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62)
친구의 종류…
지음지교(知音之交), 백아절현(伯牙絶絃)
승인 2022.02.21 13:10
- 우정 표현 성어 수없이 많아…관포지교, 경개여고, 간담상조, 교칠지교 등등
- 우리 삶에 그만큼 중요한 부분 차지하기 때문 아닐까
친구사이의 우정을 표현한 사자성어는 수없이 많은데, 우리 인생살이에서 친구가 그만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인터넷 캡처)
얼마전 방어회 먹으러 속초에 간다고 카톡방에 문자를 띄운 친구가 있었다. 먹다 남거든 몇 점 싸오라고 하자마자, 서울에 도착하면 바로 연락을 하겠다는 답글이 떴다. 아차 싶었다, 이런 우직한 친구에게는 장난을 하면 안되는데....
친구 사이의 정인 우정(友情) 을 표현한 말은 많다. 물과 물고기와의 관계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수어지교 (水魚之交)라 하고, 당송팔대가 가운데 두 사람인 한유와 유종원처럼 자신보다 상대를 먼저 생각했던 우정에서 서로 간과 쓸개까지 내보인다는 간담상조(肝膽相照)라는 말도 있다.
벗을 위해 목숨마저 기꺼이 내놓으려는 문경지교(刎頸之交)는 전국시대 초나라 혜문왕을 함께 받들던 인상여와 염파의 우정을 나타낸 성어다. 막역지우(莫逆之友)라는 말처럼 친구와 서로 가리고 감출 것 없는 우정도 있다. 춘추시대 제나라 환공의 대신이었던 관중과 포숙아가 보여준 뜨겁고 깊은 우정에서 비롯한 관포지교(管鮑之交)는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그리고 친구들 중 가장 편한 친구인 죽마고우(竹馬故友) 가 있다. 천진난만한 어릴 때부터 온갖 개구장이 짓을 함께하던 벗이다. 전라도 말에 '깨복쟁이 친구'라는 말과도 통한다. 서로 발가벗고 놀던 벌거숭이 친구를 이르는 말이다.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의 관중과 포숙아의 친구관계를 표현한 말로 우정의 대명사처럼 회자되고 있다.
사기 노중련추양열전(魯仲連鄒陽列傳)에는 추양(鄒陽)이 옛날 중국의 '백발이 되도록 사귀어도 새로 사귄 친구 같고, 만난지 얼마 안돼도 오랜 친구 같다(白頭如新 傾蓋如故 백두여신 경개여고)'란 속담을 인용한 상서문(上書文)이 실려 있다.
백두(白頭)는 백수(白首) 혹은 호수(皓首)라고도 하며 백발을 뜻한다. 경개(傾蓋)는 비나 햇빛을 피하기 위해 수레에 덮은 '덮개를 기울인다'는 뜻이다. 옛날 승용차인 수레는 멈추면 수레가 앞으로 기울고 덮개도 따라 기울게 된다. 경개는 그래서 '수레를 멈추다'라는 말도 된다.
경개여고(傾蓋如故)란 수레를 타고가다 처음 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마치 오랜 친구인 것처럼 정감이 간다는 뜻으로, 한번 만나보고도 친해짐을 이르는 말이다. 반대로 백발이 되도록 사귀어도 서로의 의중을 알 수 없을 만큼 늘 새로 만나는 것 같은 만남을 백두여신(白頭如新)이라 한다. 우정의 깊고 옅음은 시간의 장단이 아니라 소통의 문제라는 의미다.
깊은 우정을 담고 있는 말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는게 바로 '지음지교(知音之交)'다. 자신을 가장 잘 알아주는 친구를 뜻하는 지기지우(知己之友) 즉 지기의 대명사이자 우정을 표현한 단어 중 최고로 꼽는 말이다. 보통은 '지음(知音)'이라는 말로 많이 쓰고 있다.
열자 탕문편(湯問篇)에 실린 고사로 순자와 여씨춘추에서도 인용한 유명한 백아절현(伯牙絶絃)의 일화가 바로 그것이다.
