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장초토는 유도독·동추밀·종참모·경참모 등을 모두 목주로 모아 병력을 합쳐 주둔하고 있었다. 송강이 큰 공을 세우고 방랍을 사로잡아 목주로 압송해 오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모든 관원들이 와서 장초토에게 경하하였다.
송강과 여러 장수들이 와서 절을 하자, 장초토가 말했다.
“장군께서 변방에 와서 많은 고생을 하시고 또 많은 형제들을 잃었음을 들었습니다. 이제 큰 공을 세우셨으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송강이 재배하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당초 소장 등 108명이 요나라를 격파하고 경성에 돌아왔을 때에는 한 사람도 잃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방랍을 토벌하러 올 때에는, 생각지도 않게 공손승이 먼저 떠나고 또 경성에 몇 사람을 남겨두고 오게 되었습니다. 양주를 수복하고 대강을 건널 때에 이미 열에 일곱을 잃을 줄 어찌 알았겠습니까? 오늘 송강이 비록 살아있지만, 무슨 면목으로 다시 산동의 어른들과 고향의 친척들을 볼 수 있겠습니까?”
장초토가 말했다.
“선봉께서는 그런 말씀 마십시오. 예로부터 이르기를, ‘빈부귀천은 전생에 정해진 것이고, 수명의 길고 짧음은 태어날 때 정해진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또 속담에 ‘복 있는 사람이 복 없는 사람을 먼저 보낸다.’는 말도 있습니다. 장수들을 잃은 것이 어찌 수치가 되겠습니까!
오늘 공을 세우고 이름을 떨쳤으니, 조정에서 알고 필시 중용할 것입니다. 높은 관작을 받고 가문을 빛내며 금의환향(錦衣還鄕)하면, 누가 칭찬하고 부러워하지 않겠습니까? 작은 일에 너무 괘념치 마시고, 군대를 수습하여 회군할 준비를 하십시오.”
송강은 장초토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돌아와, 장수들에게 회군할 준비를 하라고 명을 내렸다. 장초토는 군령을 내려, 방랍은 동경으로 압송하고 나머지 역적의 무리들은 모두 목주 저자거리에서 참수하라고 하였다.
아직 수복하지 못한 구현과 무현 등에서는 역적의 관원들이 방랍이 이미 사로잡힌 것을 알고, 절반은 도망치고 절반은 자수하였다. 장초토는 자수한 자들은 모두 양민으로 돌아가게 하고, 방을 내붙여 각처의 백성들을 안무하였다. 나머지 역적을 따랐던 자들 중에 사람을 해치지 않은 자들로서 자수한 자들은 역시 양민으로 돌아가게 하였다. 수복한 고을에는 관군을 보내 경계를 지키고 백성을 보호하게 하였다.
장초토와 여러 관원들은 목주에서 태평연을 열어 경하하고, 삼군의 장병들에게 상을 내렸다. 그리고 송선봉과 장수들에게 명을 내려 군대를 수습하여 경성으로 회군하게 하였다. 군령이 전해지자, 모든 장병들은 행장을 준비하여 차례로 출발하였다.
한편, 선봉사 송강은 잃은 장수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않게 항주에서 양림과 목춘이 돌아와서 보고하였다. 장횡·목홍·공명·주귀·양림·백승이 병을 앓고 있다가 양림만 살아났고, 주부와 목춘이 간병하고 있었는데 주부도 병에 걸려 죽었다는 것이었다.
송강은 여러 장수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오늘의 태평함이 있음을 상기하고 전사한 장수들의 명복을 빌기로 하였다. 목주에 있는 도관에 긴 깃발을 휘날리며 제사를 지내 죽은 장수들의 명복을 빌었다.
다음 날, 소와 말을 잡아 희생을 준비하고서 송강은 오용을 비롯한 여러 장수들과 오룡신묘에 가서 비단을 태우며 오룡대왕에게 제사를 바치며 보우해 준 은혜에 감사를 드렸다. 영채로 돌아온 송강은 전사한 장수들의 시신을 할 수 있는 한 수습하여 모두 안장하였다.
송강은 노준의와 함께 군마를 수습하여 장초토를 따라 항주로 가서 성지를 기다리기로 하였다. 여러 장수들의 공로를 적은 책을 만들고 표장을 써서 어전에 올려 천자께 아뢰었다. 삼군을 정비하여 차례로 출발하였는데, 송강이 돌아보니 남은 장수는 36명뿐이었다.
