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100대 명산'을 목표로 시작한 목적산행 길이 '오뚜기산악회'를 만나면서 즐거움이 배가 되었다.
"안 갈래요~! 또 발톱 빠지면 어쩌라구요. 큰 산은 무서워요."
“가자~ 문장대는 어렵지 않아. 괜찮아. 너라면 충분히 갈 수 있어~ 등산화도 새로 샀잖아.”
지난 11월 산행으로 인해 발톱이 두 개나 빠진 진희를 겨우 설득하여, 2019년 첫 산행을 함께 하기로 하였다. 동네 뒷산만 다니던 그녀는 목이 긴 중등산화를 구입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며 산악인의 길에 들어섰다.
여느 산행 때와 마찬가지로 처인구청 앞에서는 김주형 회장님, 최은숙 총무님, 김제상 대장님을 비롯한 많은 산우들이 손을 건네며 반갑게 맞아 주었다. 이제는 제법 많은 산우들의 얼굴이 눈에 익어 더 친근한 느낌을 갖게 되었고 이것이야말로 최고의 힐링이 아닐런지.
만나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아마도 류시화 시인의 소금인형처럼 나 역시도 이미 오뚜기에 녹아들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싶다.
속리산의 유래~
속리산 문장대는 딱 한 번 다녀온 적이 있었다.
2014년 4월 늘재에서 갈령 코스였는데, 산죽(조릿대)과 주막이 어우러진 멋진 길의 기억이 있는 곳을 오늘 다시금 오르게 되어 감회가 새로웠다. 그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겠지!
산 이름치고는 특이한 속리산(俗離山·1,058m)에는 재미있는 두 가지 설이 있다한다.
첫째는 신라 말기 문장가 최치원의 시에서 유래 되었다고 하며, '도(道)는 사람을 멀리하지 않는데 사람이 도를 멀리 하는구나/ 산은 사람을 떠나지 않는데 사람이 산을 떠나는구나(道不遠人 人遠道, 山非俗離 俗離山)' 의 속리산. 즉 ‘산을 떠나는구나’라는 의미이고,
둘째는 신라의 진표율사와 관련 있는 유래로, 스님이 구봉산(속리산의 옛 이름)에 오르기 위해 보은에 다다랐을 때 들판에서 밭갈이를 하던 소들이 무릎을 꿇고 스님을 맞았으며 이를 본 농부들이 줄줄이 속세를 떠나 출가했다고 해서(俗離) 이름 붙었다는 것이다.
유명한 산에는 언제나 이렇듯 그에 걸 맞는 유래와 어원이 있어 더욱 흥미롭고, 찾는 재미 또한 솔솔 하다.
화북 오송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산행지 도착 예상시간 보다 30분이 늦은 시각이었지만, 운영진들의 인솔 하에 A코스 38명과 B코스 11명으로 나뉘어 각자에 맞는 산행코스를 선택하였다.
“하나, 둘, 셋, 넷~, 하나, 둘, 셋, 넷...”
윤주현 고문님의 구령에 맞춰 체조를 시작하였다.
사실, 체조하는 게 귀찮기도 했는데 막상 온몸을 쭉쭉 펴며 체조를 하다 보니 온몸에 잠들어있던 신체리듬이 깨어나고 있었다. 산행 하기전의 체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면서도 무시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오늘은 윤고문님 덕에 정석의 시작이 되었다.
산행시작~
10시50분. 드디어 트랭글을 켜고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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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산꼭대기엔 하얀 눈이 쌓여 있었고, 뉴스에 ‘미세먼지 나쁨’이 무색할 정도로 쾌청하였다.
하얀 눈으로 덮힌 반야교를 지나 첫 번째 안내목에는 문장대 3.1km라는 숫자가 또렷하게 적혀 있었다. 이곳은 성불사로 가는 길과 문장대로 가는 갈림길이었다.