춘추시대 진(晉)나라 대부인 유백아(兪伯牙)는 원래 초나라 사람으로 진나라에 출사한 거문고 연주의 대가다. 어느날 고국인 초나라에 사신으로 가다가 모처럼 고향을 찾았다. 마침 보름달이 밝아 흥이 난 백아는 소나무 밑에서 거문고를 타기 시작했다.
그때 나무 뒤에서 쉬고있던 나뭇꾼 종자기(鐘子期)는 연주가 끝났는데도 눈을 지긋이 감고 여운 삼매경에 빠져있다. 이렇게 시작한 첫만남에서 몇 곡 더 들려주는대로 백아의 작곡 의도를 정확히 짚어내는 종자기였다.
통성명을 한 후 두 사람은 나이를 뛰어넘는 친구(忘年之交)가 되었다. 이듬해에 다시 만나자고 약속한 후 헤어진 두 사람. 이듬해 백아는 약속대로 종자기를 찾아갔으나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그의 무덤 앞에서 마지막 연주를 한 백아는 거문고 줄을 모두 끊어 버렸다. 자신의 음악세계를 알아주는 이(知音)가 이미 없으니 내 소리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비록 한번의 만남이었지만, 자신의 예술정신을 오롯이 알아준 친구를 위해, 신분과 나이 차이를 뛰어넘어 백아는 그의 모든 것을 버렸다. 그야말로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그래서 저 옛날 이야기가 지금까지 전해지는 까닭이기도 하겠다.
이밖에도 쇠와 돌처럼 굳은 사귐을 나타내는 금석지교(金石之交), 지초와 난초의 향기같은 아름다운 우정을 나타낸 지란지교(芝蘭之交), 매우 친밀하여 떨어질 수 없는 사귐을 표현한 교칠지교(膠漆之交), 매우 두터운 사이를 단금지교(斷金之交)라 표현했으며, 곤궁한 상황임에도 더욱 우정을 돈독히 한 포의지교(布衣之交) 등 수없이 많다.
그 만큼 친구와 그 사이의 정이 우리 인생살이에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리라. 이는 역으로, 믿었던 친구의 배신이 많았다는 말도 된다.
오후 9시 퇴근 시간이 되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방어회를 가지고 와서 기다리고 있단다. 혹시 상할까 얼음까지 채워 왔단다. 오전에 장난으로 한번 해본 말이니 개의치말라고 답한다는걸 깜빡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어디 들어갈 데도 없어 다음에 보자는 말로 고마움을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돌아서는 그의 뒷모습이 아직도 눈에 밟힌다. 그날 밤 방어회에 소주잔을 기울이며 친구란 무엇인가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2019년말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 이야기'를 펴내기 시작해서 현재 9권을 펴냈다.
친구의 종류
패랭이꽃
2016. 2. 18. 22:15
친구란 호수 같은 존재면 어떨까? 언제든 떠나가면 모습 바꿔가며 반겨주고 다 받아주는 그런 친구.
친구란 약수 같은 존재라면 어떠한 갈증도 갈망도 다 해갈시켜줄 수 있지 않을까?
친구란 의자 같은 존재면 가장 이상적일까? 힘들 때 휴식을 주는 친구.
친구의 종류
1. 성품으로 보는 친구의 종류
1. 화우(花友)
꽃이 피어 예쁠 때는 찬사를 아끼지 않으나 꽃이 지면 돌아보는 이 없듯 자기 좋을 때만 찾는 꽃과 같은 친구.
2. 칭우(秤友)
저울은 무게에 따라 이쪽저쪽으로 기울 듯 이익이 있나 없나를 따져보며 움직이는 저울 같은 친구.
3. 산우(山友)
산이란 온갖 새와 짐승의 안식처이며 멀거나 가깝거나 늘 그 자리에서 반긴다.
생각만 해도 편안하고 마음 든든한 산과 같은 친구.
4. 지우(地友)
땅은 뭇 생명의 싹을 틔워주고 곡식을 길러내며 조건 없이 베푼다.
한결 같은 마음으로 지지해주는 땅과 같은 친구.
