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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혁명이 시작됐다
일러스트 이철원
김현성(가명·28)씨는 가족관계증명서에는 올라 있지 않은 두 명의 형이 있다. 큰형, 작은형으로 부르는 두 형은 서로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남이다. 강원도가 집인 그는 서울 신림동에서 두 형과 함께 살고 있다. 동생들을 잘 챙기는 큰형(39)은 가장 역할을 해주고, 작은형(29)은 청소, 요리 등 가사를 도맡아 한다. 설거지, 심부름 등 잔일은 막내인 그의 몫이다. 큰형이 집 보증금을 내고 월세, 생활비는 셋이서 나눠 내고 있다.
동호회 활동을 하다 알게 된 삼형제가 같이 살게 된 것은 처음엔 경제적 이유가 컸지만 동거 2년째인 현재 그들은 서로가 가족 같은 존재이다. 최근 김씨가 입사시험에 합격했을 때도 가장 먼저 축하해주고 파티를 벌여준 것은 두 형이었다. 화를 내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도 있지만, 아프고 지칠 때 그의 옆을 지켜주는 사람은 두 형이다. 가족과 왕래가 많지 않은 김씨에게 두 형은 가족 이상이다. 김씨에게 가족의 의미를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혈연으로 엮였다고 서로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담스러운 관계이다. 결혼이든 동거든 서로 마음 맞는 사람끼리 진심으로 힘이 돼 줄 수 있다면 가족보다 더 가족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들은 ‘가족’일까 아닐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가족학자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갈린다. 지난 6월 22일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가족의 현실과 미래-다시 가족을 이야기한다’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가족학자들은 “혁명이라고 할 만큼 가족 문화가 급변하고 있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정현숙 상명대 가족복지학과 교수는 ‘누가 가족구성원이고 누가 아닌가’ ‘가족은 사적인가 공적 제도인가’ ‘가족은 어떤 구조여야 하는가’ 등 가족에 대한 정의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 가족, 다양해지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발표를 한 김혜영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교수는 주간조선과의 전화 통화에서 ‘가족을 어떻게 규정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고 말했다. “여전히 부부와 자녀로 이뤄진 전통적인 가족관을 주장하는 학자가 있는 반면, 두 사람 이상이 유의미한 관계를 수개월 이상 지속한 경우 가족으로 봐야 한다는 학자도 있다. 가족은 수십 년 연구한 학자들도 연구를 할수록 어려운 주제이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정유성 서강대 교육대학원 교수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이 가족이다’고 주장하고 이렇게 말했다. “이혼, 결혼 기피, 저출산 등 핵가족조차 ‘핵분열’이 일어나고 있다. 1인가족, 한부모가족, 동거가족, 동성가족, 공동체가족 등 여러 형태가 얽히고설키다 보니 가족은 이제 단순한 틀로 알기 어려운 사회집단이 됐다. 우리 사회는 이제 ‘가족 이후의 가족’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
가족의 사전적 의미는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그 구성원. 혼인, 혈연, 입양 등으로 이루어진다’고 돼 있다. 그러나 가족혁명이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더 이상 사전적 의미 안에 가족을 묶어둘 수 없게 됐다. 통계청 인구조사를 보면 눈에 띄는 것이 비친족가구이다. 통계청은 비친족가구를 ‘1인가구와 친족가구를 제외한 모든 가구 유형으로, 함께 사는 이를 가족으로 생각하며 생계비용을 같이 부담해야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기사 앞부분에 소개했던 삼형제처럼 ‘남남 동거’ 또는 ‘여여 동거’를 비롯해 다양한 공동체가 여기 속하는 셈이다. 2010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비친족가구’가 1.2%에 해당한다.
정현숙 교수는 ‘저출산·고령화’로 나타난 1차 인구혁명과 ‘이혼·동거·혼외출산’이 급증한 2차 인구혁명이 서구에서는 19세기부터 1960년대까지 걸쳐 진행된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1980년대 이후 한꺼번에 불어닥쳤다고 했다. 그만큼 가족의 변화도 급격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제 생물학적 가족이 정서적인 가족의 필요충분 조건은 아니다.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진 만큼 그에 따른 사회적·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변화의 속도에 비해 사람들의 인식이나 정책은 한참 뒤처져 있다. 해체와 재구성을 통해 탄생한 신가족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두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피보다 의리, 재혼가정
“피보다 강한 것은 의리다.”
