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시작 차분한 명상 여행
한 해가 저물고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계획한다.
새해 첫 여행, 명상을 위한 특별한 여행지는 어떨까.
글 문유선 여행작가
용산전망대에서 바라본 순천만의 겨울 풍경.
사진제공 순천시청
명상의 효과는 수많은 연구를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뇌파의 일종인 세타파가 우세한 상황이 되면 통찰력이 발현돼 난제가 풀리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이 상태는 고통, 피로감, 실패에 대한 공포감 등이 사라져 신체적능력이 극도로 발현된다.
명상방법은 크게 지(止)와 관(觀)으로 나눌 수 있다.
‘지’는 특정한 하나의 대상에 의식을 집중하는 훈련이다.
만트라(mantra, 眞言)를 계속 외우면서 집중하거나 특정한 화두에 의식을 모으는 명상을 말한다.
‘관’은 지금 이 순간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실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판단하지 않고 고요히 살펴보는 명상이다.
즉, 시야를 넓게 포착하기 위해 카메라의 렌즈를 최대한 여는 것과 같은데, 관광(觀光)의 관과 한자가 같다. 이는 비슷한 행위라는 뜻이다.
결국 여행과 명상은 같은 결이다. 둘 다 복잡하게 꼬여 있는 일상에서 탈출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위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선현들은 깨달음을 위해 특별한 장소를 고르고 골랐다.
폭포, 화산처럼 자연의 에너지가 집중되어 있는 곳, 높은 산꼭대기나 깊은 숲, 까마득한 절벽같이 장엄한 경관이 펼쳐지는 곳 등이 대표적이다.
자연이 만든 곳도 좋지만 명상의 삼매에 빠져들기 위한 특별한 목적으로 인간이 만든 공간도 가볼 만하다.
새해 첫 여행, 명상을 위한 특별한 여행지를 모아봤다.
경남 합천 대암산과 황매산
‘우주의 에너지’가 충돌한 예사롭지 않은 여행지가 경남 합천에 있다.
5만 년 전 운석이 떨어진 초계분지는 동서로 약 8㎞, 남북으로 약 5㎞ 규모의 ‘운석충돌구’다.
이곳에 직경 최소 200m에 달하는 운석이 떨어졌고 그 여파로 땅이 움푹 파여 분지가 됐다.
초계분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은 대암산(591m) 정상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 차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다.
구불구불 임도를 따라가다 보니 서서히 고도가 높아지고 나무 사이로 분지 모습이 보인다.
정상 근처에는 주차장도 잘 마련하고 있다. 이곳에 차를 대고 이정표를 따라 가로지르는 길로 갈 수 있는데 아직 길을 정비하지 않아 넓은 임도를 따라 걷는 것이 좋다.
산 정상에서 보니 완벽한 타원형 분지 지형이 더 확실하게 느껴졌다.
최고봉 천황산(687m), 미타산(662m), 봉산(564m), 태백산(578m) 그리고 초계면쪽 야트막한 단봉산(201m)까지 분지를 원형으로 둘러싼 산줄기는 황매산과 멀리 지리산까지 시원하게 보였다.
소백산맥에 속하는 황매산은 높이 1,113m에 달한다. 합천 군립공원으로 지정하고 있다.
정상 부근 철쭉군락지와 억새 평원 근처까지 차도가 나 있어 편안히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철쭉과 억새사이 관광안내소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잘 닦인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반달 모양으로 길쭉하게 굽어져있는 철쭉과 억새사이 관광안내소는 2019년 건축가 임영환이 설계한 건물로 2021년 한국건축가협회 건축상,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대상(대통령상)을 수상했다.
합천 대암산의 석양
합천 황매산 일출
전남 순천만 용산 전망대
순천만은 가보지 않은 사람이 드문 우리나라 대표 관광지다.
하지만, 그 달력에 나오는 황금빛 노을을 직접 마주해본 사람은 의외로 드물다.
S자로 휘어진 갯벌 물길이 붉게 물드는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온갖 번뇌와 상념이 저 멀리로 사라져 버린다.
노을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은 12월~1월이 손꼽히는데, 이 계절에는 장관을 이루는 넓은 갈대밭과 함께 흑두루미, 매, 검은 머리갈매기 등 230여종이 넘는 철새들이 찾아와 운치를 더한다.
매표소에서 순천만 낙조 관람 포인트인 용산전망대까지는 30분 이상 걸린다.
평지에는 나무 데크가 깔려 있지만 전망대 가는 길은 산길이다. 살짝 ‘등산’ 느낌을 주는 가파른 구간도 중간에 나오기 때문에 트레킹화, 물을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일몰시간을 사전에 체크하고 해가 지고 나서 내려오는 길에 사용할 손전등을 꼭 챙겨 가자.
순천만의 석양.
사진제공 한국관광공사
순천만의 일몰.
사진제공 한국관광공사
제주 애월 납읍 난대림
천연기념물 제375호 납읍 난대림지대는 제주에서 가장 영적 기운이 강한 곳 중 하나다.
