讀後記 / 지교헌 박사님 수필 <*만손초(萬孫草) 도둑질한 이야기>를 읽고
*만손초(萬孫草) : 만개의 자손을 낳는 풀
구순 원로 학자의 <도둑질 자백>을 문학적으로 단죄하기 어려운 이유
윤승원 수필문학인
평소 학문과 인품을 존경해 온 지교헌 박사님(철학박사, 수필가, 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 수필 작품을 우연히 인터넷 검색 중에 발견했습니다.
▲ 옛말에 ‘책[지식] 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학문적으로는 맞기도 하고, 법적으로는 명백히 틀린 말입니다. 하지만 제가 오늘 감명 깊게 읽고 퍼온 지교헌 박사님 옥고는 지적 재산권이나 저작권 침해가 아니길 바랍니다.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졸고 소감을 통해 밝힙니다.
▲ 모처럼 저명 학자님의 명품 수필 옥고를 읽으면서 수필을 애호하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지적 충만감에 젖습니다. <고백적 산문>이라는 수필 문학이 지닌 진솔한 인간적 미학 때문인가요. 재미있습니다. 웃음도 나옵니다. 설령, 지교헌 박사님 수필 주제인 <도둑질>과 <자백>이 법적인 문제로 발전하게 되더라도 저의 독후 소감으로 하여금 ‘처벌의 감경(減輕) 사유’가 되길 바랍니다. (웃음)
▲ 지교헌 박사님의 ‘자수(自首=고백) 용단’을 박수로 환영하면서 얼마 전 별세하신 유동삼 시인(1925~2021)의 시조 <할머니 말씀>(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작품) 중 잘 외워지는 명 대목 한 구절(아래 붉은색 고딕체)이 문득 떠오릅니다.
동기간 한 몸같이 아끼며 보살피며
준 것은 잊더라도 받은 은혜 잊지 말고
서로가 도와 가면서 한결같이 지내라
하루 종일 놀더라도 논 표는 아니 나고
도막 시간 책 읽으면 공부한 표 금방 난다
하물며 매일 힘쓰면 뛰어나게 되는 법
남의 것은 짚 검불도 어려운 것이란다
폐 안되게 살아가기 쉬운 일 아니란다
신세를 지는 것보다 보태주며 살아라
나 하고 싶은 일은 암만해도 표 안 나고
남 위해 하는 일은 작은 것도 표가 난다
남들을 이롭게 하면 나도 빛이 나는 법
- 유동삼 <할머니 말씀> 전문 -
▲ 제가 만약 관할 파출소 경찰관이라면 구순 노인의 경미한 ‘절도 자수’에 대해 어떻게 처리할까 잠시 고민해 보았습니다. 절도죄로 엄중 형사입건할 것인지, 구순 노인의 순간적인 판단 착오와 남다른 학구열에 기인한 충동성으로 보아 훈방조치 할 것인지 고민해 본 것입니다.
파출소 순경은 이른바 ‘거리의 판사’입니다. 피도 눈물도 없이 가차없는 처벌로 단죄할 것인지, 인간적인 동정심으로 훈방조치 할 것인지, 법정으로 가기 전 단계의 ‘최초 판단’은 순경의 몫이기 때문에 파출소 순경을 ‘거리의 판사’라고 하는 것입니다.
법률용어에 ‘촉법소년(觸法少年)’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으로서 형벌 법령(刑罰法令)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자를 말하는 것이지요. 형사 미성년자(刑事未成年者)이기 때문에 범죄 행위를 하였으면서도 형벌이 과해지지 않는, <형사 책임 능력이 없는 소년>을 말하는데, 보호 처분을 원칙으로 합니다.
▲ 학계에서는 존경 받는 석학이시고 문단에서는 소설과 명 수필로 작가 명성을 가지신 지 박사님께는 대단히 죄송한 표현입니다만 ‘누구나 노인이 되면 애(아이)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인지능력이 떨어져 어린 애처럼 순간적으로 판단을 잘못할 수도 있다는 뜻도 물론 있지만, 저의 해석은 조금 다릅니다.
