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놀이 가는 행락객 보다는 그냥 가을산행을 즐기는 인파에 강원도 가는 길은 더디기만했다.
운전대를 잡은 조카녀석은 교통준법 준수 모범운전자 상을 받아야 할 정도로 양상병이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것은 염두에 없이 천천히 60에서 80선을 지키고 운전한다.
남편이 보온병에 담아준 커피와 사과 두 개 찐고구마 세 개 그리고 종이컵 두 개.
아침을 아주 안먹는 나는 괜찮은데 운전하는 녀석이 걱정되어 자람이 고구마라도 줄까 했더니 이따가 짜장면 먹을래요 한다.
'인제 신남'이라는 도로표시판을 보고 여태는 짜증 났었는가보다 하며 웃고 지나니 '양구에 살면 10년 젊어진다'는 광고판도 보인다.
아들은 산꼭대기 부대에서 내려와 장막골팬션앞에서 기다린다 했는데 강원시멘트 아스콘 공장을 지나니 군인하나가 베레모도 벗은채 우리쪽으로 온다.
"엄마.난 장막골팬션이 여기말고 또 있는줄 알고 얼마나 걱정 했는지 몰라" 그 맘 이해한다. 민가도 거의 없는 곳에서 기다리면서 오겠다던 엄마는 안보이고 차도 드물게 지나다니고 가게 하나 없는 곳에서 오는 차마다 눈이 빠지게 들여다봤을 그 맘 왜 모르랴.
엄마가 안 오는거 아닌가 싶어서 산 꼭대기 부대로 그냥 돌아가야 하는가 싶은 마음도 들었을 거라는거 나도 안다.
예정 도착시간보다 50분 늦었으니...
차에 타자마자 내 휴대폰을 달라더니 소대장에게 전화를 하고 어느 분인지 전화 안 받는다고 문자를 남긴다. '부모님 잘 만났다는 문자'에 '남면 벗어나지 말고 8시까지 귀대하라'는 답장이 도착했다.
켁 남면을 벗어나지 말라니.
아들은 가져간 가방을 받아들더니 휴대폰을 꺼내서 휴대폰 군인정지를 풀고 바바라팔빈 사진을 보더니 엄마는 날 2016년에 제대시킬거냐고 걸리면 영창 간다는 듯이 호들갑이다.
이렇게 야한 사진을 어쩌자고 가져왔냐고 하더니 클로이 모레츠 사진과 다른사진 하나를 반품이라며 날 준다. 이쁘기만 하구만 기준미달 이란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차창밖을 쳐다보는 아들 녀석은 일단 춘천시내 군장점에서 깔깔이 하나 사고 이것 저것 살게 있다고 메모지를 꺼내들고 점심은 짜장면을 먹겠단다.
'홍콩반점'은 '리미와 감자'의 노래와는 달리 배달도 없고 군데 군데 군복입은 양상병과 같은 군인들이 짜장면을 먹고 있었다.
주방은 투명한 유리로 조리하는 모습이 다 보이고 주문과 동시에 계산을 해야했다. 짜장면도 먹고 싶고 짜장밥도 먹고 싶다는 녀석을 위해 난 기꺼이 짜장밥을 시켜서 녀석에게 두 가지를 다 맛보게 해줬고 9000원 하는 탕수육을 시켰더니 바삭한 맛은 없어도 부드러운게 그것도 특색있게 맛있다.
크지않은 춘천의 명동을 구경하고 그리고 공지천을 걸으며 "엄마 ! 여자애들이 이쁜거야? 내가 군인이라서 다 이뻐보이는거야?" 하고 묻는데 "엄마도 늙어서 그런지 젊은 여자애들은 다 이뻐보인다." 이 말로 답이 되었을까?
