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 확충, 대화 대상은 의사 단체가 아닌 국민이다 / 박종호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2006년부터 3058명으로 묶인 의과대학 정원을 500명가량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의료인력 부족 국가에 속하게 됐고, 특히 코로나19 사태는 의료인력이 증원되어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에 불을 지폈다. 사실 지난 정부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의사 증원을 추진했지만 의사 단체와 의대생의 거센 저항을 받고 결국 포기했다. 이번 정부에 들어서 다시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필수의료와 의료격차 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으로 제기된 공공의대 확대에 대해선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최근 들어 응급진료 등 필수의료를 받지 못해 환자들이 길거리에서 죽어가는 이른바 ‘뺑뺑이 사망’ 보도를 자주 접한다. 정부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는 한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무작정 정원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필수의료 분야의 정원을 늘리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우수한 인재들이 의대를 졸업한 후 수익이 높은 의료분야만을 선택하는 반면, 응급의학·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수익성이 낮은 필수의료와 공공의료는 외면해 인력수급의 미스매칭이 심화될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 시민단체가 우리나라 의료실태에 대한 문제점을 발표한 바 있다. 서울을 제외하고 모든 지역에서 의료격차가 발생하였음은 물론 필수의료 부족, 공공의료 기능 저하, 지방 의료체계 붕괴 등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공공의대 설치를 요구했다. 공공의대는 필수의료 분야에 종사하고, 지방의료원 같은 공공의료기관과 농어촌·섬 지역 등 의료 소외지역에 근무하거나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치료를 담당하는 공공성 있는 의료인력을 양성하는 대학을 일컫는다. 이런 공공의료 인력을 포함해 1000명의 의대 정원을 증원한다면 현재 각 지역에서 요구하는 공공의대를 모두 수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공공의료의 부실로 길거리에서 쓰러져 가는 국민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대화와 협상의 대상은 의사 집단이나 기존 의과대학이 아니라 전 국민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공공의료 문제를 공론화해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는 건강한 삶을 책임지는 보편적 의료가 있어야 한다. 누구나 어느 곳에 살든지 건강권은 최우선의 기본권이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려 의료환경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시도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국민과 지역사회가 공감할 수 있고,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의대 정원의 충분한 증원과 함께 필수의료,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 감염병 예방과 치료를 담당할 수 있는 공공의대의 설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종호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입력: 2023. 06. 20 03:00 수정: 2023. 06. 20 03:04
https://www.khan.co.kr/opinion/contribution/article/202306200300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