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식 장군 관련 역사스페셜 뒷 이야기(2)

[강구려]

<퍼온 글>
조금 전 역사스페셜 이연식pd로 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나(김용만 고구려 전문가)와 인터뷰한 부분 모두와 고구려와 당나라의 벽화를 비교한 부분을 몽땅 다 빼기로 했으니 양해해달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이연식PD는 편집과정에서 내 견해를 존중해주어서 나를 촬영한 부분을 모두 빼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나의 입장이 자기들의 종합적인 방송포인트와는 다르다는 입장이었지요. 하긴 인터뷰를 따온다고 모두 다 방송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 그거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벽화부분을 뺀 것은 솔찍히 아쉬웠습니다. 너무 문제가 커질 것을 우려했다나요. 화요일날 고구려특별전 단체관람을 함께 할 사람들에게 한-중 벽화 비교를 하니까 보라고 연락을 했는데.... 이것이 걸리는군요. 그래서 기분이 조금 상했습니다만, 어쩌겠습니까. 내일이 방영인데 지금와서 바꾸라고 할 수도 없고.

단지 프로그램에는 내가 자문을 해주었다고 막판에 자막만이 나올 것입니다.

내 의견이 막판에 가서 반영이 안된 사례는 이번 말고도 지난번 연개소문 작품을 할 때도 그랬습니다. 그때는 내가 방송이 끝난 후에 알게 되어서 PD한테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었지요. 그래도 이번에는 이연식PD는 미리 전화를 주었기 때문에 기분이 그리 나쁘지는 않군요.

이번에 내가 빠지게 된 결정적인 이유를 생각해보닌 지난 16일의 전화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연식PD는 지난 14일 나를 인터뷰 촬영을 한 이후에 16일 전화를 해서 다시 한번 인터뷰를 해줄 수 있겠느냐고 했습니다. 수나라 고경이 벌을 받게 된 부분에 관한 사료를 통해 내가 598년 고-수 전쟁이 실제로 벌어졌을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고 요구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이 사료 외에 다른 증빙할 사료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정중히 고사를 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이 pd가 요구한 가장 핵심이지요.
결국 이를 통해서 내가 598년 전쟁에 대해서 매우 신중하게 생각하는구나고 판단하고 자신들이 생각한 내용의 전개와 다른 나의 인터뷰 부분을 뺀 것입니다. 물론 16일에 나도 인터뷰를 할 수는 있었지만, 그렇다면 조금은 무리를 해야 했겠지요. 결국 이 부분은 육군사관학교에 계시는 분이 했다고 들었습니다.

방송은 조선상고사를 기준으로 진주강씨 족보, 사서에 감추어진 수나라의 패배 등을 종합하여 전쟁상황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 쪽으로 나가게 된다고 합니다. 598년에 고구려가 수나라 군대를 격파했을 가능성이 큰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강이식이란 장군을 고증하는 문제는 그와는 또 다른 차원입니다.

나도 이 프로그램이 잘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것 저것 자문에 응하기는 했는데, 결국 방송이 요구하는 포인트와 내가 요구하는 포인트가 달랐던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의 내용은 보는 사람에 따라 강이식 장군이 실제로 존재한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아마도 대다수의 학자들은 잘못 만들어진 것으로 판단하게 될 것입니다. KBS가 지나치게 욕심을 냈다. 아직 검증도 안된 것을 방영했다. 이런 소리를 듣게 될 것입니다.

나도 그 부분 때문에 자문을 해주면서 강이식 장군에 대한 부분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고구려가 선제 공격하게 된 이유, 양국의 문화적 능력과 국력의 비교, 요서지역의 세력변화 등에 대해 자문을 했는데, 결국은 KBS가 욕을 먹을 각오를 하고 강이식 장군 부분에 보다 치중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 안타깝기는 합니다. 아무래도 시청자를 의식했겠지요.

일부 네티즌들이 보기에는 고구려의 영웅 강이식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겠지만, 나는 우려스럽습니다. 이렇게 고구려를 접근하는 것이 그리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철저한 고증과 개방적 자세가 적절히 어울리지 않고 가능성에 무게를 너무 크게 둔 것은 자칫 사상누각이 되기 쉽습니다.

역사스페셜이 비난받는 가장 큰 이유가 지나친 한민족 우월성 강조라는 임을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내일 프로그램에 대해서 나는 어쨌든 고구려를 방영하니까 환영하기는 하지만, 우려스러운 눈으로 보게 됩니다.

[강태공태]

감사합니다.*^^*7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