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책제목 : 세상의 모든 전략은 삼국지에서 탄생했다
2.지은이 : 임용한
3.출판사 : 교보문고(단행본)
4.분류 : 경제경영>기업 경영>경영전략/혁신
5.독서일 : 2022/10/17~2024/06/22
6.후기 소감
(1).내가 본 몇 안 되는 문학작품들 중에서 최고의 비극은 <삼국지연의>다. 어릴 때부터 전쟁과 역사와 정치를 좋아하는 내게 아버지는 생일선물로 황석영 작가님의 <삼국지> 10권을 사주셨는데 정말 영웅들의 호쾌하고 격렬한 전투장면부터 시작해서 책사들의 지혜롭지만 지금 보면 교활한 책략들을 보면서 가슴이 고양되는 기분을 느꼈다. 그러나 끝 부분에 영웅들의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시대가 접어들면서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의 처연함은 잊을 수 없었다. 물론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를 읽고 나서의 처연함과는 미묘하게 달랐지만.
(2).페북에서 누가 쓴 글을 읽었는데 삼국지는 초반부보다는 후반부가 더 인상적이라는 이야기라는 점을 읽었다. 인내심도 길러지고 문해력도 길러지지만 무엇보다 역사적 시야를 갖게 된다는 점에서 후반부가 더 인상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삶을 얼마 안 사는 인간이 대단하게 미래를 예언하는 것은 우스꽝스럽지만 구조적으로 접근하는 점을 파악하게 된다면 역사적 시야를 갖게 될 것 같았다.
(3).이 책의 저자 임용한 교수님은 정말 역사학자로서 그리고 '삼국지 아저씨'로서 탁월한 인문적인 통찰을 보여주신다. 단순히 정사 삼국지와 삼국지연의에 대해 평면적으로 차이를 서술하는게 아니라 왜 정사 삼국지를 가지고 허구인 삼국지연의가 만들어졌는지를 서술한다. 거기서 당대의 사람들이 왜 허구를 원했는지를 보는 것을 아는 것이 진정으로 통찰력을 기를 수 있음을 일러주신다.
(4).이 책은 여러 번 읽어야 할 책일 것임을 확신했다. 두 가지 이유다. 하나는 내가 천재가 아닌 둔재가 첫번째고 나머지 하나는 역사적 시야를 갖고 싶은 사욕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책에서도 쓸쓸한 처연함은 유비의 죽음을 읽고서 느꼈다. 저자는 유비를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정치인'이라고 했다. 아마 민중들의 열망 속에 난세에서도 임금의 존재가 백성의 존재에 기반함을, 권력은 누구를 위하여 존재함을 알고 있는 정치인을 바랬던 것이다. 유비는 조조의 군대들이 자신의 가족부터 시작해서 영토들을 휩쓸고 올 때 절대 백성들을 버리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래서 자치통감강목을 편찬한 주자부터 시작해서 배송지까지 모든 전근대 중국의 역사학자들이 유비를 역사의 주인공으로 만들려고 했던 것이다. 그래서 저연령층의 삼국지 팬들은 촉나라에 더 애착이 가는 이유도 있을 것 같다.
(5).아무래도 어릴 때 TV에서 봤던 권선징악을 아직도 꿈꾸는 어리석은 소년은 아직 죽지 않았다. 게다가 성공하고 싶은 마음도 아직은 크다. 제 2부인 삼국지 영웅들의 전략 챕터에서 제일 눈길이 갔던 것은 바로 위나라 장수들 중에서 두 사람 등애와 만총이었다. 등애는 나처럼 출세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비웃지만 계속해서 글과 무재(武才)를 익히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직접 다양한 지형의 도면을 그려 홀로 전술을 연구하며 시간을 보냈었다. 하급관리로 계속 있다가 사마의의 눈에 띄어서 직접 자신이 연구했던 일을 활용해서 대운하를 건설하는데 성공했다. 이처럼 다른 사람들이 가지 못하는 길을 가는 것이 등애의 핵심 전략이었다. 속된 말로 '흙수저'였던 등애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로 가는 것이 핵심 전략이었기 때문에 그 점을 바탕으로 제갈량의 후계자 강유를 번번히 패퇴시켰던 이가 등애다.
(6).하지만 끝은 좋지 않았다. 그렇지만 등애는 사마의 아래서 외정과 내정을 통틀어 최고의 업적을 쌓으며 입지전적인 성공을 거둔 인물이다. 탁월한 정치 감각과 전술로 귀족들의 머리 위에 올라섰다. 평민으로서는 감히 이루기 어려운 성공을 이뤄낸 데는 무엇보다 그의 재능과 노력이 큰 역할을 했던 것이다. 물론 그 재능과 노력의 뿌리는 바로 귀족들은 선뜻 가지 않으려 하는 길을 당당히 가려고 했던 도전정신과 열정 덕분일 것이다.
(7).나머지 한 사람은 만총이다. 만총은 강직한 원칙주의자로 조조의 사촌인 조홍의 지인이 비리 사건에 연루가 됐을 때 조조가 사형 집행 중지 명령을 내리면서 파발을 띄웠을 때도 처형을 시켰을 만큼 원칙주의자다. 이 점을 보고 조조가 여남 태수로 만총을 발탁한다. 여남은 원씨 형제들의 본관이자 거점이었으며 원씨 가문에 충성하는 독립 무장세력이 많았던 곳이다. 이 곳을 만총은 자신이 키운 정예병 500명을 데리고 여남을 꾀를 내어 모조리 평정한다. 그리고 둔전제의 딜레마를 해결하면서 통치력을 입증하면서 동시에 군사 전략에서도 발군의 능력을 발휘했다. 바로 조인이 번성에서 관우에게 포위당했을 때 조인을 탈출시키는 대신 결사항전을 주장해서 조인이 관우의 번성 포위망을 풀고 기세를 다시 장악하는데 성공하게 만들었다.
(8).위의 대촉전선은 많이 소개가 되지만 대오전선은 많이 소개가 되지 않는다. 소설 <삼국지연의>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끝끝내 북진하려는 오나라의 군주 손권을 막아내고 육손의 책략을 무력화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워 대오전선에서 활약한 이가 만총이다. 이처럼 적국의 모사의 책략을 무력화하고 어떠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원칙대로 행동하는 만총이 위나라 최고의 모사 중 하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9).등애와 만총 둘 다 각각 내가 해야 하고 내가 되고 싶은 전략을 가진 장군이자 모사였다. 이 둘의 전략을 한 번 활용해보자고 생각했다. 실패해도 상관없다. 어쨌든 가슴에 정치를 품은 이상 시도해보고자 한다. 가슴에 시를 품은 사람은 그 시가 가슴을 뚫고 나가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모험은 해야 한다. 하물며 일본 전국시대의 명장 오다 노부나가도 그 시를 쓴 적이 있지 않은가.
'인간 오십 년 돌고 도는 인간사에 비한다면 덧없는 꿈과 같구나
한 번 태어나 죽지 않을 자 그 누구인가, 죽지 않을 자 그 누구인가'
그 밖에도 이 책에는 여러 삼국지에 관련된 많은 전략과 생각거리들이 넘쳐난다. 삼국지는 특히 정사 삼국지는 뷔페이며 이 책의 독자분들께 혹은 미래의 독자분들께 진수성찬 가득히 배불리 드시라는 의미에서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