숲길 안쪽에는 마을 제사를 올리는 ‘포제단’이 중심을 잡고 있다.
제주에서 알아주는 유림촌인 납읍리에선 유교의 영향으로 포제를 중요시한다.
수백 년 묵은 소나무와 후박나무가 깊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포제단에는 포신(인물·재해를 다스리는 신)과 토신(마을 수호신), 서신(홍역· 마마 신) 신위를 모신 세 개의 돌제단이 있다.
여기서 해마다 음력 정월 초정일(初丁日)에 제를 올린다.
납읍 난대림은 자연발생적인 제주 다른 지역의 곶자왈(덩굴과 나무들이 우거져 있는 숲을 뜻하는 제주어)과는 태생이 다른 인공 조림된 숲이다.
납읍 마을 남쪽 한림 방향에 있는 금오름의 기운이 화재를 일으킨다 해서 이곳에 나무를 심어 이를 피하고자 했다.
자동차 네비게이션에 입력할 주소는 ‘금산공원’ 혹은 ‘납읍초등학교’다.
초등학교 앞에 주차를 하고 산 쪽을 바라보면 반듯하게 나무 데크를 깔아놓은 산책로 입구가 있다.
계단을 올라가면 길은 세 갈래로 나뉜다.
가운데 있는 길은 데크가 깔리지 않은 옛 길이고 왼쪽과 오른쪽은 한 바퀴를 돌아 나오는 순환식 산책로다.
산책로 주변으로는 덩굴들이 감겨 있는 종가시나무(참나무과)들이 쭉쭉 뻗어 있고 구불구불한 나이 많은 팽나무가 신령스러운 기운을 풍긴다.
여기에 푸조나무(느릅나무과), 후박나무, 곰솔 등도 빼곡하게 하늘을 가린 채 우거져 있어 동남아 정글을 연상케 한다.
전체 면적은 약 2만여평. 자라고 있는 식물의 종류는 약 150여종이다.
데크가 깔린 산책로를 한 바퀴 둘러보는 데는 30분도 걸리지 않는다.
너무 짧은 코스라 아쉬운 마음에 샛길을 찾아본다.
무너진 담장 옆으로 작은 오솔길이 있지만 인근 경작지 부근에서 길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
제주 납읍 금상공원 입구. 사진제공 제주관광공사
난대림이 무성한 제주 금산공원. 사진제공 제주관광공사
강원도 원주 뮤지엄 산
오롯이 명상만을 위해 건축한 유일한 건물이 원주 뮤지엄 산에 있다.
이 건물을 설계한 안도 다다오는 ‘나를 발견하는 여행’에 최적화된 형태로 돔 형태의 천장에 길고 좁은 채광창을 냈다.
이곳의 상설 프로그램은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명상, 호흡과 간단한 동작을 통해 몸을 이완하는 쉼 명상, 싱잉볼 침묵 명상,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듣는 보이스 힐링 명상 등의 프로그램 주제는 계절마다 조금씩 바뀐다.
12월 현재는 음악테라피 명상, 쉼명상을 진행하며 14세 이상만 입장이 가능하다.
하루 1회 프로그램은 8세 이상 입장이 허용된다. 회당 참여인원은 25명이다.
특별전시로 마련된 빛의 예술가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필수.
하늘과 빛을 관조하는 가운데 명상과 사색의 시간을 누려보는 곳이다.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 스카이스페이스가 압권이다.
원주 뮤지엄 산의 명상관 내부
자연과 조화를 이룬 뮤지엄 산은 건축가 승효상 등이 조성에 참여했다.
경북 군위 사유원
경북 군위 사유원(思惟園)은 오랜 풍상을 이겨낸 나무와 마음을 빚은 석상, 아름다운 건축물이 함께하는 고요한 사색의 공간이다.
면적은 무려 10만 평에 달한다. 이곳은 단순한 수목원 관람에서 한발 더 나아가 원내를 거닐며 자아를 돌아보고 깊이 생각하게 한다.
건축가 승효상, 알바로 시자, 최욱과 더불어 조경가 정영선과 서예가 웨이량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사유원 조성에 참여하였으며 대표공간으로는 소요헌과 명정, 풍설기천년 등이 있다. 사유원은 대구의 한 철강회사 회장이 15년 동안 만들었다.
일본으로 밀반출되는 300년 수령의 모과나무를 사들인 것을 계기로 전국의 노거수를 집요하게 모으고 가꿨다.
야외무대에서 열리는 클래식 공연은 자연과 예술을 접목한 정원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철저한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는 사유원의 입장료는 단순 관람만 5만원에 달하지만 예약자가 줄을 선다.
런치가 포함된 가격은 평일 11만 원, 디너 포함은 20만 원이고 주말에는 가격이 올라간다.
미취학 아동은 입장 불가. 사유원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이 가능하다.
경북 군위의 사유원 내 삼낙원
산속에 조성된 사유원
출처: 월간주택플러스2023.01
첫댓글
여행~
가슴 설레는 단어죠.
많이 많이 다녀보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