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로부터 약 43년 전, 12주 신병훈련 중간에 진해훈련소를 떠나 충무(현재의 통영시)에 있는 이순신장군사당 충렬사를 참배해왔습니다. 73년 12월 입대해 7주차 훈련 중인 159기 수병들에겐 그 참배가 “입대 후 처음 훈련소 밖으로 나가 치르는 행사”였죠. 또 해군이 되어 처음으로 군함을 타고 훈련에 나선다는 의미도 있었지요. 해군에 입대는 했지만 그 동안 훈련이 “‘바다의 사나이’ 답지 않게 제식훈련과 총검술뿐이어서 답답하고 지루하기만 했던” 신병들에겐 신나는 경험이 될 것이었지만 그것이 차마 자기들 기수만큼, 꼭 159명이 충무 앞바다에 수장되는 ‘죽음의 행사’가 되리라고 그 누가 예견이나 했을까요?
사건은 1974년 2월 21일 오후 8시 해군신병 159기와 해경 11기 위탁교육생, 신병훈련소 기간요원 등 630명은 LST 815 북한함에 승선해서 진해를 출항했습니다. 그리고 익일 새벽 북한함은 충무 부두 앞 2km, 장자도 동쪽 해상에 닻을 내렸습니다. 군함이 들어가기에는 내항 수심이 얕아 여기서는 YTL로 이함한 장병들은 YTL편으로 통영에 상륙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오전 10시부터 통영에는 폭풍주의보가 발령되어 YTL같은 소형정들이 운항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날씨로 변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약간의 비까지 동반되어 체감온도는 2월달치고는 매우 추운 영하 10도까지 내려가있었죠.
결국 충렬사 참배 일정을 서둘로 진행하고 다시 충무부두로 귀환한게 오전 9시 40분 경이었습니다. 약 1 시간을 인원점호로 보낸 장병들은 오전 10시 즉, 통영에 폭풍주의보가 발령된 그 시점에 YTL 정원에 두배가 넘는 316명이 귀함 1 진으로 탑승을 완료한게 오전 11시 경입니다.
당시 YTL에 탑승했다 전복된 뒤, 구출된 수병의 진술은 이렇습니다. "콩나물 시루처럼 빽빽이 갑판에 쪼그려앉아 오들오들 떨고 코트깃을 여미는 사이"이렇게 수병들이 추위에 떠는 동안 부두 내항을 벗어난 YTL은 빠른 귀함을 위해 속도를 높여 북한함에 접근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빠른 속도로 북한함에 접근하던 YTL이 90도 급선회를 하자 그 윈심력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전복되어 버린겁니다. ㅇㅇㅇㅇㅇㅇㅇㅇ
마치 이전번에 발생한 원유유출사고처럼 기준보다 너무나도 빠른 접근속도로 인해 발생한 이 사고역시 단 5분만에 YTL이 완벽하게 선저를 드러낸채 전복되어 버리게 됩니다.
당연히 탑승중이던 YTL 선원들과 훈련병 모두 그대로 2월의 추운 바다에 그것도 폭풍주의보가 발령된 바다에 그대로 빠져버렸죠.
이 때 이 상황을 지켜보던 북한함의 조타실에서는 익수자가 발생했다는 뜻의 고동 및 신호를 보냈고, 주변에 폭풍주의보에도 불구하고 작업중이던 민간선박들이 신호를 듣게됩니다.
당시 근처에서 작업중이던 매일호 선원의 진술에 따르면 "항구 쪽에서 요란한 뱃고동 소리가 울려 바라보니 해군 함정 부근에 물오리 떼 같은 까만 점들이 바다 위에 여럿 떠있는 것 같았다.”
이 까만점과 북한함의 고동소리를 이상하게 여긴 매일호 선원들이 망원경으로 해당지점을 살펴보고 선원들은 놀랄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그 물오리 떼같은 까만점들은 동코트를 입고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해군수병'들이었던겁니다.
사람들이 바다에 빠진것을 확인한 매일호는 곧바로 사고지점으로 배를 몰아 바다에 빠진 수병들의 구조작업에 참가합니다. 이렇게 매일호는 약 20여명의 수병들은 구조할 수 있었고, 이 후 다른 배들이 구조작업에 참여하여 구조하거나 직접 헤엄을 쳐 북한함에 단독으로 복귀한 수병들은 모두 157명이었습니다.
즉, 나머지 159명(316명중.)은 실종 및 사망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해상병 159기의 영외행사에서 전몰자가 159명이 발생한 이 사고는 한동안 국가의 쉬쉬하는 분위기에서 묻혔지만 2007년부터는 위령제를 지내고 있는것으로 알고있습니다.
현재도 통영의 정량동의 이순신공원에 가보면 전몰장병 위령탑이 세워져있습니다. 기사의 사진이 올해 진행된 40주기 위령제 사진입니다.
저 역시 해군에서 복무중일 당시 통영에 함장님과 함내 수병 전원이 이곳에 찾아갔고 저와 후임 2명은 이곳을 발견했었죠. 공원 한켠에 자리잡아 쓸쓸히 서있는 위령탑을 보며 가슴 한 켠이 울적해졌었습니다.
공원에서 돌아온 뒤, 부족한 글 솜씨입니다만...
위령시를 한 편 적어본 것을 올리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선배 수병 및 해경 전우님들 부디 편히 잠드소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얼마나 괴로우 셨습니까
힘든 나날을 보내고
드디어 구국의 뜻을 세웠건만
차디찬 바다에 스러진 그 뜻
쓸쓸히 한 맺힌 바다
하염없이 바라보며
이제는 찾아오는 이 없이
그저 외로이 갈매기 벗삼아
이렇게 누워계십니까
이 후배
그 모습이 아쉬워
남몰래 눈물 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