‘노인이 되면 애가 된다’는 말은 어린 애처럼 ‘귀엽고 사랑스러운 행동’을 뜻합니다. 법이란 것이 무엇인지조차 몰라도 얼마든지 사랑받으면서 살아갈 수 있는 ‘동심의 세계’를 말하는 것이지요. 구순 연세에도 불구하고 동네 주변을 산책할 수 있는 육체적인 건강을 누리시는 분이고, 학문 연구는 물론 문학 작품도 꾸준히 쓰시면서 정신적으로도 건강을 누리시는 원로 학자에게 적용하기는 좀 송구스러운 표현이지만, 문학적으로는 불가능한 표현도 아닙니다.
▲ 바라건대, ‘솔로몬의 지혜’를 갖고 계신 관할 파출소 경찰관님께서는 부디 저의 독후 소감을 ‘조서(調書) 작성’에 참작해 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장물(臟物)의 정체를 확실히 파악>하기 위한 <학문적 탐구열>에다가 명 시조 <할머니 말씀> 한 구절에 나타난 <뉘우침(?)>도 지교헌 박사님 수필 옥고 행간에 포함하고 있음을 감안해 주시길 바랍니다. 물론 이는 피해자(만손초 주인)의 양해나 동의(용서)를 전제로 합니다.
▲ 구순(九旬) 원로 문인께서 왕성한 필력으로 감동적인 명수필을 꾸준히 창작하시는 데 대하여 거듭 존경과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 독후 소감을 쓰면서 즐거웠습니다. 유익했습니다. 혼자 웃기도 했습니다. 생소한 이름 <만손초>에 대해 새로운 공부도 했습니다. 각종 자료도 찾아 보고, 관련 유튜브 영상도 찾아 보았습니다. 독후 소감을 쓰는 동안 지교헌 박사님과 無言의 교감을 했습니다. 살아가면서 이렇게 수필 한 편을 나름 꼼꼼하게 분석하면서 두 세번 다시 읽고 즐거운 마음으로 소감을 쓴다는 것, '인생의 樂'가운데 '유익한 樂'이라고 생각합니다.
- 2021. 9. 1. 대전에서 윤승원 올림
※ 이 영상을 본 뒤 지교헌 박사님 수필의 의미를 다시 이해하게 됐습니다. 놀랍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8IZMXrMw0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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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손초 도둑질한 이야기
지교헌
▲ 지교헌 박사님 프로필(출처 : 조선일보 인물정보)
내가 도둑질(?)을 해 본 경험은 너무 오래되어 정확히 기억하기가 쉽지 않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되는 것이 있다. 그러나 이제 와서 그것을 함부로 털어놓기는 너무나 창피하여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저 소인(小人)답게 잊어버린 척하고 덮어 두는 것이 편할 것 같다. 그런데 요즘 나는 백발 늙은이의 체면에도 불구하고 생각지 않았던 또 하나의 도둑질을 저지르게 되어 은근히 불안을 느끼기도 한다.
나는 방아다리 네거리 상가에 있는 인테리어 가게 앞을 지나면서 우연히도 다육식물(多肉植物)로 보이는 낯선 식물을 발견하게 되었다. 널찍한 화분에서 자라고 있는 그 식물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내가 한 번도 본 일이 없는 식물이었다. 호기심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일단 집으로 돌아왔다가 이튿날 나는 다시 인테리어 가게 앞을 찾아갔다. 사무실에는 여직원이 혼자서 근무하고 나에게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나는 문을 두들겼다. 여직원이 눈을 돌렸다.
“실례합니다. 여기 화분에 있는 식물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그럽니다.”
여직원은 하던 일을 멈추고 쫓아와서 말하였다.
“실은 저도 이름을 모릅니다.”
가만히 보니 화분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바로 옆에 두어 자나 돌로 쌓아 올린 화단에도 같은 식물이 아주 탐스럽게 많이 자라고 있었다. 여직원의 눈은 화분에 있지 않고 화단에 가 있었다.
“참, 신기하네요. 이름을 알았으면 좋겠는데….”
“…….”
