 선발은 더이상 설명이 불필요하다. 작년 시즌 대차게 말아먹긴 했지만 그래도 선발 방어율은 2위였고 이닝도 꾸역꾸역 먹어주는 상태였다. 양현종은 15+ 승을 기록하며 A급 투수로 자리매김했고 - 물론 압도적인 면은 좀 떨어졌다 - 윤석민도 벽 뚫고 스트레이트 이후 다시 본궤도로 돌아왔다. 로페즈야 기본적으로 먹어줄만큼은 먹어주는 투수. 서재응은 10승에는 실패했지만 훨씬 더 막강해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2. 문제는 다른곳에 있었다. 우리 모두 외쳐보자 Fire~~~~랄까. 기아의 시즌 블론 세이브는 29. 8개 구단중 유일하게 세이브<블론을 기록한 팀이다. 블론 세이브중 1/3만 막았어도 기아는 막판까지 롯데와 치열한 4강 싸움을 벌였을 것이다. 손영민, 유동훈, 곽정철의 도합 17 블론은 치명적이었다. 문제는 그 전조가 이미 존재했다는 점이다.
3. 우승 시즌, 필승 계투에 맛을 들인 조범현 감독은 시즌 시작과 더불어 여차하면 바로 필승 계투조를 가동하기 시작한다. 이게 승리하고 있을때만 등판시키면 모르겠는데 문제는 동점인 경기도 이기기 위해서 등판시키는 경우가 많았다는것. 타선이 잘 터지지 않는 기아의 특성상 접전을 펼칠 경우가 많은데 이로 인해 자연히 투수들의 등판횟수도 많아졌고 결국 시즌이 길게 가지도 않아서 블론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시즌 시작후 21경기만에 손영민은 15경기에 등판했고 곽정철은 14경기에 등판했다. 그렇다고 원포인트도 아니었다. 이 두 선수에게 과부하가 걸리니 자연히 유동훈은 9회가 아닌 8회에 나와야 했고 2009 시즌보다 떨어진 구위의 유동훈은 좌타자들에게 집중 공략을 당하면서 철벽의 신화도 순식간에 무너졌다. 결국 구원진의 때이른 과부화는 선발진에게 압박으로 다가왔으며 잇따른 구원진의 블론에 선발 투수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이르렀다. 그 결과가 로페즈의 난동과 윤석민의 스트레이트. 언론은 모든걸 두사람의 멘탈에 문제가 있다고 질러댔지만 실은 로페즈와 윤석민의 멘탈이 문제가 아니었다. 시즌초부터 마구잡이로 계투진을 등판시킨 조범현 감독의 투수 교체가 실질적인 문제였던 것이다. 더 문제가 되는건 금년에도 별로 변할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셋업맨, 마무리 변함없다.
4. 기아는 선발 투수가 남아도는 팀이다. 다른팀은 5선발 짜기도 버거워 죽겠는데 이 팀은 6선발 스윙맨을 누굴 할까 고민한다. 현재로서는 김희걸이 유력한데 10년 유망주의 포텐셜이 금년에 터질지는 두고볼 일이다. 의외로 주목해야 할 선수는 신용운. 만일 예상외로 신용운이 전성기의 구위를 회복한다면 지금까지 위에서 언급했던 것들이 한번에 매조지 될수도 있다. 운이 안따라서 그렇지 전성기의 신용운은 임창용 부럽지 않았다. 삼성한테 2연속 폭탄만 맞지 않았어도 말이다.
5. 트래비스 브래클리는 성공할 수 있을까? 예전에 한번 언급했다시피 브래클리가 콜론보다 낫다고 보기는 좀 어렵다. 콜론이 구톰슨보다 낫다고 보기 어려웠다는걸 감안하면 단순 공식으론 구톰슨>콜론>브래클리다. 대신 브래클리는 좌완이라는 잇점이 있고 순번상 타팀의 5선발급과 대결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기아 역사상 용병 투수 2명이 모두 성공한적이 2003년의 리오스-키퍼와 2009년의 구로동 콤비밖에 없었다는게 걱정거리다. 한명은 일단 짐을 쌌다. 어쩌면 브래클리도 임시 변통용 용병일지도 모른다. 이미 기아는 그런식으로 애초의 투수를 퇴출시키고 새로 데려와서 성공시킨 세 번의 역사가 있다. 존슨, 그레이싱어, 콜론.