재혼가정인 정봉용(46)·좌혜경(46) 부부는 전쟁 같았던 5년을 이겨낸 것은 서로에 대한 의리였다고 말했다. 부부는 각각 두 아이를 데리고 2011년 10월 재혼했다. 당시 정씨는 초등 5학년, 4학년 두 아들을 뒀고, 좌씨의 두 아이는 초등 5학년 딸과 1학년 아들이었다. 다른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문화적 차이는 상상 이상이었다. 밥 먹는 습관부터 시작해 화장실 사용, 말투 등 모든 것이 부딪쳤다. 네 아이를 돌보는 것은 눈뜨면서부터 고통이었다. 아이들 문제로 아무 문제 없던 부부 관계까지 나빠졌다. 선택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부부는 각자의 아이들에게 더 엄격해졌다. 의식적으로 역차별을 하게 됐다. 그럴수록 아이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컸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믿는 사람들의 편견이었다. ‘새엄마가 혹시 아이들을 구박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의 눈길로 쳐다보는 시댁 식구들, 아이들의 관계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 ‘새아빠는 아이들에게 위험한 존재’라고 충고하는 주변 사람들의 편견들을 접하면서, 사실은 그런 편견이 자신들에게도 잠재돼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로를 못 믿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갈등이 폭발했다. 1년 만에 부부는 아이들을 분리시키기로 결정했다. 집 근처에 방을 얻어 정씨가 두 아들 구은, 다은을 데리고 나갔다.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극단 처방이었다. 서로 적응을 위한 준비 기간을 갖자는 명분이었다. 주말은 온 가족이 만나 함께 보내고, 주중에는 부부 모두 각자의 아이들을 책임졌다. 함께 살면서 문제가 됐던 생활습관들도 하나씩 고쳐나갔다. 1년 반 동안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가족은 함께 살기 위한 기초체력이 생겼다. 마침 집을 옮길 시기와 겹쳐 재결합을 했다. ‘어렵게 뭉친 가족을 깰 수 없다’는 데는 부부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한마음이었다. 좌씨는 “엄마로서 자신감이 생겼다”면서 말했다.
“물놀이를 갔다 구은이가 배탈이 났어요. 자다 일어나 아이 배를 밤새 문질러 줬는데 아빠는 정작 쿨쿨 잠을 잔 거죠. 그때부터 남편이 나를 믿는다는 걸 느꼈어요. 무엇보다 애정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해요. 내 아이들에게 마음이 먼저 가는 것이 당연하듯 남편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인정하고 나니 훨씬 편해졌어요. 좋은 엄마가 되려고 하기보다 좋은 인연으로 남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정씨는 ‘두 번째도 실패할 수는 없다는 책임감’ ‘편견에 맞서보자는 오기’로 버텼다고 말했다. 전쟁 끝에 얻은 평화는 더 달콤했다.
“힘든 시기를 겪고 나니 서로에게 전우애 같은 동지의식이 생겼어요. 아이들의 인생을 잘 이끌어주고 싶었어요. 내 아이를 먼저 지키려고 하면 절대 답이 없어요. 내 선택을 지키려고 하면 답이 보입니다.”
다행히 아이들은 새로운 가족에 대한 편견이 없었다. 사람들에게 재혼가정이라는 것을 거리낌 없이 밝혔다. 동갑인 큰 아이들이 고1이 된 요즘 부부는 네 아이 내 아이 구별이 없어졌다. 마음대로 야단쳐도 눈치볼 필요 없이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였다. 부부는 “날마다 행복”이라면서도 “이렇게 되기까지 너무 힘들었다. 알았다면 아무리 사랑했다고 해도 재혼할 엄두를 못 냈을 것이다”고 말했다. 좌씨는 정답을 모르는 것이 가장 답답했다고 했다. ‘재혼설명서’ 같은 책 한 권만 있었어도, 조언해주는 사람 한 명만 있었어도 덜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지붕 두 아버지, 사돈의 동거
처음엔 쉽게 생각했다. 서울 둔촌동에 사는 김종일(42)씨는 아버지와 장인을 한 집에 모시고 산다. 양쪽 모두 어머니가 먼저 병으로 세상을 뜬 후 혼자 지내는 처지였다. 결혼과 함께 분가하게 된 김씨는 아버지와 장인이 함께 살면 외롭지도 않고 서로 의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장녀인 아내도 장인 혼자 지내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것은 마찬가지일 터였다. 김씨의 아버지도 흔쾌히 찬성했다. 넓은 아파트를 혼자 지키느니 친구 삼아 좋겠다고 했다. 김씨가 분가한 자리에 장인이 들어왔다.