나는 그 식물의 작은 새끼를 한 개라도 얻어다가 길러보고 싶어서 여직원에게 말하였더니 아주 작은 것 두 개를 뽑아 주었다. 나는 몇 번이나 머리를 조아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새하얀 화분에 심어놓고 틈만 있으면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이놈(?)이 신기하게 보이는 것은 그 번식방법이었다. 보통 식물들은 대체로 뿌리나 줄기나 씨앗으로 번식하는 데 반하여 이놈은 이파리 가장자리가 동글동글하게 굴곡을 이루고 거기에 다시 작은 개체(個體)가 생겨서 뿌리가 나고 땅으로 떨어져서 자라나는 것이었다. 이것은 인테리어 가게 옆에 있는 부동산 사무실에서도 확인되었다. 나에게는 너무나 신기한 사실이라 나도 모르게 흥분하게 되었다.
며칠이 지난 뒤 나는 산책하러 나갔다가 우연히 L 교수를 만나게 되어 운중천을 거닐게 되었다. L 교수는 한국고전문학을 전공하였고 퇴임한 후로는 주로 고전문학 강사와 수필가로 활약하고 있는데 특히 식물에는 전문가의 수준에 육박하고 있어서 유명 월간지에 화훼류(花卉類)에 관한 수필을 특집으로 연재하는 중이었다. 나는 인테리어 가게로 그를 안내하고 다짜고짜로 그 식물을 소개하였다. 그도 처음 보는 식물이라고 하며 매우 신기하게 여겼다.
한참 동안을 관찰하던 끝에 사무실을 두드렸다. 마침 주말이라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L 교수는 카메라를 꺼내더니 여러 차례 셔터를 눌렀다. 역시 전문가다운 모습이었다. 그런데 만일 그 시간에 그놈을 얻어가지 못하면 다시 언제 기회가 올는지 모를 일이었다. 사무실 직원만 있으면 작은놈 한두 개를 구걸하기는 무난할 것인데 낭패였다. 우리 두 사람은 계속하여 그놈들을 신기한 눈초리로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들뜬 마음을 진정하기가 어려웠다.
“L 교수님은 이놈이 꼭 필요할 텐데 어쩌지요. 주인이 없어서?”
“……?”
나는 그에게 두어 개쯤 뽑아다가 잘 길러서 관찰하고 글도 쓰고 주인에게 식물 이름도 가르쳐주면 좋겠다고 하였다. 효과는 드디어 나타나고 말았다. 그가 손을 대자마자 나도 따라서 번개같이 손을 대었다. 겁 없이 도둑질하고 만 것이었다. 그와 나는 공범(共犯)이고 나는 도둑질을 선동하였으니 만일 절도혐의로 논죄한다면 내가 더 중벌에 해당하게 될 것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우리가 도둑질을 자백하더라도 주인이 과연 형사사건으로 고발할 것인지, 아니면 민사사건으로 손해배상이라도 청구할 것인지 잘 알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나는 그놈들을 화분에 심고 날마다 열심히 들여다보았다. 먼저 얻어 온 놈 하나는 병이 나서 흉한 꼴이 되었으나 다른 하나는 잎사귀 가장자리에 동글동글한 작은 개체가 맺히고 있었다. 과연 그놈들이 땅으로 떨어져 독립하여 하나의 개체를 이룰 것인지 궁금하였다. 나는 날마다 눈이 빠지게 쳐다보고 기다려야 했다.
나는 날마다 그놈들 때문에 애가 탄다. 빨리 손바닥만큼 자라서 그 독특한 번식의 신비한 연출을 속 시원하게 보여주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그 작은 것들을 수십 번이나 들여다 보다가 카메라를 주머니에 넣고 인테리어 가게 앞으로 가보니 남자직원의 모습이 보였다. 며칠 전 나에게 코딱지만 한 것을 한 개 뽑아 주던 바로 그 친구였다. 문득 도둑질한 생각이 났지만 자백할 마음은 없었다. 나는 카메라를 들고 마구 사진을 찍었다. L 교수가 하던 방식이었다. 사진이라도 몇 장 인터넷에 올려놓고 많은 네티즌에게 그놈의 이름을 가르쳐달라고 호소할 작정이었다.
