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는 강원도뿐 아니라 한국 전체를 통틀어서도 보기 드문 곳이 하나 있다.
테라로사라는 이름의 커피 공장이다.
그러나 공장이란 말 말고 뭔가 다른 용어는 없을까 고민될 만큼 이곳은 공장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외양부터가 저기 알프스 산록의 통나무 별장처럼 멋지다.
내부는 커피를 볶는 기계인 대형 로스터가 기계 아닌 장식물로 여겨질 정도로 분위기가 카페적이다.
이런 여러 매력 때문에 강릉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테라로사(terarosa)’란 포르투갈어로 커피가 잘 자라는 보랏빛 땅이란 뜻이라고 한다.
테라로사라는 이름의 상표로 커피를 내고도 있다.
서울의 앰배서더호텔, 코리아나호텔 등에서 그의 커피를 쓴다고 한다.
기존의 국산 커피보다 몇 배 더 비싼데도 굳이 테라로사 것을 사간다.
김용덕 사장은 커피에 몰두한 지 고작 3년이다.
놀랍게도 그 기간동안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는 커피를 낸 것이다.
국내에 커피 전문가가 여러 명 있지만, 이렇듯 대량으로 상품화에도 성공한 사람은
김용덕씨가 거의 유일하다.
워낙이 마니아적 기질이 강한 사람이기에 그가 몰두한 5년은 그저 5년이 아니다.
요사이는 바빠서 잘 못 가지만,
그는 한때 등산에 빠졌을 때 대청봉을 매주말 연이어 열 번을 오른 적이 있다.
통틀어서는 대청봉 오른 횟수가 180번쯤 된다고 한다.
조흥은행 근무할 때는 배낭 메고 출근하기 일쑤였고,
추석 연휴 때는 택시를 대절 내서 성묘 다녀오고 곧바로 산으로 가기도 했다.
그런 식으로 그는 건축에도 음악에도 빠졌고, 이제는 커피에 빠진 것이다.
수많은 커피 서적을 구해 읽고 세계 각지의 커피 산지와 유명 커피샵을 둘러보았다.
일본의 명문 샵에서 종업원으로도 일했다.
그 끝에 비로소 테라로사를 차린 것이다.
진짜
에스프레소 커피 맛도 보고
강릉 경포 앞바다 구경도 할 겸해서 한 번 들러볼 일이다.
테라로사 주변은
온통 산수유나무 천지인데, 3월이면 꽃이 만발해 별천지를 이룬다.
“여기 커피 맛 보고나면 앞으로 괴로울 것”
김용덕씨는 우선 커피 굽기 구경부터 시켜주었다.
섭씨 200도로 올렸다가 100도까지 내리기도 하며
순간마다 기압도 체크하는 등 온 신경을 집중하기 20여 분-.
어느 순간 그는 레버를 내렸고 흑갈색의 커피가 구수한 커피향을 내며 와르르 통속으로 쏟아져 내린다.
등산동호인들과 가장 친숙한 기호품을 꼽으라면 아마도 술과 커피가 첫째 자리를 다툴 것이다.
그러나 술에 비해 커피 문화는 너무도 단조롭다.
술은 소주, 양주, 막걸리에 요즈음은 포도주까지 갖가지로 바꾸어가며 음미하면서도
커피는 대개 ‘봉지 커피’ 단 한 가지로 그만이다.
술에 비할 때 다양함이나 질에서 커피는 거의 유치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커피를 하루 한두 잔으로만 줄이거나 애써 멀리하는 사람들의 이유를 물어보면
거의가 속이 쓰리거나 아니면 밤에 잠이 오지 않아서라고 대답한다.
테라로사의 김용덕 사장은
“그건 싸구려 산패(산화하고 부패)한 커피를 마시고 있기 때문”
이라고 잘라 말한다.
“커피도 분명 음식물의 한 가지입니다.
오래 두면 상하는-.
그런데 원두 생산 때부터 농약 치고
수입 과정에서 또한 방부제를 뿌린 싸구려 커피를 대개 마시고 있죠.
한국인의 90% 이상이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대개는 베트남산 로부스타(robusta) 커피를 수입해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개 로부스타 커피는
평지에서 농약을 다량 써서 재배하는 데다
고지대 것보다 카페인이 많게는 4배쯤 되죠.
게다가 우리나라 커피는 유효기간이 무려 2년입니다.
일본은 단 한 달이구요.
요새 서울서 유행하는 스타벅스 커피도 3~4개월이죠.
우리나라 커피, 마시면 속이 쓰릴 수밖에요.”
그러면서 그 자신은 좋은 커피를 제대로 내서 마시는 덕분인지,
하루에 커피를 30잔쯤 마시지만 속이 쓰린 적도, 잠이 오지 않은 적도 없다고 한다.
커피는 볶은 이후 5~10일 숙성시켜야 하며,
그 후 10일에서 보름 사이일 때 맛이 절정이라고 한다.
고산지대에서 나는 고급 커피일수록 카페인이 적지만,
그러나 커피 맛에서 카페인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카페인은 담석증 같은 데엔 오히려 좋다고 한다.
녹차에 카페인이 더 많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나라엔 10여 개소에 불과하지만,
일본엔 마니아급의 로스팅샵(직접 커피를 구워서 내는 집)이 무려 2,500개나 된다고 한다.
각 샵마다 경이로울 정도로
커피 굽기와 맛 내기에 뛰어난, 20~30년 경력의 바리스타(barista),
즉 커피 다루는 전문가가 주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국가 지정 기념일로 커피의 날(10월1일)이 있을 정도로
일본은 커피 문화가 발달해 있다고도 그는 전한다.
“이곳 테라로사 커피에 맛을 들인 뒤엔
이런 류의 커피 맛을 쉽게 볼 수 없다는 것이 고통이 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내가 잘 났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커피 수준이 아직은 그만큼 낮다는 뜻이라고 그는 부언한다.
커피는 숙명적으로 대량 생산한 것은
마니아가 정성들여 구워낸 것의 맛을 당해낼 수 없다며
그는
서울 청담동의 커피미학,
안암동의 보헤미안,
종로구 부암동의 클럽에스프레소,
사당동의 엘빈,
경주의 슈만과 클라라,
울산의 빈스톡,
포항의 아라비카,
대구의 커피명가 등을 추천할 만한 커피 전문점으로 소개한다.
100g 들이 한 봉에 20잔 정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대개 커피는 원두 10g(약 60알)에 한두 잔 빼서 마신다고 한다.
악성 베토벤은
항상 원두 60알을 깨지지 않은 것으로 골라 커피를 내어 마셨다고 한다.
베토벤도 커피쪽에서 말하자면 까다롭고도 뛰어난 바리스타였던 셈이다.
맛은 손으로 내린 것이 최고,
반자동기계로 내린 것이 그 다음이요,
전자동기계로 낸 일반적인 호텔 커피가 최하라고 그는 말한다.
물론 그보다는 커피 자체의 질이 가장 중요하다.
테라로사 김용덕대표는
지난번 소개해 드렸던 보헤미안 박이추선생님의 제자라고 하시네요.
보헤미안과 테라로사 모두 강릉에 있다고하니
바다를 보며 커피여행을 하기에 좋지 않을까요??
테라로사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