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해태외야수 박재벌，억대 꽃집재벌

야구를 못했으니까 그만뒀죠.” “수입요? 야구할 때보다 훨씬 낫죠.” 서글서글한 눈매만큼이나 그의 대답은 시원했다. 왼손타자로 가끔 번뜩이는 방망이 솜씨를 보여준 전 해태 외야수 박재벌(36). 더 이상 그의 손에는 글러브가 없다. 그 대신 가위와 분무기가 들려 있다. 지난 98년 은퇴와 함께 꽃을 새로운 인생의 친구로 삼아 이제 어엿한 꽃집 사장으로 ‘인생 역전’에 성공했다. 마음도 편하고 수입도 프로야구선수 시절보다 훨씬 더 낫다. 하지만 아직도 그의 마음은 다이아몬드 그라운드에 가 있다. 건국대 동기인 송구홍 LG 코치와 프로입단 동기인 전준호(현대)가 아직 현역에서 뛰고 있는 것을 보면 부러울 따름이다. ▲ 꽃밭에 앉아서 98년 10월 해태에서 자유계약선수로 방출된 후 그를 부르는 팀은 아무도 없었다. 지도자의 길을 걸어볼까도 했지만 이내 포기했다. “돈이 안되더라고요. 또 누가 자기 밥그릇 내주겠어요.” 박재벌은 전직을 결심했고 당시 꽃집을 운영하던 처삼촌의 자극을 받아 꽃으로 마음을 돌렸다. 남의 꽃집에서 2년 동안 점원으로 일하며 꽃포장에서 조경까지 과정을 두루두루 섭렵했다. 현재 터를 잡은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에 꽃집(초록공간)을 연 것은 지난 2002년. 성격은 급하지만 꼼꼼한 일처리에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는 성격 때문에 꽃집은 그의 적성에 딱 맞았다. 손님들도 하나씩 늘어 첫해부터 상당한 매출을 올렸다. ▲ 억대 사장님 98년 마지막해에 그가 해태에서 받은 연봉은 3,700만원. 이에 비해 꽃집 월매출은 대략 1,500만원. 1년으로 따지면 1억8,000만원이 넘는다. 야구에서는 억대 연봉선수의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이제 어엿한 억대 매출 사장님으로 변신했다. 부단한 노력과 성실한 생활자세가 큰 보탬이 됐지만 그의 이름도 한몫을 톡톡히 했다고. “제가 3남1녀 중 셋째인데 위 형 둘 이름이 재덕 재복입니다. 아버님이 제가 태어난 후 ‘집안에 덕과 복이 갖춰졌으니 이제 돈이 필요하겠구나’라며 재벌(財閥)이란 이름을 지어주셨지요. 그래서 돈이 좀 붙는 것 같아요”라며 겸연쩍게 웃는다. ▲ 마음의 고향,야구 이제 남부러울 것 없는 꽃집 사장이지만 아직도 야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꽃집 사업이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갈 정도로 확실하게 궤도에 오르면 야구로 돌아가야죠.” 일이 너무 바빠서 야구장에 갈 시간은 없다. 지난해 겨우 시간을 내 한 경기를 봤지만 올해는 경기장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그래도 활동은 꾸준하다. 2주일에 한 번 정도 경기도 구성의 ㈜한전기술 직장인 야구동호회 회원들을 지도한다. 또한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진흥고 OB들과 안산 삼주구장에서 매주 만나 친목도모를 위한 게임을 한다. 물론 뒤풀이는 알싸한 소주 한잔. 하지만 지금은 그저 야구 감각을 잊지 않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요즘 애들 야구 잘 몰라요. 제 아들인 주형이도 월드컵 이후 축구만 알지 야구한다는 소리를 안 해요. 사업이 잘 돌아가면 유소년야구 육성을 위해 나설 생각이에요.” ◇ 박재벌 프로필 ▲생년월일=1968년 9월17일 ▲출생=전남 영암 ▲학력=학강초-진흥중·고-건국대-해태 ▲프로경력=92년 연고지명으로 해태 입단,92∼98년 해태, 98년 10월29일 자유계약선수로 방출 ▲기록=통산 393경기 출전,타율 2할3푼9리 홈런 5개 타점 72점 도루 46개 삼진 85개 ▲가족관계=부인 이호정씨(36)와의 사이에 1남1녀(채연(10) 주형(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