며칠이 지난 뒤에 나는 인터넷 검색창을 열고 살펴보다가 몇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클로운(clone)이라는 개념을 파악하게 되었다. 영양생식(榮養生殖; 無性生殖)에 의하여 모체에서 분리되어 번식하는 식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인터넷에 올려진 식물은 줄기가 곧게 벋어 올랐고 그 잎에서 클로운 현상을 발견할 수는 있었지만, 식물의 공식적인 명칭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한 주일 두 주일, 시간은 흘렀다. 아무튼, 나와 L 교수는 하루속히 인테리어 가게 주인에게 우리들의 도둑질을 자백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 그렇다면 그 시기는 언제쯤이 될까? 바로 그놈들, 장물(臟物)의 정체를 확실히 파악하게 되는 날이 될 것이고, 그 날은 아마도 L 교수에게 먼저 찾아올 것이라고 나는 짐작하였다. L 교수의 탐구열은 나에게 견줄 수 없을 만큼 강렬하니까.
나는 몇 주일이 지난 후에 그 식물을 ‘천수초’(千手草) 또는 ‘만수초’(萬手草)로 알고 L 교수에게도 전자우편을 띄웠다. 그리고 다시 몇 주일이 지난 바로 오늘 L 교수는 결정적이고 상세한 정보를 나에게 보내주었다. 내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그놈의 이름은 ‘천손초’(千孫草)나 ‘만손초’(萬孫草)였다. 그동안 나는 불교의 ‘천수’(千手) ‘천안’(千眼)이라는 용어에 사로잡혀 착각을 범한 것이었다.
‘화호접’ , ‘선녀무’ 또는 ‘악어 선인장’ 이라고도 부르는 이 식물은 돌나물과(꿩의 비름과)에 속하며 마다카스카르가 원산지라고 한다. 독일어 학명의 하나는 ‘Kalanchoe daigremontiana’(영어명칭은 Mother of thousands 또는 Devil's Backbone')이요, 다른 하나는 ‘Kalanchoe pinnata’ 이었다. 두 가지 명칭은 이파리 뒷면의 무늬에 따라 구별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놈은 생식방법이 특이하다는 점만으로 그치지 않고 그 꽃도 매우 탐스럽고 화려하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나는 나의 집 발코니에서 그 화려한 꽃을 맞이하기 위하여 마음을 가다듬고 정중하고 끈기 있게 기다리는 중이다.
이제 인테리어 가게의 주인을 찾아가 도둑질한 사실을 자수(自首)할 날이 닥쳐온 셈이다. (2015.3.23)
*출처 : 경기한국수필가협회 <지교헌 서재방>
■ 讀後記 필자소개
첫댓글 ※ ‘올바른역사를사랑하는모임[올사모]’ 댓글
◆ 지교헌(수필가, 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 2021.09.01 23:27
장천 윤승원 수필가께서 '경기한국수필가협회'의 카페를 방문하셔서 졸고 <만손초 도둑질한 이야기>를 읽으셨군요. '경기한국수필가협회'는 거의 30년 전에 가입하여 매년 작품을 투고하기도 하고 모임에 출석하고 표창도 받았으나
10여 년 전부터는 건강을 이유로 기고만 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이르러 카페에 작품을 올리는 것이 하나의 참여방법이라고 생각되어 지금까지 수십 편의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뜻밖에도 장천 윤승원 선생님이 경기카페를 방문하셔서 졸고를 보시고 친절하고 과분한 감상문까지 쓰셔서 '올사모' 카페에 공개하신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한마디로 감사하고 반갑습니다.
앞으로도 경기카페에 올린 졸고 가운데서 혹시 필요하다고 생각되시면 '올사모'에 옮겨 소개하여도 무방할 것 같사오니 재량껏 처리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지교헌
▲ 답글 / 윤승원 2021.09.02. 06:37
만손초 꽃을 보면서 도둑질(?)할만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 박사님이 저의 졸고 소감을 반겨주시니 글을 쓴 보람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 낙암 정구복(역사학자,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2021.09.02. 06:41
장천 윤승원 선생 덕분에 반가운 동촌 선생의 수필을 읽게 되었고,
만손초, 천손초에 대한 새로운 정보도 얻었습니다.
