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재건축·신속통합기획
이슈 꿈틀대는 단지부터 살펴라
시세보다 저렴하게 취득 최강점
부동산 불황 시기에 오히려 주목받는 투자 방식이 있다. 바로 경매다. 법원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의 이주현 선임연구원은 "역설적이게도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은 지금이 경매 공부가 가장 필요한 때"라고 조언한다. 집값이 치솟았던 호황기 땐 감정가격을 넘어선 금액에 낙찰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매시장도 침체기를 걸으며 낙찰가율이 뚝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3월 서울 소재 법원에서 진행된 아파트 경매 127건으로 이 중 42건(33.1%)만 낙찰됐다. 경매에 나온 아파트 1채만 주인을 찾았다는 얘기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을 뜻하는 낙찰가율은 79%로 4개월 연속 70%대를 기록했다. 즉 감정가 1억원인 빌라가 7900만원에 낙찰됐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이 선임연구원은 "경매 물건의 낙찰가율이 하락한다는 것은 참여자 입장에서 그만큼 물건을 저렴하게 취득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실수요자라면 내 집 마련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내 집 마련 계획을 가진 실수요자라면 어떤 관점을 가지고 경매 물건을 골라야 할까. 그는 "지금은 단기투자 목적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거주 목적으로 접근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GTX 개통으로 도심권 접근성이 좋아지는 곳들, 재건축사업 완화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지역들, 신속통합기획구역으로 지정된 곳 등 장기적인 거주와 함께 가치 상승을 기대해 볼 만한 지역을 중심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특히 전세가격이 완만하게 유지되는 곳은 실거주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지역이나 단지도 눈여겨봐야 한다.
실거주와 투자 목적으로 접근하기 적합한 곳으로는 서울 강남구 세곡동에 나온 경매 물건인 강남 LH1단지(109동, 2층)를 꼽을 수 있다. 이 단지는 2013년 6월 준공된 12개 동 809가구 아파트다. 전용면적은 85㎡에 방 3개, 욕실 2개, 계단식 구조로 인근에 지하철 3호선 수서역이 있다. 최초 감정가는 17억3000만원이며 2회 유찰돼 11억720만원에 입찰이 진행된다.
경매의 강점은 시세보다 저렴하게 취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경매 부동산에는 감정가격이 매겨지는데 1회 유찰될 때마다 관할 법원에서 정한 비율을 저감한 후 다시 입찰을 진행하게 된다. 예컨대 서울은 유찰될 때마다 저감률 20%를 적용한다. 이를 적용하면 감정가 10억원인 부동산이 1회 유찰되면 다음 입찰 때는 8억원부터 입찰을 시작하게 되는 셈이다. 만약 2회 유찰된다면 8억원에서 또 20%를 낮춘 6억4000만원부터 입찰을 시작한다.
이렇게 유찰을 거듭하면서 최초 감정가의 반값 수준으로 입찰가가 정해진 아파트도 있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한신아파트(106동, 12층)는 1997년 12월 입주한 최고 20층, 총 9개 동 960가구 규모이다. 전용면적 114.95㎡로 경춘선, 1호선, 경의·중앙선 회기역과 수인 분당선 청량리역 등을 생활권으로 두고 있다. 주변 교육시설로는 삼육초, 청량중·고교 등이 있다. 경매 개시 당시 감정가는 12억8000만원으로 책정됐으나 3회 유찰 끝에 입찰 가능 금액이 6억5536만원으로 떨어졌다. 지난달 동일 면적이 7억8000만원에 거래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기회다.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판교원마을 6단지 대광로제비앙아파트(601동, 10층) 전용면적 58㎡도 시세 대비 싼 7억원대에 경매가 나왔다. 2009년 입주한 470가구의 아파트로 감정가 10억3000만원에서 1회 유찰돼 입찰보증금은 7억2100만원이다. 단지 앞 버스 정류장에서 신분당선·경강선 판교역행 버스 노선을 이용할 수 있다. 또 서울역·삼성역·강남역행 직행버스를 이용하기 좋아 서울 주요 업무지구 통근이 간편하다. 판교초와 판교중이 단지 바로 옆으로 통학 안전성이 좋으며 운중중, 보평중, 낙생고, 성남외고, 늘푸른고가 인근에 있다. 현재 호가는 9억~13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지난 3월 동일 면적의 단지가 9억2000만원에 실거래됐다.
경매 물건은 입지, 보유 자산 수준, 자녀 유무 등 본인의 상황에 맞게 골라야 한다. 특히 가장 주의할 점은 실거래가와 매도호가만 보고 덥석 물건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 이 선임연구원은 "급매물이나 특수관계로 이뤄진 거래사례 또한 많기 때문에 실거래가와 매도호가만을 보고 쉽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면서 "지금은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지역이나 평소 관심이 있던 아파트들 위주로 동향을 살펴 적정가를 산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매수 전에 해당 집을 둘러보고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 선임연구원은 "매매는 중개업소의 중개행위가 있고 가격 협상 여지가 있지만 경매는 스스로 권리분석을 해야 하고 가치판단도 할 줄 알아야 한다"며 "또 매매와 다르게 미리 집 내부를 볼 수 없고, 원하는 이삿날 등을 협의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리스크를 고려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자료원:아시아경제 2023. 4.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