현실은 전혀 달랐다. 한 살 차이가 나는 두 아버지는 모두 명문대 출신으로 ‘한 가락’ 하던 시절을 보냈다. 만만치 않은 사돈의 동거였다. 두 아버지는 성격도 달랐고 취미도 달랐다. 한 사람은 TV를 좋아했고, 한 사람은 책 읽기를 좋아했다. 한 사람은 과묵한 반면, 한 사람은 수다쟁이였다. 한 사람은 야행성, 한 사람은 아침형 인간이었다. 식성도 달랐다. 빵과 커피를 먹는 아메리칸 스타일과, 밥과 국을 먹어야 속이 편한 한식 스타일이 만나 아침 식탁에서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불편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사돈이 좀 어려운 관계인가. 속으로 끙끙 앓다 보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분가했다 집으로 들어와 함께 살게 된 김씨 부부는 두 아버지 사이에서 매일 살얼음을 걷는 것 같았다.
동거 5년째가 된 이 집안의 풍경이 최근에는 달라졌다. 손자가 태어나면서 두 아버지가 힘을 합칠 일이 많아졌다. 집안의 대소사를 상의할 수도 있고, 육아도 거들고, 집안일도 나눠서 한다. 할아버지들 틈에서 자란 손자는 방마다 순례하며 문안을 드리는 것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이 집안의 동거 원칙은 독립적인 생활이다. 며느리, 아버지 따지지 않고 먹고 싶은 것은 각자 알아서 요리하고, 빨래도 본인 것은 각자 해결한다. 청소는 마음 내키는 사람이 먼저 한다. 정해진 순번이 없지만 쓰레기가 밀리는 일은 없다. 성격이나 습관은 바뀌지 않았지만 상대의 단점보다 장점을 보기 시작했다. 멀수록 좋다는 사돈의 동거를 유지해주는 비결은 서로에 대한 배려였다. 김씨는 “처음엔 한 소파에서 양끝에 앉아 있던 두 아버지의 거리가 훨씬 가까워졌다”면서 “요즘엔 주말이면 함께 영화를 보러 나설 만큼 친해졌다”고 했다. 남보다 가깝지만 남보다 어려운 사돈의 동거는 한 자녀 시대에는 흔한 풍경이 될 수도 있다.
가족이 사라진다
결혼제도를 통한 가족이 사라질 것으로 보는 미래학자도 있다. 매년 유엔미래보고서를 발간하는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한국 지부인 유엔미래포럼의 박영숙 대표는 “미래학자인 카론 멀로니는 2040년 결혼제도가 소멸할 것으로 예측했다”면서 “결혼을 통한 가족의 형태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3일 서울 성북구 정릉동 유엔미래포럼 사무실에서 만난 박 대표는 “2017 주거혁명이라는 주제로 연내 책을 낼 계획이다. 주거혁명은 곧 가족혁명이다”고 말하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가장 큰 이유는 수명연장과 정착생활의 붕괴입니다. 2040년 평균 수명은 130세에 이릅니다. 한 사람과 결혼해 한곳에서 100년 이상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과연 가능할까요? 2040년엔 제조업이 소멸하고 일자리가 사라집니다. 80%가 프리랜서로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자리를 찾아 이동을 할 수밖에 없는 노마드 시대에 주거, 정착은 고통이 됩니다. 더구나 시속 1200㎞의 하이퍼루프 시대가 왔습니다. 머잖아 시속 6000㎞가 가능해집니다. 베링해협만 뚫으면 세계를 몇 시간 안에 이동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동성이 강화되면 한 나라 한곳에 정착해 사는 의미가 없어집니다. 결국 주택 소유의 종말이 오고, 가족의 소멸로 가는 겁니다. 핏줄 관계는 느슨해지고 1인가구와 가족을 대체할 공동체가 늘어날 겁니다.”