많이 쌓이진 않았지만, 얼어있는 바닥에 눈이 흩뿌려져 있어 바닥이 여간 미끄러운 게 아니었다. 온 신경을 곤두세워 걷고 있을 때, 진희가 눈길에 미끄러지고 말았다.
“괜찮아?”
“괜찮아요. 근데 힘들어요.”
툭툭 털고 일어나긴 했는데, 바람 한 점 없이 봄날 같은 날씨는 오랜만에 산에 오른 진희를 더 지치게 했나보다.
얼어있는 바닥과 봄 볕.
정말 아이러니 그 자체였다. 오늘은 왠지 우희의 컨디션도 저조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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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목이 문장대 1km를 가리키고 나서야 산죽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전엔 온통 벌거벗은 나무들 밖엔 눈이 들어오지 않았는데, 아마도 가을엔 형형색색의 잎을 가진 멋진 나무들이었을 것이다.
깨끗하게 정돈된 길옆으로는 산죽(조릿대)이 즐비해 있었다.
“산죽이 높은 곳에 많은 줄 알았는데, 여기도 많네. 다 산죽이네.”
“저거 조릿대라고 해.”
“아니지 조리를 만드는 거라서 조릿대라고 했겠지. 이름은 산죽이 맞을 걸.”
원기는 조릿대, 나는 산죽이라며 약간의 실랑이를 했지만, 결국은 둘 다 맞는 말이었다.
조리를 만들 때 쓰는 조릿대가 산에서 나는 대나무인 산죽이고, 산죽으로 조리를 만들어 조릿대라 하니, 계란이 먼저인지 닭이 먼저인지 모르듯 조릿대가 먼저인지 산죽이 먼저인지 모를 일이다.
산을 오르며 원기에게 산죽에 대한 약효와 방부작용에 대한 얘기를 듣는 것도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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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올랐을까~ 오르다보니 범상치 않은 바위가 나타났다.
어린 진희도 무덤덤하게 지나친 이 괴석을 언니 오빠들이 신나게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이런 곳에서는 사진을 이렇게 찍는 거야~!”
제일 먼저 원기가 온몸을 받쳐 바위를, 혜란은 검지손가락 하나로 힘을 과시하고, 해피걸은 스틱 정도로 받쳐서 찍어야 제 맛이라며 한 명 씩 포즈를 취했다. 마치 소풍 나온 아이들 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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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성큼 부지런히 오르니 계곡이 보이고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나왔다.
계곡의 물은 꽁꽁 얼어 거의 빙벽을 이루고 우리 산우들은 한 명씩 한 명씩 건너고 있었다.
속리산이 참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를 반기고 있다는 사실에 흐믓한 미소만이 띠여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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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쌓인 곳에는 항상 동심이 있듯, 나무를 흔들어 눈을 흩뿌리고, 삼삼오오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모습들.
늘 그냥 인증석만 찍고 내려오던 내 산행 패턴을 조금 바꾸고나니 이렇게 재미있는 걸...
드디어 문장대~
문장대(1,033m)는 원래 큰 암봉이 하늘 높이 치솟아 구름 속에 감추어져 있다하여 운(雲)장대라고 하였으나, 세조가 속리산에서 요양하고 있을 때 꿈속에서 어느 귀공자가 나타나 ‘인근의 영봉에 올라서 기도를 하면 신상에 밝음이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찾았는데 정상에 오륜삼강을 명시한 책 한 권이 있어 세조가 그 자리에서 하루 종일 글을 읽었다 하여 문장대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 옛날에는 과연 철계단이 없는 문장대를 어떻게 오늘 수 있었을까?
문장대를 세 번 오르면 극락에 간다는 속설이 있다. 유추컨대 옛날에는 오르기 굉장히 어려운 산이었을 것이다.
그만큼 극락의 길은 어렵지만, 궁극엔 아름답다는 걸 시사한 건 아닐런지.
난, 다음에 한 번 더 오르면 세 번째일 텐데, 그땐 극락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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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명산 인증을 위해 왔건만, 명산인증수건을 잃어버려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문장대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모습을 10여분 지켜보았다. 향적봉에서 줄을 서서 인증사진을 찍던 사람들이 여기는 왜 없는 걸까?