6. 전력외의 선수가 갑자기 전력으로 둔갑한다면? 그때는 이야기가 많이 달라진다. 그게 만일 A급 선수라면 더욱더. 그리고 기아는 거기에 따른 두장의 카드를 쥐고 있다. 한명은 아직 몸이 만들어지지 않았고 한명은 아직 재활중이다. 누가 되든 제궤도에 올라온다면 투수진에 큰 힘이 될 공산이 높다. 문제는 급박한 마음에 그 간격을 당길지도 모른다는것. 야구 하루이틀 하는것도 아닌데 만일 기아가 5월안에 승률 5할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면 재활중인 선수를 불러올릴 확률이 높다. 몸을 만드는 선수는 2군에서 검증이 되면 알아서 올릴테고. 문제는 재활중인 선수다. 그냥 금년 시즌 포기한다고 생각하고 재활시키는게 최선이겠지만 - 선수 자체가 꿈이 확실하기 때문에 멘탈에 의한 리타이어 확률은 매우 낮다 - 팀 사정 급하다고 불러 올리는 순간 10년짜리 S급을 3,4년짜리 A급으로 만들수도 있다. 인내가 요구된다. 하지만 인내할것 같지 않아서 걱정된다.
7. 제대로 된 좌완 계투 없다고 징징대고 마무리 불안하다고 한숨 쉬면서 말해도 제대로만 굴러간다면 기아는 향후 5년간 선발진 톱을 놓지 않을것이다. 군면제 원투쓰리펀치에 내년에는 이범석이 돌아오니까. FA만 잘 관리하면 된다. 그러고보니 프로야구에는 샐러리캡이 없지 아마.
Running
1. 기아에는 두명의 20+ 도루 선수와 3명의 10+ 도루 선수를 보유했다. 이용규는 작년에는 부진했지만 통산 도루율이 71% 이상이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30+ 도루를 할수 있는 선수다. 김선빈도 언제든 30+ 도루를 할수 있는 재목이고 안치홍은 이제 안정적으로 시즌 20 도루 이상은 거뜬히 찍어 줄 수 있는 선수가 되었다. 신종길과 김원섭 모두 풀타임 출전시 20+ 도루를 할수 있는 재원임을 감안하면 의외로 기아는 도루 할 선수가 많은건지도 모른다.
2. 하지만 그 외의 선수들은 잘 안뛴다는거. 클린업트리오+나지완 & 김상훈에게 도루를 기대하는건 무리다. 일단 느리다.
3. 기아의 주루 플레이의 문제는 도루 잘하는 선수 =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를 하는 선수라는 점이다. 위에서 언급한 5명의 선수외에 상황에 맞춰서 한 베이스를 더 갈수 있는 주루 플레이를 하는 선수는 이종범과 박기남 정도다. 이현곤은 생각보다 적극적으로 주루를 하는 선수가 아니다. 클린업이야 말할 필요도 없고. 기아가 접전에서 생각보다 약한 이유는 그런 짜내기 상황에서 기민하게 움직이지 못하는 면도 있을지도 모른다.
Defence
1. 기아의 수비에 있어서 작년과 다른 변화점은 딱 두자리다. 3루수와 외야수. 하나는 업그레이드, 하나는 다운그레이드. 화살표로만 보면 백중세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2. 이범호는 뛰어난 3루 수비를 자랑한다. 현재 3루수중 이범호보다 수비가 낫다라고 자신있게 말할수 있는 선수는 없고 동급이라고 한다면 김동주와 최정 정도일것이다. 김상현에 비하면 하늘과 땅차이. 특히 순발력 차이가 다르다. 김선빈이 뜬공에 조금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순간 속도와 빠른 잔발, 그리고 강력한 어께로 좋은 수비력을 입증해내고 있고 안치홍의 수비력도 해가 다르게 뛰어나게 발전하고 있다. 1루수 최희섭의 수비는 두말하면 입아프다. 내야 수비만 놓고 본다면 SK 부럽지 않다. 다 이범호의 가세 덕이다.
