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Day
6.15 水 흐림
남성마을 미진이 친정집 – 나로도 – 우주센터 – 여수 봉산동
8:54 - 19:52
여행시간: 10:58, 주행시간 3:48
주행거리: 33.73km, 누적거리: 1,524.18km
06:57 기상
기침 때문에 밤새 셀 수 없이 깨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그래도 뜨끈하게 몸을 지져 몸살기운이 좀 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으슬으슬 춥다.
여행 한달 째 되는 날 자축 파티를 하려고 했는데 이게 왠 꼴이람...
미진이 아버지께서는 마을 장례식장에 가시고, 어머니와 함께 배불리 아침 식사를 한 후 08:54분 출발. 어머니께서 먹으라고 간식거리를 잔뜩 싸주신다. 정말 고맙지만 지금 몸 상태가 너무 힘들어서 그마저도 짐처럼 느껴진다. ㅠㅠ
![](https://t1.daumcdn.net/cfile/cafe/2707434851CC273540)
미진이 친정집에 있는 강아지
이거 비싼 강아지 아닌가? 그런데 그냥 마당에 풀어놓다니;;;
나로도항
여전히 날씨는 흐리지만 바람은 많이 잦아들었다. 다행히 치질도 사라져 오늘은 좀 달릴 만 하다. 여전히 나로도의 길은 업힐이 심하다. 가다 쉬다 반복하며 겨우겨우 달려서 10:15분. 외나로도 나로도항 도착.
평일이라 그런지 매표소는 잠겨 있다. 배 시간을 확인한 후 출발하려는 데 지도를 보니 우주센터로 가는 길이 뱀처럼 구비구비 꼬여 있다. 딱 보기에도 엄청 힘들어 보인다. 잠깐 갔다가 다시 여기로 오는 것인데 과연 이 많은 짐을 다 싣고 가는 것이 과연 현명한 짓일까...
![](https://t1.daumcdn.net/cfile/cafe/2418634C51CC27453F)
단촐한 여수행 여객선 매표소
잠시 고민을 하다 바로 앞에 보이는 해양경찰서로 찾아가 사정을 말하자 경찰들도 별로 일이 없는지 한가로워 보여 흔쾌히 수락해 준다. 경찰서 앞에 짐을 풀어 놓고선 가벼운 마음으로 10:45분 출발.
![](https://t1.daumcdn.net/cfile/cafe/2246664E51CC275524)
경찰서에 짐을 맡기고선 우주센터로 출발~
12% 경사의 업힐
7년 전에 왔을 땐 나로도 경치가 정말 깨끗하고 좋았는데, 오늘은 날씨가 흐려서 그런지 영 우울하기만 하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355F35051CC276828)
현재의 모습 - 변한 건 없다. 날씨가 흐려 영 예쁘지 않을 뿐...
지도에서 봤던 그 길은 생각만큼이나 엄청난 길이다. 12% 경사도의 업힐은 살다 처음 봤다. 기가 막힌다... 빈 자전거로 올라가는 데도 힘에 부친다. 짐을 내려놓고 오길 정말 잘했다. 다행히 뱀처럼 구비구비 돌아가는 길은 다운힐에 경사도도 낮아 쉽게 내려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후에 돌아올 땐 빡세겠지;;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
![](https://t1.daumcdn.net/cfile/cafe/22429E4751CC277A39)
12% 경사는 처음 봤다;;
@.@
*카페지기도 여기 고개 오르면서 완전 그로키
![](https://t1.daumcdn.net/cfile/cafe/231F6D5051CC27AF01)
바로 지도에 빨간색 박스로 표시해 둔 길이 저 길이다;
이런 길은 자나깨나 조심!
나로우주센터
11:50분. 드디어 나로우주센터 도착. 미진이에게서 괜찮다는 평을 들어서 기대를 좀 했었는데 막상 와서 보니 좀 실망스럽다. 우주선 발사기지는 아예 접근할 수도 없다. 이런... 낚였다;;; 전시관은 그저 그런 초등학생 수준이고, 4D 체험관만 그냥 좀 그럴듯하다. 하지만 그마저도 너무 피곤해서 반만 보다가 잠들어버렸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0143FD4B51CC27BE09)
힘들게 찾아왔는데 실망만 안겨준 우주센터;;
ㅠㅠ
![](https://t1.daumcdn.net/cfile/cafe/2666CF4951CC27CD02)
이런건 너무 흔하게 많이 봤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2388C4D51CC27DB03)
![](https://t1.daumcdn.net/cfile/cafe/216B964851CC27EB11)
이것만 좀 흥미로왔다.
진짜로 저거 어떤 맛일지 먹고 싶다는...
점심은 미진이 어머니께서 싸주신 간식으로 때우고 14:17분 다시 출발.
![](https://t1.daumcdn.net/cfile/cafe/0175EA4C51CC27FC14)
갖가지 간식에 간장약까지... 정말 엄청나게 싸주셨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646CC4C51CC28142B)
오늘 점심은 찹쌀떡, 빵, 삶은 계란, 바나나 말린 거~
![](https://t1.daumcdn.net/cfile/cafe/2579894E51CC28240E)
4D체험관
이것만 조금 볼만 했다
다행히 업힐 경사도가 낮아 그리 힘들진 않다. 생전 처음 오른 12% 업힐 정상에 올라 인증사진 찍은 후 아찔한 다운힐을 타고 나로항으로 향한다. 다행히 나로항까진 대부분의 길이 다운힐이라 쉽게 갈 수 있게 된다.