박 대표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 1인가구는 23.9%로 30년 전 4.8%에서 19.1%가 늘어났다. 통계청의 장래가구 추계에 따르면 가구구성비가 2010년 2인>1인>4인>3인에서 2012년 이후 1인>2인>3인>4인 순서로 뒤집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5년엔 1인가구와 2인가구의 비율은 전체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부부+자녀로 이뤄진 표준가족의 형태가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박 대표는 미래의 가족으로 1인가구가 가장 많아질 것이고 동성애 가족, 애완용 동물과 사는 펫 패밀리, 여행하다 만난 노마드 가족, 로봇 가족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외국에서는 공동으로 태양광을 팔아 생활하는 ‘솔라 팜’ 등 다양한 농장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박 대표는 고령화시대에 가장 보편적인 가족의 형태는 노인 친구들의 공동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2일 막을 내린 tvN의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노희경 극본)도 노년 공동체를 다뤘다. 드라마는 자녀에게 더 이상 노후를 의지할 수 없는 시대, 나이 들고 병들었을 때 옆을 지켜주는 것은 핏줄도 아니고 사랑도 아니고 ‘의리’로 뭉친 친구들임을 보여줬다.
충남 예산의 신미영(56)씨는 여자 친구 4명과 함께 30년째 모임을 지속하며 매달 회비를 모으고 있다. 회비를 모아 노후에 함께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신씨는 “친구들 중 누구도 노후에 자식에게 기댈 생각이 아예 없다. 일단 집을 지어놓은 후 남편 보내고 혼자 남은 사람 먼저 들어가 살기로 했다”고 말했다. 회비가 집을 지을 만큼 충분하지는 않지만 친구들을 묶어주는 연결고리인 셈이다. 신씨는 “혼자 남았을 때 함께할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외국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빨리 가족에 대한 개념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2025년에는 섹스나 로맨스도 로봇이 대신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내다봤다. 그의 외국 친구 중엔 모임 때마다 로봇 여자친구를 데려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로봇을 옆에 앉혀놓고 스테이크를 자른 접시를 앞에 놓아주기도 하고 말을 걸기도 한다는 것이다. 자녀의 의미도 현재와는 달라진다고 했다. 로봇이나 애완동물이 자녀의 위치를 대신하고 아이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만드는 ‘디자이너베이비’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것이다. 너무 급진적인 예측은 아닐까. 박 대표는 미래학자들의 예측보다 오히려 사회의 진행속도가 훨씬 빠르다고 말했다.
“전 세계 3500명의 싱크탱크가 참여해 지금까지 유엔미래보고서를 11권 냈습니다. 올해로 12년째인데 대부분 우리가 예측한 것보다 빨리 왔습니다. 알파고도 우리 예측보다 5년이나 빨랐습니다. 모든 변화가 선의 형태가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폭발적인 변화의 기점을 우리는 2020~2025년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 대표의 가족사도 흥미롭다. 그는 수십 년 전부터 혈연을 뛰어넘은 가족을 이뤄왔다. 수양부모로 수십 명의 아이를 위탁받아 키웠다. 1999년엔 수양부모협회를 만들어 20년 가까이 협회를 통해 3만명의 아이들을 돌봤고 현재도 3000명의 아이들을 책임지고 있다. 그는 북유럽 출신 시어머니와 독일계 시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미국 미시간주 출신 남편과 결혼해 한 명의 아들을 두었다. 박 대표는 “가족도 일종의 습관이다”라고 말했다.
“1979년 미시간 시댁에 첫 인사를 갔습니다. 우리나라도 잘 산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멋내고 갔는데 시부모님은 당시 한국 아이 3명을 입양해 키우고 있었습니다. 시어머니가 ‘너희 나라는 잘산다면서 왜 아이를 버리냐’고 묻기에 우리나라는 족보나 핏줄을 특별하게 생각한다고 대답했죠. 그때 시어머니가 ‘그건 특별해서가 아니고 습관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습관이 가족을 만드는 겁니다.”
그는 가족을 “매일 절반 이상을 같이 지내면서, 수년간 관계를 지속하는 사람”으로 규정했다. 핏줄을 나누는 것이 아닌 감정을 나누는 사람이 가족이라는 것이다. ‘가족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의가 가능하다. 그러나 전통적인 가족의 붕괴는 노인·육아 문제와 같은 보살핌과 돌봄의 공백을 초래하고 결국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진다. 가족의 변화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고민이 지금 필요한 이유이다.
/ 황은순 차장
/ 김지환 인턴기자·고려대 국어국문학과 4년
주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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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