동촌 지교헌 교수님의 수필은 감동적이고
이를 원용하는 장천 윤승원 선생의 수필력, 탐구력도 대단하십니다.
이런 경우 쌍벽을 이룬다고 할까요.
참으로 즐거운 하루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답글 / 윤승원 2021.09.02. 06:58
언제나 따뜻한 정 박사님의 댓글 격려 말씀은 졸고를 소개한 보람을 느끼게 합니다.
독후 소감을 쓰면서 많은 공부를 했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원로 문인의 학구적인 일상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좋은 수필을 만나면 독자로서 행복합니다.
이 아침에 정 박사님께서도 즐거운 하루를 연다고 하시니 감사합니다.
※ 카카오톡 독자 문자 나눔
◆ 한만환(전 경찰관, 필자와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던 옛 경찰 동지)
2021.09.02. 11:09
윤 작가님의 글로 인하여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네요.
만손초의 번식 방법이 특이합니다.
지교헌 박사님의 ‘만손초’ 주제를 놓고 동료 교수와 은밀한 밀담을 나누는 기법이 독자들의 구미를 당기게 합니다.
그나저나 ‘후속편’은 안 나왔나요?
주인장한테 ‘만손초’를 가져간 것을 말했는지가 궁금해서요.
글 쓰시는 기법이 윤 작가님과도 비슷하여 편하게 읽었습니다.
더불어 형법상 촉법소년 등 설명이 독자들에게 편하게 다가오는 게 좋았습니다.
좋은 소식 주셔서 감사합니다~^
▲ 답글 / 윤승원 2021.09.02. 11:20
아하~ 후속편? 꼼꼼하게도 살펴주셨네요.
이렇게 정성껏 졸고를 살펴주시고 후속편까지 관심 있게 언급하시면서
기대감을 표명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만손초 꽃’을 보니 저도 욕심이 생기네요.
[추가질문]
"그나저나 ‘후속편’은 안 나왔나요?
주인장한테 ‘만손초’를 가져간 것을 말했는지가 궁금해서요."
▲ 위 독자(한만환 님)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지 박사님께서 해주셔야겠습니다.
문학작품에서의 결말은 독자의 상상에 맡기는 경우가 많긴 합니다만....
※ ‘올바른역사를사랑하는모임[올사모]’ 댓글
◆ 지교헌(수필가, 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 2021.09.02. 15:23
<도둑질한 이야기>의 후속편은 쓰지 못하였습니다. 이유야 어떠하든지 회개하는 마음으로 후속편을 써야 하는데, 쓰지 못한 것은 유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도둑질한 장소가 바로 가까운 곳이고 내가 산책을 나갈 때마다 들를 수 있는 편리한 곳이어서 이따금 지날 때마다 정황을 살펴 보았던 바 그 많던 만손초는 모두 없어지고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여직원에게 어찌 된 영문인지 알아보았으나 전혀 무관심한 표정이었습니다.
내가 만손초를 몰래 뽑아간 사람이라고 자백하였지만, 여직원은 나를 보고 ‘이상한 사람’쯤으로 여기는 눈치였습니다.
“뭐 그따위 소리를 하느냐?”는 태도였습니다.
나는 실없는 늙은이가 되고 만 셈입니다.
나의 행위가 어떻게 범죄를 구성하고 어떤 처벌을 받으며 공범과의 차이는 어떤지 나는 아무것도 신경을 쓸 필요가 없게 되고 그저 하찮은 과거지사로 넘기고 말게 되었습니다.
.............................................. (지교헌)
▲ 답글 / 윤승원 2021.09.02. 15:54
지 박사님 <후속편> 답변이 또 한 편의 수필입니다. 더 재미있습니다. 결말이 그러리라 짐작은 했습니다만 역시 만인손 주인답습니다. 만개 넘는 씨를 퍼뜨리는 특별한 식물이니 그것을 관리하고 재배하는 주인의 인심 또한 후덕하겠지요. 자백이니, 자수이니 라는 것이 오히려 우습게 된 상황, 다른 일도 바쁜 파출소 순경에게 공연한 일거리 만들어 주지 않아 잘 됐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