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일을 할 때 나는 최대한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렇다보니 직관에 따라 행동한 경험을 써보라고 했을 때 막막한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내가 언제 직관에 따라 행동했을까, 직관에 따라서 하루동안 살아보고 글을 써야하는건가? 하는 생각만 들었었다. 그런데 얼마전 무용표현활동교수법 과제로 인해 모교인 인하부고를 찾아가서 당시 체육선생님과 얘기를 하다가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선생님도 모르게 농구대회에 나갔던 이야기가 나왔고, 나는 이에 대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다녔던 인하부고는 모든 대교 스포츠 대회에 1,2학년 학생만 출전시켜왔다. 예전부터 이어진 교장선생님의 지시라고 했다. 그렇다보니 경험이 특히 중요한 농구대회를 나가면 다른학교는 3학년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나오는 반면 우리는 3학년 학생이 없다보니 대부분의 대회에서 1회전 탈락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무래도 3학년이 1,2학년보다 잘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인하부고는 내가 입학하기 전 해에 대회 8강에 올라갔지만 8강전 경기 패배후 대회에서 연전연패를 당했다. 내가 입학 한 후 1학년 때 2014년 인천 교육감배 학교스포츠 농구대회에 나가 예선전에서 송도고, 연송고에게 2패 후 탈락, 송도고에서 열린 농구대회에 나가 대건고를 만나 더블스코어로 패배. 1학년 겨울방학때 이번 한 해는 우리가 주축이 아니었으니 괜찮았지만 2학년이 되어서는 우리가 주축이니 반드시 이겨보자고 농구 대표친구들과 매일 모여 연습했지만 k-cup 대회에 3팀 출전해 전패, 2015년 인천 교육감배 학교스포츠 농구대회에는 가좌고를 만나 전반전에 더블스코어로 점수차를 벌려놓아 이기고 있었지만 점수차가 벌어져 있다고 골고루 뛸 기회를 주기 위해 후보선수들을 투입했다가 종료직전 역전당해 패배, 인하대에서 열린 농구대회에 나갔지만 주축선수들 단체 배탈로 후보들만 출전해 송천고에게 34:4로 대패 하였다. 이렇게 2학년 대회까지 끝나 인하부고이 농구대회 연패 숫자를 9연패까지 늘린 후 나는 3학년이 되어 농구부를 나오게 되었다.
3학년이 되어 이제 대회에 나갈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승부욕이 강해 우리학교가 경기에서 지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고, 대회를 나갈 수 없음에도 후배들이 나가는 농구대회에도 관심을 갖고있었다. 그런던 중 2016 인천 교육감배 학교스포츠 농구대회가 열렸다. 그리고 이 대회에서 하늘고, 검단고, 제물포고와 같은 조가 되었은데 대진을 보고 드디어 연패를 끊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늘고는 인천에 2개있는 자사고 중 하나였는데, 하늘고가 아무래도 자사고다보니 우리학교보다 공부에 큰 비중을 두는 친구들이 나올것이라고 생각해 우리가 드디어 연패를 깰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대회날이 우리학교 여름방학식 날이었기 때문에 방학식을 들으면서(?) 동생들의 경기결과를 기다렸다. 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경기에서 졌다는 연락이 왔다. 하늘고가 작년까지 프로선수였던 이현호선수를 특별코치로 모셔와 연습했고, 개인능력은 우리보다 떨어졌지만 코칭에서 이어진 뛰어난 조직력으로 우리학교를 이겼다는 얘기였다. 게다가 경기중 에이스 역할을 하는 친구가 무릎부상까지 당했다는 얘기가 들렸다.
원래 나는 합리적으로 행동하려고 노력하지만 하늘고에게 지고, 그 친구까지 다쳤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모르게 마지막 경기에 뛰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친구들이 미쳤다고 어딜 가냐고 말했지만 방학식이 끝나자마자 대회장으로 달려갔다. 3학년은 대회에 나가지 못하도록 교장선생님이 지시했었기 때문에 내가 대회장에 가자 인솔교사였던 체육선생님께서 굉장히 깜짝 놀라셨다. 그리고 나에게 엔트리에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에 경기에 뛸 수 없다고 얘기하셨다. 너무 순간 든 생각으로 즉흥적으로 대회장에 간 것이었기 때문에 이런 부분까지 생각하지 못했고 경기에 뛸 수 없다는 생각에 우울해졌다. 하지만 학생들이 모두 침울해있고, 선생님께서도 우리가 한번은 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대회측에 내가 뛸 수 있도록 부탁해 문의했고, 내가 경기에 뛰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아왔다. 그리고 부상당한 에이스 역할을 하던 친구의 유니폼을 빌려입고, 그 친구 자리에 대신 들어갔고, 검단고를 상대로 동생들과 최선을 다해 싸운 결과 검단고에게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이 승리 이전에 대회에서 하늘고, 제물포고에게 패배해 연패가 11까지 늘어났었지만, 거기서 연패를 끊게 된 것이었다.
이날 나는 내 기대와 다르게 이어진 소식을 듣고 합리적 사고가 아닌 직관에 따라 행동하여 무작정 경기장에 찾아갔고, 경기에 출전해 승리했다. 교장선생님이 못하도록 막아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직관에 따라 대회에 출전했고, 이는 우리학교의 3년만의 대회 승리를 이끌었다. 사실 별거 아닌 1승일 수 있지만, 그동안 패배에 찌들어있던 우리학교가 3년만에 승리를 하게된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 경기의 승리 후 결정은 했었지만 그동안 고민해왔던 체육관련 과로의 대학진학을 확고하게 결정했다. 물론 이 직관에 따른 행동때문에 재수를 하게 되었지만, 이 직관에 따른 행동 덕분에 인하대 체육교육과에 들어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합리적인 사고를 하려고 노력하던 내가 직관에 따른 한번의 행동으로 인해 큰 진로의 변화가 생기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선택한 나의 진로에 대해 후회 없이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