3. 문제는 좌익수다. 일단 이용규가 발에 땀나도록 뛰어야 한다. 내야수에서 외야로 가면 타구 판단부터가 다른데 문제는 김상현의 순발력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데 있다. 이미 알려졌다시피 김상현은 무릎에 폭탄을 달고 있는 선수다. 라이너성 타구 대처는 심각한 문제로 다가올 수 있다. 장성호가 1루에서 좌익수로 컨버전 했을때 기아 팬들은 공이 좌익수쪽으로 날아갈때마다 스릴을 경험하곤 했다. 그리고 조범현 감독은 김상현이 실책 100개를 해도 좌익수에 박아두겠다고 말했는데 이게 정녕 진심이라면 진짜 큰일날 말이다. 내야의 실책은 그저 아웃카운트 못잡는 방향에서 마무리지을수 있어도 외야의 실책 하나는 주자의 진루 범위가 다르다. 그런데 외야에서 실책이 빈번해진다면? 투수는 한쪽 방향으론 죽어도 공을 못던지게 된다. 그리고 한가지 더. 김상현은 생각보다 멘탈이 예민한 선수다. 자신의 타격 리듬을 위해 수비를 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진 선수다. 이런 선수가 자신의 실수로 점수가 죽죽 들어오면 그걸 타격에서 충분히 커버할수 있다고 웃으면서 말할 수 있을까? 김상현의 MVP 시즌에도 '내가 수비가 약하다는걸 안다. 더 보완하겠다'라고 말했지 나의 실책을 공격력으로 커버하겠다, 1점 주면 내가 2점 따겠다라는 말은 한적이 없다. 만일 수비 불안이 문제가 되어 김상현이 지명타자로 내려올 경우 김상현은 괜찮은 장거리포에서 평범한 타자로 전락해버릴수도 있다. 3루는 이젠 못보낼테니까. 김상현의 좌익수 컨버전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거대한 도박이다.
Etc.
1. 한승혁은 재활 때문에 입단하자마자 1년을 공치게 생겼지만 홍건희는 개막 엔트리에 들어갈지도 모른다. 일단 정성철보다는 나아 보이고 잘하면 윤석민의 마이너 버전이 될수도 있을것 같다. 윤정우와 우병걸이 1군을 뚫기에는 외야와 투수진의 뎁스가 너무나 깊다. 의외로 정상교와 유재혁이 블루칩일 가능성이 높다. 단점이라면 정상교가 쫓아갈 대상이 김선빈과 안치홍이고 유재혁은 외야라는것. 이인행 마저도 1군 뚫기가 힘든게 기아의 내야 현실이다. 심동섭의 재활이 순조롭다면 기아는 오랜 좌완 계투 가뭄에서 한줄기 단비를 맞을지도 모른다.
2. 고원준 트레이드로 인해 기아는 강정호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렸다. 물론 물밑에서 협상은 했겠지만 고원준 트레이드가 너무 많이 부각되어서 어지간한 카드론 트레이드 성립이 불가능했을것이다. 그렇다고 강정호가 들어왔다고 해서 기아의 공격력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고 말하기도 좀 그렇다. 김선빈만큼 작전 수행 능력이 있고 필요할때 휘어줄수 있는 선수는 이종범을 제외하곤 이용규 뿐이니까. 거포 9명으로 야구할수 없는법.
3. 기아의 투수력은 확실히 리그 최강이다. 선발 자체가 워낙에 먹어주고 스윙맨의 깊이도 두껍다. 무리한 투수교체 남발만 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예전의 포스를 보여줄수 있을것이다. 신용운마저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간다면 누굴 1군에 남겨야 할지가 오히려 걱정될 정도. 한기주가 푹 쉴수 있게 해주는게 기아의 10년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다.
4. 윤석환 코치가 어느정도 두산의 투수진을 재건해 낸 뒤, 재활을 경험한 스타급 선수 출신 투수코치들의 능력이 수면위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그 이후 장호연, 최동원, 조계현 코치가 명 투수코치로 자리잡게 되었고 이번엔 이강철 코치가 그 자리를 노린다는 느낌이다. 스기모토 코치가 퇴단하고 이강철 코치 체제로 전환한 뒤 기아의 투수력이 본궤도에 오른건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투수로서의 정점과 바닥을 모두 겪어본 코치라 선수들과의 대화도 잘 통하고 경력이 워낙 화려하니 코칭의 설득력도 가진다. 이대진이 향후 은퇴후 투수코치가 되었을때가 기대되는 이유고 이는 이종범도 같다.
