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 제13주일(교황주일) 강론 >(6.30.일)
* 오늘은 “교황주일”입니다. 교황님의 영육 간에 건강하시기를 빌고, 이 세상이 교황님의 지향대로 잘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오늘 미사를 봉헌합시다!
1. 6월 24-25일, 청주에 있는 트르와(Troyes) 사랑의 성모수녀회에 가서 수녀님들과 미사도 드리고, 뜻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모원이 프랑스 트르와에 있는 이 수녀회는 폴 세바스티앙 밀레(1797~1880) 신부가 신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만든 수도회입니다. 당시 프랑스는 산업혁명과 프랑스 대혁명, 계몽주의를 거치는 동안 실업과 질병 등으로 가정이 해체되었고, 아무리 아파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가정과 신앙까지 흔들리는 것을 목격한 밀레 신부는 가정과 교회 간의 다리 역할을 해줄 수도회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1840년 3월 25일 트르와 사랑의 성모수녀회를 설립했습니다. 고통받는 가정의 상처 치유, 환자 간호, 의식주, 신앙생활까지 도와주던 수녀님들은 프랑스뿐만 아니라 서유럽, 북아프리카, 북미 곳곳에 파견되었습니다.
2002년 10월부터 청주교구에 파견되어, 수녀님 12명이 사회복지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도복을 입지 않고 일해서 수도자인지, 일반인인지 잘 모릅니다. 1997년 리용 유학 때부터 알고 지내는 수녀님이 거기 있어서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19년(1990.10-2009.3), 17년 살았던 수녀님들, 또 9월 19일 프랑스로 떠나는 수녀님들과 얘기하면서 프랑스 교회의 여러 소식을 들었습니다.
2. 프랑스는 땅 크기로 우리나라보다 5.5배나 큰 나라입니다. 우리나라 천주교 교구 수는 16개인데 비해, 프랑스 교구 수는 94개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매일미사를 드릴 수 있지만, 프랑스에서는 사제 수가 너무 적어 매일미사를 봉헌할 수 없습니다. 만일 우리가 매일미사를 드릴 수 없다면 세상살이에서 오는 갑갑함과 어려움을 견딜 수 없을 것입니다.
“트르와”가 속해 있는 오브 교구의 성당 수가 425개인데, 사제는 54명뿐입니다. 그들 중에 환자, 양로원, 은퇴한 분 빼면 현역신부는 몇 명뿐입니다. 트르와 시의 12개 성당에서 매일미사가 있는 본당은 3-4개뿐이랍니다. 옛날엔 425개 성당 모두 본당신부가 있었지만, 지금은 사제 1명이 26-30군데 공소를 맡고 있습니다.
우리 교구에는 166개 본당이 있고, 사제 수는 500명이 넘는데,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현재 불란서에는 성당이 남아도니까, 할 수만 있다면 괜찮은 성당 건물 하나를 우리 본당 부지에 갖다 놓으면 좋겠습니다.
프랑스의 추기경 수는 2023년 9월 30일 현재 8명이고, 그중 6명만 선거할 수 있습니다. 즉 80세 이하 추기경들만 교황선거 장소인 “꼰끌라베”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현재 60개국 209명의 추기경 중에 교황님을 선출할 수 있는 추기경은 118명뿐인데, 그분들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돌아가시자마자 교황선거를 위해 바티칸에 모여야 합니다.
3. 오늘은 “교황주일”입니다. 교황님은 이 지상에서 예수님의 대리자로서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교회를 직접 세우신 후, 열두 사도를 뽑으셨고, 그중에 베드로를 사도들의 으뜸으로 삼아 교회를 다스리도록 맡기셨습니다.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들이 교황입니다.
교황은 1059년부터 추기경단의 비밀투표로 선출되었고, 새로운 교황은 착좌할 때 관례에 따라 새로운 이름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1978년, 폴란드 출신의 카롤 보이티와 추기경은 264대 교황이 되신 후에 “요한 바오로 2세”로 결정했습니다. 265대 교황은 독일 출신의 라칭거 추기경이었고, “베네딕도 16세”로 정하셨습니다. 그리고 현재 266대 교황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프란치스코 교황님이십니다.
출신 국가로 보면, 초대 교황 베드로 사도 이후, 총 266명 교황 중에 217명이 이태리인이었습니다. 이태리인이 아니면, 또한 베네치아대교구 추기경 혹은 밀라노대교구 추기경을 거치지 않으면 교황이 될 수 없었습니다.
역대 한국인 추기경은 4명인데, 선종하신 김수환 스테파노(1922-2009), 정진석 니꼴라오(1931-2021), 염수정 안드레아(80세)에 이어,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73세)입니다. 우리나라 가톨릭의 교세로 보면, 추기경이 한 분 더 있어야 할 텐데, 가능한 한 빨리 선출되면 좋겠습니다.
추기경에도 등급이 있는데, 즉 주교급 추기경, 사제급 추기경, 부제급 추기경으로 구분됩니다. 주교급 추기경은 로마교구 주변의 7개 교구의 명의주교로 임명된 추기경입니다.
사제급 추기경은 로마의 주요 성당의 주임신부 명의를 받은 추기경들로서, 각 나라에서 대표 추기경들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부제급 추기경은 옛날에는 평신도에게도 주어졌지만, 비오 10세 교황 이후 평신도가 임명된 적이 없습니다. 교황님의 주요 업무를 부제들이 수행했던 전통에 따라, 추기경으로 임명된 교황청 관계 부서장들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성 요한바오로 2세 교황이 선종하셨을 때 장례미사 주례를 라칭거 추기경과 김수환 추기경이 했는데, 그 이유는 라칭거 추기경이 주교급 추기경 1번이었고, 김수환 추기경이 사제급 추기경 1번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역할이었습니다.
이렇게 전 세계 가톨릭의 모든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는 교황님께 일치하려고 합니다. 우리가 존경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로마 시각으로 6월 12일, 신자가 지루해하지 않도록 강론을 8분 미만으로 줄이라고 사제들에게 당부했습니다. 한 15년 전에 누가 저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신부님, 강론은 바티칸에서 보내주는 거죠?” 기가 차는 말입니다.
평일 강론을 안 하는 사제도 있지만, 매일 강론해야 공부하기 때문에 매일 강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매일의 독서와 복음을 묵상하고, 책도 읽고, 뉴스도 보고, 교우들의 삶에 대해서도 잘 알려고 애쓰고, 교우들을 사랑하는 강론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오늘 교황주일을 맞아, 교황님의 뜻이 이 세상에 잘 펼쳐지도록 계속 기도해야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