2. 영어로 보는 친구들의 종류
1. 라프(Life Friend ) ... 목숨을 함께 나누는 친구
2. 베프(Best Friend ) ... 말 그대로 최고의 친구
3. 헬프(Hello Friend ) ... 매일 안부를 묻고 인사하는 친구
4. 시프(Secret Friend) ... 서로 비밀을 갖고 있는 친구
5. 러프(Love Friend ) ... 말 그대로 사랑하는 친구
6. 노프(Normal Friend ) ... 그냥 보통 친구
7. 레프(Rainbow Friend ) ... 친구가 되면 7가지 장점이 있는 친구
8. 스프(Smile Friend ) ... 실종된 웃음을 찾아 주는 친구
9. 조프(Joy friend)... 만나면 즐거운 친구
10. 투프(together friend)... 늘 함께 하고 싶은 친구
11. 잡프(job friend)... 직업을 소개해 주는 친구
12. 아프(eye friend) ... 눈만 보아도 통하는 친구
13. 마프(mind friend) ... 아내와 같은 친구
14. 온프(only- you friend) ... 오직 하나 뿐인 친구
15. 신프(trust friend) ... 신뢰할 수 있는 친구
3. 한자로 보는 친구의 종류
마치 물고기와 물의 관계처럼 특별한 친구 ... 수어지교(水漁之交)
서로 거역하지 않은 친구 ... 막역지우(莫逆之友)
금이나 난초처럼 귀하고 향기로움을 풍기는 친구 ... 금란지교(金蘭之交 )
관중과 포숙의 사귐과 같은 허물 없는 친구 ... 관포지교(管鮑之交)
어릴 때부터 대나무말을 같이 타고 놀며 자란 친구 ... 죽마고우(竹馬故友 )
친구대신 목을 내주어도 좋을 정도의 친한 친구의 사귐 ... 문경지교 (刎頸之交)
향기로운 지초와 난초 같은 친구 ... 지란지교 (芝蘭之交 )
4. 행동으로 보는 친구의 종류
1) 지나치게 질투하는 친구.
질투와 부러움은 완전히 다른 성질의 감정이다.
질투가 "네가 가진 걸 바로 내가 누려야 하는데. 네가 사라져버렸으면 좋겠어" 식이라면
부러움은 "네가 가진 걸 나도 갖고 싶구나"에 그친다.
따라서 친구가 질투하는지, 부러워하는지 판단하는 것은 우정을 이어가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2) 무조건 당신에게 찬성하는 친구.
항상 '응, 그래'라고 말해주는 친구는 처음에는 편안할지 모른다.
하지만, 친구란 서로 다른 의견을 나누고 함께 발전할 여지가 있어야 한다.
무조건 당신 말을 따르는 이를 '친구'라고 부르기란 어렵지 않을까.
3) 내가 어려울 때 보이지 않는 친구.
내가 기쁘고 즐거울 때 함께 있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정말 도움이 필요한 어려운 순간에는 어떨까.
몸이 아플 때, 실직을 하거나 실연을 했을 때, 당신 곁에서 아픔을 함께 하는 친구가 있는가?
4) 한 쪽 방향으로만 흐르는 사이.
항상 자신의 감정과 삶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지만, 정작 상대방의 삶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 투성이인 경우가 있다.
친구의 이야기는 들으려 하지 않고 나 자신에만 집중하는 사람도 문제지만, 반대로 늘 듣기만 하고 자신의 마음은 털어놓지 않는 이도 진짜 친구라 할 수 없다.
5) 서로 다른 점을 존중하지 않는 사이.
서로 다른 세계관이나 관점을 가진 친구는 우리의 사고를 넓혀줄 수 있다.
단, 서로가 각자의 세계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한도 내에서다.
도저히 용납하기 힘든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억지로 친해지려 하기보다는 처음부터 멀리하는 편이 서로에게 좋다.
6) 실리적으로 이용하는 관계.
아이들이 한 학교에 다니고 있어 '카풀'을 위해 친하게 지내는 어머니들.
점심을 혼자 먹기 싫어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붙어다니는 사이.
