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긴급한 협의 끝에 마지막날 일정을 앞당겨 세째날 오후에 답사하기로 한 후, 우리는 산케이엔을 돌아보고 바로, 하마리큐 은사공원으로 출발했습니다... 도쿄에는 불과 백년전까지만 해도, 조수의 차이를 그대로 연못과 수로로 연결시킨 바닷물의 유입을 통해 경관의 변화를 주는 방식을 적용한 정원이 다수 있고, 이 곳도 대표적인 시오이리 방식의 정원입니다...
정원에 가까이 가면서 남은 시간을 보니, 큐 시바리큐까지 둘러볼 시간은 도저히 남지 않네요==;; 5시면 쫓겨나는 개방시간을 감안하면, 아무래도 하마리큐까지 답사할 수 있을 듯합니다@@
도쿠가와 츠나요시(徳川綱吉)의 정원이었던 이 정원은, 그야말로 쇼군가 직할 정원으로, 하마고덴(浜御殿)이라 불렸습니다. 현재의 정비된 모습으로는 어느정도까지 당시의 경관이 재현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쩐지 품격이 있어보이는 규모와 운치가 느껴진다고 하면, 서사에 설득당한 탓일까요 ?? ^^;;
여기서도 일단 만날 약속이 필요했습니다. 동선상 적당히 분배될 듯한 장소로 마츠노오차야(松の御茶屋)에서 일단 한번 모이기로 하고, 다시 한번 자유로운 소요를 결행했습니다^^;; 꽤나 넓은 경내를 다 돌아보는 건 아무리 한시간 가까지 할애된 답사시간에도 도저히 꼼꼼한 답사는 사실상 불가능했기에, 가운데 다이센스이(大泉水) 연못을 중심으로 한바퀴 도는 것을 목표삼아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나저나 수경 위주인 하마리큐의 경관이 탁월합니다!!! 나카시마바시(中島橋)에 이르도록, 몇 번이고 멈추고, 은근히 마천루와 잘 어울리는 연못과 다실, 그리고 다리들의 조화를 감상했습니다... 현대적인 차경이 이런 식이면, 꽤 조경의 의도가 작용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네요^^
이쯤 오고 보니, 약속시간이 벌써 다가옵니다@@ 시간계산을 잘못했네요ㅠㅠ 원래는 시오도메몬(汐留水門)정도까지는 더 연못가를 걷고 다리를 건너 마츠노오차야로 가는 동선까지 욕심냈었는데, 알고보니, 택도 없는 동선이었던 듯싶습니다@@
맘만 급해져 바로 나카시마를 거쳐 약속장소로 향합니다...
그런데, 막상 들른 마츠노오차야는 문을 닫았습니다ㅠㅠ 말차를 마시는 계획이 없기는 했지만, 만날 장소로는 어정쩡해졌는데, 마침 근처에 모여계신 몇 분은 오친야마(御亭山)로 올라가 전망을 맘에 담고 계셨네요^^ 그렇게 마츠노오차야 대신 언덕에서 단체사진을 담고, 다시 남은 시간을 추억담기에 열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1922년 광화문 해체를 반대했던 일본인 지식인의 글이 있었습니다. '사라지려는 한 조선건축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사상집 '개조(改造)'에 실렸고, 제나라 지식인의 일갈에도 잠깐 멈칫하다가 다시 헐어 옮겨 짓는 총독부의 움직임에 다시, 1926년 동아일보에 또, '헐려 짓는 광화문'이라는 제목으로 설의식(薛義植)선생이 글을 실었습니다.
바로 그 시기, 하마리큐도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바에 차라리 철도시설 혹은 어시장으로 재개발 위기에 처했었다고 합니다... 당시 제 영토이든, 병탄한 영토이든, 한결같이 얕은 식견으로 역사를 가벼이 무시하던 그 움직임에 화들짝 놀란 문화계의 엄청난 비난에 궁내성에서는 하마리큐의 민간불하 계획이 없다고 입장을 선회했습니다...
시간이 더는 돌아볼 여유가 없습니다. 일단 5시에는 쫓겨나기도 하고, 주요 경관을 일순할 수 있었던 것에 위안삼으며, 우리는 300년 노송으로 바삐 걸어갔습니다.
근데, 나카노고몬 바시(中の御門橋) 근처 매표소 앞에 두 분이 서계시고, 그리로 가이드님도 몇분과 함께 걸어가고 계신 모습에 당황했네요@@ 우리가 되돌아가야 할 문도 아니고, 연락도 여의치 않은 타지에서 자칫하면 다시 정원을 헤매고 찾아다녀야 할 수 있었던 위험한 상황이었네요ㅠㅠ 다행히 바로 합류하셔서 무사히 복귀할 수 있었네요^^;;
이제, 다른 정원을 들르지는 못하는, 하지만 식당 예약시간까지는 한시간여가 남은, 어정쩡한 개와 늑대의 시간이네요^^;;; 기사님의 제안으로 원래 답사일정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지만, 핫포엔이나 국제문화회관 정원을 일찌감치 포기했던 상황에서, 오다이바 해변공원은 꽤 유니크한 랜드마크 방문이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결혼식장으로 번잡했을 핫포엔도 아니고, 회원아니면 출입인 안된다는 국제문화회관도 아닌, 도쿄 드라마 로케이션의 성지, 레인보우브릿지가 바다 너머 보이는 오다이바를 향해 출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