호보의 송강, 옥기린 노준의, 지다성 오용, 대도 관승, 표자두 임충, 쌍편 호연작, 소이광 화영, 소선풍 시진, 박천조 이응, 미염공 주동, 화화상 노지심, 행자 무송, 신행태보 대종, 흑선풍 이규, 혼강룡 이준, 활염라 완소칠, 병관색 양웅, 낭자 연청, 신기군사 주무, 진삼산 황신, 병울지 손립, 철면공목 배선, 금표자 양림, 굉천뢰 능진, 신산자 장경, 혼세마왕 번서, 출동교 동위, 번강신 동맹, 철선자 송청, 소차란 목춘, 귀검아 두흥, 독각룡 추윤, 일지화 채경, 소울지 손신, 모대충 고대수, 고상조 시천이었다.
송강은 여러 장수들과 병마를 거느리고 목주를 떠나 항주를 향해 출발하였다. 군사를 거두는 징소리가 모든 산에 울리고 승전을 알리는 깃발이 10리에 걸쳐 붉게 휘날렸다. 항주에 당도하였는데. 장초토의 군마가 성중에 있었기 때문에 송선봉은 육화탑 부근에 병마를 주둔하고 장수들은 모두 육화사(六和寺)에 머물렀다. 송강과 노준의는 아침 저녁으로 성을 드나들며 장초토의 명을 받았다.
한편, 노지심은 무송과 함께 절 안의 조용한 곳에 머물고 있었는데, 성 밖의 강산이 수려하고 경치가 비상하여 심중으로 기뻐하였다. 그날 밤은 달이 밝고 바람이 맑았으며 하늘과 물빛이 모두 푸르렀다. 두 사람은 승방에서 잠이 들었는데, 밤중에 홀연 강에서 조수가 밀려드는 소리가 우레처럼 들렸다.
노지심은 관서 사람이라 절강의 조수에 대해서는 알 리 없었기 때문에, 전쟁터의 북소리로 듣고 적이 쳐들어온 줄 알았다. 자리에 벌떡 일어나 선장을 찾아 들고 큰소리를 지르면서 방에서 뛰어나왔다. 중들이 깜짝 놀라 모두 달려와 물었다.
“스님께서는 무슨 일로 이러십니까? 어디로 가려 하십니까?”
노지심이 말했다.
“전쟁터의 북소리가 들려 싸우러 나가려는 거요.”
중들이 모두 웃으며 말했다.
“스님께서 착각하신 겁니다. 저건 북소리가 아니라 전당강의 조신(潮信) 소리입니다.”
노지심이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물었다.
“스님들! 조신 소리라는 것이 무엇이오?”
중들이 창문을 열고 밀물이 밀려드는 것을 가리키며 노지심에게 말했다.
“이 조신은 하루에 두 번 오는데 결코 시각을 어기는 법이 없습니다. 오늘은 8월 15일이라 자정에 밀물이 들어오는 겁니다. 시각을 어기지 않으므로 조신(潮信)이라 이릅니다.”
노지심은 밀물을 바라보다가 심중으로 홀연 깨닫고는 손뼉을 치고 웃으며 말했다.
“나의 스승이신 지진장로께서 나에게 사구게를 준 적이 있소. ‘봉하이금(逢夏而擒)’은 내가 만송림에서 하후성을 사로잡은 것을 말하고, ‘우랍이집(遇臘而執)’은 내가 방랍을 사로잡은 것을 말하오. 오늘은 ‘청조이원 견신이적(聽潮而圓 見信而寂)’이란 구절에 상응하는 것 같소. 내가 생각하기에 조신(潮信)을 만났으니 마땅히 원적(圓寂)해야 할 것 같소. 그런데 하나 물어봅시다. 원적이란 게 무엇이오?”
중들이 대답했다.
“스님은 출가인이면서, 불문(佛門)에서는 원적이 죽음을 뜻하는 것임을 아직도 모르십니까?”
노지심은 웃으며 말했다.
“죽음을 원적이라 한단 말이지. 그러면 내가 이제 반드시 원적해야겠소. 번거롭겠지만 물 한 통만 데워 주시오. 목욕을 해야겠소.”
중들은 모두 노지심이 농담하는 줄 알았지만, 또 그의 무서운 성격을 알기 때문에 감히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중들이 물을 데워 오자, 노지심은 목욕을 하고 천자가 하사한 승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군졸을 불러 일렀다.
