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교육과정 정상화 및 교육력 제고를 위한 지역대학 입학전형의 영향 및 개선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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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대구 청구고등학교 교사)
박근혜 정부의 대입전형 간소화 정책 및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
고교교육의 정상화란 고등학교 교실 현장에서 교육과정이 힘차게 살아서 움직이는 것이다. 또한, 그 속에서 우리 학생들이 창의성·인성·진로성숙도를 높이고 꿈(진로)과 끼(재능)를 키워 나갈 수 있도록 고교 교육과정의 영향력을 높이는 것을 고교 교육력 제고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교육과정은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을 강조하며 창의·인성·진로교육을 강조해 왔으나, 실제 고등학교 교실 현장에서는 이러한 교육과정의 성격과 목표가 수업 및 평가를 통해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 고교 교육과정의 정상화와 교육력 제고를 가로막고 있는 원인은 학교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주체별로 나누어 볼 수 있겠지만, 현시점에서는 대입전형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모든 대학은 신입생 선발의 주체로서 분야별 미래형 인재를 선발하고자 충분히 투자하고, 노력과 정성을 기울여야 함에도 지금까지 대부분 대학은 이러한 노력과 사회적 책무를 소홀히 하였다. 국가(수능시험 상대평가)와 고교(내신 상대평가 9등급제)에서 만들어진 결과(성적)에 의존하여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손쉽고 편하게 신입학생을 선발해 온 것이다.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가 고시한 국가교육과정(교육과학기술부 고시 제2009-41호)을 다시 수정하여 새로운 국가교육과정(교육부 고시 제2013-7호)을 고시하고, 이와 동시에 ‘대입전형 간소화 정책’을 시행하여 수시전형은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로, 정시전형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시험)으로 전형 요소를 간소화하여 학생들의 입시준비 부담을 줄이고자 하였다. 이와 동시에 대학들이 실제 입학전형에서 수능시험을 제외하거나 영향력을 줄이는 정도를 평가하여 지원 예산을 차등화하는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국책사업으로 추진하였다.
우리나라 지역별 주요 거점대학 입학전형 분석 및 영향
아래는 2016학년도 현재 고교 2학년 재학생들이 치르게 될 2018학년도 대입전형에서 지역별 거점 국립대학들의 입학전형을 분석한 것이다.
지역 거점대학 | 학생부종합전형 | 학생부교과전형 | 논술전형(기타) | 정시(수능)전형 |
서울대학교 | 78.50% | 0% | 0% | 21.50% |
기타 국립대학교 평균* | 24.40% | 33.40% | 7.70% | 34.50% |
* 주) 기타 국립대학교 : 부산대(부산), 경북대(대구), 전남대(광주), 전북대(전주), 충남대(대전), 충북대(청주), 경상대(진주), 강원대(춘천), 제주대(제주시)를 포함하였고, 각 대학의 전형별 선발비중(홈페이지 공지)을 평균하여 조사하였다.
전국 주요 대학의 2018년 입학전형 요강을 분석해 보면, 전반적으로 수도권 소재 대학들은 학생부종합전형 및 대학별 고사를 중심으로 신입학생을 선발하여 이른바 ‘학생부종합전형 전성시대’라고 평가되고 있다. 반면 나머지 기타 지역의 거점 대학(국립대학 중심)들은 여전히 정시전형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을 뿐 아니라 수시전형에서도 고등학교 내신 상대평가 9등급제 결과를 활용한 학생부교과전형, 수능시험을 최저학력기준으로 활용하는 수시전형(학생부종합, 논술 등)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수도권 지역을 제외한 지역의 고등학교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대표적인 고교 교육과정 왜곡 현상을 열거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수시전형’도 ‘수능(최저학력기준)’으로 결판이 나므로, 교과 교육과정에서 국가 및 시·도교육청 교육과정에 근거한 수업과 평가가 아니라, 오직 수능시험에서의 고득점(1등급 등)을 목표로 예전부터 관행적으로 반복해오던 지식의 결과중심 암기형, 주입형, 찍기 문제 풀이의 무한반복형 수업과 평가가 여전히 강조되고 있다.
둘째, ‘수시전형’에서 ‘과목별 상대평가 내신 등급을 활용하는 학생부 교과전형’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므로, 학교는 교육과정 편성 시 우수학생들이 내신 등급에서 손해를 보지 않도록 이수학생수를 늘리기 위하여 다양한 진로집중과정이나 선택과목을 편성하지 않으려 한다. 교사들은 사실상 교육과정에 따른 성장 중심의 교육적 평가(성취평가제)를 포기하고 동점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변별이 잘 될 뿐 아니라 학생들로부터 민원을 줄이기 위한 안전하고 소극적인 평가를 우선하게 된다.
셋째, 창의적체험활동(자율, 동아리, 봉사, 진로) 및 방과후 과정에서 학생의 꿈과 끼를 키우는 학교교육과정보다 학생들이 수능시험 및 내신등급에서 보다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하는 각종 학교교육과정의 왜곡 현상이 나타난다.
고교 교육과정 정상화 및 교육력 제고를 위한 지역대학 입학전형 개선방안
위와 같은 문제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에서 시행한 대입간소화 및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정책에 힘입어 특히 수도권 소재 대학(대체로 재학생들이 선호하는 상위권 대학)에서 미래형 인재가 갖추어야 할 특성에 따라 수시전형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수시전형에서 고교 교육과정 정상화의 방해 요인(수능시험, 고교 내신 상대평가 9등급제)의 영향력을 줄이고, 학생부종합전형과 대학별 고사(공교육정상화특별법 근거)의 비중을 비교적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본고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중위권 이하 대부분 재학생들의 선호가 높은 지역별 거점 국립대학 등에서는 여전히 고교교육 정상화 및 교육력 제고의 저해 요인에 기반한 대입전형의 기조를 계속 유지하고 있음은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이를 위하여 가장 우선적으로, 지역별 거점 국·공립 대학을 대상으로 수시전형에서 학생부교과전형 폐지, 수능최저학력기준 폐지, 학생부종합전형 및 대학별 고사의 최소시행비율(서울대를 참고하여 80% 이상) 등의 규정을 골자로 하는 법제화를 제안한다. 앞으로 고등학교는 국가 및 시·도교육청 교육과정에 근거한 충실한 학교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해야 하고, 대학은 고교 교육과정 정상화 및 교육력 제고를 위하여 공교육정상화법과 원칙에 따른 학생부종합전형 및 대학별 고사 100%로 충분한 투자와 노력을 통해 미래형 인재를 선발하는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