피엑스도 없는 부대 들여 보내기전에 뭔가 다른것을 사 먹이고 싶었지만 우리식구들은 주전부리를 잘 하지 않기에 이녀석도 마찬가지로 먹고싶은게 없다하더니 춘천시내를 떠나기전에 '서른 한 가지 맛' 이라는 아이스크림 집에서 늘 그랬듯이 아들은 '엄마는 외계인' 을 사서 먹고 조카녀석과 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를 하나 씩 들었다.
꼭대기 부대에서 내려오는데 사십분 걸렸고 조금씩 조금씩 걸어서 나온게 이십분 걸었다 했던 녀석은 다섯시 까지는 가야 어둡기 전에 부대에 올라갈 수 있다고 세시 넘을 무렵부터 조바심을 냈다.
그것도 닮았다. 미리 미리 가는것 지각 싫어하는 것
가는 시간이 아깝고 이대로 부대 안들어가고 전역하고 싶다는 말에 아빠를 데리고 왔으면 군복입혀서 올려보내고 널 데리고 집에가고 싶다 했더니 그건또 아니란다.
부대올라가는 언덕배기에서 사과하나 깎아서 나눠먹고 못내 아쉬운 이별을 했다. 차가 올라갈수 있는곳까지 데려다주마 했는데도 혼자 올라가겠다며 뒤를 보인다.
엄마가 또 면회 와줄께 했더니 내려오기 힘들다고 오지 말란다 11월이면 인제부대로 복귀한다고.
논산훈련소에서 헤어질때 처럼 가슴이 씀벅 하다. 훈련소 퇴소식 때 이런 맘 아니었고 첫 휴가나와서 갈 때도 이렇지 않았는데.
저 높은 산을 언제 올라갈까 싶은게 꼬불꼬불 꺾어진 길 모퉁이를 돌아서는 모습을 보고 구두 뒷꿈치를 들고 살살 따라 올라가봤는데 언제 없어졌는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저렇게 걸음이 빨랐던가?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서둘러 뛰어 갔던가?
6시에서 6시 9분 사이에 주위가 컴컴해졌다. 아들은 잘 올라갔을까 무서움을 엄청타서 무서운 영화보고는 집안에 있는 화장실 가면서도 문 열어놓던 너석인데.
그러는 찰나에 전화벨이 울린다. 엄마 나 한 번도 안쉬고 아까 올라왔어 위병소 퇴근자하고 같이 올라가려고 서둘러 왔어.
그래 그랬구나.
아들이 무사히 부대에 복귀했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신남버스정류장에서 물과 졸음방지 사탕을 사들고 서울로 향했다.
엄마 아까는 몰랐는데 여기 올라오니까 바바라팔빈 사진이 제일 좋은거 있지 다른 사진은 확 풀어서 나눠가졌어.
그 사진만 내 바지 주머니에 넣었어. 소지품 검사해도 입은옷은 검사 안하더라구.
거봐 엄마가 센스있지~ . . .
오늘 기대했던 계약은 살짝 미뤄졌고 병원에서 집으로 향하는 전철안에서 엄지손가락 하나로 썼습니다.
대한민국 아들 둔 엄마들은 겪었거나 겪을 일들이지요.. 겨울에 입대한 울아들은 겨우네 동상과 추위에 힘들어 했던 기억이 납니다 . 맘이 여린 녀석은 남들 면회하고 다 돌아가도록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어도 했지요 커피님 .아드님 둘다 속으로 울다 쌓인 눈물이 밖으로 ...... 시간이 금방갈거예요 ~~~
흔히들 군대는 줄을 잘서야한다 하지요. 정말이지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특과병이 참 많답니다. 정보사령부의 항공사진 판독병,부산에 있는 군사지도 제작하는 부대,집에서 출퇴근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는 육본 위생병(육군에 들어가는 모든 식품을 관리감독 함),토우 부대(적 전차 잡는 미사일 부대.개인 화기가 권총임), 제논 병(적 항공기가 야간에 출몰시에 짚차에 싣고 다니는 라이트 관리) 등등... 이런 병사들을 특과병이라 하지요. 많은 군인들의 로망이랍니다.제 벗이 군복무 시절 제가 면회를 갔었지요.벗 시골집에 들러 하루 자고,농사지은 그 집 쌀과 밑 반찬을 챙겨 벗이랑 같이 해먹었습니다.그 맛이란... 캬~!