15:10분. 경찰서 도착. 여수로 가는 배는 17:40분에 출발한다. 짐을 다 챙기고선 뭘 할까 고민하다 감기약이라도 받으려고 병원엘 찾아간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457885051CC283729)
완전 감동 먹은 해평의원
해평의원
15:10분. 경찰서 도착. 여수로 가는 배는 17:40분에 출발한다. 짐을 다 챙기고선 뭘 할까 고민하다 바로 앞에 병원이 보인다. 어제는 그렇게 다니는 동안 눈 씻고 봐도 못 찾던 병원을 여기서 만나게 되다니... 감기약이라도 받으려고 병원엘 찾아간다.
진료를 받는데 여행 중에 그렇게 아파서 어쩌냐며 잠시 쉬어가란다. 잘됐다 싶었는데 그냥 쇼파에 있는 게 아니라 물리치료실에 데려가더니 원적외선 침대에 눕히고는 허리찜질까지 준비해 주신다. 완전 감동~~!!
고흥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고생만 하고 소록도니 우주센터니 모두 실망만 안겨 주어 영 후회스러웠는데, 미진이 친정집도 그렇고 여기 병원도 그렇고 진짜 시골의 정을 느끼게 해준다. 여행을 다니면서 멋진 풍경을 보는 것도 좋지만 사람을 만나서 인연을 맺고 정을 느끼는 게 가장 중요한데 여기 고흥에서 그걸 몸소 체험한다. 덕분에 5시까지 푹 쉰다.
안타깝게도 응급환자 치료 때문에 의사 선생님께서 바쁘셔서 작별인사는 건네지 못하고 나오게 되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25F0F4A51CC28471D)
요기서 찜질 실컷 받았다~
나로도항
여수행 승선장은 오늘 휴업이라고 하여 거문도행 승선장에서 배를 타게 된다. 17:40분 승선. 시설이 열악하여 계단으로 올라야 하는데, 사람 3명의 힘을 빌려 겨우 자전거를 끌어서 타게 된다;;
배는 선유도에 갈 때 탔던 배 정도의 규모. 갑판은 작고 대신 선실이 크다. 승객들이 좀 있는데, 일본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 사람들은 어디서부터 타고 온 걸까?
어제 못 썼던 일기를 적고 있는데 정호에게서 생사확인여부 전화가 온다. 적적한 마음에 반가운 통화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46DBD4A51CC285716)
승선장
짐을 다 실은 채 저 계단을 올랐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509444851CC286703)
선실 내부 - 매점도 있다
여수연안여객터미널
45분을 달려 18:25분. 여수연안여객터미널 도착. 여수는 처음 와봤는데 의외로 큰 도시다. 사람도 차도 복작복작 댄다.
바로 앞이 수산시장이라 어머니께서 부탁하신 멸치를 알아보는데, 상태가 영 시원치 않은 것들이 인천보다 더 비싸다. 세 군데 들렀다가 포기. 멸치의 고장 남해에서 사기로 하고선 숙소를 알아본다.
터미널 앞에 큰 지도를 보면서 어디서 자야 좋을지 고민 중인데 아저씨 두 명이 다가오더니 말을 건넨다. 이래저래 사정을 얘기하고서 값싼 모텔이 어디 있냐고 묻자 동네별로 쫙 뽑아서 말해준다. 심지어는 내일 관광코스까지 짜주면서 관광코스와 가까운 모텔까지 말해준다;; 아쉽게도 그 곳은 엑스포 때문에 가격이 비싸졌다고 해서 돌산대교 쪽 봉산동에 저렴한 모텔로 향한다. 오늘은 정말 여러모로 운이 좋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021BEF4751CC287810)
여수 돌산대교
![](https://t1.daumcdn.net/cfile/cafe/212A364751CC28870A)
여수 연안여객터미널 도착
봉산동 리오 모텔
10분 정도 달리니 정말 아저씨들 말대로 모텔촌이 나온다. 오랜 경험을 토대로 가격대별 성능이 뛰어날듯한 모텔을 선정한 후 근처 롯데마트로 향한다. 너무 힘들어서 저녁을 지어먹을 기력이 없기에 푸드코트에서 사먹는 게 좋겠다 싶다. 그런데 행사상품으로 흑마늘 양념치킨 한 마리를 7,000원에 판매한다!! 밥보다 양도 많고 좋아서 캔맥주와 함께 치킨을 사 들고선 모텔로 향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0361F74A51CC28A51D)
아까 찜뽕해뒀던 리오모텔 도착. 현금가로 깎아서 35,000원에 넓고 전망 좋은 방을 얻게 된다. 역시 내 감은 틀리지 않았다. ㅎㅎㅎ
방에 들어오자 마자 자전거와 짐을 내던지듯 팽개치고 샤워실에 들어가 쓰러진다. 더운 물을 틀어놓고 한참 그러고 있다가 겨우 기어 나온다;;;
그닥 멋지진 않지만 바다가 탁 트이는 전망을 바라보며 한 손엔 닭다리, 한 손엔 시원한 맥주캔을 들고 있자니 지금 이 순간 너무도 행복하다.
한참 쉬다 밀린 빨래를 하고 12:32분 취침. 빨래가 너무 밀려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오늘도 늦게 잠든다.
첫댓글 대학시잘 자전거로 12박 13일, 8박 9일, 그리고 짧은 1-3일 여행을 몇 번 떠났었습니다. 지금도 추억이 아련한데 어느새 몸은 중년.. 자전거 여행과 자동차 여행을 겸하여 떠날 준비 중입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즐거운 여행 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