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초인종 소리에 현관으로 갔다.
'누구세요'
'네, 이곳이 oo씨댁이신가요?'
'네 그런데요.'
'코아 백화점에서 왔는데. 문 좀 열어 주실래요.'
문을 열고 얼굴을 내미니 종이 상자를 내 앞으로 내밀며 싸인을 해 달란다.
생각없는 로보트마냥 내미는 메모지에 싸인을 해 주고
문을 닫고 들어와 상자를 뜯어보니 보기도 아까운 갈비가 많이도 들어있다.
'세상에 이게 얼마야, 꽤 비싸겠는 걸'
혼자 중얼거리며 아직 퇴근 하지않은 남편에게 전화걸어
'이러이러한 물건이 들어왔는데 당신도 아는 물건예요?'했더니
알고있으니 '당신이 알아서 해'한다.
요즘 소고기값이 너무 비싸 국도 자주 못 끓여 먹고
예전에 잘 해 먹었던 '갈낙새''버섯 전골'종류도 못해 먹은지가 언제 였던가.
신이 나서 부르지도 못하는 콧노랠 흥얼거리며 갈비 재우기를 시작한다.
한참동안 물에 담가두었다가 소쿠리에 건져놓고 핏물 빼기를 시작으로
하나 하나 꺼내 쓸잘떼기없는 기름을 제거한다,
아무리 야무지게 처리해도 기름에 살첨은 붙은 법,
내가 누군데 기름에 붙은 그 살첨을 걍~ 내버릴 소냐..
기름에 붙은 살을 정성드려 잘 발라낸 작은 조각들을 각종 양념을 넣어 조물조물.
다음에 소고기국 한번 더 끓어 먹기위해 냉동실에 보관
여러분들 그거 아세요?
이렇게 발라낸 갈비살로 국 끓이면 더 맛있다는 걸..^^*
커다란 양푼을 준비해 김치냉장고 윗칸에 얌전히 들어앉아 있는
먹음직스런 배 두개 꺼내 예쁘게 깎아서 강판에 갈고,
베란다에있는 양파 두개 까서 배의 전철를 밟게한다.
그리곤 진 간장을 알맞게 넣고, 적당량의 물엿과 약간의 설탕,
마늘, 깨소금, 후추, 참기름, 고기 특유의 냄새를 없애기위해 국향 또한 빠뜨리지 않는다.
준비된 재료를 골고루 저어 간이 맞는지 확인 후
손질 해 놓은 갈비를 적당한 통에 한 켭씩 깔고 양념을 그 위에 끼얹기를 몇 회.
그런 과정이 다 끝나면 하루정도 냉장고에 보관.
그리곤 오늘 반공일.
토요일이라 일찍 퇴근한 남편!
식탁위에 올려져 있는 한 박스의 멸치를 보고 하는 말.
'저것 다 까야 할거 아녀?'
'그럼 다 손질해서 냉동실에 넣어놔야지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집안이 온통 개미 천국이 될거예요.'
그렇게 해서 시작한 멸치 머리와 똥 빼내기.
오후내내 우리 두 부부의 손길을 느낀 멸치들은 지금 얌전스레 냉동실에 보관중이다.^^*
지난 가을!
알밤이 흔할 때 누군가에게서 많은 양을 선물받아 삶아 먹고도 남아
벌레 먹는것이 아까워 깎아서 냉동실에 보관해 놓았던 밤과.
언젠가 승주의 낙안읍성엘 여행했을 때 그곳에서 좌판을 벌려놓고
판매하시던 할머니께 만원을 투자해서 냉동실에 보관해 놓았던 토종 은행.
조금전 오래오래 끓여 뼈가 쏙 빠지도록 익힌 갈비에
내 사랑을 듬뿍넣어 위 두가지 또한 잊지않고 잘 챙겨 고명으로
올려넣는 것을 마지막으로 우리가족의 입을 즐겁게 하며 식탁에서
조용히 사라져간 갈비찜.
역시 남의살이라 그런지 맛있더군요.^^*
저녁 식사들 하셨나요?
저만 맛있게 먹은것 같아 엄청 죄송허구먼요.
님들!
설 명절 연휴!
흩어져있던 가족들 오랜만에 만나 도란도란
이야기 꽃 피우시며 고운 정들 많이많이 담아 오시길 바랍니다.
먼거리 떠나시는 분들 조심운전 안전운전 하시어
평안히 잘 다녀오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다시 만나길 소망합니다.