“송공명 선봉 형님께 가서 내가 뵙고자 한다고 전해라.”
또 중들에게 지필묵을 빌려 게송을 하나 썼다. 그리고 법당 가운데 의자를 놓고 그 위에 좌정하였다. 향로에 좋은 향을 피우고, 게송을 쓴 종이를 평상 위에 펼쳐 놓고, 왼쪽 다리를 오른쪽 다리 위에 올려 가부좌를 틀었다. 송공명이 여러 두령들을 데리고 급히 달려와 보니, 노지심은 이미 의자 위에 좌정하여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노지심이 남겨 놓은 게송은 이러하였다.
평생 좋은 업은 닦지 않고
다만 살인 방화만 좋아했더라.
홀연 쇠사슬이 풀리고
옥 자물쇠가 끊어지는구나.
쳇!
전당강에 조신이 오니
오늘에야 비로소 내가 나인 것을 알겠네.
송강과 노준의는 게송을 보고 탄식하여 마지않았다. 여러 두령들도 노지심이 원적한 것을 보고 향을 사르며 예배하였다. 성중에 있던 장초토와 동추밀을 비롯한 관원들도 와서 향을 사르며 예배하였다. 송강은 황금과 비단을 중들에게 나누어주고 사흘 밤낮 동안 노지심의 공덕을 기리게 하였다.
송강은 노지심의 시신을 붉은 관에 담고 경산의 주지 대혜선사(大惠禪師)를 청하여 화장을 부탁하였다. 다섯 산의 열 개 사찰의 선사들이 모두 와서 불경을 독송하고 관을 육화탑 위로 옮겨 화장하였다. 대혜선사가 손에 횃불을 들고 관 앞에 서서 노지심을 가리키며 몇 마디 법어를 말했다.
노지심! 노지심!
녹림에서 몸을 일으켰다.
두 눈에서 불길이 나오고
마음속엔 오직 살인할 생각뿐.
홀연 조수를 따라 떠나가니
과연 그 간 곳을 찾지 못하겠네.
아!
그 깨달음은 하늘 가득 백옥을 날리고
그 능함은 대지를 황금으로 바꾸었네.
대혜선사가 불을 붙이자, 중들이 불경을 독송하며 참회하였다. 관이 다 불타자 남은 뼈와 재를 수습하여 육화탑 뒤뜰에 장례 지냈다. 노지심이 쓰던 의발과 조정에서 상으로 받은 금은 과 여러 관에서 보시한 재물 등은 모두 육화사에 시주하여 공용으로 쓰게 하였다. 철선장과 검은 장삼 역시 육화사에 고인의 유품으로 바쳤다.
송강이 무송을 보니, 비록 죽지는 않았지만 이미 폐인이 되어 있었다. 무송이 송강에게 말했다.
“저는 이제 폐인이 되었으니, 동경으로 가서 천자를 알현하지 않겠습니다. 상으로 받은 모든 금은은 육화사에 헌납하여 공용으로 쓰고, 한가로운 도인(道人)이 되어 지내고자 합니다. 형님이 공적부를 쓰실 때 제 이름은 넣지 마십시오.”
송강이 말했다.
“자네 뜻대로 하게.”
무송은 육화사에서 출가하여, 후에 80세까지 살다가 선종(善終)하였다.
한편, 송강은 매일 성중으로 들어가 명을 받다가, 장초토가 중군 인마를 거느리고 떠난 후 군병을 이끌고 성중으로 들어가 주둔하였다. 보름쯤 지나서 조정에서 사신이 와서, 선봉 송강 등은 회군하여 경성으로 돌아오라는 성지를 전하였다. 장초토·동추밀·유도독·종참모·경참모·왕품·조담 등의 중군 인마는 차례로 경성으로 회군하고, 송강 등도 그 뒤를 따라 군마를 수습하여 경성으로 회군하였다.
출발할 무렵, 뜻밖에 임충이 풍질에 걸려 온몸이 마비되고, 양웅은 등창이 나서 죽고, 시천은 다시 장에 탈이 나서 죽었다. 송강은 슬퍼하여 마지않았다. 단도현에서 공문이 왔는데, 양지가 죽어 본현의 산에 장례 지냈다고 하였다. 임충은 풍질이 낫지 않아 육화사에 남겨 무송으로 하여금 간병하게 하였는데, 반년 만에 죽었다.
