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23 전국 초등 축구리그 시도 대항전이 경주에서 열렸습니다 이 대회는 제 기억으론 처음으로 시도되고 있는 대회로 알고 있는데 전국 21개 시도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연합팀을 구성해서 자웅을 겨루는 대회죠 아마도 골든에이지 프로그램에 참가한 21개 시도의 선수들이 주축이 된 것이 아닌가 싶은데 이 경기를 보면 현재 한국 유소년들의 축구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가늠이 되실 겁니다(경기를 보시고 싶으신 분들은 KFATV_LIVE.COM으로 가시면 풀 경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경기를 보다보면 이 친구들이 진짜 초등학생이 맞나 싶을 정도로 경기력이 뛰어 나죠 조직적인 전방 압박이나 탈압박은 기본이고 빠른 공수 전환과 경기 내내 끊임없이 이어지는 전진 패스가 눈길을 끕니다 근데 이 경기를 지켜보다 보면 한 가지 재미있는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심판이 한 명 밖에 없거든요 바로 축구 협회가 도입한 초등 리그 1심제가 적용된 대회입니다
올해 처음으로 한국 축구에 도입된 1심제는 축구 협회가 초중고 리그제 도입(2009년), 스몰사이드 축구 도입(2019년)과 함께 유소년 시스템의 3대 제도 개혁으로 꼽을 정도로 특기할 만한 제도예요 도대체 이 1심제란 뭐길래 축구 협회는 그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까요
먼저 이 1심제가 뭔지 알아보도록 할게요 축구팬들이라면 항상 주심 한 명, 부심 두 명이 경기를 컨트롤한다는 건 다들 아실 겁니다 근데 1심제란 부심없이 주심 한 명이 부심의 역할까지 하는 걸 의미해요 따라서 이 제도의 단점은 명확합니다 부심이 없는 관계로 오프 사이드나 라인 컨트롤에서는 당연히 오심이 나올 수밖에 없죠 또한 주심 한 명이 경기장 전체를 컨트롤해야 하는 관계로 선수들의 교묘한 반칙, 특히 애매한 페널티킥 상황에서 오심이 나올 가능성을 항상 안고 가야 합니다 이렇게 단점이 명확한 제도인데도 불구하고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유소년 리그에 1심제를 도입한 지 오래이며 이웃 국가인 일본 역시 몇 년 전부터 이 제도를 도입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국가대표 경기나 K리그 경기를 보다 보면 오프 사이드 상황이나 반칙 상황에서 주심의 휘슬이 울리지 않았음에도 선수들이 알아서 멈추는 경우를 목격한 분들이 많으실 거예요 주심의 판정과 관련없이 선수들이 먼저 판정을 내리는 경우죠 이 문제는 국제 대회와 같이 심판의 성향이 제각각인 경우엔 상당히 심각한 상황을 자주 초래하게 됩니다 해당 경기에서 실수한 선수들에게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물어보면 대부분 비슷한 대답을 합니다 자기도 모르게 그랬다구요 아마 머리로 결정하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몸이 먼저 반응한다는 뜻이겠죠 어렸을 때부터 길들여진 습관이라 나이들어 고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와 관련된 예가 하나 있는데 이번 카타르 월드컵 스페인과 일본의 조별 예선 3차전 일본의 2번째 골같은 경우는 비록 판정 논란은 있었지만 끝까지 쫓아가서 컷백을 시도한 미토마를 높이 평가하는 국내 전문가가 많았습니다 심지어 축구 협회가 주관한 컨퍼런스에서도 이 장면만을 따로 떼내어 교육 자료로 삼을 정도로 국내 축구인들이 인상적으로 꼽았던 장면이었죠 이런 장면은 머리가 아니라 몸이 먼저 반응해야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고 따라서 유소년 단계부터 몸이 먼저 반응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결론이었습니다
유럽 축구계가 1심제의 단점을 알면서도 이 제도를 도입을 결정하게 된 것도 역시 같은 이유입니다 어떤 경기든 주심이 사람인 이상 실수가 나올 수 있죠 그리고 이 부분은 플레이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주어진 상황에서 플레이어가 외부의 조건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 하게끔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라는 고민 끝에 고안된 제도가 바로 1심제의 도입 취지입니다 여기에 초등 레벨부터 심판의 능력을 향상시켜 고등 레벨 더 나아가 프로 레벨까지 이어지게 하는 건 덤이겠구요
한국에서 1심제의 도입이 고려된 건 스몰사이드 축구와 마찬가지로 꽤 오래전부터였습니다 하지만 역시 현장 지도자와 학부모들의 반대가 발목을 잡았죠 2009년 초중고 리그가 도입 당시 때도 그랬고 2010년대 초반 스몰사이드 축구의 도입이 거론될 당시에도 그랬던 것처럼 이 1심제 도입에 대한 현장의 반응 역시 냉냉했습니다 이유는 딱 하나였어요 오심이 나와서 우리 팀이 탈락했을 경우 그 책임은 누가 지느냐였습니다 정확한 속내는 우리 아이가 상급 학교 진학을 못 하게 되면 누가 책임질거냐는 거죠
축구팬들이 통상 기대하는, 어렸을 때부터 놀이처럼 즐기는 유소년 축구 시스템은 막상 내 아이가 축구 선수가 되는 순간 입시 제도로 변모되어 버리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따라서 경기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제도가 언급되면 바로 반대 의견이 속출하죠 ‘왜 지금이냐?’ ‘시기상조다’ ‘충분한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 등등 이렇게 미루다 보면 어느 순간 10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립니다
그리고 이 제도의 영향을 받지 못한 유소년들의 경기력 문제가 표면 위로 올라오게 되면 그 책임은 오롯이 축구 협회가 감당하는 패턴이 끊임없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초등 축구 리그 1심제 도입의 이면에는 이러한 한국 축구 유소년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숨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는 비단 축구계 뿐만이 아닌 전체 구기 종목의 근본적인 문제와도 맞닿아 있죠 팬들은 여타 스포츠의 경우 왜 축구처럼 유소년 시스템을 개혁하지 않느냐 라는 질문을 쉽게 던지지만 당장 현장을 다녀보면 곳곳에서 제도의 구조적인 문제가 속출하고 이익 집단 간의 이해 관계가 충돌하며 여기에 선후배 사이의 ‘우리가 남이가’ 문화가 개입되면 답이 없어집니다 웬만한 행정력과 추진력+자본력을 가지지 않고서는 결코 해낼 수 없는 일들이죠
첫댓글 그렇군요 어린선수들의 수준향상과 더불어 제도까지 뒷받침된다면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겠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런글 좋아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전 늘 다른건 몰라도 정몽규의 유스시스템 개혁의지는 정말 높게 삽니다
유소년축구랑 승강제 실시로 인한 k디비젼 구축 이 두가지는 정말 잘한 업적이라 평가하고 싶습니다
두 분 말씀이 모두 맞습니다
유스 시스템 개혁과 K-디비젼 시스템 구축은 대단한 업적이라 할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