포기하고 내려가려고 할 때, 촉이 온다고 우희가 조금만 더 기다려보잔다. 반신반의하고 기다리는데 멀리 계단을 오르는 남녀커플을 보게 되었다. 우희의 촉을 믿고 그 커플에게 물어보니 놀랍게도 블랙야크 100대 명산 인증을 하고 다니는 커플이 었다. 그들에게 명산수건을 빌려 다행히도 인증사진을 찍을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우희 촉은 믿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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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주사 쪽으로 가는 내리막길은 굉장히 가파른데도 불구하고, 전혀 힘이들지 않았다.
진희와 우희도 점심을 먹고 힘이 났는지, 힘찬 발걸음을 떼었다. 물론 가끔씩 뒤돌아보라는 요청에 얼굴을 비춰주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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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산악회의 띠지가 즐비한 냉천골 휴게소를 지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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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기암괴석이 많은 속리산의 돌들을 뒤로하고 잰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진희는 홍연이 케어해주면서 먼저 앞서고 우리는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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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진을 하면 법주사, 우측 방향은 중사자암 가는 길의 이정표인 안내목을 보며, 어느새 원기에게 묻고 있었다.
"사자모양의 암석이 있을거야!"
"아니, 저 중사자암은 암자야~!"
"그럼 암자라고 써있지 않을까? 저건 사자바위 같은데..."
이렇게 시작된 실랑이는 회장님이 온 후에야 결말이 났다.
"저건 중사자암이라는 암자를 말하는데.."
원래 상자사(上獅子), 중사자(中獅子), 하사자(下獅子) 등 세 암자가 있었는데, 상사자암과 하사자암은 이미 폐허가 되었다고 한다.
바위모양이 사자 같다고 해서 '사자 사'를 써서 사자암이라고 한다고 한다.
"암자가 맞네. 바위라고 우겨서 미안~!"
한 가지 알게된 사실은 단순한 사자모양바위인 줄 알았던 사자암이 그냥 바위가아닌 암자였다는 사실.
속리산에 기암괴석이 많아 단순히 암석으로만 생각했던 나만의 편견이 있었던 것이다.
중사자암의 내리막을 내려 다시 오르막에 오르니 멀리 보현재 휴게소가 보이기 시작했다.
많은 무리의 산우들이 있어서 반갑기도 했고, 막걸리 한 사발의 유혹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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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딱고개라는 이곳 보현재휴게소에는 막걸리 한 사발에 즐거워하는 산우들로 가득찼다. 모두 한 모금씩 나눠 마시며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자~ 어서와서 한 잔들 하셔~"
김재홍 감사님의 한 마디에 달짝지근한 옥수수막걸리 한 사발에 목을 축이고, 뜨끈한 오뎅과 오뎅국물로 속을 달래며 인생을 즐긴다. 주인장의 손에 의해 걸려진 '오뚜기산악회' 띠지. 누군가가 20만원짜리 띠지라고 했다. 어느 산우의 주머니에서 나왔을지 모를 막걸리값에 감사하며, 할딱고개를 뒤로하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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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을 내려와 세조가 거닐었던 '세조길'을 걷기 시작했다.
복천암은 법주사의 산내 암자로 신라때 창건되어 조선 세조가 신미, 학조, 학열 등의 고승과 함께 기도 드린 후, 피부병이 나았다고 한다. 조카단종의 어머니가 나타나 침을 뱉어서 생겨난 종기로 인해 심가한 피부병을 앓고 있었다는데, 월광태자가 나타나 '산골의 한 계곡 주위에 커다란 바위와 소나무가 많고 마르지 않은 계곡이 존재하니 그곳에서 목욕을 하면 피부병이 완쾌될 것이다'고 했단다. 세조의 병을 낫게한 목욕소와 마두암을 지나 세조의 자취를 쫓다보니 어느덧 비룡저수지를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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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의 눈썹바위는 세조가 바위그늘에 앉아 생각에 잠긴 곳으로 많은 이들이 이곳에 와서 비바람도 피하고 그늘도 되어 주었다한다. 오늘날에는 세조가 지나다녔던 길 하나하나가 후대의 명소가 되어 있으니 얼마나 흐뭇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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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주사를 한바퀴 돌아보고, 산행의 마지막 코스인 법주사 일주문을 나오며 '호서제일가람'이란 글귀를 다시금 되새겨본다,
충청도에서 으뜸가는 절. 법주사.
