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촉촉히] 나는 봄을 빗는 바람입니다

[부드마]

▒ 삶의 에세이 ▒



☞080325북한산- 암벽 소나무 삶을 보면 삶의 에너지가 솟구칩니다

  
나는 봄을 빗는 바람입니다





금요일 병원에서 퇴원했습니다.
아직도 목이 뻐근하지만 일상생활에는 지장 없기에..

토요일 새벽
어디로 갈지 모르는 길을 나섰습니다.

카메라 챙겼지만, 
한 장의 사진도 찍지 않으리라..
그냥 편안히 목적지 없이 마음가는 곳으로 가리라 다짐하고..

천안까지 고속도로 달리고
천안에서 국도로 접어들어 전주에 도착했지요.

어둠이 걷히고 동이 틉니다.
여름이면 연꽃 축제로 유명한 덕진공원에 들렸습니다.
이른 새벽이라 그런지 한 사람도 없습니다.
연잎..연줄기 들이 꺽이고 말라 꺼멓게 나뒹급니다.
그 향기..그 자태,,고고함 ..어디로 가고
검게 변한 모습이  또다른 느낌으로 나를 감동시킵니다.

또 길을 떠납니다.

국도따라 도착한 곳..남원입니다.
이도령 고개도 있고, 춘향 터널도 있습니다.
이도령(몽룡)과 성춘향의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
광한루의 정갈스럼음이 매력으로 닥아 옵니다.

멀리..
지리산의 웅장한 모습이 큰 곰처럼 보입니다.
천왕봉 주변은 흰구름에 덮여 있어 신묘함을 연출하고.
역시 지리산은 민족 정기를 가득 품은
명산(名山)이요, 영산(靈山)입니다.  

또 다시 길을 떠납니다.

빛고을(광주)에 다다릅니다.
5.18 국립묘지를 참배하고...잠깐 증심사에 들려
조용히 선정(禪定)에 듭니다.
가슴이 탁 트입니다. 눈물이 흐릅니다.
이 느낌..언어도단, 필설형언불가 입니다.
무등산 정기가  내 몸으로 들어 옵니다.."쏴악~"
작년 겨울 나홀로 무등산 종주 했을때의 기억이 새롭습니다.

순천 지나고,,구례 지나고..섬진강에 다다릅니다.
섬진강은 아직 정비를 하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오밀조밀 정겹게 닥아 옵니다.
철새들 떼지어 날고, 여기 저기 빛바랜 갈대밭의 자연생태가
한없이 평화로워 보이는데... 
겨울가뭄의 여파로 수량(水量)이 적어 밑바닥 보이는 
강의 모습이 쇠잔한 노인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섬진강에 왔으니 
그 유명한 '재첩국' 한 그릇에 온갖 시름을 녹입니다.

또 길을 떠나 광양만에 도착했지요.

경제가 어렵다 해서 걱정했는데 
광양만에 즐비한 제철관련 공장 굴뚝에서는
하얀 연기가 힘차게 뿜어져 나옵니다.
사복(社服:회사근무복)입은 역군들 자전거로 도보로
통근버스로 승용차로...근무 교대시간인가 봅니다.

광양만 푸른 바다가 일렁입니다.
갈매기떼가 하늘 날며 나그네를 영접합니다.
답답한 마음..병실에서 울적한 마음을 다 날려 버립니다.
양 팔 힘차게 벌려 봄기운 실은 바닷바람을 
가득 품어 봅니다.

광양시내로 들어 섭니다.
어쩜..도시가 참으로 청결합니다.
오가는 사람들 얼굴에도 정갈함이 보입니다.
조금 얇아진 옷차림에서 봄을 찾아 봅니다. 

어딘지 모르지만
시골 길로 들어 섰지요.
세상에!!!
밭이라 생긴 곳.. 산비탈..손바닥만한 땅이라도
어김없이 매화나무가 들어서 있습니다.
가지치기 끝낸 매화나무들이 콩알만큼 커진 꽃망울 가득 달고
개화 준비에 부산합니다.
아마..3월 초순이면 만개할 듯..