서로가 이익을 얻기 위해서라는 점에서는 합리적이라 볼 수 있지만, 한번 상대방을 '도구'나 '방법'으로 여기기 시작했다면 이후에라도 '친구'로 발전할 가능성은 낮다.
7) 투자를 모르는 짠돌이 친구.
인간 관계에도 금전적 투자는 필요하다.
월급날 한턱 내기도 하고, 여행을 다녀오면 선물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받기만 하고 자신의 지갑은 열지 않는 경우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약속 때마다 꼭 자신에게 가까운 곳으로만 정하려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양보와 투자는 모든 인간관계의 기본이다.
8) 불법 행위, 불량한 행동을 부추기는 친구.
어른들은 '친구를 가려 사귀어야 한다'고 당부하지만, 어린시절에는 조금은 반항적이고 불량해보이는 친구에게 끌리기도 한다.
하지만, 도덕적 사회적으로 그릇된 행동을 하고 심지어 함께 할 것을 부추기는 이가 나를 위하는 마음을 갖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9) 부담스런 비밀을 공유하려는 친구.
친구가 불륜 사실을 털어놓았다고 하자.
혼자서 감당하기 힘들어 비밀을 나누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듣게 된 다음부터 비밀에 대한 부담은 나까지 함께 지게 된다.
친구의 남편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겁고 죄책감이 들 수 있으며, 나 자신의 삶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5. 추사 김정희 선생의 세한도와 친구
친구의 이야기를 할 때면 반드시 떠오르는 추사 김정희선생.
잘 나가던 추사 선생님이 멀고도 먼 제주도에서 귀양살이 시절에 유배되기 전에 그렇게 많던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요즘도 그렇지만 잘 나갈 때는 그렇게 시끌벅적 모여들더니 막상 귀양살이 하니 누구 한사람 찾아주는 이가 없었다.
그런데 추사에게 소식을 전한 이가 있었는데 예전에 중국에 사절로 함께간 이상적 이라는 선비다.
그가 중국에서 많은책을 구입하여 유배지인 제주도까지 부쳤다.
외로움과 어려움,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어 하던 추사에게 그의 우정은 엄청난 위로와 감동.
추사는 둘 사이의 아름답고 절절한 우정을 한 폭의 그림에 담았다.
그것이 바로 너무도 유명한 세한도(歲寒圖)이다.
세한도라는 이름을 논어의 구절에서 따왔다.
"날씨가 차가워지고 난 후에야 소나무의 푸르름을 안다" (歲寒然後 知松栢之後彫也)
날씨가 차가워지는 늦가을이 되면 모든 나무가 푸르지만 상록수와 활엽수가 확연히 구분되듯 모름지기 친구관계 또한 자연의 이치와 닮은 구석이 많음을 알게 한다.
전형일의 사주이야기
친구의 종류
입력 2022.05.25 19:00
편집자주
‘4살 차이는 궁합도 안 본다’는 말은 사주팔자에서 연유됐다. 생활 속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말과 행동, 관습들을 명리학 관점에서 재미있게 풀어본다.
명나라 사상가 이탁오(卓吾, 본명 이지·李贄)는 '태워야 할 책'이란 뜻의 저서인 '분서(焚書)'에서 '친구'를 여덟 종류로 구분했다.
먼저, 길을 오가며 만난 시정지교(市井之敎), 함께 어울려 노는 오유지교(遨遊之敎), 밥과 술을 같이 즐기는 주식지교(酒食之敎),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좌담지교(座談之敎), 글을 읽고 논하는 문묵지교(文墨之敎), 내 몸처럼 가깝고 친한 골육지교(骨肉之敎),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을 심담지교(心膽之敎), 죽음까지 함께할 만한 생사지교(生死之敎) 등이다.
기존 유교 사회에서의 교우(交友) 개념은 친구를 위해서는 자신을 희생하고, 친구의 험담과 모략에도 이해하는 성인과 군자의 모습이다.
사기(史記)에도 기록된 두터운 우정의 대명사인 '관포지교(管鮑之交)'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밖에 교칠지교(膠漆之交), 금란지교(金蘭之交), 문경지교(刎頸之交), 백아절현(伯牙絶絃), 수어지교(水魚之交), 지란지교(芝蘭之交), 막역지우(莫逆之友), 죽마고우(竹馬故友) 등도 모두 바람직한 친구 관계를 나타내는 고사들이다.
