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빛과 소금>, 10월호에 실릴 글입니다
내면세계로 가는 길
몰리노스의 「영성 깊은 그리스도인」(요단)을 읽고
1.
전대미문의 상황이다. 역사책이나 카뮈의 「페스트」, 혹은 교양 다큐멘터리에서나 본 듯한 전염병이 창궐하는 세상이다. 일상은 뒤죽박죽이고, 온 세상은 혼돈하다. 내면은 공허하기 이를 데 없다. 마치 창조 이전의 세상을 보는 듯하다.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하는 그야말로 암흑천지다.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끊어졌다. 어찌할꼬.
수천 년의 교회사적 지혜가 필요한 때다. 내가 떠 올린 영성 고전은 하나 같이 외부가 아니라 내면을 가리켰다. 길은 내 안에 있다. 다른 곳에는 길이 없다. 길인 듯 보여도 그 끝은 천길만길 낭떠러지다. 그러니 엉뚱한 곳을 헤매지 말고, 너 자신에게로 돌아오라. 너 자신이 단단히 서 있지 않는 한, 외부의 길은 네 길이 아니다. 내 안에 길을 만들고 열어라. 그 길을 걸어라.
그 지혜는 또한 말하기를 그 길은 곧 주의 길이어야 한다. 길의 시작도 끝도, 과정도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사도의 고백처럼, 십자가 외에 다른 것을 알지 못하고, 알 맘도 없고, 거부한다(고전 2:2). 안들 무엇 하리. 터가 무너지고 있는데. 주님이 계시지 않는데. 십자가의 주님이 계신 곳은 내 안에 있고, 저 황량하기 그지없는 광야 곧 사막에 있고, 세상 한 복판에 계신다.
첫댓글 우와~ 좋다~ 글이 고팠는데 덕분에 풍성합니다. 사부님도 보이고, ‘튜닝’과 ‘넷플릭스’에서 글밥 식구도 보이고... 길도 보이고... ㅎㅎ
잘 읽어주어서 고마워요
그리고 어디서 본 듯한 문장과 단어가 있지요? ㅎㅎㅎ
제가 원래 따라쟁이예요. 그걸 수십년 했더니 이제는 내 것이 되었어요 ㅎㅎ
그 본성을 못 버리고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