하동으로 이동합니다.
허름한 여관에서 여장을 풉니다. 피로가 엄습합니다.
소등을 하니 칠흑같이 어둡습니다.
밖으로 나와 하늘을 올려봅니다. 
촘촘한 별들이 이야기 꽃을 피웁니다.
숨 죽이고 그들의 얘기를 경청합니다.
참으로 행복한 밤입니다.

새벽 길 달려
달구벌(대구)에 도착...
팔공산 돌계단을 오릅니다..하나..둘..셋..
아직은 미명이라 갓바위 길 돌계단 밝히는 가로등도
깜빡이며 졸고 있네요.

등줄기에..이마에..눈가에 땀이 맺힙니다.
입에서는 하얀 입김이 솔솔 뿜어 나옵니다.

드디어 도착한 팔공산 갓바위
신라시대 때 재상 김대성이 부모님을 위해서 조성했다는
갓바위부처님(정식명: 관봉 석조여래좌상)이 
우치(愚痴)한 중생을 빙그레 맞이합니다.
향(香) 사르어 공양 올리고, 삼 배를 올립니다.
부처님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큰 손 뻗어 내 머리를 어루만져 줍니다.

날씨가 흐려서
해맞이 할 수 없음이 조금 섭섭하지만
탁 트인 시계(視界)에 만족하면서, 상의의 쟈크를 내립니다.
양 팔 벌려 걸림없이 불어 오는 바람을 한아름 품어 봅니다.
상큼함..상쾌함..쳥량감..바로 행복입니다.

천안 인터첸지를 나옵니다.
왜냐구요? 내가 잘 가는 단골집이 있어서...
천안IC 근처에 '한그릇 뚝딱' 이라는 잔치국수집이 있습니다.
이 집에서는
비빔국수와 잔치국수 두 가지만 취급하는 국수 전문점인데
식당도 깨끗하고 젊은 주인 내외의 얼굴도 포근해서
기회 닿을때마다 찾는 단골집입니다.

국도를 이용하여
평택..오산..수원을 거쳐 집에 도착합니다.

1박 2일~
참으로 많은 것을 느낀 여행.
며칠간 입원했던 정지감에서 해방된 여행.
남쪽 지방에 살짝 찾아온 봄 선발대를 한웅큼 훔친 여행.
여행은 사람을 성숙하게 합니다.
여행은 사람을 일깨우게 합니다.
여행은 살아 있음의 확인입니다.
여행은 인생길의 에너지 입니다.  
  
이제 일상입니다.

일 터가 있음이 행복이요,
나를 반겨주는 인연들이 더 없는 축복입니다.
 

090225 월천이귀인

♬저구름흘러가는곳 / 해방둥이 연주곡

[천년만년]

글을읽고 있노라니 저도 동행한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여행을 좋아하시나봅니다 ^^ 여행이 끝난후 일상은 한층 평안하시리라 생각됩니다 오늘도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아~~~~그리고 해방둥이님께서 연주를 하시였다구요 ? 와 ....너무 좋네요 ^^

[뿌끼사랑]

ㅎ저도 같이 여행을 한 기분입니다..상세히..적어 주셨네예...감사합니다~~그래도 항상 건강 단디 챙기시면서 여행 하시길 바랍니다~~~그리고 멋진 음악 잘듣습니다~~~행복하십시요~~^^*

[心庭]

퇴원하신 후 다시 우리 국토의 지기를 받아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오심에 박수를 보냅니다.

[아름답고맑은]

병원에 입원하셨었군요...퇴원하신 후 훌훌 털고 일어나 목적없는 여행에서 많은 에너지를 충전하고 오신것 같아 보기 좋으네요...ㅎ 이곳까지 부드마님의 행복 에너지가 전해져 오네요...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