송강이 장수들과 함께 항주를 떠나 경성을 향해 출발할 때, 낭자 연청이 은밀히 노준의를 찾아와 말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주인님을 따르면서 많은 은덕을 입었는데,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이제 대사는 마쳤으니, 주인님과 함께 관작을 반납하고 종적과 이름을 감춘 채 조용한 곳을 찾아가 천수를 마치고 싶습니다. 주인님의 뜻은 어떠하신지요?”
노준의가 말했다.
“양산박에서 조정에 귀순한 이래 우리 형제들이 수많은 전쟁을 치르면서 온갖 고초를 다 겪고 형제들을 많이 잃었는데, 다행히 우리 둘은 살아남았다. 이제 금의환향하여 처자식을 거느리고 살게 되었는데, 너는 어찌하여 아무런 보람이 없는 일을 하려고 하느냐?”
연청이 웃으며 말했다.
“주인님께서 틀리셨습니다. 제가 가려는 길이야말로 보람 있는 일입니다. 주인님께서 가시려는 길이 도리어 보람이 없을까 염려됩니다.”
“연청아! 나는 지금까지 조금도 다른 마음을 가진 적이 없는데, 조정이 어찌 나를 저버리겠느냐?”
“주인님께서는 듣지 못하셨습니까? 한신(韓信)이 열 가지 큰 공을 세우고서도 미앙궁에서 참수되었으며, 팽월(彭越)은 소금에 절여져 젓갈로 담겨졌고, 영포(英布)는 독주를 마시고 죽었습니다. 주인님께서는 깊이 생각해 보십시오. 화가 머리에 떨어질 때면 피하기도 어렵습니다.”
“나는 이렇게 들었다. 한신은 제나라에서 멋대로 왕을 칭했으며, 진희(陳豨)로 하여금 모반하게 하였다. 팽월이 죽음을 당하고 집안을 망하게 한 것은, 대량(大梁)에서 고조(高祖)를 받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영포는 구강(九江)에 부임하여 한나라 강산을 도모하려다가, 고조가 운몽으로 놀러간 척하면서 여후(呂后)로 하여금 참수하게 하였다. 나는 비록 그들만큼 높은 관작을 받지도 않았지만, 또한 그런 죄를 짓지도 않았다.”
“주인님께서 제 말씀을 듣지 않으시다가, 후회가 늦을까 두렵습니다. 제가 본래는 송선봉께 작별 인사를 드려야 하지만, 그분은 의리를 중히 여기시는 분이라 필시 저를 놓아주려 하지 않을 것 같아, 이렇게 주인님께만 작별 인사를 드립니다.”
“너는 나를 작별하고 어디로 가려 하느냐?”
“저는 주인님 가까이 있을 것입니다.”
노준의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그렇지. 네가 가긴 어디로 간단 말이냐?”
연청은 노준의에게 팔배를 올리고, 그날 밤 금은보화를 수습하여 어디론가 떠나 버리고 말았다. 다음 날 아침, 한 군사가 편지 한 장을 수습하여 송선봉에게 와서 보고하였다. 송강이 편지를 펼쳐 보니, 이렇게 쓰여 있었다.
못난 아우 연청이 선봉 주장 휘하에 백 번 절을 올리며 간곡히 아룁니다. 저를 거두어 주시고 베풀어 주신 두터운 은덕은 목숨을 바쳐도 다 갚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제 스스로 생각해 보니, 저는 운명이 박하고 신분이 미천하여 국가의 임용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산야로 물러나 한가롭게 살고자 합니다. 본래는 찾아가 뵙고 작별 인사를 드려야 하지만, 주장께서는 의기를 중히 여기시는 분이라 놓아 주시지 않을 것 같아 밤중에 몰래 떠납니다. 이제 몇 마디 말을 남겨 작별 인사를 대신하려 하니, 저의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
줄지어 날던 기러기 흩어지니 절로 놀라며
관직을 반납하고 영화를 구하지 않네.
몸은 이미 군왕의 사면을 받았으니
풍진을 씻어 내고 이 삶을 마치리.
송강은 연청의 편지를 읽고 나서 마음이 더욱 우울해졌다. 송강은 죽은 장수들의 임명장과 패를 거두어 경성으로 돌아가면 조정에 반납하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