오늘의 산행도 법주사 만큼 으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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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 산우들과의 함께한 하루를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고자 산행기를 쓴다. 2019년도 무탈하게 사고 없는 안전산행으로 마무리하길 바란다.
2019-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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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루)이영미님 속리산에서의 산행후기 와우~똑소리가 톡톡터저요~
가뿐숨 몰아쉬며 띤걸음에 우리님들의 건강한 기운이 샘 솟을거예요^^
장족을 발전을 거듭하는 영미님 홧팅~
최고의 후기 잘 읽었습니다
감사요^^
회장님. 항상 감사합니다.
정성이 많이들어간 만큼 실감나는 다시 걷는 속리산행입니다~
길목마다 장소마다 첨부된 사진이 선명하게 기억을 되살려주네요
멋진글 감사해요
영미~영미~영미~^^
오뚜기에 오면 나잘난님 뵈며 윳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루를 그대로 생각나게 하는
산행후기네요 멋진추억 아름다운 기억으로 간직하겠네요
고맙고 감사해요
앞으로도 쭉부탁해용^^~
일일이 회원들 챙겨주시는 모습에 항상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사진도 있네요ᆢ
퍼갑니당ㅎ감사!!
글도 멋지게 실감나게 잘쓰셨네요
담달에도 또만나요~
예. 다음에 또 뵐게요. 동안언니.^^
세심하게 남겨주신 후기에 다시 다녀온 느낌입니다
산행하기도 힘들텐데 수고많이 하셨어요
예. 감사합니다. 조금씩 산행이 늘고 있어 행복해요^^
언니 글 읽다보니 그날의 추억이 머리속에 쏙쏙~~밑줄쫙---돼지꼬리 땡땡@@ ㅋㅋ
명강의 듣는듯
돼지꼬리..ㅋㅋ
'선생님들이 돼지꼬리 쫙쫙~ '을 많이 읖었네.
고마워~~
깔끔하고 간결하게 최고의 산행후기
울 나라에세 최고 이삔 이름 영미 ~~~^^
소중한 추억 담아갑니다
감사합니다
저수지 옆에서 단체 사진 찍을 때, 미소지으며 지나치시는 모습이 찍혔어요. 얼굴만 크게 나와서...달라시면 드릴게요^^
댓글 감사합니다.
속리산 산행후기를 정성스럽고 자세하게 써주셔서 제가 산행을 한 느낌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꼼꼼하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산행 때, 뵙겠습니다.
아름다운 눈으로 바라 본 속리산~~
그속에 담긴 의미를 살포시 담으면서~~
한발한발 내딪는 발걸음이 비록 무거울지라도,,
문장대에 도착하면서 싸~~악 잊혀지는 마법같은 순간,,
무엇하나 놓치지않고 고스란히
담아온 산행길을 다시금
다녀올수 있는 정성스런 후기에
박수를 보내 드립니다.
함께여서 행복했습니다.^^
노랑병아리.
산행 때 자주 봬요. 칭찬 감사합니다.
산보다 글쓰기가 더 힘들겠어요
수고 자줒원해요 산행 후기
ㅠ.ㅠ
예. 맞아요. 사진 편집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하지만 글 쓰면서 다시 돌아 볼 수 있어 유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말이 필요가없네요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자주 뵐게요.
흔적남기기도힘든데.글까지.ㅇㅁㄴ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