이런 전통적인 분위기에서도 그는 인간의 본성과 실제적 인간관계를 적나라하게 직시하고 분석했다. 역시 범인(凡人)은 아니었다.
실제로 이탁오는 성리학이 지배하던 시대에 공자와 주자를 비판하고 신분과 남녀평등을 외치며 기존 가치에 반기를 들었다. 또 유교적 권위에 맹종하지 않고 자아 중심의 혁신 사상을 주장했다. 결국 그는 사문난적(斯文亂賊)의 이단으로 몰려 혹세무민(惑世誣民) 죄로 체포돼 감옥에서 자결했다.
하지만 현대 들어 이탁오는 봉건 질서를 비판한 해방 유학자이자 시대의 선각자로 평가받으며 중국 역사상 83명의 영걸 중 하나로 꼽힌다. 그에 대한 평가는 중국 베이징에 있는 묘비에 '일대종사 이탁오선생지묘(一代宗師 李卓吾先生之墓)'라는 글귀에서 잘 알 수 있다. 반봉건 투쟁의 선구적인 기틀을 마련한 인물이라는 뜻이다.
최근까지도 이탁오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이러한 이유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탁오는 조선의 천재이자 역시 혁신가였던 허균에게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봉건주의 사회에서도 사람의 본성을 꿰뚫은 이탁오가 현대 자본주의를 겪었다면 기존의 붕우(朋友) 관계에서 이익이 있을 때만 만나는 '이해지교(利害之敎)'와 필요할 때만 연락하고 이용하는 '필요지교(必要之敎)'를 추가했을 것이다.
공자는 "유익한 세 친구(益者三友)와 해로운 세 친구(損者三友)가 있다"고 말했다.
정직한 사람(友直),
헤아리고 살피는 사람(友諒), 견문이 많은 사람(友多聞)은 유익(益矣)하고, 반면
아첨하는 사람(友便辟), 줏대가 없는 사람(友善柔), 겉으로 친한 척하고 성의가 없는 사람(友便佞)은 손해(損矣)된다는 것이다.
명리학(命理學)에서 친구는 비겁(比劫. 比肩·劫財)이라 한다. 비견(比肩)은 사주의 주체인 일간(日干, 생일 위 글자)과 음양(陰陽)이 같은 오행(五行, 木火土金水)이고, 겁재(劫財)는 음양이 다른 오행이다.
같은 친구이지만 비견은 나와 성향이 같고 지지해 주는 사이다. 반대로 겁재는 같은 사항을 두고 경쟁하면서 심지어 나에게 해가 되는 관계다. 역시 내 편이 있으면 반대도 있다는 '음양의 법칙'이다.
전·현직 대통령들이 오래된 친구들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격언이 있다.
이탁오는 "스승이 될 수 없다면 친구도 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전형일 명리학자·철학박사
나이가 들수록 꼭 필요한 10명의 친구
1. 배우자
아내는 청년 시절에는 연인,
중년시절에는 친구,
노년기에는 간호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싶으면
아내(남편)를 가장 친한 친구로 만들어야 합니다.
2. 옛 친구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교 시절의
친구들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친구들입니다.
내가 먼저 친구들의 인생에 필요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면
노년의 삶이 행복해집니다.
3. 나이 어린 친구
노년이 될수록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지기 쉽습니다.
나이 어린 친구를 사귀며 변화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자신감 넘치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4. 마음이 젊은 친구
노년이 되면 마음이 경직되게 마련입니다.
마음이 젊고 신세대처럼 행동하는 친구와
어울려야 열정적인 삶을 살 수가 있습니다.
5. 취미가 같거나 다양한 친구
경제적 활동 시간이 줄어드는 노년에는 취미활동이
생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됩니다.
다양한 취미를 가진 친구와 어울려야
활동적인 삶을 살 수 있습니다.