5. 김상현이 MVP를 수상하면서 황병일 타격 코치를 칭송했지만 황병일 매직은 1년으로 끝나버렸다. 황병일 코치는 극단적으로 게스 히팅을 주문하는데 그 게스 히팅이란게 말이 쉽지 투수의 투구 패턴과 포수의 볼 배합을 읽지 않으면 오히려 상황에 따라 대응하는 프리 스윙보다 훨씬 성공률이 떨어진다. 2009년에는 그 방법이 통해서 타율 대비 높은 타점과 홈런비를 기록했지만 그게 들통난 작년의 경우 득점권에서 삼진이나 병살타로 물러나는 빈도가 극도로 증가했고 타율도 급전직하했으며 그 결과 득점권 타율은 0.263으로 꼴찌. 득점권 출루율 꼴찌(0.333)에 잔루율 꼴찌(40.48)로 나타났다. '무사 만루에서 병살타라도 쳐라!'라고 코치진이 말할게 아니라 어째서 그런 상황이 됐는지 먼저 되짚어볼 필요가 있는게 아닐까. 게스 히팅은 예측이 빗나갔을 경우 병살도 병살이지만 삼진의 확률이 높아진다. 무사 만루에서 점수를 못내는 이유가 다 있는 법이다.
6. 기록적인 16연패 시절, 올드 팬들이 한 목소리로 한 말이 있다. '이 기회에 19연패 해버려라.' 조범현 감독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극에 달했는지 잘 말해주는 말이다. 2009년의 우승은 천운+최강의 시너지+로또 당첨의 결과였다. 애당초 우승 전력이 아니었던 팀이 편안하게 시즌을 운영하다가 시너지가 뻥뻥 터져서 우승까지 한 뒤 아직 리빌딩에 가까운 팀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승리 지상주의를 지향하다가 시즌 초반부터 꼬여버린게 문제였다. 조범현 감독은 리빌딩은 잘해도 기존에 짜여진 팀을 이기게 만드는데는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거기에 선수단 장악 문제와 기존 타이거즈 색채 희석 - 이건 프런트진의 입김이 상당부분 작용했을 공산이 크다 - 은 팬들의 반발을 일으키기 충분했고 - 우승팀 감독이 이렇게 욕먹는 것도 참 보기 힘들다 - 유망주의 성장도 제자리에 머물렀다. 호언장담했던 이종환은 엄청난 부진 끝에 입대했고 나지완은 1년짜리 로또포로 기억에 남을 확률이 높아졌다. 그 결과 기아는 역대 최초로 온전한 전력을 가지고도 작년 우승팀이 다음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하는 첫번째 팀이 되었다.(원래 현대가 첫번째지만 당시 모기업이 휘청이고 선수들 팔까 말까 고민하던 그 시기임) 분명 강력한 투수력을 가지고 있고 나쁘지 않은 타선을 가지고 있지만 조범현 감독의 지도력이 - 특히 투수 운용 - 좋다는 말은 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에 나온 '독기가 부족하다'라는 인터뷰는 지금 우리가 1990년대 프로야구를 보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게 만들 정도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일단 한 고비는 넘겼지만 과연 금년 시즌 올스타전 이전까지 기아가 3위권에서 유지하느냐 못하느냐가 조범현 감독의 진퇴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Key Player - 김상현
좌익수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다면 그의 멘탈로 볼때 충분히 30+홈런을 기록하면서 이대호의 홈런 레이스에 좋은 경쟁자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가 좌익수 수비에 적응을 하지 못한다면 그때부터 기아는 악몽의 시간을 접할지도 모른다.
Season Key Point - 조범현 감독
2009년 페넌트레이스와 같은 운용을 할 것인가 2010년과 같은 운용을 할 것인가. 프로는 승리로 답한다고 하지만 그 승리가 모든걸 용서해주는것은 아니다.
2011 시즌 예상 순위 : 작년과 같은 운용시 6위, 재작년과 같은 운용시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