생각해 보세요.고향의 맛,그리고 어머니의 손 맛이 최고라잖아요. 그 친구가 휴가 나와서 저희집에 들러 제 어머니 모시고 저한테 면회를 왔지요. 그 친구랑 우정을 쌓아온지 어언 사십여년이 흘렀네요. 아들넘이 군복무 시절 가끔 콜렉트 콜로 전화가 오곤 했는데 "뭐 하는 부대냐?" 물으면 "군사기밀이예요" 하길래 하도 어이가 없어서... "이 짜샤, 이 애비가 군 최고의 기밀을 다루던 사람이야" 해도 막무가내더라구요 ㅎ. 휴가 나와 얘기해 봤더니 지대지 미사일(유사시 북으로 쏘아 올리는 미사일 현무) 부대 행정병이더라구요.따라서 천안암 폭침 때 비상대기로 휴가도 못나왔지요. 양 상병~! 멋지게 군생활하고 전역하렴...
시내에 내려와서 여자들 보여주고
군장점에서 이것 저것 사고
그렇게 보냈습니다.
오늘 저녁에 닭죽이랑 궁중떡볶이랑 맛탕 나와서
맛있게 먹었다는 전화 받았어요~
대한민국 아들 둔 엄마들은 겪었거나 겪을 일들이지요..
겨울에 입대한 울아들은 겨우네 동상과 추위에 힘들어 했던 기억이 납니다 .
맘이 여린 녀석은 남들 면회하고 다 돌아가도록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어도 했지요
커피님 .아드님 둘다 속으로 울다 쌓인 눈물이 밖으로 ......
시간이 금방갈거예요 ~~~
그렇잖아도 시간은 잘가고 있어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흔히들 군대는 줄을 잘서야한다 하지요.
정말이지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특과병이 참 많답니다.
정보사령부의 항공사진 판독병,부산에 있는 군사지도 제작하는 부대,집에서 출퇴근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는
육본 위생병(육군에 들어가는 모든 식품을 관리감독 함),토우 부대(적 전차 잡는 미사일 부대.개인 화기가 권총임),
제논 병(적 항공기가 야간에 출몰시에 짚차에 싣고 다니는 라이트 관리) 등등... 이런 병사들을 특과병이라 하지요.
많은 군인들의 로망이랍니다.제 벗이 군복무 시절 제가 면회를 갔었지요.벗 시골집에 들러 하루 자고,농사지은 그 집
쌀과 밑 반찬을 챙겨 벗이랑 같이 해먹었습니다.그 맛이란... 캬~!
생각해 보세요.고향의 맛,그리고 어머니의 손 맛이 최고라잖아요.
그 친구가 휴가 나와서 저희집에 들러 제 어머니 모시고 저한테 면회를 왔지요.
그 친구랑 우정을 쌓아온지 어언 사십여년이 흘렀네요.
아들넘이 군복무 시절 가끔 콜렉트 콜로 전화가 오곤 했는데
"뭐 하는 부대냐?" 물으면 "군사기밀이예요" 하길래 하도 어이가 없어서...
"이 짜샤, 이 애비가 군 최고의 기밀을 다루던 사람이야" 해도 막무가내더라구요 ㅎ.
휴가 나와 얘기해 봤더니 지대지 미사일(유사시 북으로 쏘아 올리는 미사일 현무) 부대
행정병이더라구요.따라서 천안암 폭침 때 비상대기로 휴가도 못나왔지요.
양 상병~!
멋지게 군생활하고 전역하렴...
@노행자 고맙습니다.
수고하셨고요 전 울아들제대전 딱한번면회 후헤될까바^^
말많은 28사단
그러셨군요.
기회되면 더 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