6. 언제든지 전화하거나 만날 수 있는 친구
고민이 생겼을 때 언제든지 전화하여
마음을 털어놓거나 직접 만나서 대화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야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7. 유머감각이 풍부한 친구
노년의 삶은 무미건조해지기 쉽습니다.
유머감각이 뛰어나 친구를 사귀어야
쾌활하고 즐거운 삶을 살 수 있습니다.
8. 성격이 낙천적인 친구
노년이 되면 고독이나 우울증에 빠지기 쉽습니다.
긍정적인 친구와 어울려야 밝고
명랑한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9. 건강관리에 철저한 친구
우리의 행복은 무엇보다 건강에 달려있습니다.
운동, 식생활 등 평소에 건강관리를 잘하는 친구와
어울려야 함께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10. 봉사하는 친구
인생의 반은 나를 위해서 살고,
나머지 반은 남을 위해서 살라는 말이 있습니다.
봉사하는 친구와 어울리며
다른 사람을 위해 헌신할 때
노년의 삶이 의미 있고 아름다워집니다.
-----------백이와 숙제, 岳飛와 文天祥
五交 - 勢交 이익을 얻기 위해 하는 교제
賄交
談交
窮交
量交
[175] 오교삼흔 (五交三釁)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입력 2012.09.11. 23:30
갑자기 오랜 우정의 절교가 세간의 화제가 되는 모양이다. 중국 남조(南朝) 때 유준(劉峻·463~522)의 광절교론(廣絶交論)이 생각난다. 세리(勢利)를 좇아 우정을 사고파는 당시 지식인들의 장사치만도 못한 세태를 풍자한 글이다.
먼저 우정에는 소교(素交)와 이교(利交)의 두 종류가 있다. 비바람 눈보라의 역경에도 조금의 흔들림이 없는 것은 현인달사(賢人達士)의 소교, 즉 변함없는 우정이다. 속임수와 탐욕을 바탕에 깔아 험악하기 짝이 없고 변화무쌍한 것은 제 이익만 추구하는 이교다. 소교가 사라지고 이교가 일어나면서 천하는 어지러워지고 천지의 운행이 조화를 잃게 되었다.
이교는 장사치의 우정이다. 여기에도 다른 듯 같은 다섯 가지 유형이 있다.
첫 째가 세교(勢交)다. 권세 있는 사람에게 바싹 붙어서 못 하는 짓이 없고 안 하는 짓이 없는 사귐이다. 사람이 아니라 그의 권세를 노린다.
둘째는 회교(賄交)다. 재물 있는 자에게 찰싹 빌붙어 온갖 감언이설로 그 떡고물을 주워 먹으려는 우정이다.
셋째가 담교(談交)다. 권력자의 주변을 맴돌면서 입으로 한몫 보려는 행태다. 그 혀끝에서 무더위와 한파가 극을 달린다. 입으로 못할 일이 무엇이겠는가? 넷째는
궁교(窮交)다. 궁할 때 동병상련으로 서로 위해주는 듯하다가 한순간에 등 돌려 제 잇속을 차리는 배은망덕의 사귐이다.
다섯째는 양교(量交)다. 말 그대로 근량(斤量)을 달아서 재는 우정이다. 무게를 달아 괜찮겠다 싶으면 그 앞에서 설설 기고, 아니다 싶으면 미련 없이 본색을 드러낸다. 저마다 달라 보여도 속심은 한가지다.
이 다섯 가지 이교에서 다시 삼흔(三釁), 즉 세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는 '패덕진의(敗德殄義), 금수상약(禽獸相若)'이니 덕과 의리를 무너뜨려 금수(禽獸)와 같게 되는 것이다.
둘째는 '난고이휴(難固易攜), 수송소취(讎訟所聚)'로 우정을 굳게 하기는커녕 쉬 떨어져 마침내 원수가 되어 서로 소송질이나 하는 것이다.
셋째는 '명함도철(名陷饕餮), 정개소수(貞介所羞)'다. 탐욕의 수렁에 빠져 뜻 있는 사람의 손가락질을 받게 됨이다. 애초에 이교로 만난 사이였다면 무슨 우정과 절교를 말하며 상대 탓을 하겠는가? 다만 끝까지 제 이익에 충실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